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이 황급히 태오에게서 떨어졌다. 태오의 손이 잠시 허공에 남았다. 현관 쪽에서 비틀거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어…… 뭐야. 아직 안 잤어?”정우였다. 넥타이는 반쯤 풀렸고 벗은 재킷은 한 손에 구겨져 있었다. 한 걸음, 휘청. 혜진이 곧장 다가가 팔을 잡았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술 냄새가 훅 끼쳤다. 정우의 몸이 그대로 혜진에게 기울었다.“아, 오늘 퇴근하는데…… 걔 있잖아. 여보도 알지?”“누구.”“민수. 걔한테 연락이 온 거야.”정우가 말하다 딸꾹질을 했다.“십몇 년 만인가…….”“알겠어. 일단 들어가.”“나 멀쩡해.”혜진이 정우의 팔을 어깨에 걸쳤다. “그래. 아주 멀쩡해.”그제야 정우가 거실에 서 있는 태오를 발견했다.“어, 태오. 얼른 나아야지.”정우가 손까지 들어 보였다.“약 잘 먹고, 밥도 잘 먹고.”“네. 알겠습니다. ”혜진이 정우를 끌었다.“그만해. 가서 자.”“알았어, 알았어.”혜진이 정우를 데리고 지나갔다. 정우의 팔이 자연스럽게 혜진의 허리를 감쌌다. 손이 아래로 미끄러졌다.샤워를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정우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드르렁 소리 까지 낸다.혜진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정우를 바라봤다. 술 냄새에 코 고는 소리까지.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원래 이런 날엔 그 아지트 방에서 자곤 했는데, 지금은 태오가 있다. 태오... 혜진은 이불과 베개를 들고 거실 소파에 누웠다. 눈을 감아도 잠은 오지 않았다 혜진은 이불을 끌어당기며 몸을 웅크렸다. 잊으려고 할수록 더 선명해졌다. 거칠었던 손, 옷자락 아래로 느껴졌던 단단한 몸, 가까이 다가왔을 때 보았던 도톰한 입술. 그리고 낮게 가라앉았던 목소리.— 그리웠다고아직 그의 손길이 남은 듯 아래가 뜨거웠다. 혜진이 그곳에 살며시 손을 얹자, 빠르게 뛰는 맥박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아…….”짧은 숨이 새었다. 미쳤다. 남편은 불과 몇 걸음 떨어진 방에서 자고 있었다. 그런데 머릿속을 채우
Last Updated : 2026-09-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