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웅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김연화를 바라보며 말했다.“김 비서는 다 좋은데 성격이 너무 급한 게 문제야!”조금만 차분하게 일을 처리했더라면 오늘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조급해진 김연화는 계속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나태웅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외근을 마치고 돌아온 정유비는 한창 혼나는 김연화를 보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훈계를 마친 뒤, 나태웅이 말했다.“앞으로 고은영 씨는 대표님이 직접 지시한 업무만 진행할 거야. 다른 업무는 자네들이 알아서 분담해!”알아서 분담하라니?그 말은, 그들이 고은영이 원래 하던 몫까지 완성해야 한다는 의미였다.“정 비서, 따라와!”나태웅은 그 말을 끝으로 차갑게 등을 돌렸다.빨리 발견해서 다행이지 만약 고은영이 명성에서 나쁜 일을 당했다면 배준우는 비서실 전체를 상대로 칼춤을 출 게 분명했다.나태웅은 배준우가 시골 처녀 고은영을 왜 이렇게까지 감싸고 도는지 가끔 이해를 할 수 없었다.신원조사도 해봤지만 두 사람은 과거에 접점이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정유비는 김연화의 옆을 지나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김연화는 화가 울컥 치밀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정유비가 나태웅의 사무실로 들어가자 김연화는 민초희한테 화풀이했다.“뭘 그렇게 봐요?”민초희는 상대하기 싫었기에 조용히 시선을 거두고 할 일을 했다.김연화는 정유비한테 밀렸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명성 서류를 다시 민초희한테 던지며 말했다.“민 비서가 이거 전달해요.”민초희는 냉랭한 말투로 대꾸했다.“나 실장님 말씀하신 거 못 들었어요? 고 비서님 업무 대신해야 해서 시간 없거든요? 김 비서님 일은 김 비서님이 직접 하세요!”“이게….”김연화는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동영그룹에서 5년이나 일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실력이 워낙 출중했기에 다른 부서 상사들도 그녀만 떠받들었다.민초희가 말했다.“비서실에서 비서실장 후임을 뽑겠다고 말했지 김 비서님이라고 꼭 집어 말한 적은 없잖아요!”하지만
배 대표님 맞아?억대의 프로젝트 회의를 하고 있는중에, 지금 여기서 사생활에 대해 묻고 있다고!?민초희와 재무 경리는 눈을 마주치고, 서로의 눈에 스치는 경악을 보게 됐다!두 사람은 배준우가 크게 화를 내며 고은영을 멍청하다고 욕할 줄 알았다.그런데, 순간 배준우의 말투에 부드러움이 추가됐다.“다 사면 들 수 있어?”민초희.“…….”재무 관리자.“…….”두 사람은 심장이 움츠러들고 곧이어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저 사람이 정말 고비서 맞아?별거 아닌…… 비서!?고은영은 자신이 들 수 있다고 하더니 부엌에 아무것도 없지 않냐고 다시 물었다.배준우는 그녀에게 일단 조금만 사라고 말했다. 그녀가 다 들지 못할 까 봐 걱정하는 둣했다.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앉아 전화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해 모두 배준우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추측하고 있었다.배 대표의 이런 부드러운 모습을 보게 되다니!방금 전화 너머의 대상을 향한 배준우의 말투는 이전에 모두가 보지 못했던 부드러운 말투였다.민초희과 재무 매니저는 특히 더욱 큰 충격에 빠졌다. 이전에 배준우는 고은영에게 엄청 사납게 굴어 고은영도 그를 무서워했다…….그러나 이 통화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그들이 보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아무튼 사장님과 비서 그런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배준우가 전화를 끊자 표정이 다시 차가워졌다. 방금 전의 부드러움은 착각인 듯 그의 무거운 목소리만 들렸다.“계속해.”모든 사람들이 순간 정신을 차리고 다시 회의를 시작했다.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고은영은 자신이 방금 도대체 무슨 놀라운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녀는 통 밀가루 한 봉지, 국수, 양념 몇 개를 사고, 야채 코너에 가서 녹색 야채를 골라서 샀고, 양념은 모두 소포장된 것으로 골랐다.비록 그녀가 고른 것은 작은 포장들 이었지만, 양이 많아서 계산할 때는 한 봉지 가득이었다.생각보다 들기에 무거웠다!어려서부터 농사일을 하던 그녀는
배준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무슨 국수야?”“야채 국수예요.”고은영이 진지하게 말했다.배준우도 야채 국수인 걸 눈치챘다. 면과 녹색 잎 야채가 모두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것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기름도 없는 것 같았다. 예상이 맞다면 물국수인 것 같은데?배준우는 앉아서 젓가락을 들고 뒤적거렸으나, 역시 다진 고기조차 없는 간단한 물국수였다.한 입 맛본 배준우는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고은영은 그의 표정을 보고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맛, 맛이 없나요?”“소금 말고는 아무맛도 안 나네. ”배준우는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아침에 그녀는 여러 가지 면을 만들 줄 안다고 해서 한 번 맛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배준우는 앞으로 고은영의 일에 대해 너무 궁금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은영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저희는 예전에 모두 이렇게 만들었어요!”그녀가 밥을 짓는 것을 접하는 유일한 시간, 즉 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였다. 할머니는 이렇게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줄곧 말하셨다. 그래서 면을 만들 때마다 소금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그녀는 요 몇 년 동안 모두 이렇게 먹어와서 이 맛에 익숙해졌지만, 배준우는 처음이었다.이 맛은 그에게 있어서 보통 맛없는 것이 아니었다.“휴…….”결국 한숨을 쉬며 일어나 국수를 들고 주방으로 갔다.고은영은 따라가야 할지 어떡해야 할지 몰랐다.그녀 역시 자신이 잘못한 것 같았지만, 어떻게 해야 맞을지 몰랐다.곧 주방에서 '타닥타닥’ 기름이 튀는 소리가 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의 후각을 자극하는 향기가 퍼졌다.배준우가 다시 나왔을 때, 그 하얀 국수에 토마토 계란 볶음이 추가되었었고, 다진 고기도 볶았져 있었다. 고은영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배준우가 낮게 말했다.“네 건 주방에 있어.”그녀 것도 있다고?그녀는 아까 자신이 먹을 것을 만들지 않았다. 오늘 아침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배 대표와 함께 식사한 적이 없었다.게다가 언니가 싸준 음
이전에 고은영은 점심에 안지영과 함께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는데, 오늘은 두 사람을 보지 못했다.다른 부서는 별거 아니지만, 프런트나 비서실 모두 좀 쉬쉬했고, 특히 비서실은 더 그랬다.지금 메인 비서의 자리를 다들 비집어 들어오려고 하는 상황에, 고은영이 오늘 점심에 배 대표님 사무실에서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이게 무슨 뜻이지?암묵적 관행을 논다고?만약 그렇다면, 그녀는 자멸을 자초하는 것이다. 동영 전체, 심지어 해성까지도 배준우가 미색에 매혹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지금 전체 비서실에서 고은영이 어떻게 죽을지 보고 있었다…….이 순간 휴게실에서 고은영이 밥을 먹고 졸린 표정을 짓자, 배준우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빨리 설거지해!”“알, 알았어요!"고은영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 설거지는 마땅히 해야 한다. 이것은 그녀가 아무런 실수 없이 할 수 있었다.배준우는 점심에 자는 습관 있었다.고은영이 작은 주방을 정리하고 나오자 배준우가 이미 홈웨어로 갈아입고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두 눈동자를 꼭 감고 있어 평상시 일 할 때의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조용한 가운데 특유의 온순함이 묻어났다.고은영은 살금살금 다가가서 담요를 집어 들고 그에게 덮어주었다.그러나 일어나면서 긴 머리카락이 어디에 걸렸는지 모르게 당겨지자 그녀는 '스읍…….'하고 차가운 숨을 한 번 들이마시더니, 발 밑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배준우의 몸 위로 넘어졌다.고은영. “…….”머리가 '윙'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망했다!'라는 세 글자만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번에 정말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몸 아래 있는 남자는 숨이 조금 답답했다고 느끼자 움찔거렸다. 고은영은 그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눈을 감고 얼른 배준우의 몸 위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머리카락은 여전히 걸려 있어, 그녀는 아픈 느낌에 다시 배준우의 품속으로 넘어졌다.고은영의 세계는 이미 완전히 공백과 혼란으로 가득 찼고, 산소 부족으로 인해 숨이 막
“스읍”하고 고은영은 찬 공기를 들이마셨고, 머리카락도 순간 성공적으로 풀렸다.걸렸던 한 줄은 선명하게 짧아졌는데, 분명히 배준우에 의해 끊겨졌을 것이다.고은영이 반응도 하기 전에 배준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방에서 나가!”고은영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크게 숨도 못 쉬고 재빨리 뛰쳐나갔다.대표 사무실 문을 나서고, 그녀는 자신의 등과 이마가 온통 식은땀으로 뒤범벅된 것을 발견했다.민초희, 정유비 그리고 김연화 모두 돌아온 그녀를 보는 표정이 각양각색이었다.특히 김연화와 정유비 두 사람이 고은영을 보는 눈빛은 더욱 하찮았다!그녀의 창백한 낯빛을 보면, 그녀가 배 대표를 꼬시는데 실패하고 곧 동영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은영 자신도 오늘 틀림없이 쫓겨날 것이라고 생각했다."은영 씨 괜찮아요?"민초희는 그녀 옆에 와서 물 한 잔을 건넸다.그녀는 회의실에서 배준우의 그 통화내용을 직접 들었고, 고은영과 배준우의 관계가 그녀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했다.고은영은 놀란 심장이 아직 제자리에 돌아오지 못한 채, 민초희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는 괜찮아요, 고마워요!"말하면서 서둘러 회사를 뛰쳐나갔다.고은영이 회사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안지영이다.얼른 휴대폰을 꺼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지영은 지금 기숙사에서 쉬고 있었는데 그녀의 번호를 보고 심장이 움츠러들었다."너 또 무슨 일이야?"분명히 안지영이 보기에, 고은영이 지금 그녀에게 전화하면 틀림없이 사정이 있는 것이다.고은영은 울음을 터뜨릴 듯한 말투로 말했다.“지영아, 내 높은 연봉이 없어질 것 같아!""아니, 너 이거……."안지영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고은영은 언제 어디서나 이런저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은데 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을까?특히 그녀에게 그런 엄마가 있다니, 정말 쉽지 않아!"기다려!"고은영이 우물쭈물하며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안지영은 조급하게 한마디 하
배준우와 고은영이 한 지붕 아래 머무르지 않는 한, 그렇게 많은 상황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지영의 말이 옳다고 느꼈다!당시 배준우가 그녀를 보는 눈빛은 그의 침대에 기어든 여자를 보는 것 같았다.아주 흉악하고 위험했다!“그럼 나는 동영에서 쫓겨나지 않을까?”이 일을 생각하니, 고은영은 또 가슴이 두근거려 안지영을 애타게 쳐다보았다.안지영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지금 그는 너라는 아내가 필요하니 감히 너를 회사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야."배준우가 왜 그녀와 결혼했겠어, 분명 배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기 위함이다.그러니 그녀를 해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곁에 머물러 있긴 하겠지만, 절대 그녀가 가까이 다가갈 기회는 주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고은영에겐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두 사람을 이렇게 분석하자 고은영 역시 기분이 많이 좋아졌고, 아까와 같은 두려움은 없었다."하지만 너 앞으로 꼭 조심해야 해. 배 대표가 널 가까이하게 하진 않겠지만, 너 오늘 이 일은 너무 심했어."고은영은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응, 그럴게.”그녀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자 안지영은 오히려 조금도 안심할 수 없었다. 그녀의 이 데면데면한 성격은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또 이런 일이 일어날것만 같았다. .그녀가 고쳐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분명히 불가능하다.점심에 휴게실에 있었던 일 때문에 고은영은 오후에 출근할 생각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김연화와 정유비는 이때 배준우의 눈앞에 끼어들려고 애썼다.물론 그녀들은 다른 마음을 가진 것이 아닌 오직 메인 비서 자리만을 생각하고 있었다.도중에 배준우가 회의실에 가는 길에 고은영의 작업대를 지나갈 때, 고은영은 머리를 낮게 파묻고 책상 밑으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까지 있었다.“똑똑!”남자의 관절이 뚜렷한 손가락 뼈가 나무 작업대 위를 두드렸다.배준우의 뒤를 따르던 김연화와 정유비 두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고은영은 놀라움에 심장이 떨려, 덜덜 떨며 고개를 들었
배준우는 말을 듣고 그녀를 쳐다보았다!고은영은 작은 손을 함께 잡고 긴장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네. 너한테 잘 어울려."그녀는 눈대중으로 대략 168센치 정도 되는 큰 키를 가지고 있고, 가냘픈 몸매에 골격미가 있었다.배준우는 일어나서 소파로 향하며 약간 권위적인 말투로 명령했다."이리 와."고은영이 고분고분 걸어가자 배준우는 그녀를 소파에 눌러 앉혔다.남자의 따뜻한 손바닥이 그녀의 어깨에 닿는 순간, 고은영의 마음은 긴장감에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그녀는 배준우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몰라 전혀 말할 엄두가 안 났다.다음 순간, 남자의 길쭉한 손가락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자 고은영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휴가 후에 바로 머리를 자르러 갈게요!"이 말을 할 때, 그녀는 가슴이 좀 아팠다.그녀가 이 긴 머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하늘도 알 것이다. 할머니도 여자아이의 머리카락은 목숨으로 기른 것이니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하셨기 때문이다.배준우."왜 잘라?"“저……!"점심에 있은 민망한 장면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고, 고은영의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점심에 있었던 일.. 전 정말 고의가 아니었어요!"배준우의 손이 멈칫하더니 숨결도 약간 무거워졌다.손에 힘도 이 순간 자신도 모르게 더 세졌다. 고은영이 아픔에 '스읍…….'하고 소리를 냈다.배준우."아파?"한 단어, 여전히 차갑다!고은영.“안 아파요!”그녀는 배준우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보이지 않아, 그의 앞에서 아프다고 말하지 못했다.배준우는 차갑게 웃었다."아프면 말해.""진짜 안 아파요!"그가 화만 안 낸다면, 이 정도의 고통은 그녀에게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배준우는 곧 끝냈다."일어나."고은영이 고분고분 몸을 일으켰다. 다음 순간 배준우에 의해 몸이 돌려졌고 그의 눈 밑에는 약간의 웃음기가 감돌았다.그의 성격이 너무 차가워서 그런지 이 웃음은 선명하지 않았다.배준우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올리
사무실 밖의 사람들.정유비와 김연화는 자기도 모르게 배준우의 사무실 앞을 지나다녔다.고은영이 사무실에 들어가면, 배준우에게 크게 꾸지람을 듣고 회사에서 쫓겨날 줄 알았다.그런데 그녀들은 지금 모두 여러 차례나 지나갔는데도 조금의 인기척도 듣지 못했다!두 사람은 무의식 중에 서로 눈이 마주쳤고, 그녀들이 고은영이 쫓겨날지 말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사무실 문이 안쪽에서 열렸다.배준우가 단정하게 차려입고 밖으로 나왔는데 손에…… 고은영의 손을 잡았다고?!김연화와 정유비 두 사람은 고은영이 오늘 쫓겨날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가, 순간 얼어붙었다!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 맞잡은 두 손에 닿아 있었고 반응하는 걸 전혀 잊고 있었다.고은영 또한 지금 마음이 매우 혼란스러웠다!배준우에게 붙잡힌 손은 마치 끓는 물에 데인 것 같았고, 그녀들의 따가운 눈빛을 느끼니 놀라 움찔거렸다. 배준우는 그녀를 돌아봤다."왜?"고은영은 작은 얼굴을 찌푸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정유비와 김연화는 오히려 숨을 들이쉬었다. 특히 고은영 몸에 있는 한정판 오트쿠튀르가 그들의 눈에 띄었다. 이게 지금?유혹에 성공했어?설마……!다른 사람이라면 그렇다 쳐도, 그녀들은 배 대표가 여자들이 이런 짓을 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걸 아는데, 지금 어떻게?두 사람의 머리는 완전히 혼란스러웠다!나태웅이 나와 물었다. "나가시는 건가요?"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갑게 말했다."오후 회의는 전부 미뤄."나태웅은 두 사람이 함께 잡은 손을 보고는 바로 알아차렸다."알았어요."배준우는 바로 고은영을 끌고 나갔다.그러나 사무실은 이미 어수선 해졌다. 그들이 떠난 후 나태웅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여 배준우가 고은영을 끌고 나갔다는 소식은 곧 회사에 퍼졌다……!모든 사람들은 배준우가 그 시골 처녀가 맘에 든 것이라고 추측했다.그녀에게 유혹 당한걸까!"쯧쯧, 정말 생각지도 못 했어. 시골 처녀가 이런 재주를 가지고 있다니, 네 눈이 나쁜 걸 탓할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