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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Author: 이소문
배윤호는 다시 한번 파일을 들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 아마 양지원 씨가 아닐까? 이 파일은 양지원 씨가 너희 어머니랑 의논을 마친 뒤에 수상함을 느끼고 녹음한 걸지도 몰라. 그리고 여기 언급됐던 사람들은 양지원 씨도 다 아는 사람인데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걸 거야. 그렇다면 두 사람이 있던 곳은 호텔일 가능성이 커. 너희 어머니가 본인이 쓰던 사무실과 방 외에 다른 곳에 본인 물건을 둘 리는 없겠지.”

그 말이 강하율을 일깨웠다.

예전에 강하율은 피곤하면 엄마 사무실로 가서 쉬곤 했는데 그 안에는 서류 외에도 온갖 잡동사니가 있었다.

가끔 강하율은 보기 좋아지라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선반 위에 올려뒀었다.

예를 들면...

딸깍.

또 한 번 그 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이 번쩍 든 강하율은 배윤호를 바라봤다.

“오르골이에요! 오빠가 선물해 준 오르골 안에 숨겨진 공간이 있어요. 저는 그 사실을 엄마한테 몰래 알려준 적이 있었고 그걸 사무실 선반 위에 놔뒀었어요. 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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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인하는 부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적어도 강진철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은 증명할 수 있었다.강하율은 브로치를 꽉 움켜쥔 채 배윤호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사람들은 배윤호를 냉정하고 무자비하다고 했지만 강하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심지어 그녀가 한 발짝씩 물러날 때도 배윤호는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었다.강하율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윤호 오빠는 무사할 거예요. 하지만 저도 들어갈래요.”나해준이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동의할 수 없어.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야.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윤호 실력이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야.”“그러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제가 들어가는 게 나아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눈에 띄지만 저는 아니에요.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니까요.”강하율은 무모하게 나서려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는 본인이 반드시 들어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그날 조윤서와 나눈 대화를 생각해 봤을 때, 치밀한 조윤서가 모든 게 끝나기도 전에 그렇게 많은 걸 털어놓은 건 분명 이상했다.수십 년을 참고 숨겨온 사람이 그녀의 말 몇 마디에 모든 걸 다 실토한다는 건 말이 안 됐다.나해준이 말리려는데 안혜슬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제가 하율이랑 같이 들어갈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나해준이 눈살을 찌푸렸다.“너는 왜 끼어들려는 거야? 공부도 제대로 못 하는 게 괜히 나섰다가 죽으면 어쩌려고.”퉁명스러운 태도였지만 안혜슬을 걱정하는 게 분명했다.안혜슬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우리 둘은 뮤지컬을 보다가 뛰쳐나온 거예요. 지금쯤이면 배윤제도 하율이가 도망간 걸 눈치챘을 거예요. 시간이 없으니까 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그 자리에 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제가 같이 들어가면 아무도 모를 거예요.”나해준은 시간을 확인했다. 확실히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강하율이 덧붙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혜슬이는 예전부터 호흡이 잘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24화

    배준혁이 세상을 뜬 사실은 강하율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강하율의 부모님은 배준혁의 병세가 위중한 탓에 조윤서가 남이 그것을 빌미로 문제를 일으킬까 걱정하여 배윤제와 함께 국내에 남아 상황을 안정시키려 한다고 말했었다.사람들은 배준혁이 단순히 휴가를 떠난 줄 알았다.나해준의 말을 듣고 보니 조윤서가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윤제를 확실히 후계자로 만들기 위한 판을 짜기 위해 국내에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해준이 계속 말했다.“그런데 아저씨가 이미 유언장을 남겨뒀다는 건 아무도 몰랐어. 윤호가 바로 귀국하지 못한 건 당시 그곳에서 위험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야. 그때 윤호는 겨우 위험에서 벗어났는데 또 어르신이랑 조윤서 씨 때문에 발이 묶였지. 윤호는 그것 때문에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 그리고 겨우 돌아와서 배씨 가문을 물려받았지.”“잠깐만요.”강하율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렇다면... 오빠는 예전부터 윤서 이모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예요?”나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윤호는 네가 감당 못 할까 봐서 아무 말도 안 했던 거야. 게다가 너는 그동안 조윤서 씨랑 오랫동안 같이 살았잖아. 이미 완전히 이미지가 굳어졌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서 조윤서 씨가 나쁜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 말을 어떻게 믿겠어? 그래도 조윤서 씨가 너를 경계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어. 덕분에 네가 안전할 수 있었으니까.”“그렇다면 지금은 왜...”강하율이 다급하게 물었다.나해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마 네가 윤호의 계획 속 변수였을 거야. 사실 윤호의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쯤에 귀국할 예정이었거든. 사실 무연산 프로젝트는 윤호가 일부러 배윤제한테 넘긴 거야. 그래야 배윤제, 조윤서 씨, 어르신이 다 참여할 테니까. 심지어 윤호는 당시 네 부모님을 함정에 빠뜨렸던 사람들까지 한꺼번에 불러 모을 생각이었어.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야 정리하기도 쉬우니까. 그런데 배윤제가 정다인을 위해서 교통사고를 조작해 기억상실인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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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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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21화

    안혜슬이 강하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지금 가는 중이야. 그런데 나 교수님이 아까 나한테 위치를 보내줬거든? 교수님도 무연산에 있는 것 같았어.][오늘 외부인 출입 금지 아니었어?][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야. 어제 물어볼 때는 볼일이 있다고 하더니 갑자기 무연산은 왜 간 거지?]문자를 본 강하율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옆에 있는 배윤제를 바라봤다.“정다인 씨는 잘 지내요?”정다인의 이름을 듣자마자 배윤제의 표정이 굳었다.그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갑자기 걔 얘기를 왜 꺼내?”“요즘 인터넷에 두 분이 곧 결혼한다는 얘기가 돌아서요. 미리 축의금을 준비해 두려고요.”“결혼 안 해. 괜한 생각 하지 마.”“그럼 아이는 어떻게 하실 건데요?”강하율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걔 애니까 걔가 알아서 처리하겠지.”“...”강하율은 말문이 턱 막혔다.‘정다인 애라고? 자기 아이가 아니라는 말인가?’감히 물을 수는 없어 강하율은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지금 두 분은...”배윤제는 강하율을 보며 웃었다.“내 일에 관심이 많네? 그동안 나랑 걔 사이에 일이 좀 많았어. 때가 되면 정리할 거고 다 정리가 되면 너한테 얘기할게.”강하율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농담을 던졌다.“왜요? 저랑 결혼이라도 하시게요?”배윤제는 대답하지 않았다.농담이었는데 배윤제는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건지 망설였다.강하율은 웃음을 터뜨렸다.“농담이에요. 다 지난 일이잖아요.”“강하율...”“다 왔네요.”강하율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 그의 말허리를 끊었다.차에서 내리자 주변에 사람들이 꽤 많았고, 배윤제의 신분 때문에 두 사람은 VIP 통로로 들어갔다.자리에 앉자마자 안혜슬에게서 문자가 왔다.[네 뒤에 앉았어.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어.][뭔데?][출입구마다 경호원들이 깔려 있어. 뮤지컬을 보는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을까?][진짜 경호원이야?][배씨 가문에서 고용한 경호원들은 다 똑같은 옷을 입잖아.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20화

    “곧 알게 될 거야.”강하율은 안혜슬에게 뭘 해야 하는지 바로 말해주지는 않았다.안혜슬은 나해준의 이상한 습관 때문에 충격을 받은 상태라 더 묻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이틀 뒤, 안혜슬이 가방을 메고 강하율의 아파트로 찾아왔다.강하율은 그녀를 보자마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너 나해준 씨 간호하던 거 아니었어? 왜 며칠 만에 살이 쪄서 온 거야?”안혜슬은 자신의 볼을 만지며 말했다.“말도 마. 음식을 얼마나 낭비하는지. 난 사실 어릴 때 배를 곯을 때가 많았어. 그런데 교수님이 음식을 몇 입 먹고는 못 먹겠다고 하는 거야. 너무 아까워서 내가 다 먹었지.”강하율은 어떻게 된 건지를 이해하고는 웃음을 참으며 안혜슬을 위해 물을 한 잔 따라주었다.안혜슬이 물었다.“오늘 뭐 하면 돼?”강하율은 티켓을 꺼냈다.“배윤제가 뮤지컬을 보러 가자면서 티켓을 줬어.”“배윤제가? 너 설마 배윤제한테 흔들리는 건 아니지?”“그럴 리가.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수상해서 말이야. 네가 나랑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강하율은 티켓을 하나 더 꺼냈다.“이건 네 거야. 바로 우리 뒤에 있는 좌석이니까 주변 상황 좀 살펴줘.”안혜슬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강하율은 조윤서와 배윤제가 했던 말들을 안혜슬에게 모두 얘기했다.안혜슬은 겉보기에는 바보 같아 보여도 가끔은 통찰력이 뛰어났다.“이상하네. 배윤제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면 왜 하필 이때 널 찾겠어?”“나는 배윤제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강하율이 말했다.“그것도 말이 안 되지. 두 사람은 지금 서로 협력하고 있는 거잖아. 그렇다면 배윤제 엄마가 배윤제를 굳이 속일 이유가 없잖아? 사실 나는 배윤제 엄마가 한 말이 전부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아주 오랫동안 연기를 해온 걸 보면 아주 치밀한 사람인 게 분명해. 너랑 배윤제를 속이는 건 그 사람한테 어려운 일이 아닐 거야.”안혜슬은 강하율의 친구다웠다. 그녀는 단숨에 강하율이 놓치고 있던 부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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