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윤태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박승준은 잘못 들은 줄 알고 윤태호한테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 내가 잘못 들은 건가요?”“저도 어르신을 치료할 수 있어요.”윤태호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윤태호 씨가 할아버지를 구할 수 있단 뜻이에요? 장난치는 거 아니죠?”박승준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병원의 교수들이 모여서 회의했지만 박형만이 무슨 병에 걸렸는지 알지 못했다.그래서 스무 몇 살밖에 안 된 윤태호가 나서서 고칠 수 있다고 해도 믿을 수가 없었다.박승준은 윤태호가 병원의 훌륭한 교수들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박승준 씨, 장난이 아니에요. 저는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어요.”윤태호가 자신감 있게 말했다.그는 얼마 전에 용왕의 음양사고를 치료해 주었다. 그에 비해 박형만은 고독에 시달린 지 고작 며칠밖에 안 되었기에 그나마 치료하기 쉬웠다.하지만 박승준은 여전히 윤태호를 믿지 않았다. 이때 황찬호가 나서서 물었다.“윤 선생, 정말 고칠 수 있는 거야?”“당연하죠.”윤태호가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저는 사람의 목숨으로 장난치지 않아요. 어르신을 구할 수 있으니 믿어주세요.”“박승준 씨, 저는 윤 선생의 말을 믿어요.”황찬호는 박승준이 다시 고민해 보기를 바랐다. 윤태호가 박형만을 치료한다면 단번에 나을 것이다.윤태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박승준 씨, 저는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박씨 가문의 절반 재산을 지킬 수도 있어요.”“그게 무슨 뜻이죠?”“저에게 치료 비용을 주지 않아도 돼요. 그저 어르신을 구하고 싶어서 그래요.”“그렇다면 원하는 게 도대체 뭐예요?”박승준이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노려보았다. 돈을 받지 않고 남을 도와주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그는 보통 이런 사람들이 돈보다 더 큰 욕심이 있다고 여겼다.윤태호가 웃으면서 말했다.“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제가 어르신을 치료할 수 있게 해주세요.”박승준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
“명 대사님, 저와 같이 병원에 가요.”천우진이 다급히 말했다.“나는 괜찮네.”명진윤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더니 박승준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박승준 씨, 사실 나는 박 회장을 구할 수 있네. 하지만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되지.”“그게 무슨 뜻이에요?”박승준이 다급히 묻자 명진윤이 천천히 대답했다.“박 회장의 병을 치료해 주면 내 수명이 10년이나 줄어들 걸세.”박승준은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 굳었다. 예전에 고수들이 다친 사람을 구해서 수명이 줄어드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그는 의사가 환자의 병을 치료하면 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박승준은 곧바로 무릎을 꿇고 명진윤한테 빌었다.“명 대사님, 제가 이렇게 빌게요. 제발 저의 할아버지를 구해주세요!”천우진이 명진윤을 향해 말했다.“명 대사님, 한 번만 도와주세요.”“박 회장을 구해주면 내 수명이 10년이나 줄어든다고 했지.”명진윤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올해 예순여덟인 내가 몇 년이나 더 살 것 같나?”박승준이 울먹이면서 말했다.“명 대사님, 저의 부모님은 어릴 적에 돌아가셔서 가족이라고는 할아버지밖에 없어요. 할아버지를 구해주기만 한다면 뭐든지 할게요. 박씨 가문의 은인으로 평생 모실 테니 제발 구해주세요.”“박승준 씨의 사정은 알겠지만 나도 어쩔 수 없네.”명진윤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박승준이 입을 열었다.“명 대사님, 치료 비용을 1000억 더 줄 테니 할아버지를 살려주세요.”“박승준 씨,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바뀌는 건 없네.”박승준이 다급히 말했다.“그러면 2000억을 더 드릴게요. 할아버지를 살릴 수만 있다면 모두 4000억을 드릴 테니...”“박승준 씨, 내 의술로는 그깟 4000억쯤이야 쉽게 벌 수 있지. 돈이 부족해서 그러는 게 아니란 뜻이네.”“명 대사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할아버지를 구해주실 건가요?”명진윤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만약 박씨 가문의 절반 자산을 나에게 넘긴다면 박 회장을 구해주겠네.”그 말을 들은 윤
윤태호는 깜짝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다.‘명진윤이 무신교의 사람이라고? 천우진과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게 놀라워.’이때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윤태호가 고개를 돌려 보니 명진윤이 대나뭇잎을 불고 있었다.윤태호는 익숙한 선율을 듣고 최남진이 연주하는 것이라고 착각할 뻔했다.최남진이 대나뭇잎을 부는 건 용왕 체내의 고충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그렇다면 명진윤은 왜 대나뭇잎을 부는 걸까?’윤태호는 명진윤을 지그시 쳐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명진윤이 왜 그러는지 궁금해서 지켜보고 있었다.일 분 후, 박형만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내 말이 맞지?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천우진은 신이 나서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을 본 박승준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환하게 웃었다.천우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명 대사님이라면 무조건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거야. 이제는 내 말 믿어줄 거지? 곧 괜찮아질 테니 걱정하지 마.”“명 대사님은 한의사 중에서 최고인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해요!”박승준은 반짝이는 두 눈으로 명진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그는 옆에 있는 천우진의 표정이 어딘가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황찬호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정말 대단한 의술이네요.”윤태호는 아무 말 없이 명진윤과 박형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명진윤이 대나뭇잎을 부는 소리가 날카로워질수록 박형만의 몸이 더 세게 떨렸다.얼마 후에 곧바로 의식을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이때 윤태호는 무언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이제야 알겠어. 저 사람은 대나뭇잎을 부는 소리로 고충을 통제하고 있어.’그는 망설임 없이 천안을 열고 박형만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아주 작은 고충이 박형만의 몸속에서 천천히 기어다니고 있었다.윤태호는 그의 체내에 고충이 있을 줄 몰랐다.천안으로 고충을 본 후, 윤태호는 명진윤이 무신교의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아마 명진윤은 최남진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그러나 윤태호의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박
“명 대사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부디 어르신을 살려주십시오.”털썩!천우진은 갑자기 명 대사의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했다.박승준은 약간 감동했다.그는 천우진을 잘 알고 있었다. 천우진은 평소에 누구도 안중에 없이 매우 거만했는데, 오늘 할아버지를 위해서 명 대사의 앞에 무릎까지 꿇고 간청하는 것을 보니 놀랍기 그지없었다.박승준은 속으로 생각했다.‘이 은혜, 내가 평생 잊지 않으마!’명 대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알겠네. 천우진 씨 체면을 봐서 박 회장을 치료해 주지.”“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천우진은 기뻐하며 말했다.“승준아, 어서 대사님께 사과드려.”“명 대사님,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대사님께서 할아버지를 치료해 주신다면 20억 상당의 고급 별장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박승준이 말했다.“흥!”명 대사는 코웃음을 치며 몸을 돌려 다시 침대 앞으로 갔다.윤태호는 옆에서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제삼자인 그는 박승준보다 더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그는 천우진이 무릎을 꿇은 것이 마치 연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명 대사는 방승준에게 신신당부했다.“나 이제 박 회장을 치료할 테니 무슨 일이 있어도 묻지 말고 아무도 방해하게 해서는 안 되네. 알겠나?”박승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안심하십시오. 아무도 방해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짝!명 대사는 먼저 박 회장의 이마를 가볍게 쳤다. 그런 다음 손가락과 다리를 주무르고 손으로 복잡한 수인을 맺은 채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마치 무당이 굿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잠시 후, 차가운 바람이 밖에서 불어 들어왔고 사람들을 오싹하게 했다.윤태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왠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어느덧 5분이나 지났지만, 박 회장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불안해진 박승준은 작은 목소리로 천우진에게 속삭였다.“우진아, 명 대사님 실력이 확실한 거 맞
‘2천억!’그 숫자를 듣자 박승준의 얼굴색이 변했다.그는 이미 천우진에게서 명 대사의 진료비가 비싸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비쌀 줄은 상상도 못 했다.비록 2천억이 박씨 가문에는 작은 돈일 뿐이지만 이렇게 비싼 진료비는 처음 들어봤다.“어떤가? 선뜻 내키지 않으신가? 그렇다면 굳이 더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겠군.”명 대사는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잠깐만요!”박승준은 급히 말했다.“명 대사님, 2천억 진료비는 비싸지만 대사님께서 저희 할아버지를 치료해 주실 수만 있다면 진료비는 전부 드리겠습니다. 하지만...”“하지만 뭔가?”명 대사는 박승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물었다.“저희 할아버지께서 무슨 병을 앓고 계시는지 알고 싶습니다.”어제 박 회장은 아무런 징조도 없이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졌고 박승준은 급히 박 회장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수많은 전문가들이 진찰한 후에도 아무도 병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이었다.이에 박승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그의 생각으로는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어야 하니까.‘할아버지는 왜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진 걸까? 대체 무슨 병을 앓고 계신 걸까?’이 모든 것을 박승준은 알고 싶었다.명 대사가 말했다.“박 회장이 앓고 있는 병은 희귀한 난치병이네.”“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내가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도 자네는 이해하지 못할 거야. 자네는 의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박승준 씨가 몰라도 저는 압니다.”윤태호가 끼어들었다.명 대사는 차갑게 윤태호를 쏘아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듯했다.박승준은 눈치가 빨라서 즉시 말했다.“윤 선생님의 말이 맞습니다. 저는 의학에 대해 모르지만 윤 선생님은 아시잖습니까. 명 대사님, 저희 할아버지의 병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윤 선생님께서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자네 무슨 뜻인가?”명 대사는 묵직한 목소리로 박승준에게 따져 물었다.“내 의술을 믿지 못하는 건가?”“오해하지 마
윤태호는 내심 감탄했다.‘황찬호도 만만찮은 언변의 소유자였구나!’황찬호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명 대사님, 부디 노여움을 푸십시오. 저는 다만 여러 의사분들께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회장님께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어쨌든 저희 모두 회장님의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으니까요, 안 그렇습니까?”“흥!”명 대사는 콧방귀를 뀌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승준 씨도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황찬호는 다시 박승준에게 물었다.박승준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부시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윤태호에게도 할아버지를 진찰하게 하죠.”“부시장님, 명 대사님, 안으로 드시죠.”박승준은 정중하게 안내했다.명 대사는 기다렸다는 듯 소매를 휘저으며 거드름을 피우며 저택 안으로 유유히 들어갔다.황찬호는 웃으며 말했다.“윤 선생, 우리도 들어가자.”사람들은 박 씨 저택으로 들어갔다.윤태호는 은근히 저택 내부를 훑어보았다. 화려한 장식 하나 없이 수수하고 소박하여 사람들에게 매우 조용하고 우아한 느낌을 주었다.“할아버지께서는 침실에 계십니다. 제가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박승준은 사람들을 이끌고 방으로 향했다.방문을 열자 침상에 몸져누운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창백한 얼굴로 두 눈을 감고 있었다.침대 앞에는 도우미 두 명이 시중을 들고 있었다.“너희들은 비켜라.”명 대사는 도우미 두 명을 쫓아내고 곧장 침대 앞으로 가서 박 회장님의 맥을 잡았다.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기다렸다.약 3분 정도 지나자 명 대사는 박 회장의 손목에서 손을 떼었다.“명 대사님, 저희 할아버지 상태는 어떻습니까? 살릴 수 있습니까?”박승준은 초조한 눈빛으로 명 대사를 바라봤다.“내가 나서지 않으면 반드시 죽을 것이야!”명 대사가 말했다.박승준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그러니까 대사님께서 나서시기만 하면 저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치시킬 수도 있네. 그의 몸 상태라면 앞으로 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