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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이소문
“정다인 씨를 달래줬다고요?”

강하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다인 씨가 발목을 접질렸는데 배윤제 씨가 계속 곁에 있어 주더라고요. 혹시라도 또 다칠까 봐 말이에요. 역시 재벌가 자제들의 사랑은 동화 같다니까요.”

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

“...”

강하율의 안색이 조금 창백해졌다.

배윤제가 그녀를 무시했던 이유는 발목을 접질린 정다인 때문이었다.

강하율은 몇 번이나 배윤제를 향한 마음을 접어야 한다고 다짐했으나 4년간 함께 지내면서 정이 들다 보니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간호사는 그 모습을 보고 황급히 물었다.

“강하율 씨, 왜 그러세요? 어디 불편하세요?”

강하율은 숨을 고른 뒤 서서히 평정심을 되찾았다.

“감사합니다. 저는 괜찮아요.”

“그래요. 저는 그러면 다른 환자를 보러 갈게요. 혹시 무슨 일 생기면 호출 버튼을 누르세요.”

간호사는 그렇게 말한 뒤 병실에서 나갔다.

강하율은 자신이 겪었던 일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지 않았고 머리도 아파서 밖에 바람을 쐬러 나갔다.

그런데 마침 간병인의 부축을 받는 정다인을 마주치게 되었다.

정다인은 강하율을 보자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기겁했다.

“강하율 씨, 그쪽이 왜 여기 있는 거예요?”

강하율은 고객들을 많이 상대했었기에 눈치가 꽤 빠른 편이어서 정다인의 당황해하는 모습과 켕겨 하는 기색을 바로 눈치챘다.

두 남자가 강하율이 배윤제의 여자라고 언급했던 것까지 생각해 보면 바로 답이 나왔다.

두 남자는 아마 정다인의 사주를 받았을 것이다.

“정다인 씨, 제가 여기 안 있으면 어디에 있어야 하는 거죠?”

정다인은 연기를 꽤 잘하는 편이라 조금 전의 당황한 기색을 바로 감추더니 바로 속상하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율 씨, 저는 그냥... 하율 씨가 또 윤제 씨를 미행한 줄 알았어요.”

정다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지나가던 환자들과 간호사들은 그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고개를 돌려 강하율을 바라봤다. 마치 그녀가 테러리스트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강하율은 당황하지 않고 대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저는 얼마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의사 선생님과 오늘 검사를 받기로 미리 예약을 해뒀던 상태라 병원에 온 건데, 제가 어쩌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여기서 큰 목소리로 정다인 씨에게 한 번 설명해 드릴까요?”

정다인은 배윤제와의 연애 사실을 인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하율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매우 꺼렸다.

만약 강하율이 배윤제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밝힌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일에 관심을 가질지 알 수 없었다.

정다인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래요? 제가 하율 씨를 오해했나 보네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정다인은 강하율의 곁을 지나칠 때 잠깐 멈춰 서서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하율 씨, 의미 없는 저항은 하지 말아요. 무슨 일이 생기든 윤제 씨는 당신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을 테니까요. 자꾸 눈치 없이 굴면 다음에는 교통사고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하하.”

경고 같기도, 협박 같기도 했다.

강하율은 정다인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병실로 돌아갔다.

사실 강하율은 정다인이 무슨 짓이든 할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잠시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들었다.

“안녕하세요. 저 신고하려고요.”

...

경찰서.

경찰서의 효율은 굉장히 높았다.

강하율이 신고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은 길가의 CCTV를 통해 한 개인병원에서 고통스럽게 신음하던 두 남자를 찾아냈다.

강하율에게서 신원 확인을 받기 전 경찰이 미리 말했다.

“강하율 씨, 지금 두 사람 얼굴을 확인하기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강하율은 경찰의 말을 듣고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얼굴이 퉁퉁 부은 채로 자신의 앞에 있는 두 남자를 보았을 때 강하율은 비로소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두 남자 중 한 명은 다리가 부러졌고 다른 한 명은 팔이 부러졌다.

강하율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두 남자는 강하율을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펄쩍 뛰었다.

네다섯 명의 경찰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옆에서 붙잡았는데도 제압하기가 쉽지 않았다.

“죄송해요. 저희가 죄송해요. 두 번 다시 그런 짓을 하지 않을게요! 다 사실대로 얘기할게요!”

“네, 네. 저희는 빚 때문에 그런 거예요. 그 남자가 돈을 줄 테니까 어제 오후에 병원 앞에서 당신을 기다린 뒤에 당신한테... 그런 짓을 하고 영상까지 찍으라고 했어요.”

“...”

강하율은 두 남자가 이렇게 순순히 자백할 줄은 몰라서 당황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두려움에 찬 눈빛을 보니 그녀가 정신을 잃은 뒤 무슨 일을 당한 것 같았다.

강하율의 머릿속에 문득 빗속에서 보았던 검은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 남자는 대체 누구였을까?

경찰도 남자들의 말을 듣고 놀랐다. 이렇게 빨리 자백하는 건 그들이 처음이었다.

두 남자의 말을 통해 경찰은 그들에게 돈을 준 남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냈다.

그 남자는 바로 정다인의 경호원이었고 경찰들은 곧바로 정다인의 경호원을 경찰서로 불러냈다.

그런데 정다인과 함께 온 사람은 다름 아닌 배윤제였다.

그는 강하율을 보자마자 안색이 어두워지며 그녀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다짜고짜 듣기 거북한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강하율, 또 너야? 너 진짜 질린다. 왜 자꾸 나한테 들러붙는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방 안은 조용해졌고 강하율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정다인을 위해 불같이 화를 내는 배윤제의 모습을 본 강하율은 문득 웃음이 났다.

물론 그 웃음에는 지난 4년간의 처량했던 자신을 향한 연민이 깃들어 있었다.

배윤제는 강하율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지금은 강하율을 성가신 존재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죽도록 사랑하는 강하율이 절대 자신의 곁을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배윤제는 강하율이 정다인을 끌어들이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정다인은 강하율과 다른 존재이니 말이다.

강하율은 언제쯤에야 자신의 신분을 인지할 수 있을까?

배윤제가 비꼬며 말했다.

“강하율, 나는 네가 그래도 강단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수단까지 쓸 줄은 몰랐어. 경고하는데 앞으로는 적당히 해.”

배윤제는 명령하듯 말하며 두 팔로 정다인을 안았다.

정다인이 겁을 먹을까 봐 두려운 듯이 말이다.

정다인은 배윤제의 가슴팍에 기대어 억울한 일이라도 당한 듯이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강하율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매우 날카로웠다.

강하율은 그제야 정다인이 배윤제에게 모든 것이 강하율의 자작극이라고 말하고 배윤제가 그 말을 믿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배윤제는 자아가 있는 사람이라 절대 남의 말을 쉽게 믿지 않았는데 정다인이 한 말은 곧이곧대로 믿었다.

배윤제가 정다인을 사랑한다는 건 강하율도 아는 사실이었지만 그게 그녀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강하율은 서늘한 시선으로 배윤제를 바라봤다.

“나는 엄연한 피해자야. 그런데 내가 무슨 범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말하네? 너는 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나 봐.”

“강하율!”

배윤제는 자연스럽게 언성을 높이며 날 선 눈빛으로 강하율을 노려봤다.

그는 자신이 화났다는 걸 강하율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강하율은 반항하듯, 또는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것은 지난 4년 동안 화를 내는 배윤제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생긴 습관이었고 당장은 고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배윤제는 그 모습을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그는 강하율이 지금까지 애써 아닌 척했을 뿐 사실은 그가 화내는 걸 여전히 무서워한다고 생각했다.

배윤제는 강하율을 보지 않고 몸을 돌려 경찰을 바라봤다.

“이건 강하율의 자작극입니다. 조사할 필요 없어요. 오늘 일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상사에게 불려 가게 될 겁니다.”

배윤제는 그렇게 말한 뒤 강하율을 지나치며 정다인을 안고서 떠나려고 했다.

“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네게 상처를 줄 수 없으니까. 너를 위해 주문한 주얼리가 도착했대. 그거 픽업하러 가자.”

배윤제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어조로 말했다.

“제게 주얼리는 중요하지 않아요. 윤제 씨가 평생 저를 지켜줄 거라는 사실이 중요하죠.”

정다인은 은근히 거리를 좁히면서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강하율을 힐끗 바라봤다.

그녀는 강하율에게 얘기한 적 있었다. 강하율이 무슨 짓을 하든 배윤제는 절대 그녀에게 눈길을 주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바보야.”

배윤제는 강하율이 완전히 포기할 수 있게 일부러 강하율의 앞에서 정다인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

그러나 강하율은 두 사람의 애정행각을 무시하고 경찰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건과 연루된 사람이 경찰을 대신해 함부로 결론을 내릴 권리가 있는 건가요?”

경찰은 곧바로 대답했다.

“그건 당연히 불가능하죠. 저희는 법에 따라 수사할 겁니다.”

그 말을 듣자 배윤제는 눈빛이 서늘해지면서 위협적으로 강하율을 바라봤다.

“강하율, 지금 나를 사건과 연루된 사람이라고 한 거야? 또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려는 거야?”

“내 말이 틀렸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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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윤호가 정다인의 부탁을 받아 기소정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강하율은 잠시 멍해졌다.순간 자신이 우스워졌다.배윤제가 자신의 손을 잡았을 때야 강하율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액자는 아무 데나 두지 마. 누가 쓰레기인 줄 알고 버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내가 다 고쳐놨으니까 가져가.”액자가 손에 닿는 순간, 강하율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액자 따위 가지고 싶지 않았다.강하율은 차갑게 말했다.“대표님, 그 액자는 아무 데나 둔 게 아니에요. 애초에 쓰레기여서 버리려고 한 거예요.”배윤제는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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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인이든 조익현이든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 두 사람이 은밀히 접촉했다는 건 분명 뒤에서 불순한 모의를 꾸미고 있다는 증거였다.한창 생각에 잠긴 와중에 강하율의 휴대폰이 진동했다.급히 확인해 보니 허지연의 부계정에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길 가다 꿈에 그리던 이상형과 딱 마주침! 무려 커피까지 한 잔 사주심.]사진 속 허지연은 평소 일할 때보다 훨씬 과감하고 화려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그리고 한쪽 귀퉁이에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 살짝 노출되어 있었는데, 고급스러워 보이는 슈트와 꼿꼿한 체격이 예사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211화

    “참, 바텐더한테 들었는데 조익현이 따로 양주를 꽤 많이 들여왔대. 파티 한 번 하겠다고 이렇게까지 유난 떠는 건 처음 보네. 우리 호텔에 웬만한 술은 다 있잖아.”안혜슬이 의아한 듯 말을 이었다.강하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나지막이 속삭였다.“혜슬아, 지금 바로 펍에 전화해 봐. 객실팀에서 숙취 해소제를 준비해야 하니까 술 도수랑 종류를 확인해야 한다고 하고, 사진 좀 찍어서 보내달라고 해.”역시 그녀의 절친답게 안혜슬은 곧바로 의도를 눈치채고 대답했다.“알았어.”통화를 마친 강하율은 사무실로 돌아왔고, 일부러 침울한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210화

    배윤호는 강하율의 질문에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찻잔을 내려놓으며 그녀를 슬쩍 쳐다보기만 했다.강하율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시 한번 찬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서야 요동치는 감정을 겨우 억눌렀다.곧이어 사무적인 태도를 보이며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주제넘게 참견했네요.”배윤호가 되물었다.“네가 언제부터 기씨 가문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지?”강하율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배윤제와 기씨 가문의 사이가 그토록 각별한데 배윤호가 어찌 내막을 모르겠는가.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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