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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화.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22 07:44:30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전 9시.

주식 시장이 개장하자마자 붉은 경고등이 번쩍였다.

[속보] 한도전자, 5천억 규모 유동성 위기… 부도설 확산

[반도체 소재 사업 실패… 분식 회계 의혹 제기]

순식간에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호가창이 붉게 번졌고, 주가 그래프는 단 한 번의 반등도 없이 수직으로 곤두박질쳤다.

차상우 전무가 야심 차게 밀어붙였던 반도체 소재 사업은 실체보다 기대감이 앞선 도박에 가까웠다.

그 손실을 감추기 위해 끌어다 쓴 계열사 자금은 이제 부메랑이 되어 그룹 전체의 목을 조이고 있었다.

한도오토링크 대표실에서 수혁은 모니터에 떠 있는 한도전자의 주가 그래프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급격히 꺾여 내려가는 파란 선.

누군가에겐 파국의 신호였지만,

그에겐 계산이 끝난 결과였다.

그는 천천히 의자에 등을 기댔다.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한 번 두드렸다.

“타이밍, 정확하네.”

낮게 중얼거리며 펜을 내려놓았다.

그 순간,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두툼한 파일철을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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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12화.

    강민재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한도전자 일은 들었겠지.“예. 보고 있습니다.”— 그놈이 회사를 먹으려고 들어왔네.강민재는 대답하지 않았다.차윤호의 다급함이 수화기 너머에서도 느껴졌다.한도전자는 강민재에게도 중요했다.차윤호와 여러 가지 일을 해 오는 동안 한도전자는 좋은 먹잇감이었다.돈도, 정보도, 필요할 때마다 빼먹을 것이 많은 곳이었다.그런 곳을 차수혁에게 넘어가게 둘 수는 없었다.더구나 놈이 안쪽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곤란해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그리고 두 사람이 물고 뜯는 동안, 다른 곳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었다.그 틈이라면 서린을 다시 제 쪽으로 끌어올 기회도 생길 것이다.강민재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걸렸다.“제가 뭘 해드리면 됩니까.”— 시간이 필요하네.“해 보죠.”***오후 2시. 한도전자 본사 20층, 대회의실.긴급 이사회가 열린 회의실은 숨 막히는 정적에 잠겨 있었다.유리창 너머로는 본사 로비를 점거한 채권단의 고함이 낮게 울려 퍼졌고, 안에서는 이사들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이게 대체 무슨 경영입니까!”“언론에 다 터졌습니다. 더 숨길 것도 없어요!”상석에 앉은 차윤호 회장은 핏발 선 눈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조용히 해! 다들 입 안 다물어?”사외 이사 한 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회장님, 입 다물고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당장 내일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하면 법정 관리입니다. 대안이 있으십니까?”차윤호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그, 그건… 금융권과 다시 협의 중이니—”“이미 상환 연장 거부 공문이 왔습니다.”다른 이사가 말을 잘랐다.“더는 미룰 수 없습니다.”그 순간, 차상우가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이번 반도체 소재만 납품되면 해결됩니다. 이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이지, 실패가 아닙니다!”회의실 곳곳에서 한숨과 냉소가 터져 나왔다.“납품처 세 곳이 이미 부도났습니다.”“분식 회계 의혹까지 제기됐는데, 이걸 어떻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11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전 9시.주식 시장이 개장하자마자 붉은 경고등이 번쩍였다.[속보] 한도전자, 5천억 규모 유동성 위기… 부도설 확산[반도체 소재 사업 실패… 분식 회계 의혹 제기]순식간에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호가창이 붉게 번졌고, 주가 그래프는 단 한 번의 반등도 없이 수직으로 곤두박질쳤다.차상우 전무가 야심 차게 밀어붙였던 반도체 소재 사업은 실체보다 기대감이 앞선 도박에 가까웠다.그 손실을 감추기 위해 끌어다 쓴 계열사 자금은 이제 부메랑이 되어 그룹 전체의 목을 조이고 있었다.한도오토링크 대표실에서 수혁은 모니터에 떠 있는 한도전자의 주가 그래프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급격히 꺾여 내려가는 파란 선.누군가에겐 파국의 신호였지만,그에겐 계산이 끝난 결과였다.그는 천천히 의자에 등을 기댔다.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한 번 두드렸다.“타이밍, 정확하네.”낮게 중얼거리며 펜을 내려놓았다.그 순간,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두툼한 파일철을 든 서린이 들어왔다.“준비됐습니다, 대표님.”감정이 배제된, 정확한 보고였다.“채권단 매입 작업 완료했습니다. 우호 지분까지 합치면 30%를 넘습니다.현재 한도전자의 실질 최대 채권자는 한도오토링크입니다.”수혁의 시선이 천천히 서린에게 닿았다.“민우는.”“법적 검토 마쳤고, 이사회장 앞에서 대기 중입니다.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건도 충족됩니다. 절차상 하자는 없습니다.”수혁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재킷을 걸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저 건물 어딘가에서는 지금 공포가 번지고 있을 것이다.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리고, 책임을 떠넘기는 고함이 오가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조급하지 않았다.이 싸움은 오늘 시작된 게 아니었으니까.풍선은 이미 충분히 부풀어 있었다.그는 단지, 터지는 순간을 기다렸을 뿐이었다.수혁이 고개를 돌려 서린을 바라봤다.“가자.”수혁이 먼저 문을 나섰고, 서린이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같은 시각, 한도전자 회장실의 문이 거의 부서질 듯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10화.

    서린은 잠시 멍하니 수혁을 바라보다가—푸흡-작게 웃음이 터졌다.“웃어?”“대표님, 도윤이 말이에요.”“어, 도윤인지 도분인지.”“제 동생이에요.”수혁의 숟가락이 허공에서 딱 멈췄다.“……뭐?”“친동생이요. 공도윤.”“동……생?”“네. 강민재가 제게 접근하니까, 남자친구인 척해준 거예요.”“하―”수혁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이마를 짚었다.그리고 잠시 후.“푸하하하하!”박장대소를 터뜨렸다.식탁이 들썩거릴 정도로 시원한 웃음이었다.“와- 대박이다 진짜.”눈가를 닦으며 말을 잇는다.“그럼 강민재 그 새끼, 어제 처남한테 질투하고 시비 건 거야?”다시 웃음이 터졌다.“와- 새끼, 완전 물먹었네. 꼴 좋-다.”방금 전까지의 묵직한 긴장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연하남이 아니라 처남이라니.세상에 이렇게 반가운 소식이 또 있을까.“그럼 굳이 밝히지 마.”수혁이 여전히 웃음을 참지 못한 채 말했다.“그 새끼한테는 계속 오해하게 둬. 너 양다리 걸치는 나쁜 여자라고 욕하면서도 못 놓는 꼴— 상상만 해도 재밌다.”“너무 좋아하시는 거 아니에요?”“당연하지.”수혁은 장난기 어린 눈으로 서린을 봤다.“처남이었으면 어제 밥이라도 사 먹여서 보냈을 텐데. 나중에 같이 보자. 제대로 인사해야지.”서린도 따라 웃었다.어제의 피비린내 나는 밤과 카페의 싸움, 경찰서까지 이어진 소란이,이 아침 웃음 속에서 조금은 멀어지는 것 같았다.두 사람이 나란히 차를 타고 출근길에 올랐다.수혁의 차가 한도오토링크 정문 앞에 멈췄다.“먼저 내려. 난 주차장으로 갈게.”“네.”서린은 차에서 내려 옷매무새를 다듬었다.엘리베이터 앞에서 김다은 대리가 서린을 보고 반갑게 인사하려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어? 부장님!”“어, 김 대리. 좋은 아침.”“부장님…… 어제 그 옷 아니에요?”김 대리의 시선이 서린의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위아래로 훑었다.“… 집에 안 들어가셨어요?”주변에 있던 직원들의 귀가 쫑긋 세워지는 게 느껴졌다.서린은 침착하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09화.

    커튼 틈으로 새어 들어온 아침 햇살이 침대 위를 길게 비췄다.수혁은 천천히 눈을 떴다.낯선 천장이었지만, 옆에서 느껴지는 온기 때문에 낯설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서린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헝클어진 머리카락,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어깨, 그리고 붉게 부어오른 입술.어젯밤의 격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흔적들이었다.수혁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서린의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부드러운 살결이 손끝에 닿았다.쪽.그는 서린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으음…….”서린이 작게 뒤척였지만, 깊은 잠에 취해 깨어나지는 못했다.수혁은 시계를 확인했다.오전 7시.출근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다.‘좀 더 자게 둬야겠네.’그는 소리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바닥에 흩어진 옷가지들을 줍다가, 문득 어제 일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서로를 탐하느라 정신없었던 밤.그 기억이 온몸을 짜릿하게 만들었다.수혁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민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이제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다. 준비해. 나중에 보자.]짧은 문장이었지만, 담긴 의미는 무거웠다.한도전자 인수.강민재가 서린을 노리기 시작했고, 한도오토링크를 흔들며 자신을 공격해 오고 있다.방어만으로는 부족하다.‘지켜야 하니까.’수혁은 방문 너머 잠든 서린을 떠올리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그리고는 부엌으로 향했다.냉장고를 열어보니 다행히 지난번에 사둔 포장된 국이 냉동실에 있었다.황태국이었다.어제 술도 마셨고, 무엇보다 체력을 많이 썼으니 해장이 필요할 터였다.그는 능숙하게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냄비에 국을 데웠다.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와 구수한 냄새가 집 안을 채웠다.반찬까지 정갈하게 챙겨 식탁에 올린 뒤, 그는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서린은 여전히 이불속에 파묻혀 있었다.수혁은 침대에 걸터앉아 서린의 뺨을 톡톡 두드렸다.“일어나, 공 부장. 지각한다.”“으으…….”“아침 먹고 가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08화.

    그의 눈빛은 상처받은 짐승처럼 날카롭고 슬펐다.화가 난 건 강민재 때문만이 아니었다.자신이 그렇게까지 곁에 있겠다고 했는데도, 서린은 또 다른 남자를 앞에 세웠다.위험하면 같이 버티자고 했고, 무슨 일이 생겨도 혼자 감당하지 말라고 했다.그런데 돌아온 건 또다시 밀어내는 일이었다.수혁에게는 그게 거절보다 더 지독하게 느껴졌다.자신은 아직도 그녀가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같아서.“그런데 너는, 항상 마지막 순간에 도망가. 그것도 딴 놈을 방패막이 세워서.”그는 카페에서의 상황을 오해하고 있었다.서린이 도윤을 이용해 자신을 밀어내려 했다고, 혹은 정말로 양다리라고 생각하는지도 몰랐다.“지금 병원으로 가시겠어요?”“싫어”“상처가 덧나기전에 치료를 해야 해요.”“내 걱정하는거야?”“... ... ”“집으로 가. 별거 아니야.”서린은 핸들을 꽉 쥐었다.그의 터진 입술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전부 자신의 죄처럼 느껴졌다.그를 지키고 싶어서 밀어냈는데, 결과적으로 그를 진흙탕에 끌어들이고 말았다.서린은 수혁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도어록을 열고, 비틀거리는 그를 부축해 거실 소파에 앉혔다.조명이 켜지자, 수혁의 얼굴이 더 선명해졌다.입술이 터져 있었고, 광대뼈 아래가 푸르게 올라오고 있었다.“약 상자 어디있어요?”“집에 가.”서린은 대답 대신 거실 서랍을 하나씩 열어봤다.없었다.“주방에 있어요?”서린이 주방으로 가려 하자 수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기다려.”수혁이 약상자를 꺼내오자 서린이는 그것을 낚아채듯 받아 들었다.뚜껑을 열고 약솜에 소독약을 적셔 그의 입가에 조심스럽게 가져갔다.수혁이 고개를 살짝 틀었다.“건들지 마.”“상처 덧나요.”“놔 둬.”서린의 손이 잠시 멈췄다.“왜 그런 표정이야.”수혁이 낮게 물었다.“미안해서?”“…대표님.”“그 자식이 뭐라 하든, 네가 뭐라 하든 상관없어.”그가 피 묻은 입술을 손등으로 거칠게 훔쳤다.“근데.”눈이 정면으로 꽂혔다.“내가 밀어내지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07화.

    카페 안의 공기가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수혁의 시선은 서린의 어깨에 올려졌던 도윤의 손을 스쳐, 비릿하게 웃고 있는 강민재에게 고정되었다.“이게 무슨 상황입니까.”낮게 깔린 목소리.그 한마디에 도윤이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강민재는 턱을 괴고 앉은 채 느긋하게 수혁을 올려다보았다.“보시는 대롭니다, 차 대표님.”그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공 부장님 관리가 좀 느슨하신 거 아닙니까?”“……뭐?”“아니, 며칠 전엔 대표님이 남자친구라더니, 오늘은 또 다른 연하남이랑 애틋하시길래요. 그림이 아주 다채롭네요.”혀를 찬다.“알고 계셨습니까? 공 부장님 취향이 이렇게 화려한 거.”노골적인 조롱이었다.‘공서린은 네 여자가 아니다’라는, 수혁의 자존심을 노리고 던지는 칼날.서린이 입을 열려는 순간, 수혁이 먼저 움직였다.“재밌네.”차갑게 웃으며 한 걸음 다가섰다.“남의 사생활 걱정해 줄 시간에, 본인 앞가림이나 하시지.”강민재의 눈이 가늘어졌다.“무슨 뜻입니까?”“심재호 변호사. 누가 대줬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았나.”강민재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그러나 이내 웃음으로 덮었다.“대표님, 무슨 소릴 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모르는 척은 집에 가서 하시고.”수혁이 테이블에 손을 짚었다.낮은 음성이지만, 살기가 스며 있었다.“감옥에 있는 놈 부추겨서 회사에 흙탕물 튀기면, 내가 무너질 줄 알았어?”서린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지금… 여기서 그 얘기를 꺼낸다고?’강민재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차 대표.”이번에는 웃지 않았다.“근거도 없이 국회의원을 범죄자로 몰아가면, 그건 명예훼손입니다.”“국회의원?”수혁이 코웃음을 쳤다.“양아치가 뱃지 달았다고 신사가 되나.”“이 자식이!”의자가 뒤로 밀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두 사람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 줄 내가 모를 것 같아?”수혁의 눈이 번득였다.“나를 건드리면, 공 부장이 너한테 갈 것 같아? 웃기고 있네.”도윤은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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