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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12 11:46:49

정우는 앞만 보고 있었다.

“뭐라고?”

“태오. 우리 아들로 들이고 싶다고.”

이번에는 아예 몸을 일으켰다. 안전벨트가 가슴을 잡아당겼다.

“그게 무슨 소리야? 쟤 성인이잖아.”

“알아.”

“스물한 살이야.”

“성인 입양도 있어. 어린아이만 입양하는 건 아니야.”

“말도 안 돼.”

혜진은 다시 좌석 깊숙이 몸을 밀어 넣었다. 갑자기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더 취하는 것 같기도 했다. 방금 전까지 복도에서 자신에게 당신을 원한다고 말했던 남자였다.

그 남자를, 남편이 아들로 들이겠다고 했다.

신호에 차가 멈췄다. 혜진은 창밖을 바라봤다. 횡단보도 위로 사람들이 지나갔다. 퇴근하는 사람, 휴대폰을 보는 여자, 아이의 손을 잡은 남자. 모두 평범한 저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자신만 이상한 곳에 떨어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

“왜 갑자기?”

“갑자기는 아니야.”

“그럼 언제부터 생각했는데?”

“꽤 됐어.”

혜진이 다시 정우를 바라봤다.

“꽤?”

“응.”

“그런데 나한테는 오늘 말해?”

“나도 결정한 건 얼마 안 됐으니까.”

신호가 바뀌고 차가 다시 움직였다.

“태오는 알아?”

“아직.”

“본인한테도 말 안 했다고?”

“당연하지. 당신하고 먼저 얘기해야지.”

집에 도착해서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혜진은 귀걸이를 빼 화장대 위에 내려놓았다.

“민재는?”

정우가 넥타이를 풀다가 돌아봤다.

“뭐가.”

“민재 생각은 해봤어?”

“당연히 해봤지.”

“갑자기 형이 생기는 거잖아.”

“갑자기는 아니지. 먼저 얘기할 거야.”

정우가 셔츠 단추를 풀었다.

“민재가 얼마나 혼란스럽겠어.”

혜진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정우가 손을 멈췄다.

“혜진아.”

“왜.”

“당신 취했어.”

“안 취했어.”

“취했어.”

“지금 술이 문제야?”

정우가 잠시 혜진을 바라봤다.

“알았어. 그럼 얘기해.”

그가 침대 끝에 앉았다.

“뭐가 제일 걸려?”

“전부.”

“전부 말고.”

“……뭐?”

“당신 원래 그렇게 말 안 하잖아.”

혜진이 입을 다물었다. 정우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문제가 있으면 하나씩 얘기해. 민재?”

“당연하지.”

“민재한테 먼저 설명할 거야. 싫다고 하면 충분히 시간 두고.”

“그리고?”

“뭐가.”

“재산은?”

정우의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

“법적으로 아들이 되는 거잖아. 그러면 상속 문제도 생기고.”

“그건 정리하면 돼.”

“어떻게?”

“법적으로. 깔끔하게. ”

너무 정우다운 대답이었다.

“태오한테 뭘 주려고 입양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럼 왜?”

정우가 잠시 말이 없었다. 혜진이 재촉했다.

“왜 굳이 입양까지 해야 하는데?”

“……모르겠어.”

“뭐?”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어.”

정우가 손에 들고 있던 시계를 협탁 위에 내려놓았다.

“처음에는 그냥 도와주고 싶었어. 내가 저 나이 때 도움받았던 것처럼.”

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학교 가고 싶으면 보내주고 싶었고, 자리 잡을 때까지 뒤에서 좀 봐주면 된다고 생각했어.”

“그럼 그렇게 하면 되잖아. 그냥 지금처럼 후원해주면 되잖아. ”

정우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걸로는 부족한 것 같아.”

혜진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뭐가 부족해.”

“모르겠다니까.”

“스물한 살이야. 이제 부모가 필요한 나이도 아니잖아.”

정우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성인이 되면 부모가 필요 없어져?”

“그런 뜻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도 부모라는 울타리는 필요해. 당신도 알잖아.”

정우가 혜진을 바라봤다.

“민재도 성인이야.”

“…….”

“근데 당신 눈에는 민재가 부모 없이 살아도 되는 애로 보여?”

혜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당신 왜 이렇게까지 싫어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

“입양이 당황스러운 건 이해해.”

정우는 여전히 차분했다.

“그런데 당신답지 않게 너무 감정적이야.”

혜진은 입술을 달싹였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우가 그녀를 바라봤다.

“태오가 싫어?”

“…….”

“아니면.”

잠깐의 침묵.

“오늘 처음 본 애가 왜 그렇게 불편한 건데?”

혜진은 정우를 바라봤다. 술은 이미 다 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굴은 다시 뜨거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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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이야기는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생각 좀 해보자.”

혜진이 그렇게 말했고, 정우도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 그날 이후 집에는 평화로운 냉전이 이어졌다. 민재는 둘 사이의 냉랭함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번엔 며칠짜리야?”

아침을 먹다 말고 민재가 물었을 때 혜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뭐가?”

“두 분 냉전.”

“누가 냉전이래.”

“아빠가.”

혜진이 정우를 쳐다봤다. 정우는 태연하게 커피를 마셨다.

“내가 언제.”

“두 분 똑같아.”

민재는 식빵을 입에 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도 알아서 화해하세요. 전 중립국입니다.”

“한민재.”

“다녀오겠습니다.”

현관문이 닫혔다. 혜진이 정우를 쳐다봤다.

“쟤 저 말버릇 누구 닮았어?”

“당신.”

“출장이나 잘 다녀와. ”

“그러려고.”

그리고 싱가포르 출장을 떠났다.

혜진도 엉킨 머릿속을 굳이 정리하려 하지 않았다. 카페가 바쁜 건 좋았다. 생각할 시간이 없으니까.

카페 영업이 끝난 밤이었다.

혜진은 마감을 매니저에게 맡긴 채 가방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휴대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네, 여보세요?”

낯선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이태오 님 보호자분 되시나요?

혜진의 손이 멈췄다.

“네?”

잘못 들었나 싶었다.

“누구요?”

—이태오 님이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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