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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Author: 서린화
서 황후는 생각할수록 증오가 치밀었다.

그 시각 금영은 황제에게 이끌려 계속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걸음은 결코 느린 편이 아니었고, 금영은 몸이 무거운 탓에 점점 따라가기 버거워졌다. 결국 그녀가 작게 소리쳤다.

“폐하!”

어느새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한적한 곳까지 도달했다. 물론 이따금 몇몇 내관과 궁녀들이 지나가곤 했지만, 손복안이 적절히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모두 물렸다.

황제는 그제야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금영은 그대로 그의 가슴에 안기다시피 부딪혔다. 황제는 조심스레 그녀를 부축한 뒤,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금영의 얼굴을 살폈다.

“금영아, 싫으면 앞으로 이런 부름은 거절해도 된다.”

황제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 번도 그에게 힘들다고 내색한 적이 없었다. 금영은 빠르게 후궁들 사이에 녹아들었고, 여러 위기 상황에서도 지혜롭게 대처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마음이 가고 신경이 쓰였다.

금영이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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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003화

    “그리고 림비, 아이를 잃고도 아무 할 말이 없는 것이냐?”옥비가 림비를 바라보며 물었다.금영은 그런 옥비를 힐끗 바라보더니 가볍게 비웃었다.“옥비는 참으로 다급한 모양이군. 아이를 잃은 사람이 옥비라도 되는 듯하니 말이야. 대체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어.”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황제의 시선이 옥비에게 향했다.옥비는 흠칫 놀라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신첩은…… 신첩은 그저 걱정되어서…… 황자께서 걱정되어 그랬을 뿐이옵니다.”옥비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어찌 되었든 원 귀비마마께서 림비마마의 뱃속에 아이가 없었다고 말씀하시는 것만으로는 모두를 납득시키기 어렵사옵니다!”서 황후도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폐하, 이는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옵니다. 림비가 회임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사옵니다. 게다가 오늘 이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유산까지 하였는데…… 이 일을 원 귀비의 말 한마디만으로 덮을 수는 없사옵니다. 부디 폐하께서……”서 황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황제가 싸늘한 목소리로 꾸짖었다.“황후, 그만하게! 짐은 단 한 번도 림비를 품은 적이 없네. 그런데 그 뱃속에 대체 어디서 황자가 생겼단 말인가?”앞서 금영이 림비의 뱃속에 아이가 없었다고 말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녀가 죄를 벗기 위해 마지막 발버둥을 치는 것이라 여겼다.하지만 지금 황제의 입에서 직접 이런 말이 나오자 모두가 놀란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그 누구도 쉽게 믿지 못하는 기색이었다.서 황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폐하께서는…… 림비를 한 번도 품지 않으셨다는 말씀이시옵니까?”황제가 차갑게 웃었다.“지금 짐을 의심하는 것인가?”“하지만 폐하께서는 분명 유광재에서 밤을 보내셨고, 게다가…… 물도 세 번이나 들이라 하셨사옵니다.”서 황후가 다급히 반박했다.‘폐하께서 배금영 저 천한 것을 감싸기 위해 황제의 신분으로 거짓말까지 하신다는 건가?’금영이 나직이 웃었다.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폐하께서 유광재에서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002화

    황제는 금영을 바라보았다.차갑기만 하던 두 눈에 오직 금영만이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옅은 온기가 스며들었다.모두의 시선이 황제에게 쏠렸다.서 황후의 눈에는 기대가 가득했고, 현비는 무언가를 곰곰이 헤아리는 눈치였다.여비마저도 어딘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황제가 과연 이 일을 어떻게 처결할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황제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 뒤 다시 금영에게 시선을 돌렸다.이윽고 낮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금영에게 무슨 죄가 있다는 것이냐?”그 한마디에 서 황후의 얼굴에 떠올랐던 기대가 순식간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과 실망으로 바뀌었다.‘폐하께서 배금영을 감싸시겠다는 건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폐하께서는 늘 현명하신 분이거늘, 설마 배금영 하나 때문에 어리석은 군주라는 오명까지 감수하시겠다는 말인가?’금영은 황제의 눈빛에 담긴 한없는 너그러움을 느끼고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분명 알고 있었다.감정만큼 믿기 어려운 것도 없다는 것을.하물며 황실에서는 더더욱 그랬다.그런데도 가끔은 이 마음에서 도망칠 길이 없는 것만 같았다.금영은 살며시 눈을 내리깔았다.더는 황제와 눈을 마주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때 서 황후가 황제를 향해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말했다.“폐하! 신첩도 폐하께서 원 귀비를 총애하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원 귀비가 정말 림비의 뱃속에 있던 아이를 해친 것이라면 이는 결코 가벼이 넘길 죄가 아니옵니다!”서 황후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신첩이 외람되오나 청하옵니다. 부디 이 일을 엄히 다스리시어 후궁의 기강을 바로잡고,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본보기를 세워 주시옵소서!”신하들의 눈에 지금의 서 황후는 황제를 위해, 나라와 사직을 위해, 대의를 지키기 위해 황권에 맞서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 현명한 황후처럼 보였다.곧 적지 않은 신하들이 잇따라 무릎을 꿇었다.그중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비록 후궁 안에서 벌어진 일이오나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001화

    “하지만 이대로 금영이 억울한 누명을 쓰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맹운산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 도무지 그 나이 또래의 소년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서늘한 기세였다.유진설이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그래. 그럼 가.”하지만 정작 맹운산은 발이 땅에 붙기라도 한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가고 싶었다.당장이라도 금영의 앞을 막아서고 싶었다.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그 역시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나선다 한들 금영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더 큰 골칫거리만 안겨 줄 뿐이었다.맹운산의 두 눈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눈빛 깊은 곳에는 짙은 낙담이 어려 있었다.그때 태자가 두 손을 맞잡아 예를 갖춘 뒤 입을 열었다.“아바마마, 소자가 원 귀비마마의 결백을 보증하겠사옵니다. 이번 일은 결코 원 귀비마마와 관련이 없사옵니다!”현비는 뜻밖이라는 듯 태자를 바라보다가, 이내 서 황후에게 시선을 옮겼다.서 황후는 여전히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이미 시퍼렇게 굳어 있었다.서 황후가 싸늘하게 꾸짖었다.“태자! 허튼소리 하지 말거라!”황제는 태자에게 시선을 돌렸다.얼굴에는 노기가 역력했다. 금세라도 벼락이 떨어질 듯 살벌한 기세가 감돌았다.그러나 태자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아바마마, 소자는 원 귀비마마와 오랜 세월 알고 지냈사옵니다.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 소자가 잘 아옵니다. 원 귀비마마께서는 절대로 남을 해칠 분이 아니옵니다!”금영은 태자를 바라보며 눈에 짙은 의문을 띠었다.‘이 와중에…… 태자가 나를 믿는다고?’‘예전에는 내가 배명월과 처음 만나 조금만 부딪쳐도, 번번이 내가 배명월을 해치려 했다고 여겼잖아.’‘그런데 이제 와서 나를 믿는다고?’‘우습지도 않나?’옆에 있던 이황자는 일이 아직 덜 시끄럽기라도 한 듯 한마디를 보탰다.“그렇사옵니다, 아바마마. 형님과 원 귀비마마께서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정이 있으니, 서로를 잘 아실 수밖에 없지 않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1000화

    “이 물건은 분명 신첩이 오늘 림비에게 하사한 것이옵니다.”금영은 망설임 없이 인정했다.“다만 본궁은 어찌하여 이 안에 여인이 유산하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 들어 있는지는 알지 못하겠사옵니다.”금영이 다시 말을 이었다.옥비가 큰 소리로 말했다.“모른다고 하면 모르는 것이 되는 것이옵니까? 이 물건은 분명 원 귀비마마께서 림비에게 보내신 것이 아니옵니까!”금영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역시 옥비는 서 황후가 새로 길들인 사냥개다.서 황후가 한마디 명하기만 하면 곧바로 달려와 사람을 물어뜯는다.그때 황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입을 다물거라.”옥비는 억울한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보았지만, 더 이상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오히려 금영이 조용히 황제를 달랬다.“폐하, 차라리 들어 보시는 것이 어떠하겠사옵니까…… 저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말이옵니다.”그제야 황제는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너희들이 말하는 것은, 원 귀비가 림비 뱃속의 아이를 해쳤다는 것이냐?”황제가 이렇게 묻자.서 황후가 다시 말을 이었다.“신첩이 감히 그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사옵니다. 하지만 림비 뱃속의 아이가 아무 이유 없이 사라졌고, 하마터면 신첩이 림비에게 손을 쓴 것으로 오해받을 뻔했사옵니다……”감히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이미 금영에게 죄를 씌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황제는 갑자기 비웃음 어린 웃음을 흘렸다.“그렇다면 이렇게 보아야 하는 것이냐. 원 귀비가 림비 뱃속의 아이를 해쳤다는 것이로구나.”금영은 황제가 왜 비웃듯 웃었는지 알고 있었다.이 일이 너무나 황당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황제가 이제 금영을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여겼다.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이 금영에게 향했다.금영은 한순간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존재가 되었다.궁비들뿐만 아니라, 정자 밖에 있던 몇몇 신하들까지 이쪽을 바라보았다.그 순간.주변은 갑자기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금영은 자신을 변명하지 않았다.황제 역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99화

    방금 입을 열었던 유위 내관이 다시 말했다.“방자하옵니다! 이 물건은 원 귀비마마께서 하사하신 것이옵니다! 절대로 문제가 있을 리 없사옵니다!”금영은 시선을 돌려 유위를 바라보았다.‘이 내관은 너무 앞장서서 나서는 것 아닌가?’사실 이 내관이 이렇게까지 서둘러 나설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어찌하겠는가.서 황후가 이미 큰 막을 펼쳐 놓았고, 금영은 그저 곁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서 황후에게 누명을 씌우려 할 때에도 금영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런데 이제 칼끝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데도…… 금영은 여전히 태연하게 앉아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그러니 이 내관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원래 금영이나 림비가 해야 할 말을 대신해 주는 셈이었다.서 황후는 다시 한번 금영을 바라보았다.‘이 천한 계집이 저토록 태연한 것은 폐하의 총애만 믿고 두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하지만 서 황후는 황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설령 황제가 진심으로 금영을 아끼고, 그녀를 사랑하여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라 해도.그녀가 정말 이런 하늘을 거스르는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이번 일로 금영을 죽이지 못한다고 해도, 적어도 영원히 황제의 총애만큼은 잃게 만들 수 있었다.그때 옥비가 차갑게 내관을 꾸짖었다.“어찌 네가 나설 자리가 있느냐!”“하물며 이 물건이 원 귀비마마의 물건이기에 더욱 신중히 살펴야 하는 것이 아니냐. 제대로 확인해야만 누군가 원 귀비마마를 의심하는 일이 없을 것이 아니냐!”옥비는 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원 귀비마마, 그렇지 않사옵니까?”금영은 가볍게 웃었다.“그렇다면 조사해 보도록 하거라.”림비는 금팔찌를 풀어 곁에 있던 서묵에게 건넸다.서묵은 다시 그 물건을 이 원사에게 전달했다.이 원사는 금팔찌의 냄새를 맡는 순간, 표정이 무거워졌다.그는 잠시 금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다시 황제에게 시선을 옮겼다.‘폐하께서 이 원 귀비마마를 대하는 태도는 보통이 아니시다. 그런데 지금 이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98화

    이 원사는 먼저 림비의 맥을 짚은 뒤, 안태차가 담긴 찻잔까지 자세히 살폈다.그리고는 두 손을 모아 아뢰었다.“림비마마의 맥은 어지럽고 기혈이 거슬러 흐르고 있사옵니다. 분명 유산의 징조로 보이옵니다…… 다만 이 안태차는 신이 아직까지는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사옵니다.”그제야 금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림비를 먼저 처소로 데려가 쉬게 하거라.”잠시 말을 멈춘 금영은 다시 덧붙였다.“이 일은 나중에 다시 조사하도록 하겠다.”금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괜찮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입을 연 순간, 서 황후에게는 기회가 찾아왔다.서 황후가 눈짓을 보내자, 옥비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원 귀비마마께서는 어찌하여 그리 서둘러 림비를 돌려보내려 하시옵니까?”“림비 뱃속의 아이는 이미 떠났사옵니다. 지금 돌려보낸다 한들…… 아이가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옵니다.”옥비는 겉보기에는 연약하고 온순해 보였지만, 막상 입을 열면 누구보다 날카롭고 말재주가 뛰어났다.“림비는 연회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였사옵니다. 그런데 연회 자리에서 아이를 잃었다면 분명 어딘가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옵니다. 지금 당장 진상을 밝혀야 하옵니다!”“만약 이대로 연회장을 떠난다면, 림비마마께 손을 쓴 사람이 증거를 없애 버릴지도 모르옵니다.”옥비가 말을 마치자, 서 황후는 황제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폐하, 신첩은 옥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옵니다.”“림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 신첩이 내린 안태차를 마신 뒤 이런 일이 생겼사옵니다…… 이 일을 조사하지 않는다면, 설령 이 원사께서 안태차에 문제가 없다고 하셔도 누군가는 신첩을 의심할 것이옵니다.”서 황후는 말하는 내내 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부디 폐하께서 이 일을 명백히 밝혀 주시옵소서!”서 황후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힘이 있었다.잠시 후.서 황후를 따르던 몇몇 궁비들도 함께 무릎을 꿇었다.“폐하, 부디 명백히 밝혀 주시옵소서!”곁에 있던 현비 역시 조용히 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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