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향연화: 핏빛 운명의 낙인

혈향연화: 핏빛 운명의 낙인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26
Oleh:  KRYSEBaru saja diperbarui
Bahas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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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너는 내 손으로 온전히 가질 수 없는 것인가.” *** 피비린내 나는 전장. 적이 된 남자가 전리품이 된 여자의 가녀린 허리를 움켜쥐며 나지막이 속삭인다. “난 절대 널 놓아주지 않는다. 네가 죽어 시신이 된다 해도 내 침상 위에 둘 것이다.” *** 태풍이 휘몰아치던 바닷가. 금기의 의술을 쓰는 고결한 꽃, 정명공주. 그녀가 바다에서 건진 사내는 잔혹한 무사이자 적국의 쇼군이었다. 금단의 사랑. 두 사람은 목숨마저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적국의 침략자와 전리품으로 마주한 인연. 잔혹한 애증은 매일 밤 침상에서 지독한 정욕으로 표출되고 핏빛 낙인이 되어 운명의 굴레에 갇히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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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 1

제1화. 쇼군의 전리품

하늘에서는 시야를 먹먹하게 가릴 만큼.

함박눈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

포근하게 대지를 덮어야 할 순백의 설화 위로 붉은 선혈이 비명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비명과 칼날이 부딪히는 파열음.

고막을 찢을 듯 비극이 울려 퍼졌다.

낮은 초가집 사이 그 길을 따라.

얼어붙은 시신들이 구겨진 옷가지처럼 사방에 나뒹구는 지옥도의 한복판.

그 깊숙한 막다른 살육 현장의 끝.

서슬 퍼런 사츠마군의 칼날 수십 개가 한 여인을 에워싸고 있었다.

피비린내와 거친 사내들의 숨소리가 사방을 메우고.

절대절명의 순간,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그녀의 선택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때.

거대한 무리가 물을 가르듯 좌우로 갈라졌다.

공기의 흐름마저 얼려버릴 듯한 침묵 속.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수많은 살육을 지휘하는 무장이라기에는 사내의 인상은 너무도 선하고 고왔다.

백석(白石)처럼 하얗고 수려한 얼굴.

선이 고운 이목구비는 얼핏 보면 고결한 귀족 자제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그 고운 눈매 뒤에 감춰진 안광은 그 어떤 칼날보다 예리하고 차가웠다.

사츠마군 제1 선봉대, 부사령관 타카오.

그의 가죽 군화가 눈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정적을 깨웠다.

가까이 다가선 그가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여인을 빤히 쳐다보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겨우 의원인 여승 하나를 지키겠다고 이 많은 자들이 기꺼이 목숨을 바치다니.”

억울함과 분노로 잔뜩 붉어진 여인의 눈동자가 적국의 장수를 뚫어질 듯 노려보았다.

그때 타카오가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사내의 거대한 체구가 다가올수록 여인의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지만……”

“………”

“당신이 이 여민국의 공주라면 상황이 다르겠지요.”

허름하고 거친 회색 승복.

장신구 하나없이 단아하게 쪽진 머리.

초라한 차림새마저도 그녀의 기품을 결코 숨기지 못했다.

그때 먹구름 사이를 뚫고 낮게 드리워진 겨울의 반짝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와 앉았다.

햇빛을 정면으로 받은 그녀의 눈동자가 마치 정제된 금을 녹여낸 듯 농밀한 황금빛으로 번뜩였다.

쿵ㅡ!

이성보다 먼저 그의 심장이 낮게 요동쳤다.

그리고 ‘황금빛 눈동자’를 찾던 쇼군의 은밀한 명령이 그의 뇌리에 번개처럼 들이쳤다.

순간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쇼군의 은인이 여민국의 공주였단 말인가.]

그는 여인의 얼굴을 다시 한번 샅샅이 뜯어 보았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사람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절색의 아름다움.

그때 그의 예리한 촉이 슥 하고 귓가를 스쳤다.

[혹시…… 쇼군의 여인?]

타카오의 눈빛은 더욱 냉정하고 차갑게 굳어졌다.

그는 시선을 돌리며 낮게 읊조렸다.

“이 여자는 내가 데려가지. 쇼군(將軍)에게 상납하기 딱 좋은 제물이니.”

타카오의 서늘한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덩치 큰 병사들이 여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는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이미 등 뒤는 허물어진 돌벽. 막다른 길이었다.

도망칠 곳이 없음을 깨달은 순간, 여인의 눈이 매서워졌다.

그러더니 다가오는 병사의 허리춤에서 순식간에 단도를 빼앗아 들었다.

이대로 그들의 노리개가 될 수는 없었다. 차라리 죽음을 택하리라.

스윽ㅡ!

찰나의 망설임도 없는 결연한 손길.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이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사정없이 그어지던 그 순간.

타카오가 본능적으로 몸을 날려 그녀의 거침없는 손길을 막아섰다.

서걱ㅡ.

소름 끼치는 마찰음과 함께.

파고드는 칼날을 막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자신의 맨손.

타카오의 단단한 손바닥이 여인의 칼날을 힘껏 움켜쥐었다.

뜨거운 핏줄기가 하얀 눈밭 위로 후두둑 떨어져 붉은 구멍을 만들었다.

살이 잘려 나가는 고통에도 그의 표정에 동요조차 없었다.

오히려 여인에게 달려드는 부하들을 차분하게 손을 들어 물렸다.

“물러서라.”

눈앞에서 뚝뚝 떨어지는 침략자의 붉은 선혈.

마땅히 사그러야할 목숨이건만, 의원으로서의 본능은 순간 그녀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타카오는 그 틈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탁ㅡ!

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여인의 손에서 칼을 단숨에 빼앗았다.

하지만 여민국의 공주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질이 아니었다.

칼을 빼앗긴 그녀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자신의 혀를 힘껏 베어 물었다.

순식간에 탐스러운 입술 사이로 검붉은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타카오의 표정이 처음으로 거칠게 구겨졌다.

냉정했던 그의 이성이 순식간에 끊어져 여인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는 손에 흐르는 피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피 묻은 사내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작고 하얀 얼굴을 무자비하게 짓눌렀다.

이내 여인의 입술에서 고통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멈칫 없는 그의 손이 억세게 힘을 주어 그녀의 턱을 강제로 벌리자.

자결에 실패한 여인의 황금빛 눈동자에서 눈물 한 방울이 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순간, 타카오는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에 빠졌다.

비통함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그 신비로운 눈동자에 온 정신을 빼앗겼다.

지독하게 매혹적이고 위험한 아름다움.

평생 전장을 누비며 수많은 미색을 보아왔으나, 이토록 심장을 기묘하게 뛰게 만드는 존재는 처음이었다.

“으읍…!”

여인이 신음하며 밀쳐내려하자 그제야 타카오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손등에 닿은 눈물의 감촉이 불로 지진 듯 뜨거웠다.

심장이 기묘하게 뛰었다.

그는 서둘러 무명 손수건을 품에서 꺼내어 가녀린 숨을 내뿜는 그녀의 입안에 손가락을 밀어 넣으며 거칠게 재갈을 물렸다.

그 손끝에 닿는 그녀의 여리고 뜨거운 숨결 그리고 젖은 감촉.

낯선 자극이 척추를 타고 번지자 타카오의 굳은 눈빛에 미세한 균열이 일었다.

하지만 매정하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포승줄 대신 자신의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는 여인을 이끌고 사츠마군의 본거지인 낙성으로 향했다.

거대한 폭풍의 핵이자.

지독한 집착을 가진 괴물.

쇼군이 기다리고 있는 그 지옥을 향해.

타카오는 당당하면서도 초조한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번 전쟁의 최고의 전리품.

그것은 쇼군에게 바칠 가장 완벽한 제물이자.

동시에 그 자신마저 빠져들게 만들 핏빛 운명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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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편이 아쉽습니다 더 올려주세요
2026-09-12 13: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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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하나.
요스케 미쳤네ㅠㅠ 설마 중검 사용하는 건 아니죠?? 유진 언제 요스케 맘을 알아주나요? 불쌍해ㅠㅠ
2026-09-12 11: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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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YSE
KRYSE
작가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시는 독자님들께 읽으시면서 꿀팁 하나 드릴게요. 이 소설은 10회부터 과거서사와 현재가 떡밥과 떡밥 회수처럼 맞물려 반복됩니다. 그래서 빠르게 스크롤 하시면서 보시면 시제가 헷갈리실 수 있어요. 그곳에 저만의 장치를 넣어 두었습니다. 과거 즉 청사와 여민국에서의 쇼 요스케는 '요스케'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현재 즉 전장과 사츠마에서는 '쇼' 혹은 '쇼군'으로 시작합니다. 이름으로 시제를 구분하면서 보시면 더 편하게 즐기실 수 있으실 거에요. 제 작품을 선택해 주시고 즐겨주시는 독자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2026-09-11 09: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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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하나.
똑같은 주인공인데 세계관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가 너무 신선하고 재밌어요! 스토리도 너무 흥미진진해서 술술 읽혀요. 요즘 작가님 작품 보는 맛으로 삽니다ㅋㅋ...
2026-08-19 06: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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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해
해태해
이작가님 작품~애절로맨스 맛도리예욥! 주인공이름이 같아서 어?하고봤더니 같은작가님인데, 구성이 다른데 주인공이름이 같으니까 이쪽에서 아쉬운사랑이 저쪽작품에서 채워지고, 수위도 찐한데 저속하지않고 애절한사랑이 너무 다 재밌어요!
2026-08-13 12: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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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Bab
제1화. 쇼군의 전리품
하늘에서는 시야를 먹먹하게 가릴 만큼.함박눈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포근하게 대지를 덮어야 할 순백의 설화 위로 붉은 선혈이 비명처럼 흩뿌려져 있었다.사방에서 몰아치는 비명과 칼날이 부딪히는 파열음.고막을 찢을 듯 비극이 울려 퍼졌다.낮은 초가집 사이 그 길을 따라.얼어붙은 시신들이 구겨진 옷가지처럼 사방에 나뒹구는 지옥도의 한복판.그 깊숙한 막다른 살육 현장의 끝.서슬 퍼런 사츠마군의 칼날 수십 개가 한 여인을 에워싸고 있었다.피비린내와 거친 사내들의 숨소리가 사방을 메우고.절대절명의 순간,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그녀의 선택은 단 하나뿐이었다.그때.거대한 무리가 물을 가르듯 좌우로 갈라졌다.공기의 흐름마저 얼려버릴 듯한 침묵 속.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수많은 살육을 지휘하는 무장이라기에는 사내의 인상은 너무도 선하고 고왔다.백석(白石)처럼 하얗고 수려한 얼굴.선이 고운 이목구비는 얼핏 보면 고결한 귀족 자제를 연상케 했다.하지만 그 고운 눈매 뒤에 감춰진 안광은 그 어떤 칼날보다 예리하고 차가웠다.사츠마군 제1 선봉대, 부사령관 타카오.그의 가죽 군화가 눈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정적을 깨웠다.가까이 다가선 그가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여인을 빤히 쳐다보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겨우 의원인 여승 하나를 지키겠다고 이 많은 자들이 기꺼이 목숨을 바치다니.”억울함과 분노로 잔뜩 붉어진 여인의 눈동자가 적국의 장수를 뚫어질 듯 노려보았다.그때 타카오가 한 걸음 더 다가섰다.사내의 거대한 체구가 다가올수록 여인의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하지만……”“………”“당신이 이 여민국의 공주라면 상황이 다르겠지요.”허름하고 거친 회색 승복.장신구 하나없이 단아하게 쪽진 머리.초라한 차림새마저도 그녀의 기품을 결코 숨기지 못했다.그때 먹구름 사이를 뚫고 낮게 드리워진 겨울의 반짝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와 앉았다.햇빛을 정면으로 받은 그녀의 눈동자가 마치 정제된 금을 녹여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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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핏빛 빗장 너머의 비밀
“부사령관님, 오셨습니까?”낙성 부촌 자락에 위치한 유서 깊은 사대부 저택의 웅장한 대문.침략으로 원래의 주인들은 잔혹하게 도륙당해, 이제는 사츠마군의 임시 본거지에 당도했다.그때 기괴한 인상의 사내가 그림자처럼 다가와 머리를 조아렸다.사츠마군의 책사이자, 기괴한 영감(靈感)을 지닌 눈먼 사내.그는 맹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타카오의 손아귀에 결박당한 채 서 있는 여인을 향해 고개를 틀었다.그리고는 무엇인가를 탐색하듯 코를 끙끙거렸다.사방에 진동하는 비릿한 전장의 피비린내 사이로 기묘하게 피어오르는 고결한 향취.“여인이군요. 그것도 아주 귀한 기운을 품은…”눈먼 사내의 희번덕거리는 눈동자가 여인을 훑자, 소름이 돋은 그녀가 몸을 바싹 웅크렸다.“오늘 밤 쇼군(將軍)을 모실 포로입니까?”책사의 음산한 질문에, 타카오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졌다.그리고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쥔 손아귀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하지만 이내 감정을 완전히 지워버린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마도. 쇼군의 심기만 괜찮으시다면 그리되겠지. 그러니 자네는 서둘러 처소를 준비해 주겠나?”“그런데 이상하군요.”책사가 한 걸음 더 다가서며 허공의 냄새를 깊게 들이마셨다.“여인에게서 짙은 피비린내가 나는데, 혹시 어디 다치기라도 한 것입니까?”잠시 당황한 타카오가 입에 재갈을 물고 떨고 있는 그녀를 슬쩍 내려다보았다.핏기가 사라진 그녀의 입술 새로 흘러나온 선홍색 핏방울이 그녀의 하얀 턱을 타고 흘러 회색 승복을 적시고 있었다.“아시지 않습니까, 부사령관님. 상처 입고 피를 흘리는 여인은 불운을 가져오는 법입니다. 모름지기 몸에 단 하나의 흉도 없는 깨끗하고 정결한 여인이어야만 쇼군의 그 강한 운기에 드는 액운을 막을 수 있습니다.”사내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이 공간의 모든 공기와 비밀을 꿰뚫어 보듯 집요하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게다가 이 여자에게선 단순한 계집의 것이 아닌 기묘하도록 고결한 향내가 나는데… 도대체 정체가 무엇입니까? 기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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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위태로운 핏빛 서약
푸확―!목이 잘린 단면에서.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뜨겁고 붉은 선혈이 하얀 창호지 문을 가차 없이 적셨다.순백의 종이 위에.기괴하고 잔인한 핏빛 동양화가 그려지는 순간.털썩. 털썩ㅡ.무거운 시신들이 바닥으로 무너지며 피비린내가 사방을 메웠다.갑작스러운 잔인한 살상에 여인은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너무 놀라 다리가 완전히 풀린 채, 붉은 피가 흥건하게 번져나가는 바닥 위로 털썩 주저앉았다.이 사내는 미쳤다.아군마저 망설임 없이 도륙하는 잔혹한 살인귀였다.고운 얼굴 위로 튄 핏방울이 그의 하얀 피부와 대조를 이루며 기괴할 정도로 선명하게 흘러내렸다.사내는 이번에도 옷과 얼굴에 묻은 피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이내 마당 구석에 있던 커다란 수레에 시신들을 능숙하고 신속하게 실었다.그리고는 거친 짚더미를 가져와 그 위를 완벽하게 덮었다.오직 자신을 제외하고는.이제 이 세상에서 그녀의 진짜 신분과 비밀을 아는 자들은 존재하지 않았다.처참하고 비릿한 흔적을 완벽하게 지워내자마자.타카오가 마당 한구석에 주저앉아 벌벌 떨고 있는 여인에게로 성큼 다가왔다.그의 군화 바닥에 묻은 피가 걸을 때마다 끈적이는 소리를 냈다.제발 다가오지 마라. 이 살인마.밀려드는 압도적인 두려움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당장이라도 자신의 살점을 가를 것 같았다.그때.타카오의 커다란 손이 여인의 가녀린 허리와 무릎 뒤편으로 조심스럽게 파고들었다.기이할 정도로 부드럽고 역할 정도로 피비린내가 났다.그때 그가 그녀의 몸을 가볍게 안아 들었다.사내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와 묵직한 심장 박동이 그녀의 몸에 그대로 전해졌다.소름이 돋고 숨이 막혔다.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 살인자의 이중성.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그는 안채에 위치한 자신의 방으로 그녀를 데려갔다.안으로 들어서자 그녀를 방 한가운데 폭신한 보료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그러고는 별안간 그녀의 손목과 발목을 밧줄로 단단히 묶어 결박했다.그는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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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파괴신의 역린(逆鱗)
삼경(밤 11시~새벽 1시)을 넘긴 깊은 밤.부촌의 고요한 공기가 수천 명의 군화 소리로 거칠게 찢겼다.지독한 피비린내와 흙먼지.그리고 피칠갑을 한 사내가 대규모의 정예 부대를 이끌고 기와집으로 들어섰다.8척의 장수.어둠의 악귀처럼 사방으로 휘날리는 밤의 칠흑같은 긴 머리카락.진한 수컷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깊은 눈매와 날카로운 턱선.높은 콧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범접할 수 없는 압도감.전장을 짓밟고 온 핏빛 살기가 그의 숨결마다 잔혹하게 뿜어져 나왔다.지난 두 달의 치열한 전투는 그야말로 비인간적인 학살이자,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무자비한 속도의 진격이었다.그는 여민국의 심장인 낙성 도성을 함락시킨 것도 모자라 이미 서쪽의 국경 방어선인 서안성마저 단숨에 정복해 버렸다.'살아 있는 파괴신'적군의 전폭적인 지지와 광적인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선봉장.바로 그가 이 잔인한 전쟁의 구도자이자 지독한 집착을 품은 괴물.쇼 요스케(尙 洋介)였다.그가 붉은 피가 고여 흐르는 가죽 군화를 거칠게 디디며 저택의 대청마루로 들어섰다.칠흑 같은 흑발 사이로 드러난 그의 안광은 굶주린 맹수처럼 번뜩였다.그가 당당하고 거침없는 걸음으로 들어서자.최측근이자 심복인 부사령관 타카오가 가장 먼저 그에게 허리를 깊게 숙였다.늘 평정을 유지하던 타카오의 얼굴이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었다.그의 미세하게 떨리는 호흡마저 쇼는 놓치지 않았다.하지만 먼저 섣불리 내색하지 않았다.그리고 묵직한 갑옷의 끈을 풀었다.철제 갑주가 바닥에 부딪히며 무거운 파열음을 냈다.땀과 피로 젖은 얇은 적삼을 드러낸 그가 나직하고 서늘하게 물었다.“천황께서 서신이라도 보낸 건가.”“네. 천황께서 2주간의 전례 없는 승전보에 매우 기뻐하신다는 전언입니다.”쇼가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거칠게 실소했다.“그럼 된 거 아닌가? 천황이 저리 뭣도 모르고 기뻐하는데. 자네 얼굴은 왜 죽을 상이지? 뭐 다른 불길한 기색이라도 있는 것처럼 굴어?”“……아닙니다.”쇼군의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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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구원(救援)의 낙인
혼자 남겨진 거대한 방 안.쇼는 흑색 하오리를 대충 걸친 채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움켜쥐었다.[나의 빛. 나의 구원.]그녀가 드디어 그의 손아귀에 들어왔다.얼마 후.저 멀리 복도 끝에서 타카오의 발자국 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들려왔다.뽀드득거리는 그 작은 기척 하나만으로도.쇼의 심장이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치듯 요동치기 시작했다.천하를 가졌으나, 그녀 하나를 갖지 못해 미쳐가던 사내의 눈에 열망과 광기가 뒤섞였다.달칵―.“쇼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문밖에서 타카오의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와.”쇼가 마른침을 삼키며 허락하자 문이 열렸다.방 안으로 들어선 타카오의 눈에 하얗게 질려 있는 쇼군의 안색이 들어왔다.평생을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 그를 주군으로 모셔왔다.그는 사츠마의 가장 잔인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무사였다.그런 그에게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극도로 초조하고 절박한 모습.단 한 명의 여인을 앞두고, 수 천의 피를 묻힌 괴물 같은 그가 사시나무 떨듯 흔들렸다.타카오는 순간 시선이 흔들렸다. 그리고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싸해졌다.“……모셔왔는가? 그녀는…… 밖에 있는가?”쇼의 목소리가 거칠게 갈라졌다.“네, 문밖에 바로 계십니다. 다만 쇼군께서 그분을 보시기 전에, 먼저 아셔야 할 듯하여 제가 먼저 안으로 들었습니다.”타카오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압송하는 과정에서, 제 부주의로 그분이 조금 다치셨습니다.”그 말에 쇼의 눈빛이 일순간 잔혹하게 가라앉았다.“다쳤다고? 어디를? 얼마나?”타카오를 유심히 살피던 쇼의 매서운 시선이 그의 오른손에 닿았다.칭칭 감겨 있는 하얀 붕대 사이로 여전히 배어 나오는 붉은 피.쇼는 강한 손길로 타카오의 손목을 붙잡아 그의 상처부터 확인했다.거칠게 풀려나간 하얀 천 사이로, 그의 손바닥 살점이 깊게 베여 나가 있었다.그녀가 무기를 쥐었다면 아마도 단도였을 터. 타카오의 상처의 깊이가 뜻하는 바를 그가 모를 리 없었다.순간 쇼의 안광이 붉어져 흔들렸다.“그녀가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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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혈향(血香)의 구원
방 안으로 무거운 발을 디디는 순간.공간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압도적인 기류가 여인을 엄습했다.사방이 가로막힌 고택의 내실.까만 장막 뒤로 흔들리는 호롱 등불 하나만이 미약하게 비추는 방 안.그 어둠을 군림하며 우뚝 서 있는 사내의 시선.마치 살점을 파고들어 뼈를 으스러트리는 가혹한 쇠사슬과도 같았다.평화롭던 이 땅을 부수고 산천을 비명과 선혈로 물들인 적국의 수장.인간의 탈을 쓴 채 살육을 즐기는 지옥의 악귀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잔인무도한 괴물 앞에, 발가벗겨진 채 던져진 듯한 공포가 뼛속까지 시리게 파고들었다.한참 동안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그 아우라만으로도 거대한 절벽이자 거역할 수 없는 폭풍이었다.멀리서 서늘하게 살갗에 와닿는 그의 눈빛만으로도, 극심한 소름이 돋았다.징그러운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가혹한 침묵이 영겁처럼 흘렀다.마침내 미동도 없이 서 있던 사내가 움직였다.결박당한 채 바닥만을 향해 있던 그녀의 시야 안으로, 붉은 피가 거무스름하게 말라붙은 남자의 두툼한 맨발이 서서히 걸어 들어왔다.그가 발걸음을 디딜 때마다 묵직한 압박감이 방 안의 공기를 진동시켰다.여인은 혐오감과 두려움에 주춤주춤 뒷걸음질쳤다.하지만 이내 단단하게 잠긴 방문에 가차 없이 가로막혔다.쿵 하는 소리가 그녀의 절망을 대변했다.더는 도망칠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완벽한 지옥의 끝.사내의 거대한 그림자가 바닥으로 향한 그녀의 시야를 완전히 집어삼켰다.이윽고 남자의 뜨겁고 비릿한 숨결이 이마에 닿을 정도의 거리.사내의 몸에 짙게 밴 지독한 피냄새와 위압감이 영혼까지 짓눌렸다.두려움과 증오가 참을 수 없이 치밀어올랐다.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그를 피해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떨렸다.그녀는 온몸을 방문에 기댄 채 겨우 버티고 서 있었다.여인의 얼굴이 달빛의 음영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기억 속 모습보다 훨씬 더 가냘프고 야위어 있었다.하지만 쇼는 찰나의 호흡만으로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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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차라리 도망치지, 널 부셔서라도
그녀의 두 번째 자결 시도.살점을 뜯긴 짐승의 처절한 절규.“だめだ. 안 돼……! 유진… 제발……! 안돼……!!!”결사적으로 막아서는 쇼의 목구멍에서 절박한 애원이 터져 나왔다.정복자의 오만함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지독한 고통과 광기로 얼룩진 한 사내가 그녀를 끌어안고 매달렸다.쿵ㅡㅡ!!!사내의 비통한 목소리가 귀에 박힌 순간.유진의 심장이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유리처럼 산산조각이 났다.이제는 잊혀진 자신의 사가(私家) 시절 이름을, 그 다정하고 아련했던 이름을 적국의 괴물이 애절하게 목놓아 부르고 있었다.순간 귓가를 스친 잔인하리치만치 익숙한 중저음.전신을 꿰뚫는 끔찍한 예감에 죽을 것 같았다.제발 아니기를. 절대 아니어야 했다.확인해야했다. 그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해야만 했다.두려움에 갇혀 굳게 감았던 그녀의 눈꺼풀이 힘겹게 열렸다.그리고 쇼의 까만 눈동자와 유진의 황금빛 눈동자가 부딪쳤다.쾅……!!!유진의 심장이 그대로 멈춰 버렸다.쇼는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망설일 이성 따위는 이미 그의 뜨겁게 달아오른 안중에 존재하지 않았다.가슴 시리게 파고드는 아린 고통이 그의 온몸을 관통했다.그것은 쾌락이자 동시에 지독한 형벌이었다.미처 놀랄 겨를도 없었다.자신을 헤집고 숨결마저 삼켜버리는 포악한 입맞춤에 공기가 차단된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갔다.눈앞의 시야가 가늘게 점멸했다.빳빳하게 굳어져 가던 유진의 몸에서 힘이 스르륵 빠졌다.바닥으로 무너지듯 주저앉는 유진.그녀의 작은 몸을 그가 자신의 품 속으로 받아 안았다. 그리고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성큼 걸어 들어갔다.화려한 사츠마의 황금빛 비단 보료가 깔린 내실의 안쪽.거친 포승줄에 묶여 결박된 여민국의 공주가 적국 장수의 침상에 비참하게 처박힌 채 가장 귀한 전리품으로 진상되었다.정신이 흐려졌다.어찌 그가…… 이럴 수 있단 말인가.흐려지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으며 모질게 고개를 돌려버렸다.헐떡이는 호흡 속에서도 그녀의 눈가에는 수치심과 증오가 칼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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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전쟁을 시작했던 이유
둘 만의 낙원이었던 청사(靑蛇)의 바다 너머.그녀를 포기하고 홀로 돌아서야만 했던 그 죽음보다 더한 지옥 속에서 그는 매일 밤 자신의 목을 조르는 후회로 제 살을 깎아내고 피를 말렸다.그 끔찍한 심연을 두 번 다시 반복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차라리 온 세상을 불바다로 만들고 기꺼이 가장 잔혹한 괴물이 되기를 선택했다.오직 그녀를 다시 제 품에 되찾겠다는, 광기 어린 일념 하나가 그의 영혼을 지탱하는 유일한 심장이었다.그렇게 삼 년, 천일이 넘도록 광풍(狂風)처럼 내달렸다.드디어 유일한 구원이자 오직 하나뿐인 자신의 여인을 품 안에 안았다.미칠 것처럼 그녀가 너무도 절실했다.자신을 징그러운 벌레 보듯 거부하고 혐오하는 그녀가 지독히도 미웠다.그럼에도 그녀의 보드라운 여린 살결을 만질 때마다, 온몸에 생기가 불길처럼 솟구쳐 죽었다 살아나듯 숨을 헐떡이는 자신이 가장 증오스러웠다.그녀의 품은 미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세월을 뜨겁게 보상받는 순간이었다.남자의 뜨겁고 축축한 숨결이 예민한 귓가를 스쳐 목덜미로 닿았다.유진의 애처롭고 가녀린 어깨가 가늘게 떨려왔다.“하루도 빠짐없이 네 이름을 부르며 피눈물을 흘렸다.”사냥감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직전의 맹수처럼, 사내의 안광에 짙고 어두운 소유욕이 일렁였다.“그래서 난 이 전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여민국을 통째로 집어삼켜서라도 널 가져야 했으니까.”오직 자신 하나를 소유하고 발밑에 묶어두기 위해.이 평화롭던 영토를 순식간에 피바다로 만들고 수많은 백성들을 도륙했다는 미친 고백.유진은 극심한 혐오에 경악하며 그를 더 절박하게 피했다.“이 아름다운 황금빛 눈동자로 나를 보아라. 저주해도 좋고 원망해도 좋으니.”쇼는 눈물과 피로 얼룩진 그녀의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집요하게 응시했다.“널 다시 가질 수만 있다면 그 대가가 지옥의 불길이라도 상관없다.”그의 눈은 광기로 완전히 뒤틀려 있었다.“난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놓아주지 않는다. 네가 죽어 시신이 된다 해도 내 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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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처음이자 마지막 주인
지난 삼 년의 세월 동안 오직 단 한 사람.유진만을 향해 딱딱하게 굳어 있던 그의 거대한 야성이 숨김없이 드러났다.사내의 압도적인 질량감이 유진의 하체를 완전히 조여왔다.이윽고 잔뜩 수축하여 막힌 듯 좁은 연약한 그녀의 속살 안으로, 그는 가차 없이 자신의 전부를 거칠게 밀어 넣었다.전신을 포 뜨듯 갈라버리는 끔찍한 파열통.눈앞이 아찔하게 흐려졌다.유진이 고개를 뒤로 꺾으며 찢어지는 비명을 내질렀다.“아으윽……! 아, 윽!”순간 쇼는 선명한 저항을 느꼈다.가혹할 정도로 빽빽하게 조여드는 가로막힌 정결한 경계.사내의 뜨겁게 달아오른 중심의 끝에 그녀의 처녀성이 위태롭게 맞닿았다.단 한 번도 더럽혀지지 않은 그녀의 완벽한 순결이 그의 몸 아래에서 울고 있었다.삼 년 전 약조되어 있던 왕실의 국혼을 치르지 않았단 말인가.멈춰 버린 호흡 사이로 미칠 듯한 구원의 전율이 척추를 꿰뚫었다.그는 고통으로 짓이겨진 유진의 붉은 입술을 간절하게 훔쳐냈다.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선혈이 진득하게 그의 입 안에 섞여 들었다.그는 애닳은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난 자네의 온전한 전부를 원한다. 그리고 네 모든 생의 유일한 주인이 되어야겠다. 유진, 너의 처음도 그리고 마지막 숨결까지도 전부 나의 것이다.”화로의 붉은 불빛 아래.그녀의 몸과 순결을 침범한 그의 거친 몸짓이 다시금 자비 없이 시작되었다.여인의 깊은 살결을 사정없이 짓누르는 사내의 묵직한 무게감과 난폭하게 쳐올리는 움직임이 점점 더 빠르고 격렬해졌다.유진의 가녀린 몸은 거센 폭풍우 속에 내던져진 가냘픈 꽃잎처럼 위태롭게 침상 위를 나부끼며 흔들렸다.남자가 내쉬는 거친 숨소리 사이로 야수 같은 신음이 진득하게 섞여 나왔다.막다른 벼랑 끝에 내던져진 공주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여러 번 처절하게 반복됐다.이내 아픔은 애처로운 흐느낌으로 잘게 부서져 내렸다.그의 존재가 잔뜩 조여진 젖은 내벽을 터질 듯이 꽉 채우고 채웠다.배신감에 치가 떨려야 하는데…… 그저 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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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거친 파도가 남긴 숨결
거친 폭풍이 한차례 잔혹하게 휩쓸고 간 청사(靑蛇)의 바닷가는 여전히 거친 바람에 사납게 울부짖고 있었다.하늘과 경계가 모호해진 회색빛 바다는 세상 전부를 집어삼킬 기세로 집채만 한 파도를 쉴 새 없이 몰고 왔다.거대한 절벽을 때리는 파도는 하얀 포말을 쉴새없이 뿜어냈다.귀를 찢을 듯한 파도 소리와 해변의 몽돌이 와르르 구르는 소리가 온 세상의 청각을 마비시켰다.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기괴한 수마(水魔)의 음산한 분위기에 압도당한 듯.유진은 발이 묶인 채 몽돌 해변에 홀로 서 있었다.바로 그 요란한 침범의 틈새에 찾아온 정적.스르륵―. 촤아악ㅡ.검은 바닷물이 한차례 물러간 자리.저 멀리 파도의 퇴로 끝에 걸려 해안가 안쪽으로 거대한 형체 하나가 거칠게 밀려들었다.그리고 새하얀 거품 속에 드러난 것은 처참하게 널브러진 사내의 육체였다.미동조차 없는 육신은 멀리서 보아도 이미 혼백이 떠나버린 송장과 다름없었다.순간.파도 소리에 멍하게 넋이 나간 유진의 정신이 번개라도 맞은 듯 번쩍 깨어났다.그녀의 본능이 사지를 움직였다.유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차갑고 거센 바닷물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었다.허벅지까지 차오르는 파도의 저항을 뚫고 사내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주저없이 그녀는 그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어마어마한 무게감이었다.물에 젖어 무겁게 가라앉는 사내의 거구를 이를 악물고 황급히 물 밖으로 끌어당겼다.몽돌이 구르는 해변 위로, 사내를 똑바로 눕히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유진은 다급하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사내 위로 상체를 숙였다.젖은 사내의 뺨 위에 자신의 귀를 바짝 대고 호흡을 확인했다.하지만 단 한 자락의 미약한 숨결도 느껴지지 않았다.곧바로 사내의 단단하고 넓은 가슴팍 위로 귀를 묻었다.두근…….아니, 그것은 자신의 심장 소리였다.차갑게 식어가는 사내의 가슴 어디에서도 생명의 박동은 들리지 않았다.목덜미의 맥박마저 완전히 멎어 있었다.유진의 아랫입술이 핏기가 가실 정도로 짓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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