LOGIN결혼식 당일, 문시윤은 전화 한 통을 받자마자 허둥지둥 예식장을 떠났다. 할머니는 그 광경에 너무 화가 나 피를 토하셨고, 식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무심하게 나를 바라볼 뿐,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나 혼자 할머니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응급처치가 늦어진 탓에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그 후, 문시윤이 영안실에 있는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신아리, 빨리 병원으로 와. 수희가 다쳤는데, 네 피가 필요해!” 나는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문시윤, 우린 이제 끝이야.” 나는 그렇게 모든 걸 놓아버리고 떠났다. 그러나 문시윤은 빗속에서 무릎을 꿇은 채 용서를 구하며, 내가 한 번 돌아봐 주면 목숨까지 내주겠다고 애원했다.
View More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문시윤을 노려보며 말했다.“문시윤, 터무니없는 망상은 하지 마. 우리 사이에 다시는 기회 따윈 없어.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이번 생에 널 만나지 않았을 거야.”문시윤의 몸이 움찔했다.“그렇게까지 날 미워하는 거야?”나는 차갑게 웃었다.“미워하냐고? 문시윤, 넌 내 사랑을 받을 자격도, 미움을 받을 자격도 없어. 내겐 그냥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고! 다시 한번이라도 찾아오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그날 이후로, 문시윤을 다시 볼 일은 없었다.나중에 그가 우리 집에서 돌아가던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크게 다쳤다는 걸 듣게 되었다.문시윤은 병상에 누워 내 이름을 부르며, 내가 와 주길 바랐다고 한다.결혼식에서 내 할머니가 피를 토하실 때 차갑게 외면했던 그의 어머니가, 뻔뻔스럽게도 전화를 걸어와 병원에 가 보라고 요구했다.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리고 문시윤은 이수희를 가만두지 않았다. 문시윤이 그녀의 집안을 통째로 인수해 버린 탓에, 결국 이수희 집안은 파산했고 이수희는 비참하게 무너지게 되었다.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사무실에서 야근 중이었다. 잠깐 멍하니 생각에 잠겼던 내게 누군가 갑자기 커피 한 잔을 건넸다. 나는 고개를 들어 웃으며 말했다.“대표님께 직접 커피를 타 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전우철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열심히 야근하는 것 같아서, 좀 보상해 주고 싶었어요.”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물었다.“아리 씨, 정말 그 사람 병문안 안 갈 거예요?”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곤 대답했다.“제 눈엔 이제 그냥 남남일 뿐이야. 그 사람이 죽든 살든 나와는 상관없어요.”“커피 맛은 어때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맛있네요.”전우철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바보같이 웃었다.“그럼 앞으로 매일 직접 타 드릴까요?”나 역시 웃음을 지었다.전우철은 내 앞에서 단 한 번도 허세를 부리지 않는 사람이다. 가끔 허술해 보일 정도로 순진했기에 오히려 귀여울 정도였다.한 달
이수희는 목이 졸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살려줘요...”문시윤은 그녀가 숨을 멎기 직전에 손을 놓았다. 그리고 험악한 눈빛으로 말했다.“이수희, 절대 널 죽게 두지 않을 거야. 앞으로 살아 있는 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줄 거야!”나는 그 장면을 지켜보며 복수의 쾌감을 느꼈다. 이수희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였다.나는 전우철을 바라봤고, 곧 그와 함께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병실에서 나왔다.밖에서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쏟아지는 빗물을 하염없이 바라보자, 유산한 날 병원에서 뛰쳐나왔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런 폭우가 내렸었다.전우철은 내게 문 앞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차를 몰고 오겠다며 사라졌다.그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문시윤이 서둘러 달려 나왔다.“아리야, 가지 마.”문시윤은 눈가가 벌겋게 충혈된 채로 내게 말했다.“정말 미안해. 너한테도, 우리 아이한테도... 전부 이수희가 날 속인 탓이야.”이수희가 밉기는 했지만 그녀에게 농락당한 문시윤이 어리석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둘 다 용서할 수 없었다.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이수희는 죽어 마땅하다지만, 너라고 다를 건 없어, 문시윤.”문시윤은 갑자기 손으로 자기 뺨을 세차게 때렸다.“아리야, 잘못했어. 모두 내 잘못이야. 부탁이야, 한 번만 기회를 줘.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이번엔 절대 널 실망시키지 않을게.”나는 차갑게 웃은 뒤 쏘아붙였다.“문시윤, 정말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넌 이수희를 구하려고 일부러 나한테 접근했던 거잖아. 그런데 지금 와서 무슨 자격으로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는 건데?”문시윤은 다급하게 변명했다.“처음에 다른 의도가 섞여 있었던 건 인정해. 하지만 나중엔 진심으로 널 사랑하게 됐어. 결혼식도 진심으로 올리고 싶었어.” “그리고 난 이수희 안 사랑해. 다만 예전에 이수희가 내 목숨을 구해 줬으니까, 은혜를 잊을 수 없었어. 나는 이수희가 진짜 아픈 줄 알
나는 차가운 시선으로 문시윤을 바라보았다.“자격 없는 쪽은 바로 너야, 문시윤.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어.”문시윤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잊었나 본데, 우리 아직 이혼 안 했어. 그러니까 넌 내 아내야.”그 말에 나도 아직 이혼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다.“문시윤, 네가 계속 이혼을 거부한다면 소송을 걸 수밖에 없어.”이 말을 남기고, 나는 전우철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다음 날, 문시윤이 회사로 날 찾아왔고, 옆에는 이수희가 따라와 있었다.“신아리, 수희의 병이 다시 악화됐어. 네 피가 필요하니 나랑 H시로 돌아가자.”그러곤 곧장 내 팔을 붙잡았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문시윤, 손 치워.”그러자 전우철이 사무실에서 나와, 재빨리 날 자기 뒤로 숨기며 물었다.“문 대표님,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이수희는 전우철을 보자 또 이간질을 시작했다.“시윤 오빠, 아리 언니가 이렇게 빨리 새 남자친구를 찾을 줄은 몰랐네요? 불쌍한 우리 오빠는 언니 찾아다니느라 고생만 했는데...”나는 이수희를 비웃듯 바라보며 말했다.“이수희 씨, 눈이 멀었어요? 주 대표님은 내 상사라는 게 안 보이시나 봐요?”문시윤은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신아리, 얼른 가자. 반드시 수희를 살려야 해.”나는 팔짱을 낀 채, 우쭐대는 이수희를 힐끗 쳐다보았다. 절대 예전처럼 그녀가 날 못살게 구는 걸 보고만 있진 않을 것이다.이번에야말로 그녀의 진짜 모습을 낱낱이 밝힐 생각이었다.“그래, 수혈은 해 줄게. 하지만 H시로는 안 가. 여기서 병원을 찾으면 되잖아.”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수희 표정이 바뀌더니 다급하게 외쳤다.“시윤 오빠, 전 H시로 돌아가고 싶어요! 거기에 제 담당 의사 선생님이 있잖아요. 여긴 싫어요. 절대 검사 안 해요!”그러나 문시윤은 그녀 말을 듣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H시까지 갔다 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니까 여기서 빨리 치료받는 게 낫겠어.”문시윤은 내 쪽으로 한 발 더 다가오며 내 손목을 잡았지만,
문시윤이 떠난 뒤, 나는 바로 퇴원 수속을 밟았다.그리고 깨끗한 묘지를 찾아 할머니를 모시고,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해드렸다.“할머니, 너무 보고 싶어요.”나는 해가 저물 때까지 할머니의 묘비 곁을 지키다가, 겨우 발길을 돌렸다.이제 이 도시에는 내가 그리워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나는 공항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할머니가 안 계신 지금, 내게는 집도 없고 어디로 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결국 아무 항공편 티켓을 사서 작은 도시에 도착했고, 조그만 방을 하나 얻어 살았다. 그리고 탁자 위에는 할머니 사진을 올려두었다. 마치 여전히 내 곁에서 날 지켜보고 계신 것처럼 느끼고 싶어서.그 사이 문시윤은 날마다 전화하고 메시지를 보내며, 어디 있는지 알려 달라고, 날 찾느라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나는 전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귀찮아져서 아예 핸드폰 번호까지 바꿔 버렸다.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난 후, 나는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학력도 높지 않고, 경력도 모자라다 보니 웬만한 큰 회사들은 날 뽑으려 하지 않았다.어느 날 오후, 또 한 번 면접에서 떨어져 맥 빠진 채 건물 밖으로 나오는데, 부주의하게 어떤 사람과 부딪쳤다. 나는 급히 쪼그리고 앉아 떨어진 서류를 주우며 말했다.“죄송합니다.”그 남자는 반가워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당신이군요.”나는 고개를 들고 그를 의아하게 쳐다봤다.“저희 아는 사이였나요?”“절 기억 못 하시는군요?”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기억하면 됐죠.”인생이란 늘 예측 불가능하다.내가 방금 면접에서 떨어진 그 회사의 대표가 바로 이 사람이었다. 사실 우리 둘은 6년 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그때 남자는 사업에 실패해 돈이 한 푼도 없는 데다 배까지 고파서, 식당에 들어가 공짜로 국수 한 그릇만 줄 수 없겠냐고 물어봤는데 거절당했다.풀이 죽어 돌아서려던 그를 내가 붙잡고, 대신 국수를 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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