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황후는 얼굴을 굳힌 채 입을 열었다.“아무리 국사가 바쁘다 하나, 한창 혈기 왕성할 나이에 후궁에 드나드는 일이 드물어 걱정하고 있었는데... 웬 정체도 모를 천한 계집이 그 빈틈을 파고들 줄은 몰랐군.”곁에서 시중 들던 궁녀 조씨가 서 황후의 기색을 살피며 조심스레 말했다.“마마, 부디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내무부 쪽 말로는, 폐하께서도 그 여인을 특별히 중히 여기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폐하께서 그 여인을 중히 여기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서 황후의 목소리는 어느새 낮고 차가워져 있었다.“중요한 건, 그 여인이 내 손아귀에 있지 않다는 거지. 이러다 몇 달 뒤에 출신도 모를 핏줄이 불쑥 튀어나오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당장 샅샅이 찾아보거라.”서 황후가 얼음처럼 서늘한 기운을 풍기며 말하던 그때, 밖에서 외침이 들려왔다.“황제 폐하께서 납시오!”곧 황제가 들어서자, 서 황후는 그제야 표정을 풀며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폐하, 오셨습니까.”서 황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의 어깨에 걸쳐 있던 망토를 풀어 한쪽에 걸었다. 황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고, 서 황후는 곧바로 궁녀를 불러 차를 올리게 했다.황제가 차를 마시는 동안, 서 황후는 은근히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다 황제의 입술에 난 작은 상처를 발견하고는, 순간 놀라 잠시 시선을 떼지 못했다.“황후.”황제가 미간을 좁히며 불렀다.그제야 서 황후는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예, 폐하. 부르셨습니까?”황제는 황후에게 비교적 인내심을 보이는 편이라, 다시 입을 열었다.“태자도 이제 나이가 찼고, 영안후부의 여식도 돌아왔다고 하더군. 혼사도 이미 한참 전에 정해진 마당에, 치를 때가 되지 않았는가?”서 황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머뭇거렸다.그러자 황제의 눈썹을 찌푸렸다.“무슨 문제가 있는가? 아니면 그 여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가?”서 황후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폐하께서 정해주신 혼사인데, 제가 어찌 불만을 가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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