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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9화

Author: 송언희
고은지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고은영은 마음이 한시도 편하지 않았다.

배준우가 나태현과 통화를 끝내고 돌아온 그 순간, 그녀는 온몸이 굳어버린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아, 아니예요... 그럴 리 없어요.”

머릿속이 하얘졌다. 말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나태현은 전화로 배준우에게 몇 마디만 전했는데 그 말 속에 담긴 의미는 이미 되돌릴 수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배준우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주었다. 무슨 위로의 말을 건네려 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 어떤 말도 그녀에게 위로가 될 순 없었다.

고은영에게 있어 고은지는 그저 언니가 아니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이고 세상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기대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배준우의 따뜻한 품에 안겨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마치 뼛속까지 냉기로 얼어붙은 듯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정말이에요? 진짜 되돌릴 수 없는 건가요?”

고은영은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물었다.

배준우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확실해. 량천옥 씨는 지금 바로 남해로 가고 있대.”

그 말을 들은 순간, 고은영의 호흡이 급격히 가빠졌다.

‘정말... 돌아올 수 없는 걸까? 진짜로 다시는 볼 수 없는 걸까?’

그녀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듯한 통증에 휩싸여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왜... 왜 하필 언니예요? 왜 우리 언니한테 이렇게 잔인한 거죠? 고생 끝에 행복이 온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었나요?”

‘다들 고생 끝엔 행복이 온다고 하는데 왜 우리 언니한테는 고통만 남았을까.’

어린 시절의 고은지는 항상 고통과 결핍 속에 살았다.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세상은 한 번도 평온했던 적이 없었다.

‘이제서야 겨우 친엄마를 만나고 삶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끝내 얻은 건 죽음이라니...’

“은영아...”

“준우 씨, 언니는 단 하루도 행복하게 살지 못했어요. 그런데 왜... 왜 이렇게 마지막까지...”

“우선 사람부터 찾자. 응? 아직 포기하지 말자.”

그 말은 오히려 고은영의 마지막 이성마저 끊어놓았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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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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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58화

    “어때? 입을 열었어?”정록담의 물음에 삭발한 사내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아뇨. 하지만 증거는 명확합니다.”그는 흰색 스마트폰 하나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정록담이 그것을 받아 들여 화면을 확인하더니 곧장 량천옥에게 건넸다.“지신혜의 계좌입니다. 이틀 전, 정확히 일백만 원이 빠져나갔습니다.”량천옥의 눈빛과 분위기는 완전히 돌변했다.얼음처럼 차가운 침묵 속에서 그녀는 정록담에게 눈치를 줬다.정록담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삭발 사내 역시 그 눈빛만으로도 뜻을 알아차렸다.그 순간, 폐공장 안은 다시금 고막을 찢는 듯한 비명과 무자비한 폭력 소리로 가득 찼다.무자비한 구타는 십여 분간 이어졌고 량천옥은 아무렇지 않게 낡은 철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마치 저승에서 돌아온 여왕처럼 살기만 남은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끝까지 입을 안 열면 모두 바다 밑에 던져버려.”그녀의 목소리는 칼처럼 날카로웠고 그 안에 담긴 냉혹함은 사람의 피까지 얼게 만들었다.그 말을 들은 몇몇 양아치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전부 묶어.”삭발한 사내의 명령에 부하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안, 안 돼!”그동안 끝내 입을 열지 않던 자들조차 손발이 결박되자 비로소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량천옥은 그 광경을 차갑게 지켜볼 뿐, 한마디 말조차 하지 않았다.양아치들이 하나둘 묶여 끌려 나갈 즈음 그중 한 명이 결국 이성을 잃고 절규했다.“말할게요! 말하겠습니다!”“의뢰인이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 해서 그 여자를 바다에 던졌습니다.”그 순간, 문이 열리며 나태현과 양지호가 사람들을 데리고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그 말을 듣게 되었다."그 여자를 바다에 던졌습니다."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적막이 폐공장을 뒤덮었다.차가운 밤공기 속, 바람이 싸늘하게 휘몰아쳤다.양지호는 반사적으로 나태현을 바라보았다. 빛이 거의 들지 않았기에 표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오히려 그 무표정 속에서 그는 바람보다 더 서늘한 냉기를 느꼈다.그 말이 들은 량천옥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57화

    고은지라는 이름을 듣자 량천옥은 간신히 이성을 되찾은 듯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다 이내, 맹렬한 분노가 다시금 솟구쳐 올랐다.그녀는 그대로 눈밭 위에 쓰러져 있던 지신혜의 몸통을 발로 세차게 걷어찼다.“기다려. 두고 보자. 절대 그냥 안 넘어갈 테니까.”량천옥의 이성이 돌아오자마자 떠올린 건 단 하나, 고은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였다.그녀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바로 몸을 돌려 지신혜를 눈밭에 남겨둔 채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정록담 씨, 당장 그자들을 찾으세요. 지금 당장!”그러자 정록담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이미 지시해두었습니다. 지신혜 씨가 말하는 그 무리를 지금 공항 쪽에서 수색 중입니다.”량천옥은 피범벅이 된 지신혜만을 그 곳에 남긴 채, 숨을 거칠게 내쉬며 떠났다.그때, 구석에서 전화를 받던 나태현이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지신혜는 마지막 남은 희망처럼 그에게 달려들어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량천옥 그 미친년이 분명히 아주 깊은 상처를 냈을 거야, 얼굴에 흉터가 남을지도 ‘몰라.나태현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힘껏 걷어찼다!지신혜는 몸을 겨누지 못하고 놀라 비명을 지르며 눈길에 쓰러졌다.“태현 씨...”그녀가 더 말하기도 전에, 나태현은 이미 차에 올라 그대로 떠나버렸다.차가 달리며 일으킨 바람에 지신혜는 추워 몸을 떨었다.‘어떻게 나를 이렇게 대할 수 있어? 난 당신의 약혼녀인데 어떻게 이렇게 대할 수 있단 말이야?’낙의는 떠났다.지신혜는 떨리는 몸을 일으키며 얼굴을 만졌는데 손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아악!”고통스럽고 분노에 찬 비명이 울려 퍼졌다.‘왜, 왜 모두 고은지 때문에 나를 이렇게 대하는 거야?’그녀는 돌아서서 넷 가문의 대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문 열어, 들어가게 해줘, 들어가게 해달라고!"분노에 찬 목소리는 결국 눈보라 속에 사라졌고, 아무도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한편, 차 안에서.량천옥은 마음이 조여지는 것 같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56화

    그때, 정록담이 어느 순간 조용히 다가와 량천옥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방금 지씨 가문이 공식적으로 지신혜와의 모든 관계를 끊었다고 발표했습니다.”그 말에 량천옥의 표정이 서서히 어두워졌다.‘이 타이밍에 그런 발표라니?’의미는 명확했다. 지씨 가문은 이미 모든 책임을 그녀에게 넘기고 손을 털었다는 뜻이었다. 마치 본인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말이다.이미 확신하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공식적인 선언을 들은 순간, 량천옥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고 느꼈다.지신혜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량천옥의 표정만으로도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그녀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애써 평정을 가장하며 말했다.“량 여사님이 여기까지 오시다니... 안으로 들어가시죠.”그녀는 안으로 초대할 생각이었다. 마치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량천옥은 냉소를 머금은 채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발걸음은 조용했지만 지신혜는 그 안에서 터져 나오는 위압감에 숨이 턱 막혔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뒷걸음질 쳤고 눈 쌓인 길바닥에 미끄러지며 그대로 차가운 얼음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량천옥이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이제 지씨 가문 사람도 아닌 주제에 날 안으로 들이겠다고?”“무, 무슨 말씀이죠?”지신혜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지신후가 그렇게까지 잔인할 줄은 몰랐다.‘이렇게 빨리, 이렇게 단호하게 날 내치다니…’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량천옥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딸, 고은지는 어디 있지?”그 말에 지신혜의 숨이 꺾였다.“저는 무슨 말씀인지 잘...”량천옥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시간 끌 생각 마. 아니면...”그녀는 조용히 몸을 굽혔다.언제 손에 들었는지도 모를 작은 과도 하나가 그녀의 손 안에 있었고 그 날카로운 칼끝이 어느새 지신혜의 뺨에 스쳐 있었다.“아아악!”차가운 칼날, 그리고 그보다 더 차가운 눈빛.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55화

    지신혜는 확신하고 있었다. 이번 일은 그야말로 완벽했다고 말이다. 아무리 량천옥이라도, 절대 자기에게 닿을 수 없을 거라고. 하지만 그녀는 결국 량천옥을 너무 얕보고 말았다.지신혜는 량천옥이 배씨 가문에서 나왔으니 힘도 권력도 모두 잃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였다.게다가 지금 지씨 가문을 조사하고 있는 건 량천옥뿐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녀에게 놓고 말하면 더 큰 문제였다. 고은지만 사라지면 반드시 자신과 결혼할 것이라 믿었던 나태현이 지씨 가문을 조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그날 11시.정록담이 서둘러 지신혜가 은신해 있던 오피스텔로 들어섰다.“량천옥 씨, 확인됐습니다.”량천옥의 눈이 번뜩였다.“어떻게 됐나요?”정록담은 숨을 고르며 보고를 시작했다.“사고 당시 차량 운전자가 충돌 직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요. 이 일을 지시한 사람에게 건 전화는 아닌 듯합니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연락을 취하는 것 같아요.”“그래서 누가 지시한 거죠?”량천옥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정록담의 말을 들어보면 이번 일을 지시한 자가 얼마나 신중한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신중하다고 해서 결코 잡히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정록담은 담담하게 말했다.“지신혜였습니다.”그 말 한마디에 주위가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지씨 가문도 조사하고 있었기에 생각보다 빠른 추적이 가능했습니다.”그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했지만 그 속엔 무거운 진실이 담겨 있었다.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 아직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지신혜가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외치던 완벽한 계획은 량천옥의 귀에 들어가고 말았다.량천옥의 눈빛은 매서운 칼날보다 날카로웠다.“갑시다.”그녀는 짧고 명확하게 말했다. 정록담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폭풍 전야처럼 서늘했다.두 사람은 최대한 빠르게 지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도착한 순간, 그들 앞에 낯익은 차 한 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나태현의 차였다. 그리고 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54화

    “여보, 더 이상 신혜를 지씨 가문에에 둘 수는 없어요.”박은정은 단호한 어조로 남편 지신후를 바라보며 말을 잘랐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정신이 없던 지신후는 그녀의 발언에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그게 무슨 뜻이죠?”지신혜가 눈을 부릅뜨고 박은정을 노려보았다.박은정은 혀를 차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찔렀다.“넌 정말 생각이라는 걸 안 하고 사는구나. 량천옥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는 건드렸어?”“저... 저는...”지신혜는 말끝을 흐렸다.“너 나씨 가문에 시집가겠다고 했지? 어림도 없어. 시집은커녕 량천옥 손에 먼저 죽겠네.”지신혜의 얼굴이 굳어졌다. 숨조차 멎은 듯 찰나의 정적이 흘렀다.“말했잖아요. 절대 모를 거라고.”“모를 거라고?”박은정은 비웃듯 되물었다.“너 량천옥이 어떤 여자인지 모르는 거니? 여보, 당신은 알잖아요.”그 말에 지신후의 얼굴은 더 어두워졌다.천천히 고개를 들어 지신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엔 절망과 분노가 교차하고 있었다.지신혜는 어려서 몰랐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량천옥이라는 여자의 광기, 집념, 치밀함을 말이다.나씨 가문과의 약혼이 지씨 가문에 일정한 이익을 안겨준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그와 달리 량천옥은 자기 딸 고은지에게 작은 모욕이라도 가해지면 가차 없이 복수해 버리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금 지신혜 저지른 짓은 단순한 모욕이 아니었다.지신후의 눈빛을 본 지신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아버지...”그는 길게 숨을 뱉은 뒤, 결정을 내렸다.“당장 출국해.”“뭐라고요?”지신혜의 눈동자가 휘둥그레 커졌다. 그녀는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말이 믿기지 않았다.“앞으로 넌 내 딸이 아닌 걸로 하자.”“아버지, 뭐라고요?”지신혜는 그 자리에서 소리쳤다.‘꿈인 건가? 날 집에서 내쫓겠다고?’“절대 들키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왜 다들 날 못 믿으세요?”“들키지 않는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박은정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약혼이 깨져 창피를 당한 것도 모자라 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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