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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15 12:09:49

—여기 한일병원 응급의료센터인데요. 이태오 님 비상연락처 2번에 등록되어 있으셔서 연락드렸습니다.

“……제가요?”

—네.

“그런데 무슨 일이죠?”

—이태오 님이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를 당하셨어요.

순간 주변의 소리가 멀어졌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띵. 문이 열렸지만 혜진은 타지 않았다.

—지금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 준비하고 있고요. 보호자분께 설명드리고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혹시 병원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많이 다쳤어요?”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빨라졌다.

—의료진이 오시면 자세히 설명드릴 겁니다.

“의식은요?”

—현재는…….

“의식 있냐고요.”

잠깐의 침묵.

—오실 수 있으실까요?

그 한마디에 혜진은 알아들었다.

“네.”

대답이 먼저 나왔다.

“지금 갈게요.”

—보호자분 성함 확인할게요.

“윤혜진이요.”

—이태오 님과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혜진의 입이 멈췄다.

“…….”

카페 사장과 전직 현장 인부, 남편이 오래전부터 돌봐온 아이의 아내, 혹은 하룻밤을 같이 보낸 남자, 식당 복도에서 다시 입 맞춘 남자.

“제가…….”

목이 막혔다.

“보호자예요.”

—네, 알겠습니다. 조심해서 오세요.

혜진은 잠시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미치겠네.”

차에 올라타자마자 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만 길게 이어졌다.

“제발 좀 받아.”

여러번 전화를 걸어도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갔다. 혜진은 휴대전화를 조수석에 던졌다. 해외에 있으니 회의 중일 수도 있었다. 시차도 있었다. 평소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당신이 보호자라며.”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자 혜진이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당신이 가족 해주고 싶다며.”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왜 전화를 안 받아.”

마지막 말은 거의 혼잣말이었다.

태오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추락하면서 왼쪽 갈비뼈 여러 대가 부러졌다. 그중 하나는 폐 바로 가까이까지 밀려 들어가 있었다. 흉부 손상이 심했고 머리도 강하게 부딪쳤다고 했다.

“의식은요?”

혜진이 물었다.

“아직 없습니다.”

“머리는 괜찮은 거예요?”

“CT상 당장 수술이 필요한 큰 출혈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충격이 컸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괜찮다는 말인지, 안 괜찮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수술은 얼마나 걸려요?”

“두세 시간 정도 예상합니다.”

의사는 몇 가지를 더 설명했다. 혜진은 단어들 사이에서 자꾸 하나만 들렸다.

이태오. 서류를 받아 든 손끝이 떨렸다. 혜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진짜 사람 미치게 하네.”

잠시 후 태오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대기실 전광판에 이름이 떴다.

[이태오 — 수술 중]

그 아래로 시간이 흘렀다. 혜진은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다. 휴대전화를 확인했지만 정우에게서 연락은 없었다. 한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민재에게 전화했다.

“... 그래서 오늘 못 들어갈 수도 있어.”

—알았어. 걱정하지 마. 나 알아서 먹을게.

“문 잘 잠그고.”

—응.

혜진은 휴대전화를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 제발, 살아만 있어. 그 뒤는 어떻게든 할 테니까.

수술은 예상보다 길었다. 전광판의 표시가 바뀐 것은 다섯 시간이 훌쩍 지난 뒤였다.

[수술 종료]

혜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시 후 의사가 나왔다.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그 한마디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정말요?”

“네. 골절된 늑골 때문에 폐 손상 위험이 있었는데 필요한 처치는 잘 됐습니다. 다행히 큰 고비는 넘겼습니다.”

혜진이 눈을 감았다.

“……다행이다.”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머리는요?”

“계속 관찰할 겁니다. 마취에서 깨어난 뒤 의식 상태도 확인해야 하고요.”

“언제 깨어나요?”

“조금 기다리셔야 합니다.”

조금—이제 그 정도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태오는 1인실로 옮겨졌다. 병실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기계에서 일정한 소리가 났고, 수액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태오의 눈은 감겨 있었고 입술에는 핏기가 없었다. 환자복 사이로 보이는 몸 곳곳에 사고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혜진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왜 이렇게 조용해.”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혜진이 의자 깊숙이 등을 기대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말이 많더니.”

그제야 아주 조금 웃음이 났다. 웃다가 금세 사라졌다. 시선이 태오의 어깨에 머물렀다. 환자복이 조금 흘러내린 자리였다. 오래된 흉터가 보였다. 사고로 생긴 상처가 아니었다. 어깨에서 등 쪽으로 이어진 피부 일부가 불규칙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화상 자국이었다. 그날 밤에도 어렴풋이 손으로 느꼈던 흔적이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

손끝이 천천히 올라갔다. 흉터에 닿기 직전, 혜진은 멈췄다.

— 이렇게 만져도 되는건가?

그런데 웃기게도, 이미 가장 함부로 만져버린 몸이었다. 혜진은 결국 손끝을 가져갔다. 아주 조심스럽게. 흉터 가장자리를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오래전에 아문 피부는 매끄럽지 않았다.

“이건 언제 다친 거야…….”

정우는 알고 있을까. 보육원에 있을 때부터 봐왔다고 했으니,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니.”

이 흉터가 언제 생겼는지, 얼마나 아팠는지, 누가 치료해줬는지.

그때 옆에 누가 있어줬는지 혹은 아무도 없었던 건 아닌지 궁금해졌다.

혜진이 흉터에서 손을 떼려는 순간 손목에 무언가 닿았다. 움찔했다.

태오의 손이었다.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손가락이 혜진의 손목을 느슨하게 붙잡고 있었다.

“……태오야?”

혜진이 몸을 앞으로 숙였다. 감겨 있던 눈꺼풀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이태오.”

한 번 더 불렀다. 태오가 힘겹게 눈을 떴다. 초점이 흐렸다. 한참을 헤매던 시선이 겨우 혜진에게 닿았다. 입술이 움직였다.

“……왔네.”

“괜찮아?”

태오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가 이내 눈이 다시 감기려 했다.

혜진이 반사적으로 손을 잡았다.

“야. 자지 마.”

“졸려요.”

“의사 올 때까지만 있어.”

“……왜.”

“뭐가 왜야.”

희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걱정했어요?”

태오가 아주 작게 웃었다.

“했네.”

“조용해.”

“맞네.”

“이태오.”

“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 대답은 꼬박꼬박했다. 혜진은 잡고 있던 손을 놓으려 했다. 그러자 태오의 손가락에 아주 조금 힘이 들어갔다. 놓지 말라는 것처럼.

태오는 다시 잠들었지만 혜진은 손을 빼지 않았다. 한참 뒤,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아둔 혜진의 휴대전화 화면이 밝아졌다.

[남편]

혜진은 잠든 태오와,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그의 손을 내려다봤다. 전화는 계속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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