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376화

Author: 송언희
량천옥은 지씨 가문과 나씨 가문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러니 량천옥의 세계에도 피바람이 불 때였다.

고은지가 차가운 눈으로 나태현을 보면서 물었다.

“그렇게 하면 희주를 만나게 해줄 거예요?”

“아이에게는 전문적인 의료진이 붙어있어. 너만 잘하면 아이 또한 잘 지내게 될 거야.”

그 말에 고은지는 차갑게 웃음을 흘렸다.

나태현은 결국 아이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대표님 말은, 제가 말을 들으면 아이가 괜찮아질 거라는 뜻이에요?”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비통함에 눈물이 결국 흘러내리고 말았다.

량천옥은 꼭 고희주를 찾아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고은영도 배준우가 찾아줄 거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고은지는 더이상 믿을 수가 없었다.

나태현은 고희주를 위하는 마음이 하나도 없는데, 그런 나태현이 고희주를 멀쩡하게 놓아줄 수 있을까?

나태현은 그저 차가운 눈으로 고은지를 보고 있었다.

고은지가 눈물을 흘렸다.

“그 약혼녀가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네요. 약혼녀가 조금 억울한 일을 당한 거로 배윤을 해칠 순 없어요.”

배윤은 고은지의 동생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니 누나로서 배윤을 다치게 하는 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나태현은 지신혜가 다친 만큼 배윤을 다치게 만들고 싶었다.

“더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나태현이 물었다.

그 말에 고은지는 눈물을 슥 닦았다.

그리고 우둑 소리와 함께 고은지가 자리에서 넘어졌다.

“...”

나태현은 그 장면을 보고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고은지는 고통을 꾹 참으면서 나태현을 쳐다보았다.

“너...”

나태현은 고은지를 쳐다보면서 뭐라 얘기하고 싶었지만 놀라서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고은지는 이를 꽉 깨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태현을 보면서 얘기했다.

“이렇게 하면 되나요?”

량천옥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법이 자식을 건드리는 거라면.

고은지는 본인이 량천옥의 딸이라는 걸 이용할 수 있었다.

나태현은 생각이 복잡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은지를 쳐다봤다.

고은지는 하이힐을 신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377화

    사무실에서 나온 고은지는 문을 닫자마자 온몸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그때 이지훈이 회의실 쪽에서 나오며 쓰러진 고은지를 보고 얼른 다가갔다. “은지 씨, 은지 씨, 괜찮아요?” 고은지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식은땀을 흘렸다. 이지훈은 꾹 닫힌 나태현의 사무실을 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병원으로 데려다줄게요.”그리고 이지훈은 고은지를 부축해주었다. 고은지는 온몸에 힘이 풀려 제대로 서지 못하고 그대로 이지훈의 품에 안겨버렸다.이지훈은 고은지를 붙잡아주면서 물었다.“어디 다친 거예요?”“다리... 다리가...”고은지가 아픔을 꾹 참으면서 겨우 말했다.이지훈은 그런 고은지의 말을 듣고 얼른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얼른 고은지를 안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이윽고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나태현은 고은지가 이지훈의 품에 안겨버린 것을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사람들은 갑자기 일어난 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이지훈을 도와주려던 사람들도 나태현의 차가운 표정을 보고 얼른 시선을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반 시간 후.이지훈은 고은지를 안고 병원으로 들어섰다.정설호의 건강이 나날이 나빠졌기에 고은영은 그 사실을 알고 매일같이 병원을 오갔다.지하 주차장에서 나온 고은영은 이지훈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고은지를 안고 들어오는 걸 발견하고 놀라서 굳어버렸다.“언니?”고은지는 아파서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이지훈은 고은지를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앞의 사람이 배준우의 아내라는 것을 눈치챘다.“사모님, 안녕하세요.”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에요?”“발목을 심하게 다치셨습니다.”차에 탈 때부터 고은지의 발목은 퉁퉁 부어있었다.고은영은 고은지가 다쳤다는 얘기를 듣고 심장이 쿵 떨어졌다. 그리고 이지훈과 함께 고은지를 데리고 정형외과로 갔다.검사한 결과 의사는 가벼운 골절이라고 했다. 의사는 고은지의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병실에 누운 고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378화

    “준우 씨가 희주를 찾을 수 있을까?”고은영은 그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버렸다.전에 고은지를 도와 희주를 찾아주겠다고 했을 때 고은지는 사양했었다.하지만 지금 고은지가 먼저 고희주의 얘기를 꺼내는 걸 보면, 오늘 발목을 다친 것과 상관이 있을 것 같았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얘기했다.“당연하지. 전에는 언니가 찾지 말라고 해서 안 찾은 거야.”“그때는 아무래도 희주가 아빠 손에 있으니까...”거기까지 얘기한 고은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고은영이 물었다.“그럼 지금은 왜...”“그 사람은 희주 아빠가 아니야.”고은지가 이를 꽉 깨물고 얘기했다.고은영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뜻이야?”고은영은 멍해졌다.나태현이 희주의 아빠가 아니라니.사람을 헷갈린 건가?머릿속이 복잡해진 고은영을 보면서 고은지가 이어서 얘기했다.“그 사람은 자격이 없어. 짐승일 뿐이야.”“...”짐승이라니.고은영은 나태현에 대한 첫인상이 꽤 좋았다.다만 나태현과 고은지 사이에 일어난 일을 보면서 호감도가 내려가긴 했다.고은영이 한숨을 쉬고 물었다.“오늘 다친 게 나태현 씨랑 연관 있어?”이지훈이 고은지를 병원으로 데려온 것을 보면서 고은영은 속으로 나태현을 의심했다.그리고 고은지가 나태현을 욕하는 걸 보면서, 심증은 점점 더 커져갔다.고은영의 질문에 고은지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은영은 마음이 조급해져서 물었다.“도대체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은영아, 넌 그저 희주 찾는 것만 도와주면 돼. 난 희주를 꼭 되찾아올 거야.”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얘기했다.“걱정하지 마. 곧 찾을 거야.”“빨리 찾아야 해. 희주는 지금 폐 쪽에 감염이 생겼어. 합병증으로 이어질지도 몰라.”“희주가 아프대?”고은영이 놀라서 물었다.고은지는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가슴이 아팠다.희주의 이모로서, 고은영은 희주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걱정해주는데, 나태현은...아이 아빠라는 사람이 고희주의 병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아 하고 있었다.나태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379화

    지신혜가 다리를 다친 것 때문에 고은지의 발을 이렇게 만들다니.고은영은 이 일의 앞뒤가 이해되지 않았다.그냥 지신혜가 고은지에게 화를 풀고 싶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량천옥이 지신혜의 다리를 부러뜨려서, 나태현이 고은지에게 복수한 걸까?그 생각에 고은영은 한층 어두워진 시선으로 고은지를 보면서 가슴 아파했다.그리고 겨우 입을 열었다.“약혼녀에게는 그렇게 잘해주면서, 왜 자기 아이의 엄마한테는 이렇게 모질게 구는 거야?”“이젠 상관없어.”어차피 고은지는 지금껏 당한 모든 것을 되찾아오기로 했다.지금 얼만큼 당했으면, 나중에 꼭 그만큼 갚아줄 것이다.고은영은 담담하게 얘기하는 고은지를 보면서 숨이 점점 막혀왔다.고은영은 알고 있었다. 나씨 가문과 량천옥 사이의 원한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거다. 그리고 고은지는 불행히도 거기에 휘말리고 말았다.“상관없다니! 그해의 일은 언니랑 아무 상관이 없어! 게다가 우리는 무슨 일인지도 전혀 모르고 있잖아.”“...”“그 사람들이 아무리 피해자 코스플레이를 한다고 해도, 진정한 피해자는 지금 우리란 말이야!”고은영이 깊이 생각한 후 얘기했다.나씨 가문과 량천옥이 싸우면서 정말 나씨 가문이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그 복수의 칼날이 고은지를 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고은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는, 그저 제삼자니까 말이다.하지만 나씨 가문 사람들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길 좋아했다.그래서 아무 반항도 하지 않는 고은지를 계속 괴롭히고 있었다.그동안 몇 해가 지나도록 량천옥에게 복수하지 않다가, 인제 와서 고은지에게 모든 원망과 증오를 퍼붓고 있는 것이었다....이지훈이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시침은 이미 11을 가리키고 있었다.량천옥이 도시락을 들고 차에서 내리는 걸 본 이지훈은 약간 놀라서 굳어버렸다가 얼른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안녕하세요, 사모님.”사모님이라고 부르는 목소리를 들은 량천옥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리고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380화

    이지훈은 곧장 나태현의 사무실로 걸어갔다.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나태현의 낮고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지훈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문을 여는 순간, 사무실 안에 가득 찬 짙은 담배 연기가 이지훈의 얼굴을 덮었다.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이지훈은 애써 참고 문을 닫은 뒤 조용히 책상 앞까지 걸어갔다.“부르셨습니까.” 이지훈이 예의 바르게 물었다.나태현은 손에 들고 있던 거의 타들어 가는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끄고는, 물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여자 상태는?”“발목이 골절됐습니다. 고정 처치까지 받았으니 최소 한 달은 출근이 어려울 겁니다.”이지훈은 담담하게 사실을 전했다. 골절된 상태로 봤을 때, 고은지는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지훈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까지 된 건지 말이다.나태현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지만, 선을 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입을 닫았다. 나태현과 고은지 사이에 일어난 일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이지훈은 알고 있었다. 고은지가 과거 나태현과 얽혀 있던 여자라는 사실도, 고은지의 딸 고희주가 나태현의 아이라는 사실도. 그때까지만 해도 나태현은 아무렇지 않았다.오히려 고은지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단지 량천옥 때문에 모든 태도를 바꾸었다.설령 나태현과 량천옥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더라도, 자기 아이의 어머니를 이렇게까지 대하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닐까? 더구나, 고희주가 지금 식물인간 상태이기에 망정이지, 만약 의식이 있었다면 이런 냉정한 태도에 상처받았을 것이다.“앞으로 고은지 일엔 신경 끄도록 해.”나태현의 차가운 시선이 이지훈을 향했다.“...무슨 말씀이십니까?”나태현의 말을 들은 이지훈은 순간 당황했다. 나태현의 ‘신경 끄라’는 말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이지훈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자신은 다친 직원을 병원으로 데려간 일뿐인데, 그게 문제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381화

    나태현의 질문에 이지훈은 미간을 팍 찌푸리고 대답했다.“정말 아닙니다.”이지훈의 대답은 아주 강경했다.나태현이 아무리 무슨 말을 해도 이지훈의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나태현은 그제야 이지훈의 대답을 약간 믿을 수 있었다.이지훈은 그저 고은지를 동정하는 것이다.가정 교육을 그렇게 받아서인지, 이지훈은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했다.아무리 강한 여성들이 있다고 해도 타고나는 것들은 바꿀 수 없는 게 많으니까 말이다.나태현이 물었다.“그러면 도대체 이유가 뭐지?”이지훈이 고은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본 나태현은 싸늘한 눈빛으로 이지훈을 쳐다보았다.이지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나태현의 시선을 마주 보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전 여전히 천락그룹을 강성 제일 그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천락 그룹의 대표님도 여자를 울리는 사람이 아니겠죠.”여자를 울리는 남자는 쓰레기다. 이지훈은 그렇게 생각했다.아무리 나태현이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해도 이지훈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나태훈은 이지훈의 이유를 듣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여자? 아~”“...”“여자... 그래, 그래도 여자는 사람이잖아?”“...”이지훈은 본인의 귀를 의심할 뻔했다.고은지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인가? 이지훈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얘기했다.“나 대표님, 고은지 씨는 나 대표님의 아이를 낳은 여자입니다.”그런 고은지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다니. 이지훈은 나태현의 인성을 의심해볼 정도였다.나태현과 오랫동안 같이 있다가는 사상이 비뚤어질 것 같았다.나태현은 차가운 눈으로 이지훈을 보면서 웃었다.“사람을 낳을 수 있는 건 오직 사람뿐이야.”그 말을 들은 이지훈은 완전히 굳어버렸다.이지훈은 그제야 알았다.이 말을 고은지를 향한 말이 아니라 량천옥을 향한 말이라는 걸.결국 고은지가 이 모든 일을 당한 것이 다 량천옥 때문이라는 거다.그러자 이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태현과 량천옥 사이의 일을 모르고 있으니 평가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고은지의 일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382화

    량천옥은 텅 빈 손을 보면서 마음이 공허해지는 것 같았다.“은지야.”“아무 일도 아니에요.”“아무 일도 아니긴! 네가 왜 갑자기 다친 거야! 게다가 골절이라니!”사무실 안에서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골절될 일이 뭐가 있겠는가.게다가 고은지가 신은 하이힐은 너무 높은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발목은 삔다고 해도 골절이 될 수 없었다.고은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량천옥은 마음이 급해졌다.“제발 말 좀 해 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나태현 때문이지? 나태현이 널 이렇게 만든 거지!”량천옥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량천옥이 생각했을 때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나태현뿐이었다.그래서 량천옥은 예전부터 고은지와 나태현이 엮이지 않기를 바랐다.나씨 가문의 사람은 량천옥이 봐 온 가장 파렴치한 사람들이다.량천옥이 화난 모습을 보면서 고은영은 약간 마음이 풀어졌다.어찌 되었든, 고은지가 무슨 일을 당하든 량천옥은 고은지의 편을 들어줄 거니까 말이다.고은영은 사과를 깎아 량천옥에게 주었다.“언니도 좀 먹어.”고은영이 가볍게 얘기했다.량천옥은 그제야 병실에 고은영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량천옥은 고은영이 건네주는 사과를 받으며 감사하다는 말만 했다.량천옥은 본인이 죽도록 미웠다. 자기 딸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으니까 말이다.고은영이 일어나서 얘기했다.“간호인을 불렀으니까 전 먼저 갈게요.”“그래.”량천옥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고은지를 슥 쳐다보고 인사를 한 후 바로 떠나갔다.병실에 남은 것은 고은지와 량천옥뿐이었다. 량천옥이 다시 고은지의 손을 잡고 물었다.“은지야, 제발 알려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물어보지 말아요.”그 대답에 량천옥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나태현 때문이라는 생각이 더욱 깊숙이 박혔다.‘나태현...’량천옥은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나태현이 널 때린 거지, 그렇지?”“아니에요!”“감춰줄 필요 없어. 그 자식은 그저 희주의 아빠일 뿐, 그것만 빼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383화

    고은지가 자기 딸이라는 걸 안 후, 량천옥은 고은지 앞에서 체통을 지키려고 애썼다.그래서 이번에 처음으로 고은지 앞에서 화를 낸 것이었다.고은지는 묵묵히 그런 량천옥을 바라보았다.그 침묵에 량천옥은 마음이 아팠다.이렇게 된 것도... 고은지가 원하던 건 아닐 것이다.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스스로를 놔버린 것이다.량천옥은 고은영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에 마음이 아팠다.게다가 자기한테 도움을 청하지도 않으니 말이다.이건 다 어릴 때 성장 환경 때문이다. 고은지는 어려서부터 무슨 일이든지 혼자 해결하려 했으니까 말이다.그래서 지금 상황에서도 고은지는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묵묵히 견뎌내고 있었다.하지만 그 모습에 량천옥은 가슴이 아팠다.“미안해, 너 때문에 화난 건 아니야.”량천옥은 절대로 고은지에게 화를 낼 수가 없을 것이다.고은지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다.고은지가 이런 성격이 된 건... 량천옥 때문이니까.량천옥은 고은지에게 엄마로서의 사랑을 주지 못했다. 고은지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그래서 고은지는 이미 혼자가 편한 사람이 된 것이다.고은지는 고개를 돌려 량천옥을 쳐다보았다. 고은지가 뭐라고 하려고 할 때 량천옥의 핸드폰이 울렸다.확인해보니 정록담이 벌써 영상을 보냈다.그건 고은지가 나태현의 사무실에 있는 모습이었다.량천옥은 저도 모르게 고은지의 눈치를 보고 결국 밖으로 나갔다.고은지 병실의 문을 닫고 병원 복도의 끝에 다다른 량천옥은 그제야 영상을 클릭했다.영상은 오디오까지 들어있었다.나태현이 먼저 얘기했다.“네 엄마 말이야, 지신혜의 다리를 부숴버리고 지신혜 집안까지 망치다니. 너무한 것 아니야? 게다가 남풍 프로젝트도 네 엄마가 한 거라던데... 네 엄마가 어떤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량천옥은 입을 틀어막고 놀란 표정으로 화면을 지켜보았다.량천옥 때문에, 나태현이 고은지를 괴롭힌 것이다.어젯밤 지신혜의 아버지가 검찰에 불려가서 고은지를 괴롭힌 것이다.영상 속의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384화

    “곧 알아낼 수 있습니다. 오늘이면 정확한 위치를 보내줄 수 있다고 합니다.”량천옥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얼른 알아봐. 나 더는 못 참겠으니까.”량천옥의 말투는 꽤 담담하게 들렸다.하지만 그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감정을 잃어버린 것이었다.고희주가 나태현에게 잡혀있지만 않았다면 량천옥은 당장 회사로 달려가 나태현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생각이었다.정록담은 짧게 대답하고 현재 알고 있는 정보를 얘기하려다가 결국 참았다.전화를 끊은 후 량천옥은 차가운 벽에 기대어 서 있다가 스르륵 쓰러졌다.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그곳에 멍하니 앉아있었다.10여 분 후, 량천옥은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고은지는 이미 잠에 들었다. 량천옥은 고은지가 점점 살이 빠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침대 맡에 앉은 량천옥은 나태현이 고은지를 괴롭히던 것을 떠올리고 다시 가슴이 아파서 끙끙 앓았다.눈물로 시야가 흐려졌고 입술 사이로 자꾸만 울먹임이 흘러나왔다.떨리는 손으로 고은지의 볼을 만지려다가 고은지를 깨울까 봐 결국 손을 거뒀다.고은지는 정말 마음이 약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하지만 나태현 앞에서 마음 약해질 필요는 없다.나태현은 그런 배려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니까 말이다....고은영은 정설호를 보고 나온 다음 동영 그룹으로 갔다.고은영을 사모님으로 인정하지 않던 그 사람들은 이제는 고은영을 보고 굽신거렸다.물론 고은영을 배준우와 같은 급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배준우가 좋아하는 사람이니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도 출근할 때마다 꼭 같이 다니니까 말이다.진청아가 고은영을 보고 다가가서 인사했다.“안녕하십니까, 사모님. 김영희 어르신과 진유경 씨도 도착하셨습니다.”사건의 내막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진청아는 진유경에게 존칭을 쓰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표정이 확 굳었다.“두 사람이 여길 왜...”직감이 좋지 않았다.진청아는 고개를 저었다.“자세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배 대표님 사무실에 계십니다.”

Latest chapter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7화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6화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5화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4화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3화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2화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1화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0화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49화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