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정녕 너는 내 손으로 온전히 가질 수 없는 것인가.” *** 피비린내 나는 전장. 적이 된 남자가 전리품이 된 여자의 가녀린 허리를 움켜쥐며 나지막이 속삭인다. “난 절대 널 놓아주지 않는다. 네가 죽어 시신이 된다 해도 내 침상 위에 둘 것이다.” *** 태풍이 휘몰아치던 바닷가. 금기의 의술을 쓰는 고결한 꽃, 정명공주. 그녀가 바다에서 건진 사내는 잔혹한 무사이자 적국의 쇼군이었다. 금단의 사랑. 두 사람은 목숨마저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적국의 침략자와 전리품으로 마주한 인연. 잔혹한 애증은 매일 밤 침상에서 지독한 정욕으로 표출되고 핏빛 낙인이 되어 운명의 굴레에 갇히게 되는데...
Lihat lebih banyak하늘에서는 시야를 먹먹하게 가릴 만큼.
함박눈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
포근하게 대지를 덮어야 할 순백의 설화 위로 붉은 선혈이 비명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비명과 칼날이 부딪히는 파열음.
고막을 찢을 듯 비극이 울려 퍼졌다.
낮은 초가집 사이 그 길을 따라.
얼어붙은 시신들이 구겨진 옷가지처럼 사방에 나뒹구는 지옥도의 한복판.
그 깊숙한 막다른 살육 현장의 끝.
서슬 퍼런 사츠마군의 칼날 수십 개가 한 여인을 에워싸고 있었다.
피비린내와 거친 사내들의 숨소리가 사방을 메우고.
절대절명의 순간,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그녀의 선택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때.
거대한 무리가 물을 가르듯 좌우로 갈라졌다.
공기의 흐름마저 얼려버릴 듯한 침묵 속.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수많은 살육을 지휘하는 무장이라기에는 사내의 인상은 너무도 선하고 고왔다.
백석(白石)처럼 하얗고 수려한 얼굴.
선이 고운 이목구비는 얼핏 보면 고결한 귀족 자제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그 고운 눈매 뒤에 감춰진 안광은 그 어떤 칼날보다 예리하고 차가웠다.
사츠마군 제1 선봉대, 부사령관 타카오.
그의 가죽 군화가 눈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정적을 깨웠다.
가까이 다가선 그가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여인을 빤히 쳐다보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겨우 의원인 여승 하나를 지키겠다고 이 많은 자들이 기꺼이 목숨을 바치다니.”
억울함과 분노로 잔뜩 붉어진 여인의 눈동자가 적국의 장수를 뚫어질 듯 노려보았다.
그때 타카오가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사내의 거대한 체구가 다가올수록 여인의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지만……”
“………”
“당신이 이 여민국의 공주라면 상황이 다르겠지요.”
허름하고 거친 회색 승복.
장신구 하나없이 단아하게 쪽진 머리.
초라한 차림새마저도 그녀의 기품을 결코 숨기지 못했다.
그때 먹구름 사이를 뚫고 낮게 드리워진 겨울의 반짝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와 앉았다.
햇빛을 정면으로 받은 그녀의 눈동자가 마치 정제된 금을 녹여낸 듯 농밀한 황금빛으로 번뜩였다.
쿵ㅡ!
이성보다 먼저 그의 심장이 낮게 요동쳤다.
그리고 ‘황금빛 눈동자’를 찾던 쇼군의 은밀한 명령이 그의 뇌리에 번개처럼 들이쳤다.
순간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쇼군의 은인이 여민국의 공주였단 말인가.]
그는 여인의 얼굴을 다시 한번 샅샅이 뜯어 보았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사람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절색의 아름다움.
그때 그의 예리한 촉이 슥 하고 귓가를 스쳤다.
[혹시…… 쇼군의 여인?]
타카오의 눈빛은 더욱 냉정하고 차갑게 굳어졌다.
그는 시선을 돌리며 낮게 읊조렸다.
“이 여자는 내가 데려가지. 쇼군(將軍)에게 상납하기 딱 좋은 제물이니.”
타카오의 서늘한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덩치 큰 병사들이 여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는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이미 등 뒤는 허물어진 돌벽. 막다른 길이었다.
도망칠 곳이 없음을 깨달은 순간, 여인의 눈이 매서워졌다.
그러더니 다가오는 병사의 허리춤에서 순식간에 단도를 빼앗아 들었다.
이대로 그들의 노리개가 될 수는 없었다. 차라리 죽음을 택하리라.
스윽ㅡ!
찰나의 망설임도 없는 결연한 손길.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이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사정없이 그어지던 그 순간.
타카오가 본능적으로 몸을 날려 그녀의 거침없는 손길을 막아섰다.
서걱ㅡ.
소름 끼치는 마찰음과 함께.
파고드는 칼날을 막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자신의 맨손.
타카오의 단단한 손바닥이 여인의 칼날을 힘껏 움켜쥐었다.
뜨거운 핏줄기가 하얀 눈밭 위로 후두둑 떨어져 붉은 구멍을 만들었다.
살이 잘려 나가는 고통에도 그의 표정에 동요조차 없었다.
오히려 여인에게 달려드는 부하들을 차분하게 손을 들어 물렸다.
“물러서라.”
눈앞에서 뚝뚝 떨어지는 침략자의 붉은 선혈.
마땅히 사그러야할 목숨이건만, 의원으로서의 본능은 순간 그녀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타카오는 그 틈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탁ㅡ!
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여인의 손에서 칼을 단숨에 빼앗았다.
하지만 여민국의 공주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질이 아니었다.
칼을 빼앗긴 그녀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자신의 혀를 힘껏 베어 물었다.
순식간에 탐스러운 입술 사이로 검붉은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타카오의 표정이 처음으로 거칠게 구겨졌다.
냉정했던 그의 이성이 순식간에 끊어져 여인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는 손에 흐르는 피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피 묻은 사내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작고 하얀 얼굴을 무자비하게 짓눌렀다.
이내 여인의 입술에서 고통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멈칫 없는 그의 손이 억세게 힘을 주어 그녀의 턱을 강제로 벌리자.
자결에 실패한 여인의 황금빛 눈동자에서 눈물 한 방울이 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순간, 타카오는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에 빠졌다.
비통함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그 신비로운 눈동자에 온 정신을 빼앗겼다.
지독하게 매혹적이고 위험한 아름다움.
평생 전장을 누비며 수많은 미색을 보아왔으나, 이토록 심장을 기묘하게 뛰게 만드는 존재는 처음이었다.
“으읍…!”
여인이 신음하며 밀쳐내려하자 그제야 타카오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손등에 닿은 눈물의 감촉이 불로 지진 듯 뜨거웠다.
심장이 기묘하게 뛰었다.
그는 서둘러 무명 손수건을 품에서 꺼내어 가녀린 숨을 내뿜는 그녀의 입안에 손가락을 밀어 넣으며 거칠게 재갈을 물렸다.
그 손끝에 닿는 그녀의 여리고 뜨거운 숨결 그리고 젖은 감촉.
낯선 자극이 척추를 타고 번지자 타카오의 굳은 눈빛에 미세한 균열이 일었다.
하지만 매정하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포승줄 대신 자신의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는 여인을 이끌고 사츠마군의 본거지인 낙성으로 향했다.
거대한 폭풍의 핵이자.
지독한 집착을 가진 괴물.
쇼군이 기다리고 있는 그 지옥을 향해.
타카오는 당당하면서도 초조한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번 전쟁의 최고의 전리품.
그것은 쇼군에게 바칠 가장 완벽한 제물이자.
동시에 그 자신마저 빠져들게 만들 핏빛 운명의 시작이었다.
요스케는 마침내 홀로 낙성 도성에 당도하였다.흙먼지로 뒤덮인 채 도성에 입성한 사내의 귀에 처음으로 들린 소문.그것은 잔인하게도 정명공주의 성대한 국혼이 곧 올려질 것이라는 벼락 같은 소식이었다.쿵―!요스케의 심장이 금세 급하게 요동쳤다.자신의 여인이 다른 사내의 품에 안긴다니.그녀는 나의 것이었다. 영원한 자신의 영혼이었다.빼앗길 수 없었다. 그녀를 놓았지만 미련은 쉬이 걷어지지가 않았다.야수 같은 정복욕이 핏속에서 들끓어 올랐다.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녀를 안아 쥐고 싶었다.하지만 공주는 이미 높고 삼엄한 구중궁궐 속에 갇혀 버린 후였다.아무리 천하에 가공할 무술을 지닌 최고의 무사라 한들.홀로 여민국의 궁을 뚫고 들어가 공주를 보쌈해 나오는 것은 명백한 자살 행위였다.피 말리는 갈등 속에서, 국혼의 날짜는 잔인하도록 가깝게 다가왔다.벼랑 끝에 선 그는 마침내 핏빛 선택을 내렸다.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려다 그녀를 처참하게 죽게 만들 것인가.아니면 그녀를 온전히 살려내기 위해, 제 심장을 짓밟아 도륙 낸 채 놓아줄 것인가.결국 사내는 지독한 절망 속에서 자신의 여인을 살려내는 쪽을 선택했다.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재화를 털어 궐내 궁녀에게 거대한 뒷돈을 쥐여주었다.그리고 마지막 서신을 차가운 손으로 써 내려갔다.달빛조차 스며들지 않는 궁궐 안 깊은 처소.유진의 손으로 은밀하게 전달된 거친 편지 한 장.스르륵—.새하얀 한지 위에는 요스케의 거친 숨결과 억눌린 서러움이 얼룩덜룩 배어 있었다.‘먼저 당신에게 비겁한 사죄의 말부터 전해야겠지. 당신 곁에 머물기에는, 난 당신을 지킬 힘도, 능력도 없는 이국의 무사일 뿐이오. 감히 당신을 원해서도 탐내서도 안 되는…….’글귀를 읽어 내려가는 유진의 손끝이 부르르 떨렸다.‘그런데 내가 잠시 지독한 헛꿈에 취해, 어찌저찌 여기까지 왔으나 결국 난 이렇게 당신을 포기하기로 결심했소. 미안하오. 지킬 수도 없는 약속으로 당신을 기다리게 해서.’흔들린 글씨체마다 짙게 남아있는
유진이 홀로 숨어있는 외딴 초가집의 상세한 위치가 담긴 혈서 한 장.부안대군은 마침내 초가집 구석에서 탈진해 가던 유진을 무사히 산 아래로 안전하게 데리고 내려왔다.그리고 그날 저녁.임시 처소 안으로 날아든 투서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부안대군은 종이 위에 거칠고 힘 있게 휘둘러진 특유의 서체를 확인하곤 단숨에 안면을 서늘하게 굳혔다.그는 곧장 유진의 침소로 가 장막을 걷어 올렸다.하지만 정작 여동생에게 산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왜 사츠마의 그자와 도망쳤는지 그 어떤 사소한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유진 역시 찻잔만을 바라볼 뿐이었다.어떤 구차한 변명도, 이유도 먼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그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부안대군은 유진의 속내를 모른 척 했다.대신 즉시 공주의 처소 주변 경호를 궐의 최정예 군사들로 삼엄하게 강화한 뒤, 그녀를 압송하듯 강제로 낙성궁으로 데려왔다.유진이 궁에 당도하기가 무섭게, 그는 폐하를 뵙고 대사헌 가문과의 국혼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폐하의 승인이 떨어진 공식적인 첩지를 하달받아 직접 유진에게 전달하였다.“일주일 후, 너의 국혼이 진행될 것이다.”그제서야 완강하게 닫혀 있던 유진의 붉은 입술이 마침내 서늘하게 열렸다.황금빛 눈동자에 서글픈 슬픔이 서려 있었다.“제발……… 국혼을 막아주셔요.”부안대군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이유가 무엇이냐, 정명. 왜 도망까지 치며 이리 완강하게 거부하는 게야?”“그저……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내 발로 걸어 들어가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정녕 그뿐이냐? 아니면 내게 말하지 못할…… 다른 은밀한 이유라도 가슴속에 있는 것이냐?”다그치는 오라버니의 시선을 그녀는 똑바로 받아치며 애써 냉정하게 대꾸했다.“없습니다. 헌데 국혼을 깨기 위해 거창한 이유라도 찾아내야 이 국혼을 막을 수 있는 건가요? 정 그렇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 이유를 만들테니, 막아 주세요.”“정명. 만약 네게 오라비인 내 정치적 입지에 이 국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아랫동네 저잣거리로 내려왔다.별다른 이상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평화롭고 한적한 시골의 소박한 상점들이 작게 늘어져 있었다.요스케는 서둘러 주변을 살피다 쌀과 기력을 보할 약간의 고기, 두꺼운 이불 한 채를 사서 말등에 실었다.바로 그 순간.저잣거리 한복판에 다급하게 방(榜)이 붙었다.이내 포도청 관군들이 사방으로 분주하게 대형을 짜며 움직이는 광경이 포착되었다.군사들의 틈새를 뚫고 벽보에 그려진 인상착의를 확인한 요스케의 검은 눈동자가 순간 거칠게 흔들렸다.벽보 위로 정갈하게 그려진 공주의 초상화.군사들의 포위망이 태산을 향해 사정없이 좁혀들고 있음을 확인한 순간.피가 바싹 말라붙어 온 몸이 타들어 가는듯 했다.생각보다 추적과 수색의 속도가 너무도 빨랐다.요스케는 급하게 말을 달려 태산 계곡을 향해 질주했다.하지만 이미 관군 무리가 숲의 초입과 계곡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었다.요스케는 이를 악물며 다시 말머리를 돌려 반대쪽 험준한 산고개 샛길로 내달렸다.하지만 잔인하게도 그곳마저 붉은 융복을 입은 왕실 경호대가 산길 입구를 촘촘하게 포위한 상태였다.사방이 거대한 인간의 덫으로 가득 차 있었다.요스케는 삿갓을 깊숙이 고쳐 쓰며 일단 다시 저잣거리 구석으로 후퇴했다.괜히 섣부르게 칼을 휘두르거나 깊은 산길에 말발굽 자국이라도 남겼다간 외딴 곳에 숨어있는 유진의 위치가 단숨에 발각될 터였다.요스케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아득한 겨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제발, 제발.이 가혹한 흔적들을 지워줄 거친 눈발이 다시금 쏟아지기를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야속하게도 차가운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하고 맑기만 했다.요스케는 다른 통로를 찾기 위해,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짐승처럼 주변의 절벽과 산세를 미친 듯이 겉돌았다.나흘째 되던 날까지.초가집 안에서 홀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유진을 향한 그리움에 피가 바싹 말라갔다.그리고 그는 이 태산 전체가 관군들에 의해 개미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할 만큼 철저하게 포위당했음을 직감했다.어
한참 동안 유진의 숨결을 남김없이 훔쳐내던 그가, 지난 밤 겨우 참았던 자신의 진심을 모조리 쏟아내었다.“자네를 미치도록 연모한다, 유진. 사내로 태어나 처음으로…… 청사의 해안가에서 널 만나기 전까지, 무엇도 나를 흔든 적이 없었다. 이토록 간절하게 원한 적도 없었다.”요스케의 거친 더운 숨결이 유진의 하얀 이마와 뺨 위로 사정없이 쏟아졌다.“그렇게 살아가던 나를, 죽음조차 두렵지 않았던 내가…… 너를 만나고 너를 보지 못할까 조바심을 내다 못해 기어이 두려움이라는 형벌을 알게 되었다. 널 내 아래 누이고 싶어서, 매일 밤 지옥 같은 갈증에 시달려야 했다. 네 품이…… 너무도 안온하고 행복해서 되려 무서울 만큼 난 널 미치도록 원한다.”그의 온 영혼이 담긴 고백.유진의 황금빛 눈동자에 순식간에 뜨거운 눈물이 고여 흘러내렸다.“지난 아홉 달 동안, 널 바라보는 것조차 죄스러워 힘들 만큼, 처음 마주한 그 순간부터 넌 내게 유일한 여인이었다.”그녀의 심장이 터져나갈 것처럼 세차게 두근거렸다.그녀는 그의 품에 더 깊게 파고 들며 애절하게 속삭였다.“당신은 내 삶에 찾아와 준 기적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완전한 행복이었고, 동시에 가장 거대한 아픔이었습니다, 요스케…….”유진이 요스케의 가슴 위로 얼굴을 묻으며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당신은 하늘이 제게 점지해 준 단 하나뿐인 운명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날 내 본래 이름인 유진으로 불러주는 유일한 지아비이십니다.”그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이 가녀린 공주, 아니 자신의 유일한 구원인 유진을 당장 온전히 정복해 제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미쳐서 파멸할 것만 같았다.야수 같은 소유욕이 사내의 하복부를 무시무시하게 옥죄어왔다.요스케는 허벅지 근육을 단단히 긴장시키며 그녀의 골반을 제 하복부 위로 바짝 밀착시켰다.그는 유진의 허리춤에 단단히 묶여 있던 저고리의 옷고름을 거친 손가락으로 가차 없이 풀어내렸다.단숨에 비단 옷자락이 양옆으로 벌어지며, 유진의 탐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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