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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이소문
“뭐?”

강하율은 평온한 눈빛으로 말했다.

“너랑 정다인 씨 다 사건과 연루되어 있잖아.”

배윤제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는 강하율이 자신에게 반항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강하율은 그의 눈빛을 보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두 남자 앞으로 걸어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얘기해요. 한 글자도 빠뜨리면 안 돼요.”

강하율의 시선을 느낀 두 남자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인 뒤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들은 배윤제의 여자를 맛보겠다는 말을 했을 때 자기도 모르게 배윤제를 힐끔거렸고 그 순간 배윤제와 정다인의 안색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강하율과 배윤제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강하율, 배윤제와 정다인뿐이었기 때문이다.

배윤제는 아주 대단한 배씨 가문의 둘째 아들이었다.

비록 그는 강하율과 헤어졌지만 그의 마음속에서 강하율은 여전히 그의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강하율을 버렸지만 그래도 양아치 같은 남자들이 강하율에게 손을 대게 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정다인이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

“강하율 씨, 이제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제가 사람을 시켜 강하율 씨를 욕보이려고 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저랑 윤제 씨가 열애 사실을 밝힌 후부터 강하율 씨는 줄곧 윤제 씨를 귀찮게 했죠. 그런데 이제는 남자 둘을 데려와서 이런 짓을 꾸미는 건가요? 그렇게 저랑 윤제 씨 사이를 이간질하고 싶은 거예요?”

정다인은 중요한 얘기는 전부 쏙 빼놓고 강하율이 배윤제를 사랑하지만 그의 사랑을 받지 못해 그런 짓을 벌인 것처럼 얘기했다.

게다가 애처롭게 눈물을 흘리는 연기까지 더해지니 정말로 그럴듯하게 보였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정다인은 당황했다.

강하율이 박수를 쳤기 때문이다.

“정다인 씨, 정말 잘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저 같은 일반인이 무슨 수로 배윤제를 귀찮게 한다는 거죠? 배윤제가 바보도 아니고 자기를 귀찮게 하는 걸 가만히 놔두겠어요? 그래서 저는 누군가가 저를 이용해서 정다인 씨와 배윤제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되네요. 그게 아니라면 어떤 멍청이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제가 배윤제의 여자라고 하겠어요? 하물며 저는 배윤제의 여자도 아닌걸요. 배윤제, 안 그래?”

배윤제는 침묵했다. 그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강하율은 신경 쓰지 않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두 사람의 연애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굳이 연인 사이에 끼어들려고 하겠어요? 정다인 씨, 그렇지 않나요? 누군가 일부러 배윤제를 언급한 걸 보면 배윤제에게 앙심이 있는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게 놔두는 게 나을 것 같네요. 그래야 우리 셋 다 결백함을 증명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러니 일단 이 두 사람부터 조사하도록 하죠.”

강하율은 그렇게 말하면서 두 남자를 가리켰다.

강하율은 이제부터 누가 당황해할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경찰이 강하율과 배윤제의 과거를 조사한다면 사실은 정다인이 강하율과 배윤제 사이에 끼어든 것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모든 건 정다인과 정다인의 사주를 받은 남자들 덕분이었다.

정다인이 강하율의 남자 친구와 바람을 피웠다는 소문이 난다면 아주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두 남자는 심하게 얻어맞은 상태라 숨을 쉬는 것마저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배윤제에게 앙심을 품어서 그를 해치려고 했다는 죄를 뒤집어쓰게 되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니에요. 저희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에요.”

“저 남자가 우리한테 전화해서 이 여자가 배윤제 씨가 가지고 놀다가 버린 여자라고 하면서 절대 봐주지 말라고 했어요.”

정다인의 경호원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헛소리하지 말아요. 저는 당신들과 같이 게임을 몇 판 했다가 져서 돈을 준 것뿐이에요.”

남자는 휴대폰을 꺼내면서 말했다.

“제가 다 녹음해 뒀어요. 우리 둘이 진짜 바보인 줄 알았어요? 이런 상황이 생길 줄 알고 미리 녹음을 해서 대비해 뒀죠.”

이내 남자는 휴대폰을 꺼내 경호원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

“강하율이라는 여자는 배윤제 씨 여자니까 영상을 많이 찍어둬요. 내용이 자극적일수록 좋아요. 그리고 그 여자 몸매가 진짜 좋으니까 당신들한테도 절대 손해가 아니에요. 일이 끝나면 따로 2천만 원 입금할게요.”

강하율은 자신의 몸매를 평가하는 말을 듣고 구역질이 났다.

옆에 있던 여경은 강하율의 반응을 보고는 강하율 쪽에 서면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는 경찰서입니다. 오고 싶을 때 오고, 가고 싶을 때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모두 법대로 진행할 겁니다.”

다른 경찰들도 문을 가로막았다.

강하율은 경찰들에게 감동했고 동시에 서서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정다인이 안절부절못했다.

그녀는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예상치 못했다. 강하율은 대체 무슨 낯짝으로 신고를 한 것일까?

경찰들이 수사를 진행한다면 정다인에게 상황이 상당히 불리해질 것이다.

‘강하율! 교통사고가 났을 때 죽어버려야 했는데!’

정다인은 이를 악물며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경호원을 노려보았다.

경호원은 곧바로 그 눈빛의 의미를 알아채고는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건 제가 독단적으로 벌인 짓입니다. 정다인 씨와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정씨 가문 사람들은 제게 늘 잘해주었어요. 저는 강하율 씨가 배윤제 씨를 귀찮게 하고 그 탓에 정다인 씨가 고민하는 걸 보고 이 두 사람을 이용해 강하율 씨를 처리하려고 한 겁니다.”

경호원은 정씨 가문에 밉보이는 것보다 감옥에 가는 게 낫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정다인은 일부러 놀란 척하면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요? 우리 가문에서는 그런 짓을 한 사람을 받아줄 수 없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그쪽 부모님은 우리가 잘 돌볼 테니까요. 감옥에 가게 되면 꼭 반성하세요.”

경호원은 그것이 협박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죄를 인정하는 것뿐이었다.

곧이어 정다인은 울먹거리면서 배윤제의 팔을 흔들었다. 그러나 배윤제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강하율이 있었다.

유약하고 억울한 표정을 짓던 정다인은 하마터면 표정 관리에 실패할 뻔했다.

다행히 이때 경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하율 씨, 궁금한 점 있으시면 전부 얘기하세요.”

“없어요.”

강하율도 사실은 이 일을 꾸민 장본인이 정다인이라는 걸 밝히고 싶었다.

그러나 정씨 가문 사람도, 배윤제도 그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강하율의 힘으로는 그들을 이길 수가 없었다.

어차피 강하율은 이미 목적을 달성했고 이 일이 있고 난 뒤로 정다인도 당분간은 그녀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배윤제의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다.

강하율은 본능적으로 배윤제를 힐끗 본 뒤 불편해서 몸을 살짝 돌렸다.

경찰이 이어서 말했다.

“그러면 이쪽으로 오셔서 진술서를 확인하시죠.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사인만 하고 먼저 돌아가시면 됩니다.”

“네.”

강하율은 배윤제와 정다인의 곁을 지나쳐 여경을 따라 사인하러 갔다.

배윤제의 시선은 강하율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다인은 입술을 깨물다가 잠시 고민한 뒤 배윤제의 팔을 잡고 속삭였다.

“윤제 씨, 미안해요. 저 때문에 하율 씨랑 오해가 생겨버렸네요. 하지만 하율 씨 표정을 보니 범인이 누군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굳이 일을 키운 걸까요? 혹시 윤제 씨한테 동정을 받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배윤제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하다가 정다인의 말을 듣고 예상했다는 눈빛을 해 보였다.

그가 기억을 되찾게 하려고 강하율은 스스로를 해치는 방법까지 사용했다.

‘잘됐어.’

그가 기억을 되찾는다면 굳이 핑계를 대지 않아도 강하율은 알아서 그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배윤제는 차갑게 웃었다.

“그런 방법까지 생각하다니 역시 강하율이야.”

정다인은 일부러 걱정스러운 표정을 해 보였다.

“잠시 뒤에 하율 씨는 틀림없이 윤제 씨를 찾아와서 호소할 거예요. 우리 집안의 경호원이 일을 벌였으니 말이에요. 저는 어떡해야 해요?”

배윤제는 팔을 뻗어 정다인을 끌어안더니 그녀의 턱을 쥐고 말했다.

“강하율은 원래 서비스직이라 이런 일을 많이 겪었을 거야. 하지만 너는 달라. 네게는 내가 있는데 누가 너를 난처하게 하겠어?”

정다인은 기뻐하면서 웃는 얼굴로 배윤제의 품속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정다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배윤제는 문 쪽을 바라보며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

강하율이 떠나기 전 그를 힐끗 쳐다본 이유가 있었다.

강하율은 아마도 그가 나서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잠시 뒤 강하율이 온다면 배윤제는 강하율의 이런 방식은 그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걸 보여줄 것이다.

그런데 이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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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윤호가 정다인의 부탁을 받아 기소정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강하율은 잠시 멍해졌다.순간 자신이 우스워졌다.배윤제가 자신의 손을 잡았을 때야 강하율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액자는 아무 데나 두지 마. 누가 쓰레기인 줄 알고 버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내가 다 고쳐놨으니까 가져가.”액자가 손에 닿는 순간, 강하율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액자 따위 가지고 싶지 않았다.강하율은 차갑게 말했다.“대표님, 그 액자는 아무 데나 둔 게 아니에요. 애초에 쓰레기여서 버리려고 한 거예요.”배윤제는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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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인이든 조익현이든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 두 사람이 은밀히 접촉했다는 건 분명 뒤에서 불순한 모의를 꾸미고 있다는 증거였다.한창 생각에 잠긴 와중에 강하율의 휴대폰이 진동했다.급히 확인해 보니 허지연의 부계정에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길 가다 꿈에 그리던 이상형과 딱 마주침! 무려 커피까지 한 잔 사주심.]사진 속 허지연은 평소 일할 때보다 훨씬 과감하고 화려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그리고 한쪽 귀퉁이에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 살짝 노출되어 있었는데, 고급스러워 보이는 슈트와 꼿꼿한 체격이 예사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211화

    “참, 바텐더한테 들었는데 조익현이 따로 양주를 꽤 많이 들여왔대. 파티 한 번 하겠다고 이렇게까지 유난 떠는 건 처음 보네. 우리 호텔에 웬만한 술은 다 있잖아.”안혜슬이 의아한 듯 말을 이었다.강하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나지막이 속삭였다.“혜슬아, 지금 바로 펍에 전화해 봐. 객실팀에서 숙취 해소제를 준비해야 하니까 술 도수랑 종류를 확인해야 한다고 하고, 사진 좀 찍어서 보내달라고 해.”역시 그녀의 절친답게 안혜슬은 곧바로 의도를 눈치채고 대답했다.“알았어.”통화를 마친 강하율은 사무실로 돌아왔고, 일부러 침울한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210화

    배윤호는 강하율의 질문에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찻잔을 내려놓으며 그녀를 슬쩍 쳐다보기만 했다.강하율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시 한번 찬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서야 요동치는 감정을 겨우 억눌렀다.곧이어 사무적인 태도를 보이며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주제넘게 참견했네요.”배윤호가 되물었다.“네가 언제부터 기씨 가문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지?”강하율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배윤제와 기씨 가문의 사이가 그토록 각별한데 배윤호가 어찌 내막을 모르겠는가.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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