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할 거 없어요.”말을 마친 안지영은 바로 장선명에게로 걸어갔다.안지영은 나씨 가문 사람들이 장선명 앞에서 안지영을 데려가려고 할 줄은 몰랐다.만약 안지영이 지금 상황에서 나씨 가문 사람들과 떠난다면 장선명은 바로 안지영을 낚아챌 것이다.그런 불필요한 마찰은 만들지 않는 게 좋았다.집사는 안지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차갑게 얘기했다.“오늘은 모시려고 온 게 아닙니다.”안지영과 장선명은 이미 가까이 붙어있었다.집사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고개를 돌렸다.“어르신께서 안지영 씨를 만나려고 하십니다. 만약 만나지 않는다면...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그 말은 협박이었다.안지영은 입가가 바르르 떨렸다.장선명이 차갑게 웃었다.“안지영은 내 아내예요. 내가 있는데 뭐 무서울 게 있는지 모르겠네요.”집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장선명을 쳐다보았다.나씨 가문의 협박은 장선명에게 통하지 않았다. 장선명은 바로 안지영을 데리고 차에 올라탔다.안지영은 약간 겁을 먹은 채 장선명을 보면서 물었다.“무슨 결과를 말하는 거죠?”“자기네가 뭘 할 수 있겠어.”“그래도 나태범 어르신이라면... 장씨 가문을 공격하는 건 아니겠죠?”안지영은 그런 일이 일어날까 봐 걱정되었다.장선명이 차갑게 웃었다.“그러면 다행이네. 우리도 마침 나씨 가문의 프로젝트들을 원했거든.”“아.”마침 원했다니.안지영은 장선명과 나태현의 사이가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배준우도 말이다.설마 그저 사이가 좋은 척한 건가?뒤에서는 서로를 라이벌로 생각하면서?놀란 안지영을 본 장선명은 바로 안지영을 품에 안았다.“왜 그래?”“난 당신들의 세계를 모르겠어요...”하늘 그룹을 이어받긴 했지만 안지영은 그저 눈앞의 일만 잘 처리하고 있었다.하지만 장선명을 보니 이런 게 바로 진정한 비즈니스라는 생각이 들었다.그 말을 들은 장선명은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넌 이제 내 아내야. 그러니 알아야지.”아내라는 단어
집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나씨 가문에 돌아왔다. 나태범은 집사가 혼자 돌아오는 것을 보고는 표정이 바로 굳어버렸다.“안지영은?”“못 데려왔습니다.”집사가 고개를 푹 떨궜다.예상했던 일이지만 나태범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제가 도착했을 때 마침 장선명 씨도 도착했습니다.”“장선명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거야?”“네, 그런 것 같습니다. 아침 출근길도 함께 하고 퇴근길도 함께하니... 신혼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신혼은 무슨.”“...”안지영과 장선명은 출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정말 떨어지지 않았다.“아직도 나태웅을 찾지 못한 거야?”“네...”집사가 불안에 떨면서 얘기했다.나씨 가문 사람들은 나태웅의 실종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어제부터 지금까지. 그들은 아무리 찾아도 나태웅을 찾을 수 없었다.그 유서는 마치 경고장처럼 모든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했다.나태범은 머리가 아팠다.“이... 이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그렇게 많은 사람을 보냈는데 아직도 나태웅의 정보를 찾지 못하다니.‘나태웅은 어디로 간 거야!’나태웅이 전에 벌인 짓을 생각하면 나태범은 나태웅이 또 사고를 칠까 봐 걱정되었다.눈을 꼭 감은 나태범이 이를 꽉 깨물고 물었다.“안지영은 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거야?”“네. 알고 계십니다.”집사가 대답했다.어제부터 알고 있었다.하지만 안지영의 태도는 여전히 냉랭했다.게다가 나태웅이 유서를 남기고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도 혼인 신고를 하고 왔으니, 나태범이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깊은 심호흡을 한 나태범이 차갑게 얘기했다.“그러면 어쩔 수 없지.”“어르신...”“시작해!”나태범이 차갑게 얘기했다.나태범의 말을 들은 집사는 저도 모르게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그는 나태범이 뭘 하려는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안지영을 데리러 간 건 안지영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였다. 만약 오지 않는다면...집사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전화가 울렸다.“얘기해.”“집사님, 량천옥 씨가 오셨습니다.”
“뭐?”나태범이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스파이라니.천락그룹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집사는 원래 나태현이 이 사건을 빠르게 해결할 줄 알고 나태범에게 전하지 않으려고 했다.하지만 하필 지금 시점에 량천옥이 오다니. 집사는 이 일이 량천옥과 연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다면 나태범도 경계심을 세워야 했다.“지금 이사들이 난리입니다. 큰 도련님은 이 일 때문에 바쁘시고요.”“그 프로젝트, 누가 빼앗아 갔어!”“북성입니다. 유가그룹이요!”유가그룹?‘유가 그룹에서 왜... 북성에 있을 것이지 왜 강성까지 온 거지?’나태범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했다. 집사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얘기했다.“육씨 가문은 량천옥 씨와도 연관이 있습니다.”“그러니까 네 말은 이 일이 량천옥과 연관 있을 수 있다는 뜻이야?”“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아직까지는 진실이 무엇인지 몰랐다.하지만 나씨 가문은 알고 있었다. 량천옥이 얼마나 잔인하고 악독한 여자인지.자기 친딸도 버릴 수 있는 사람이니, 무엇인들 못 하겠는가.나태범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두 사람이 더 얘기하려는데 량천옥이 고용인을 따라 들어왔다.량천옥에게서는 여전히 명문가의 귀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배씨 가문을 떠났다고 해도 그녀에게서는 압도적인 아우라가 흘렀다.강성의 사람들은 량천옥이 배씨 가문에서 나오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고 했다.하지만 나태범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나태범은 량천옥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았다.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배씨 가문에 들어선 사람이니, 한곳에 모든 걸 걸 성격은 아니다.나태범은 소파에 앉은 량천옥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고 집사에게 얘기했다.“먼저 나가봐.”“네.”집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나태범이 손을 저어 자리에 있는 모든 고용인들을 내보냈다.나태범과 량천옥, 두 사람만이 남았을 때, 량천옥은 미소를 지으면서 나태범을 쳐다보았다.분명 웃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나태범은 그 웃음 속에 칼이 있는 것만 같았다
나태범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량천옥이 배씨 가문에서 나온 후 이렇게 막 나갈 줄은 몰랐다.“그러니까 내 손녀가 어디에 있는지 빨리 알아보는 게 좋을 거야.”“...”“두 주일이면 되지? 두 주일 내로 정확한 정보를 주지 못하면 난 그해의 일을...”“너, 미쳤어?”량천옥의 말에 나태범이 노발대발했다.량천옥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갑게 코웃음 쳤다.“누가 미쳤는지는 두고 보면 알 거야.”두 주일.그건 량천옥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인내심이었다.왜 두 주일이냐면...량천옥도 알고 있었다. 나씨 가문 사람들도 고희주가 어디로 간 건지 모른다는 걸.하지만 만약 나태범이 정말 마음먹고 찾아본다면 꼭 찾을 수 있을 것이다.말을 마친 량천옥은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아 바로 자리에서 떠나갔다.량천옥이 얼마 가지 않았는데 나태범이 량천옥을 불러세웠다.“그 프로젝트, 네가 꾸민 짓이야?”“...”그 말을 들은 량천옥은 우뚝 서서 나태범을 돌아보았다.나태범은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참 대단하네. 나씨 가문에 복수하려고 그러는 거야?”량천옥은 그제야 나태범의 말을 알아차렸다.천락 그룹은 오늘 큰 사건이 터졌다. 바로 프로젝트 하나를 북성의 육씨 가문에게 빼앗긴 것이다.량천옥이 한 짓은 아니지만...이게 누가 한 짓인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량천옥은 일부러 더 크게 웃으면서 얘기했다.“네 아들이 내 딸한테 자기 약혼자를 간호하라고 했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이건 너희한테 주는 작은 교훈일 뿐이야.”“인정하는 거야?”나태범의 호흡이 더욱 거칠어졌다. 량천옥이 승인하자 그는 이를 더욱 꽉 깨물었다.“인정할게. 그러니 우리의 악연을 끊으려면, 두 주일 동안 열심히 노력해야 할 거야.”두 주일 뒤 나태범이 고희주를 찾아낸다면 량천옥은 고희주와 고은지를 데리고 먼 곳에서 살 생각이었다.나씨 가문이 뭐가 대수인가?아무리 나태현이 고은지를 좋아한다고 해도 량천옥은 고은지가 나씨 가문에 시집오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량천옥은
나씨 가문에서 나온 량천옥은 고은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고은지는 받지 않았다.저절로 종료되는 전화를 보면서 량천옥은 한숨을 내쉬었다.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려는데, 핸드폰이 다시 진동했다.고은지가 건 전화인 줄 알고 기뻐한 것도 잠시, 확인해 보니 량의가 걸어온 전화였다.량천옥은 약간 고민하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천옥아, 오늘 집에 들어온 거지?”전화기 너머의 량의가 조심스레 물었다.예전의 량의는 량천옥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 량의는 량천옥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량의에게 있어서 량천옥은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었다.전에는 고은지를 향한 호감이나 사랑이 없었지만 지금 증조할머니가 되고 나니 그제야 예전에 저지른 일들이 후회되었다.문득, 본인이 어릴 적 했던 일들이 얼마나 우습고 어이없는지 알게 된 것이다.량천옥은 바로 거절했다.“은지 저녁 준비하러 가야 해요.”“네가 요리를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다고...”“모르면 배우면 되잖아요. 엄마가 되어서 자기 딸한테 밥도 못 해주겠어요?”량의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량천옥이 되받아쳤다.말투는 차가웠고 날카로웠다.그 차가운 말에 량의는 그대로 굳어버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량천옥은 한숨을 쉬면서 얘기했다.“며칠 떠난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요, 네?”“아니, 난 그런 뜻이 아니라...”량천옥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더는 량의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량의가 보여준 반응은 거의 본능에 가까웠다.그녀는 량천옥이 손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기를 바랐다.량천옥은 두 눈을 감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차에 탄 량천옥은 바로 운전해서 고은지의 집으로 갔다.차에서 내리기 전에 정록담이 전화를 걸었다.“사모님, 이미 다 준비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량천옥은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 “그러면 진행해.”“네.”정록담이 고개를 끄덕였다.량천옥이 이어서 물었다.“그 프로젝트들은 어떻게 됐지?”“다 정리했습니다. 메일로 보
가정부?량천옥의 말에 고은지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이윽고 고은지가 얘기했다.“강성에서 누가 당신을 가정부 취급하겠어요.”아무도 량천옥을 업신여길 수 없었다.량천옥이 얼마나 잔인하고 악독한지는 고은영을 지켜보면서 알 수 있었다.량천옥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람을 처리해 버릴 수 있었다.그런 량천옥을 가정부로 생각하라니.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튿날 시체로 발견되었을 것이다.“네가 날 가정부 취급하면 되지.”그렇게 말하는 량천옥의 말투에는 다정함이 묻어났다.고은지는 그 다정한 말투를 들으면서 약간 멍해졌다.량천옥은 삶은 면을 짚어냈다.아무 건더기도 없는 면을 보면서 량천옥은 마음이 아팠다.아마도 고희주가 없으니 그냥 살기 위해 먹는 것 같았다.하지만 량천옥은 그걸 가만히 둘 수 없었다.냉장고에는 계란과 토마토뿐이었다. 량천옥은 바로 토마토와 계란을 볶아서 면 위에 올려놓아 주었다.어제 금방 이 집에 들어온 터라 량천옥은 아직 이 집에 대해서 잘 몰랐다. 량천옥은 내일 장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얼른 와서 먹어.”량천옥이 면을 들고 테이블로 갔다.고은지가 걸어왔다. 온종일 고된 일을 하고 집에 와서 남이 해준 밥을 먹는 느낌이 꽤 좋았다.고은지가 젓가락을 들자 량천옥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고은지를 쳐다보았다.고은지가 물었다.“안 드세요?”“너 먼저 먹어.”고은지는 량천옥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면을 1인분만 끓였다.고은지는 더 뭐라고 하지 않고 면을 불어 입에 넣었다. 고은지가 면을 삼키기도 전에 량천옥이 물었다.“어때?”“...”고은지는 미묘한 표정으로 량천옥을 쳐다보았다.량천옥은 긴장해서 고은지를 쳐다보았다.“요리... 잘 안 하죠?”맛있는 건 아니었다. 토마토는 채 익지 않았고 계란은 조금 짰다.그 말을 들은 량천옥은 표정이 굳어버렸다.“저기, 그게 내가...”“...”“다시 만들어줄게.”그렇게 말하면서 량천옥이 고은지의 그릇으로 손을 뻗었다.“됐어요. 먹을 순 있으
자기 전에 아침 다섯 시 사십 분의 알람을 맞춰놓았다.근처에서 장을 보기 위해서였다.고은지는 아침에 부스럭거리는 소리 때문에 깨어났다.시간을 확인해 보니 여섯 시 반이었다.정신을 차려보니 량천옥이 돌아온 것이었다.고은지는 량천옥이 잠자리가 익숙하지 않아 밖에서 자고 돌아온 것인 줄 알았다.량천옥은 잠이 덜 깬 고은지를 보더니 멍해서 물었다.“나 때문에 깨난 거야?”고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한 표정으로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계속 잤다.고은지를 깨운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든 량천옥은 조심스레 주방으로 들어갔다.고은지가 다시 깨어났을 때 시간은 일곱 시 반이었다.천락 그룹은 아홉 시 출근이다. 지금 씻고 나가면 시간이 딱 될 것이다.방에서 나오던 고은지는 향긋한 냄새에 사로잡혔다.테이블에 음식이 가득했는데 량천옥은 죽을 들고 오고 있었다.멍하니 서 있는 고은지를 보면서 량천옥이 얘기했다.“얼른 씻고 밥 먹어. 그래야 출근을 하지.”고은지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고은지는 살면서 지금까지 이런 대접을 받아본 기억이 없었다.조보은은 매일 고은지보다 늦게 일어났다. 그래서 고은지는 게으른 조보은 대신 요리를 했었다.“뭐 해. 얼른 가서 씻고 와.”량천옥은 고은지가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재촉했다.물론 고은지가 출근하지 않겠다고 하면 량천옥은 더욱 기뻐할 것이다.고은지가 정신을 차리고 량천옥을 쳐다보았다.“혹시 차린 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량천옥이 긴장해서 물었다.어젯밤 량천옥은 요리 레시피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고은지가 뭘 좋아하는지는 잘 몰랐다.묻고 싶었지만 이미 밤이 깊었던 터라 묻지 못했다.고은지는 약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먼저 씻고 올게요.”말을 마친 고은지는 량천옥의 반응을 보지도 않고 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량천옥은 그런 고은지를 보면서 또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주방에서 자기가 만든 음식들을 내갔다.이건 량천옥이 불과 몇 시간 전 핸드폰으로 배운 것이었다. 시간이 얼마
고은지와 량천옥의 사이는 그럭저럭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화목해졌다.오늘 아침은 고은지가 먹어본 아침 중에서 가장 따뜻한 아침이었다.조보은과 함께 살던 날을 떠올리면 더 할 말이 없었다.조용수와 같이 살던 때는 고은지가 매일 아침 일어나 아침을 만들었었다.가장 먼저 일어나는 건 항상 고은지였다. 그리고 가장 늦게 밥을 먹는 것도 고은지였다.조용수와 진여옥의 밥을 차려주고 나서야 고은지는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후에는 아이가 생겨 희주를 돌봐야 했다.희주를 돌보느라 고은지는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항상 다 식은 밥을 먹을 뿐이었다.진여옥은 고은지는 쓸데없는 사람이라고, 조용수 덕분에 집에서 먹고 살면서 아이를 봐주는 거라고 했다.그래서 주변의 이웃들은 다 고은지가 집에서 편히 먹고 자는 줄 알았다.하지만 처음으로 느껴보는 따뜻한 아침밥이... 량천옥이 만들어준 것이라니.천락그룹에 갔을 때 고은지의 상사는 고은지를 보고 한숨을 돌렸다.그리고 웃으면서 고은지더러 나태현에게 서류를 가져다주라고 했다.고은지는 별말 없이 서류를 들고 나태현을 찾아가려고 했다.그리고 나태현 사무실 입구에서 이지훈을 만났다.“여기는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고은지가 의아해하면서 물었다.“왜요?”“지신혜 씨가 오셨어요.”이지훈이 얘기했다.지신혜가 왔다는 것을 들은 고은지의 눈빛은 약간 어두워졌다.고은지는 들고 온 서류를 이지훈에게 넘겨주었다.“그럼 이것 좀 부탁해요.”“네. 그럼 돌아가세요.”이지훈은 고은지를 옆에서 봐오면서 동정심을 품었다. 심지어 량천옥이 고은지 옆에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량천옥이 없었다면 고은지의 상황은 지금보다 더 나빴을 것이다.사무실 안.휠체어에 앉은 지신혜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나태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얘기했다.“알겠어.”“우리 아버지는 아무 죄도 없어요.”나태현은 담배를 피우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젯밤, 지씨 가문에 문제가 생겼다.지신혜의 아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