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시준은 큰 손으로 강유리를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강유리는 얼떨결에 그의 품 안에 안겼다."당신...""뒤끝 있어야겠군요. 쉽게 용서하면 안 되겠어요."육시준은 낮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강유리의 말에 동의했다.강유리는 잠시 어리둥절하고는 긴장한 것도 잊은 채 의아해하며 물었다."당신도 그렇게 생각해요?"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제가 당신을 잠깐 속였을 때도 그렇게 냉대를 당했는데 그들은 심지어 20년이 넘게 속였으니까요.""..."강유리는 확실히 그들을 며칠 더 내버려두고 화풀이할 생각이었다.자기를 위한답시고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바람에 그동안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육시준의 관점은 상상밖이었다.자기가 겪었던 수모를 그들도 겪어보라는 건가?강유리가 눈웃음을 살짝 짓고 농담 몇 마디를 하려던 찰나 육시준의 따뜻한 입술이 느껴졌다. 육시준이 청량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남에게 벌을 준다고 자신에게도 각박하게 굴 필요는 없어요. 진실을 알고 싶으면 그들의 말도 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끝까지 듣고도 용서할 수 없다면 그때 피해도 늦지 않으니까요.""..."강유리는 살짝 동요했다.방금 그 말은 취소다.육시준은 전혀 음흉하지 않다. 그는 자기가 수모를 겪더라도 남을 생각해 주는 사람이다.강유리가 그들에게 벌을 준답시고 마음 고생할까봐 지금 설득하고 그들과 대화해 보도록 권유하는 것이다.육시준은 그녀의 '심쿵'한 눈빛이 느껴졌는지 시선을 그녀의 입술로 옮겼다. "유리, 지금 진지한 얘기 중인데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말지."육시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멀리 떠돌던 강유리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육시준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고 강유리는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뭐요, 제가 뭘 어떻게 쳐다봤다고. 저도 지금 진지하게 고민 중이거든요. 점심으로 뭐 먹을래요?"육시준은 씩 웃고는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좀 있으면 알게 될 테니 일단은 나가 있어요."강유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싱
성신영은 몸을 떨며 갑자기 그를 돌아보았다. "너는 나를 때리면 안 돼! 너는 아직 고성 그룹과의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어, 나를 죽이면 내 아버지가 널 가만둘 것 같아!""고정남은 지금 자기 여자도 통제하지 못하고 있어. 내 여자까지 신경 쓸 겨를이 과연 있을까? 그리고 네가 망친 게 이 결혼식뿐인 줄 알아?"성신영의 신분과 이미지는 이미 강유리보다 훨씬 못하다. 따라서 어르신의 태도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그래서 LK그룹에서의 육경원의 지위도 곧 무너질 기세다.이 생각에 육경원은 더욱 분노했고 허리띠를 채찍처럼 휘둘렀다."악! 육경원, 이 변태야!""변태? 네가 먼저 이 변태를 건드렸잖아!"육경원은 목소리가 뒤틀리고 더 세게 성신영을 내리쳤다."..."성신영은 가끔 어지러울 정도로 아팠지만, 그 말 때문에 의외로 머리는 맑았다.그래 맞다, 그녀가 먼저 그를 건드렸다.성신영이 제 발로 이 남자에게 다가간 것이다."육경원! 이 악마야! 너는 꼭 지옥에 갈 거야... 아!""걱정 마, 지옥에 가더라도 너랑 함께 갈 테니까."육경원은 지옥에서 온 악마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섬뜩하고 오싹하게 말했다...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성신영은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지르느라 몸부림칠 힘도 다 잃었다. 성신영은 숨을 죽이고 땅에 엎드려 있었다. 온몸은 핏자국으로 가득했지만, 얼굴만은 온전했다.육경원은 허리띠를 내던지고 헐떡이며 성신영 앞에 다가가 땀에 젖은 성신영의 잔머리를 손으로 부드럽게 정리해 줬다."가엾어라, 너는 이제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너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강미연의 병은 이렇게 빨리 나을 수 없기 때문에 계획상에서는 결혼식이 끝난 후 병세가 반복되어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치료를 받게 될 것으로 정했다.인터넷이 온통 결혼식에 대한 보도로 뒤덮였으니 당연히 그녀의 병세에 대한 보도도 있었다.결혼식이 끝난 후 사흘째 되던 날 주치의가 강미연에게 연락을 해왔다.강미연은 어쩔 수 없이 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병실 안의 시선이 모두 문에 가서 꽂혔다.소파에 앉아 있던 바론 공작은 이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방금까지 화제에 올랐던 사람이 바로 앞에 나타난 것이다. 강유리는 육시준의 옆에 서서 강학도 뒤에 서있는 남자를 쳐다봤다."작은이모 병세가 반복된다는데 제가 안 올 수 있겠습니까."강유리는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바론 공작의 시종일관 엄숙한 표정에 모처럼 당황함이 느껴졌다."일부러 네 이모의 병세를 이용해 너더러 억지로 오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주치의가...""그럼 제가 온 걸 환영하지 않으시는 건가요?""당연히 아니지! 나는 그냥...""환영하시든 안 하시든 상관없습니다. 당신을 보러 온 게 아니니까요."강유리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말은 예의 발랐다. 단지 말투에서 존경이 느껴지지 않았을 뿐이다. 게다가 거리감까지 느껴져 듣기에 조금 거북했다.이 말을 남기고 강유리는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하이힐로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어깨를 쫙 펴고 바론 공작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육시준은 그녀보다 두 발짝 뒤떨어져 걸었다. 앞에 있는 이 젊은 여인은 지금 자기가 고귀하고 도도한 페르시아 고양이처럼 카리스마가 있는 줄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랑스러워 죽을 지경이다.육시준은 올라간 입꼬리를 곧 빠르게 누르고 강유리를 따라 들어갔다."몸은 좀 어떠세요, 이모님? 어디 편찮은 곳은 없으십니까?"육시준은 맑고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다.강미연은 강유리가 온 걸 보고 늘 우아하고 여유롭던 얼굴에 약간의 기쁨이 느껴졌다."의사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는데, 아직 조금 불편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온몸이 나른해. 머리도 조금 어지러운 것 같고..."강미연은 침대에 기대어 한 손으로는 관자놀이를 비비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을 부여잡았다.동작이 가식적이고 말투가 연약해서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릴리는 자기도 모르게 눈가에 경련이 일고는 눈을 뒤집었다.저기, 좀 더 실감나게 연기할 수 없으신지."그럼 어
강유리는 좋게 말하면 듣는 사람이다. 허세를 부리고 비난한다면 강유리의 반항심을 자극해 더 막 나가는 스타일이다.육시준은 옆에 서서 그녀를 흘끗 쳐다보고는 그녀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챘다.육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고는 나지막이 설명하듯 입을 열었다."유리가 오늘 온 이유도 다 같이 앉아서 제대로 얘기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유리가 지금 화난 이유는 당신들이 그녀를 이렇게 오랫동안 속였다는 것 때문입니다."강유리는 경악하는 눈빛으로 육시준을 쳐다봤다. 육시준은 씨익 웃더니 강미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모님의 죽음은 성홍주 때문이기도 하고, 그 도씨 집안의 외성 제자 때문이기도 합니다. 고정철은 도씨 집안의 그 제자와 협력하고 있지만, 사실상 지배적인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장모님에게 손을 쓰는 것은 고정철의 생각일 리가 없습니다."이 말의 뜻인즉슨 강민영은 그녀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범인의 목표는 강민영이 맞다. 이 말은 강미연을 조금 놀라게 했다.릴리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그럼, 어머니가 이렇게 오랫동안 자책한 것이 모두 잘못 생각한 것이라는 건가?강유리는 육시준의 이러한 분석을 묵인하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는 창가로 가서 의자에 앉고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그래서 도대체 왜 신분을 바꾸신 거예요?""..."강미연은 눈을 내리깔고 생각에 잠겼다.바론 공작은 현실을 비교적 빨리 받아들인다.게다가 그는 이 일이 도씨 가문과 관련이 있다면 강미연과는 관련이 없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강미연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긴 것이다.바론 공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일은 내 탓이다. 내가 상황을 잘 처리하지도 못한 채 네 어머니에게 구애했기 때문이야..."그들의 첫 만남은 굉장히 막장 드라마 같다. 강민영이 Y국으로 출장 갔을 때, 마침 부상을 입고 쫓기고 있는 바론 공작을 만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구해준 강민영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다.그 후 그는
강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중에는 신분을 바꿨어.""도씨 가문과 관련이 있나요?"육시준이 물었다."..."강미연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어이없다는 말투로 화제를 바꿨다. "결혼식 때 말썽을 피운 무술관의 제자가 고정철 쪽 사람이라는 거 짐작했지.""네.""고정철의 배후에는 도씨 집안 사람들이 있고요...""설사숙이요?"강유리는 물어봤지만 확신하고 있다는 말투였다.강미연은 의아해하며 강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사람을 알아?""사부님께 들었어요."그러자 바론 공작이 불만이 있는 듯 언성을 높여 말했다. "그 사람이 너한테 그런 말을 왜 해?"강유리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왜요?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긴 채 모든 일이 해결된 후에 '부득이한 상황이었다' 라는 한마디로 쉽게 얼버무려야 하나요. 그러고는 자기가 얼마나 위대하고 사심이 없는 것처럼 자기 감동이나 하고 말이에요.""..."바론 공작은 어두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화를 내고 싶었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위대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고, 사심이 없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반대로, 그는 자신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가지고 싶은 건 전부 손에 넣고 욕심을 부려서 남도 해치고 자신도 해쳤다.하지만 강유리를 속인 진정한 이유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란 건 진심이다..."설사숙이 동문을 살해했다고 들었는데, 이 동문은 도희 씨의 아버지입니까, 아니면 유리의 어머니입니까?"육시준은 화제를 딴 데로 돌렸다.강미연은 마음에 든다는 눈빛으로 육시준을 보며 말했다."도희의 아버지는 도씨 가문의 전대 후계자였어."육시준의 눈이 반짝였다. 진실은 역시 그가 추측한 대로였다."윌리엄 쪽에서 도씨 가문에 배치한 스파이가 바로 설사숙이야.""역시 그런거 였군요!""..."똑똑한 사람들은 몇 마디 만으로도 말의 뜻을 알아차린다.강유리가 눈썹을 찡긋거렸다. 그들의 속도에 조금은 따라가지 못했다.몇 초 후에야 말을 이
그녀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다시 물었다. "성홍주도 이 모든 걸 아는 거예요?""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 언니가 임신했고 아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꾸려주고 싶어서 아버지 역할을 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는 정도는."즉, 성홍주는 유강 그룹의 재산을 위해 기꺼이 이 역할을 도맡았다는 뜻이다.누구 아이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나중에 함께 지내면서 '조사' 를 해서 그는 이 아이가 고정남의 아이일 수도 있겠다고 짐작했다."온전한 가정?"강유리는 비꼬듯 피식 웃었다.그녀의 독선적인 배려로 인해 강유리는 어린 시절 내내 트라우마 속에서 보냈다. 자기 집에 살고 있는데도 곁방살이나 다름없었다.성홍주와 왕소영 모녀야말로 한 가족이었다. 강유리는 떨쳐버리고 싶어도 떨쳐버릴 수 없는 짐이었다.강학도는 위로의 말투로 말했다. "나중에는 다 운명의 장난이었다. 고성 그룹에서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네 어머니는 줄곧 알고 있었다. 그래서 출산이 임박할 때 출국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게다가 마침 강미연의 출산 예정일도 그 시기여서 자매가 같은 병원에 입원했으니 가짜를 진짜처럼 꾸미기에 충분했다.누가 누구인지 헷갈리게 말이다.하지만 상대가 누가 누군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큰불로 모든 것을 불태우려고 할 줄은 몰랐다.이 일은 또 바론 공작에게 기회를 주었고, 공명정대하게 두 아이를 거둘 수 있었다."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네 어머니가 돌아간 후로, 네 이모는 그녀가 신경 쓰는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지켰다. 이제는 진실이 밝혀졌으니 악한 자는 벌을 받을 것이고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강학도는 강유리를 보며 위로했다. "네 부모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네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잘해주려고 했었어."강학도는 잠시 멈칫하고 계속해서 말했다. "결혼식에서 그 사람의 목적은 복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너희 부녀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어릿광대에 불과해.""우리 유리는 똑똑하니까 상대의 함정에 빠지지는 않겠지."".
"나는...""당신도 저한테 온전한 가정을 주고 싶었나요? 당신 여자가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강유리가 감탄했다. "정말 위대하십니다."바론 공작은 얼굴이 어두워지고 목소리가 매우 엄숙해졌다. "유리야, 그때 당시는 상황이 급박했다. 네 어머니는 유강 그룹과 도씨 가문의 보배였어, 네 출생은 혼전 임신일 수가 없었다...""높은 자리에 있는 당신들은 체면과 권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죠?""..."바론 공작은 말문이 막혔다.강유리는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이 모든 걸 당신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제가 굳이 끼어들 필요가 없었네요. 애초에 당신들이 조사하지 말라고 말릴 때 그만뒀어야 했습니다. 제 어머니도 그걸 원하셨겠죠."강유리가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전반적인 계획을 망치는 것을 걱정했다. 모든 계획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길 바라면서 말이다.이제는 확실히 성공했다.모두가 기뻐하는 모습이다.하지만 강유리는 마음속이 왠지 답답했다."네 어머니는 캐번디시 가문이 잘 되길 바랐다. 그래서 자기가 사고를 당한 진짜 이유를 네 아버지와 너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일 거다. 충동적으로 행동할까 봐 두려워서 말이다."강미연이 부드럽게 말했다. "유리야, 그 아무도 이 모든 것을 계획할 수는 없다. 네 아버지도 몇 년 동안 살얼음판 위를 걸었다. 우리는 이미 많은 노력을 했어. 목적을 달성해야만 네게 위협이 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게다가 네 아버지는 가문의 몇백 명의 목숨을 짊어지고 계셔서 가장 주도면밀한 방법은 너를 그곳에서 내보내는 것이었다.""..."그도 그럴 것이 바론 공작 역시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강씨 집안과 도씨 집안도 썩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를 도왔던 것이다.그들은 모두 바론 공작을 도와 이 모든 것을 숨겼다.지하 주차장. 강유리는 운전석에 기대어 싸늘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머릿속은 방금 병실에서 한
혹여나 강유리가 화낼까 두려워 온가족이 나서서 해명했다.이름뿐인 친아버지를 인정하지 않을까 봐 그런 것이다.하지만 정작 강유리의 기분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마음 편히 받아들이기가 강유리에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신경 쓰는 사람이 없던 것이다.결국 강유리에게 반항심리가 생기고 말았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향을 골라 분노를 뿜어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질책하고 한치의 온기도 용납하지 않는 듯 냉정해졌다.그러나 오직 육시준만...가볍게 말 몇 마디로 강유리의 생각을 읽어냈다.감정은 풍선이라 할 수 있다. 슬쩍 찌르기만 하면 터지는 점이 닮았다. 그에 강유리의 코가 찡해지는 느낌과 함께 목이 답답해졌다. 억울함이 차오른 것이다.육시준은 눈시울이 붉어진 강유리를 품에 안으며 가슴 아프다는 듯 다정하게 말했다."넌 아직 어리니까 어른들 입장에선 아직도 아이로 보일 수밖에 없어. 아이는 보호해야 하는 거, 너도 알잖아."따뜻한 품에 안긴 것도 모자라 부드러운 목소리까지 들리지 강유리는 울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가녀린 어깨가 잘게 떨렸지만, 최대한 참아 보는 것 같았다.육시준은 강유리의 온갖 모습을 다 봤다. 멋대로 행동하는 모습이나 지어는 슬쩍 아부를 하는 모습도 봤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서럽게 우는 모습은 처음이라 보는 순간부터 마음이 아팠다.큰 손으로 강유리의 등을 살짝 두드리며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 달래듯 달랬다."괜찮아. 다 지난 일이야, 이제. 우리 유리 착하지. 그런 사람들 때문에 울 필요 없어.""..."얼마나 지났을까. 강유리가 슬쩍 한 발자국 물렀다 자기가 적신 검은 셔츠를 보고는 민망하다는 얼굴로 다시 안겼다.가슴에 이마를 묻고 코를 들이키더니 맹맹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이제 애 아니야. 결혼도 했거든?""응. 그래서 결혼한 다음에 알려 줬잖아."잠깐 멈칫한 강유리가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육시준을 노려봤다."너 대체 누구 편이야?"방금 울어서 붉어지는 눈과 코에 속눈썹에는 눈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