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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Author: 서린화
황제가 손수건을 내밀었다. 금영은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하지만 입술만 꾹 앙다문 채, 받아드리진 않았다. 황제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 울거라."

황제가 낮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금영이 억울한 목소리로 되받았다.

"신녀가 언제 황후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까? 어찌 이리도 매섭게 신녀를 몰아붙이십니까?"

금영은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제야 황제도 반쯤 체념한 듯 다시 품 안에 있는 금영을 달래기 시작했다.

"그래, 짐이 다시는 그리 몰아세우지 않으마. 그러니 이만 눈물을 그쳐다오."

평소의 황제였다면, 여인이 우는 모습만 봐도 질색하며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금영에게만큼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금영이 황제를 올려다보며, 다시 한 번 고집스럽게 말했다.

"신녀는 궁에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황제가 낮게 대답했다.

"알겠다. 두 번 말할 필요 없다."

그는 자신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은 한 번도 생각지 못했다. 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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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30화

    소인은 밖으로 나갔지만, 당연히 종이연의 주인을 찾을 수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종이연을 들고 돌아와 아뢰었다.“마마, 밖에서는 이 연을 찾는 사람이 없사옵니다.”금영은 먼 곳을 바라보았다.붉은 옷을 입은 소년이 저 멀리 서 있었다.거리가 너무 멀었다.아니, 너무 멀어서 금영은 그의 얼굴에 어떤 표정이 떠 있는지조차 볼 수 없었다.금영은 손에 든 종이연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그렇다면 주인 없는 물건으로 여기고 날려 보내도록 하게.”금영의 목소리는 담담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귀비였다.그녀의 말 한마디면 누군가는 지체할 틈도 없이 움직여야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종이연에는 다시 줄이 묶였고, 금영에게 가져와졌다.금영은 종이연을 높이 들어 올린 뒤 줄을 감은 축을 천천히 돌렸다.초봄의 바람은 제법 거셌다.잠시 후.독수리 모양의 종이연은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위.”금영이 소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조금 전 소인은 종이연에 줄을 묶기 위해 가위를 가지고 왔었다.금영은 가위를 받아 들었다.그리고 바람 속에서 흔들리는 종이연을 바라보았다.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이내 마음을 굳혔다.찰칵.가위가 내려갔다.종이연의 줄이 끊어지는 순간.종이연은 순식간에 바람을 타고 멀어졌다.그리고 어느새 아득한 하늘 너머로 사라졌다.맹운산은 줄을 놓고 멀어지는 종이연을 바라보았다.그의 눈빛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이 깃들어 있었다.금영과 맹운산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그녀는 알 수 있었다.자신의 마음이 무거워진 것인지.아니면 맹운산의 감정을 느낀 것인지.그녀의 가슴에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답답함과 쓸쓸함이 남았다.입궁한 뒤.금영이 맹운산을 만날 때마다 마치 늘 한 가지 일을 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그의 마음을 끊어 내는 것.맹운산이 자신에게 품은 마음을 끊어 내는 것.금영도 알고 있었다.자신이 하는 일이 너무 잔인하다는 것을.하지만 맹운산이 품은 그 진심 어린 마음은 너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29화

    심연희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마마, 괜찮으시옵니까?”금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별일 없네.”심연희의 집에도 오라버니가 있었다.영안후부에 들어온 뒤, 그녀는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어째서 금영이 자신의 지아비와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가까운 사이였는지.그래서 금영과 배경천 사이에 있었던 지난 일들도 알게 되었다.심연희는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배경천 도련님께서는 군에 들어가시기로 하셨사옵니다. 내일 떠나신다고 하옵니다.”금영은 그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하지만 곧 생각해 보니, 그리 뜻밖의 일도 아니었다.배경천은 글공부에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예전에는 조부의 덕을 입어 벼슬길에 오를 수 있었지만, 이제 황제가 그 길을 막아 버렸다.배경천이 그저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며 살아가고자 한다면, 영안후부에서 그에게 밥 한 끼 내어주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하지만 분명했다.한때 누구보다 자존심 강했던 그 도련님은 그런 삶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군에 들어가는 것은 오히려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다만 조상의 비호를 벗어나 직접 군문에 들어간다면, 신병부터 시작해 한 걸음씩 올라가야 했다.그저 편하게 지내고자 한다면 모르겠지만, 배경천처럼 다시 일어서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온 힘을 다해 위로 올라가려 할 것이다.군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는 길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그러니 배경천이 조금 전 그런 말을 했던 것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금영은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좋은 환경에서만 살아온 도련님이 군영의 고생을 견딜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어쩌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지.”“가세. 나와 함께 좀 둘러보도록 하게. 다음에 다시 올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니.”금영이 심연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심연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영안후부는 이제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다.겉으로 보기에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하지만 조금만 자세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28화

    금영은 심연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때 배경천이 정자 근처까지 걸어왔다.금영은 심연희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해수에게 다른 수행 인원들을 조금 멀리 물려두라고 했다.그래서 배경천이 다가오자 해수가 직접 앞을 막아섰다.“배경천 도련님, 걸음을 멈추시옵소서.”해수가 차갑게 말했다.해수의 목소리에 금영과 심연희가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금영은 배경천을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좁혔다.배경천은 금영을 향해 말했다.“초민이 귀비마마를 뵙사옵니다. 초민이 귀비마마께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금영은 조금도 반가운 기색이 없었다.“본궁은 그대와 나눌 말이 없다.”심연희 역시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둘째 오라버니, 귀비마마께서는 조용한 것을 좋아하시니 더 이상 방해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배경천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하지만 그것은 분노 때문이 아니었다.오히려 깊은 후회와 아픔이 담긴 눈빛으로 금영을 바라보고 있었다.“금영아, 나는 떠나게 되었다.”“이번이 우리 두 사람이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만나는 날이 될지도 모른다.”배경천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금영은 더욱 깊게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목소리는 차갑기만 했다.“왜? 배경천 도련님께서는 큰 병이라도 얻으셨나?”“곧 죽기라도 하는 것인가?”배경천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잠시 후 그가 말했다.“네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그러니 여기서 말하겠다.”배경천은 계속해서 말했다.“최근 들어 많은 일을 깨달았다.”“나는 내 동생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해수는 금영의 표정을 살피며 그녀의 뜻을 짐작했다.그리고 차갑게 꾸짖었다.“방자하시옵니다.”“이곳에는 배경천 도련님의 동생이 없사옵니다.”“오직 귀비마마만 계실 뿐이옵니다.”금영은 해수의 말을 듣고도 바로잡지 않았다.배경천은 계속 말했다.“네가 나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하지만…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27화

    실로 그러했다.그들은 감히 오지 않을 수 없었다.만약 오지 않는다면, 황제의 결정을 불만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뜻으로 보이지 않겠는가.금영은 그들을 담담히 한 번 바라보았다.배정후는 순식간에 열 살은 더 늙어 보였다.예전의 아첨과 욕심으로 가득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얼굴에는 오직 세월의 풍파만이 남아 있었다.배경천 역시 과거 영안후부의 귀한 공자로서 지녔던 기개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듯했다.수염은 이미 많이 자라 있었지만, 그는 손질할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그곳에 앉아 있는 그의 눈빛은 텅 비어 생기가 없었다.그가 금영의 시선을 느끼자, 두 눈에 순간 빛이 스쳤다.그는 곧 고개를 들어 금영의 시선을 마주하려 했다.하지만 고개를 든 순간.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금영이 웃으며 배경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셋째 오라버니, 축하드려요.”금영의 목소리는 밝았고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평소 귀비로서 지닌 위엄은 조금 사라지고, 진심으로 오라버니의 일을 축하하는 어린 여동생처럼 보였다.금영은 지금 높은 품계의 귀비였지만.사실 그녀의 나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금영과 비슷한 나이의 유진설조차 아직 혼인을 논할 나이가 아니었다.배경원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감사하옵니다, 마마.”금영은 해수를 바라보았다.그러자 해수는 곧 금영이 준비한 예물을 받들어 앞으로 나아갔다.“오늘 셋째 오라버니께서 작위를 이어받으시는 날이라, 작은 예물을 준비했어요. 부디 받아 주세요.”배경원은 두 손으로 예물을 받아 들었다.그 순간.화목한 남매의 모습이 배경천의 눈에 들어왔다.그의 얼굴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아픔이 서렸다.연회가 절반쯤 진행되었을 때.금영은 자리에서 빠져나와 정원 안 정자에서 심연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황제는 금영이 여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는 것을 알고 따라오지 않았다.금영이 물었다.“셋째 새언니, 제가 부탁드린 일은 어떻게 되었어요?”심연희는 웃으며 금영을 바라보았다.지금의 금영은 이미 귀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26화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면 이런 뒤틀리고 음험한 궁궐 안에서, 틈바구니를 비집고 살아남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다만 안타까운 것은, 전생의 림 소의는 결국 순장을 당했다는 점이었다.이 일을 떠올릴 때마다 금영은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림 소의처럼 입궁한 지 여러 해가 되었음에도 황제의 총애를 한 번도 받지 못한 사람이, 마지막에는 순장이라는 결말을 맞이하다니.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금영이 림 소의를 끌어들이려 한 이유는 단순히 림 소의라는 사람을 좋게 보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그녀에게는 림 소의의 훌륭한 부친이라는 이유도 있었다.어사는 결코 한가한 자리가 아니었다.금영 역시 조정과 후궁 안에서 조금씩, 자신만의 이익망을 만들어 갈 생각이었다.황제가 후궁의 여인들이 무리를 이루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만약 자신이 정말 어리석게 소황자를 위한 길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그 사이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그녀에게는 현비처럼 무사히 빠져나갈 운이 없었다.아마 서 황후에게 뼈도 남기지 못하고 짓밟힐 것이다.*눈 깜짝할 사이 며칠이 흘렀다.마침내 배경원이 정식으로 작위를 이어받는 날이 되었다.영안후부에서는 계승 연회를 열 예정이었다.이른 아침부터 금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마치 마음속에 계속 신경 쓰이는 일이 있는 듯, 좀처럼 편하게 있지 못했다.황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조회에 들었다.해수는 그런 금영을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권했다.“마마께서 영안후부를 보고 싶으시다면 폐하께 한마디 말씀드려 보시옵소서. 폐하께서 거절하시지는 않을 것이옵니다.”금영이 말했다.“본궁은 궁비의 신분이니, 계속 궁 밖으로 나가는 것은 좋지 않다……”물론 황제가 먼저 불러 나가자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금영은 소녕전에서 조회가 끝날 시간을 기다렸다.하지만 황제는 돌아올 기색이 없었다.결국 금영도 마음을 접고 명했다.“사람을 보내 본궁이 준비한 축하 예물을 전하도록 하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25화

    황제는 금영을 바라보았다.설마 금영이 이런 말을 꺼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황제는 본래 태후가 꺼낸 일이 금영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 여겼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금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오히려 이 일의 득과 실을 차분히 따져 보고 있었다.“금영아, 너는 짐에게 이 일을 물리치라고 권하지 않는 것이냐?”황제가 물었다.금영은 이렇게까지 생각이 깊었고, 마음속에 조금의 질투도 없었다.그것은 마음속에 자신이 없기 때문일까.아니면 오히려 자신을 너무 아끼기에 기꺼이 한발 물러서는 것일까.금영은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정말 그런 뜻이 아니었다.새로 들이는 비는 어차피 후궁 안의 사람이다.어떤 품계를 받든 자신에게 영향을 줄 일은 없었다.그저 황제의 마음이 자신에게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황제가 어느 비를 새로 들였다고 해서 마음을 옮길 사람도 아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과거의 여비와 현비가 어찌 아직까지 총애를 받지 못했겠는가.이 일에서 고집을 부린다면.금영은 황제가 자신의 뜻을 따라 새로운 두 비를 세우는 일을 물리칠 것이라 아홉 할 정도 확신했다.그렇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가.태후는 계속해서 황제에게 이 일을 언급할 것이고, 조정에서도 끊임없이 간언이 올라올 것이다.결국 모든 사람은 황제가 그녀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모든 시선이 향하는 곳에 서게 된다.금영은 황제의 가슴에 기대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신첩은 이미 귀비의 자리에 있사옵니다. 폐하께서 앞으로 어떤 비를 책봉하시더라도 모두 신첩 아래에 있을 것이옵니다…… 더구나 신첩이 원하는 것은 처음부터 품계가 아니었사옵니다.”황제는 고개를 숙여 금영을 바라보며 물었다.“금영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금영의 목소리는 단단하고 진지했다.“신첩은 폐하와 마음을 함께하고 뜻을 같이하고 싶사옵니다. 폐하께서 나라의 혼란을 다스리고 새롭게 바꾸어 가시는 모습을 보고 싶사옵니다. 그리고 폐하 곁에서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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