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화

Author: 호안난어
여자의 흉터가 아주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30초도 안 돼 흉터가 완전히 사라졌다.

상처 부위를 꿰맸던 실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여자의 종아리를 보니 다친 적이 없는 것처럼 피부가 흉터 하나 없이 매끈하고 하얬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윤태호를 비웃던 인턴들은 어안이 벙벙했고 박윤식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오랫동안 의사로 일해왔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 보았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박윤식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다 보셨잖아요.”

윤태호가 말했다.

“진짜 비산 주술이라고?”

박윤식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윤태호는 정색하며 말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비산 주술은 샤머니즘이 아니라 신기한 비술이에요.”

“하지만...”

“적당히 하세요.”

임다은이 짜증 난 목소리로 박윤식의 말허리를 잘랐다.

“선생님은 여기 있어 봤자 도움이 안 되니 이만 나가보세요.”

“그러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박윤식은 병실에서 나오기 전 싸늘한 시선으로 윤태호를 힐끗 보았다.

복도 밖으로 나온 뒤 인턴들은 씩씩대며 화를 냈다.

“선생님, 윤태호 씨는 우리를 농락한 게 틀림없어요. 저런 쓰레기는 병원에서 쫓아내야 해요.”

“맞아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는 말이 있잖아요. 만약 임다은 씨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선생님이 책임지셔야 할 거예요.”

“조용히 해!”

박윤식은 그들을 향해 호통을 친 뒤 어두워진 얼굴로 물었다.

“곽진우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

“제가 병실로 왔을 때 곽진우 씨는 간호 스테이션으로 갔어요.”

한 인턴이 말했다.

“알겠어. 너희는 일단 돌아가서 일해.”

박윤식의 안색이 좋지 않자 인턴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박윤식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잠시 뒤 간호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

병실 안, 임다은은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커다란 두 눈으로 윤태호를 계속 살펴봤고 윤태호는 불편함을 느꼈다.

“윤태호 씨가 나한테 엄청난 도움을 줬는데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뽀뽀라도 해줄까요?”

임다은이 눈을 깜빡일 때마다 속눈썹이 팔랑거려서 아주 아름다웠다.

윤태호는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서 황급히 말했다.

“임다은 씨, 이러지 마세요.”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몸으로 갚을까요?”

임다은은 그렇게 말하며 윤태호를 향해 손 키스를 날리고 윙크를 했다.

윤태호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임다은은 너무도 매력적인 여자였다.

“겨우 이런 걸로 부끄러워하는 거예요? 여자랑 만나본 적 없어요? 그럴 리가 없는데. 윤태호 씨는 의사니까 여자들과 자주 접촉할 거 아니에요?”

임다은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윤태호 씨가 봐왔던 여자들 중에서 제일 예뻐서 그러는 거예요?”

윤태호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그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임다은은 윤태호가 봐온 여자들 중에서 가장 예뻤고 눈빛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홀릴 수 있었다. 정상적인 남자였다면 아마 그녀의 매력에 푹 빠졌을 것이다.

“알겠어요. 장난치지 않을게요.”

임다은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거두고 말했다.

“윤태호 씨, 정식으로 인사할게요. 난 임다은이라고 해요.”

‘다은?’

윤태호는 임다은을 힐끗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한숨을 쉬어요? 내 이름이 별로예요?”

여자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다은 말고 요정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윤태호는 그 말을 내뱉자마자 괜한 말을 했다는 생각에 후회했다. 만약 임다은이 화가 나서 그를 쫓아낸다면 어떡한단 말인가?

그러나 임다은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똑똑하네요. 사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절 요정이라고 불러요.”

“그래요?”

윤태호가 말했다.

“사실 요정이라고 부르는 것도 정확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왜요?”

“임다은 씨는 요정보다 더 아름다우니까요.”

임다은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윤태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뭘 해주길 바라는 거예요? 솔직하게 얘기해 봐요.”

윤태호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임다은이 자신의 속내를 바로 꿰뚫어 볼 줄은 몰랐다.

“임다은 씨, 저는 임다은 씨 간병인이 되고 싶어요.”

“겨우 그것뿐이에요?”

임다은은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네.”

윤태호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원래 외과 인턴이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모함을 당해서 간호 스테이션으로 오게 되었어요. 만약 임다은 씨의 간병인이 될 수 없다면 전 일자리를 잃게 될 거예요.”

임다은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윤태호 씨 능력이라면 일자리를 잃어도 상관없지 않나요?”

“전 의학계를 사랑해요. 그리고 전 미래에 위대한 의사가 되고 싶어요.”

윤태호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임다은은 윤태호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흡족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전 꿈을 가진 사람이 좋아요. 지금부터 윤태호 씨는 제 간병인이에요. 계약서라도 쓸까요?”

“지금 바로 계약서를 가져올게요.”

윤태호는 빠르게 병실을 떠났다.

“재밌는 사람이네.”

임다은은 싱긋 웃더니 휴대전화를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명령을 내렸다.

“주희 씨, 미주 병원에 윤태호라는 간병인이 있는데 한 번 알아봐요. 3분 안에 그 사람에 관한 모든 걸 알아야겠어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전화 너머로 듣기 좋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뒤, 파일을 받게 된 임다은은 그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사생아?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워? 게다가 다른 사람 진료차트를 베꼈다고? 다사다난한 삶이네.”

똑똑.

이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들자 젊은 의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곽진우라고 합니다. 이 병원의 외과 의사예요. 임다은 씨께서 윤태호 씨를 간병인으로 삼으려고 한다는 얘기를 듣고 왔습니다.”

곽진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임다은을 은근히 훔쳐보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임다은은 덤덤히 대꾸했다.

“임다은 씨, 윤태호 씨를 간병인으로 삼으시면 안 돼요.”

“무엇 때문이죠?”

“임다은 씨게서는 모르시겠지만 윤태호 씨는 사실 외과 인턴이었어요. 하지만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늘 농땡이를 피웠고 제 진료차트까지 베꼈었어요.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을 고용하는 건 좋지 않아요. 혹시라도...”

곽진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윤태호가 돌아왔다.

“당신이 왜 여기 있어?”

곽진우를 본 윤태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내가 어디에 있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곽진우는 매우 거만했다.

임다은은 웃으며 말했다.

“방금 곽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윤태호 씨가 병원에서 늘 농땡이를 피웠고 자기 진료차트까지 베꼈다고요. 그래서 무책임한 윤태호 씨를 간병인으로 쓰면 안 된다고 하던데요.”

윤태호는 분노했다.

“왜 자꾸 나한테 이런 짓을 하시는 거야?”

“난 네가 마음에 들지 않거든. 그 이유면 될까?”

곽진우는 몸을 돌려 임다은에게 말했다.

“임다은 씨, 잘 고민해 보시길 바랄게요.”

“제가 꼭 윤태호 씨를 간병인으로 쓰겠다면요?”

임다은이 웃으며 말하자 곽진우는 살짝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만약 윤태호 씨를 간병인으로 쓰시겠다면 어떤 문제가 생기든 병원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을 겁니다.”

“저한테 문제가 생기면 이 병원에서 감당할 수 있겠어요?”

임다은은 미소를 거두더니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기 시작했다.

이 순간 그녀는 마치 모두의 위에 군림하는 여왕 같았고 곽진우는 그 순간 흠칫했다.

이런 엄청난 기운은 원장에게서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임다은의 정체가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윤태호 씨.”

임다은이 부르자 윤태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임다은이 말했다.

“오늘 내가 한 가지 가르쳐줄게요. 윤태호 씨가 한발 양보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한발 양보할 거로 생각하지 말아요. 오히려 윤태호 씨가 한발 물러서면 상대는 윤태호 씨를 만만하게 보고 더 밟으려고 들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은 마냥 착해서는 안 돼요.”

윤태호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내 말 이해했어요?”

잠시 뒤 임다은이 물었고 윤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뭘 망설이는 거죠?”

윤태호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고개를 들어 싸늘한 시선으로 곽진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을 본 곽진우는 매우 언짢아져서 호통을 쳤다.

“뭘 봐? 사생아 따위가 감히...”

짝.

곽진우는 따귀를 맞게 되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622화

    윤태호의 경고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휘이익...음산한 바람이 골짜기를 타고 불어오며 밤의 기운을 한층 더 서늘하게 만들었다.시간은 느리게 흘렀다.1분, 2분, 3분... 어느새 5분.그러나 무덤을 파헤치는 그림자는 나타나지 않았다.차송주가 조심스레 윤태호를 힐끗 보며 입을 뗐다.“과장님, 정말 오는 게 맞나요?”박만식이 못 참고 툭 내뱉었다.“이봐, 아무 것도 없잖아. 날 새겠어.”윤태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마음을 다잡았다.조금 전, 분명히 이질적인 기운이 스쳤다.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는데... 내 감각이 틀린 건가?’“이장님, 조급해하지 마세요. 조금 더 기다려보죠.”윤태호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박만식은 씩 뱉듯 말했다.“내가 안 초조하겠나. 해 뜰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과장님이 기다리라 하셨잖아요? 말 좀 그만하시죠.”소이은이 툭 끼어들었다.그 말에 박만식의 인상이 확 굳었다.“네가 낄 자리가 아니야.”박만식의 목소리에 살기가 묻어났다.“다음에도 이딴 식으로 나서면 가만두지 않겠다.”소이은도 물러서지 않았다.“뭐 대단한 거라고요. 겨우 마을 이장이면서.”“마을 이장이 뭐가 어때서! 내가 몇 백 명을...”박만식이 목소리를 높이다 말문을 잇지 못했다.“이장님.”윤태호가 단호하게 끊었다.“지금은 싸울 때가 아닙니다.”박만식은 윤태호를 노려보며 낮게 물었다.“자네, 이 여자 편 드는 건가?”“그런 뜻 아닙니다.”윤태호의 시선이 한곳을 향했다.“...무슨 소리가 났어요.”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진삼복의 무덤으로 쏠렸다.그러나 무덤은 고요했고 풀벌레 소리만 어둠 속에서 이어졌다.“아무 것도 없잖아.”박만식이 코웃음을 쳤다.“과장님, 혹시 잘못 들으신 거 아니에요?”오영준이 조심스레 물었다.윤태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분명 무덤 쪽에서 들렸어.”차송주가 입을 열려다 말았다.“과장님, 그...”“쉿.”윤태호가 매서운 눈빛으로 낮게 제지했다. “또 소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621화

    관을 봉인하는 절차가 시작됐다.젊은이 몇 명이 향재를 물에 개어 관 가장자리에 사방으로 발랐다.이 작업의 목적은 단순했다. 관을 꽉 닫아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흙 속에 묻힌 뒤 벌레가 틈새로 들어와 시체를 갉아먹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향재를 바른 뒤, 관 뚜껑을 다시 덮었다.이어 젊은이들이 망치를 들고 7인치 길이의 나무못 열 개를 관에 박았다.관 봉인 작업이 끝나자 네 명이 굵은 삼 줄로 관을 단단히 묶고 앞뒤로 나무 막대 두 개를 고정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계상아, 출관할 준비됐나?”박만식이 단호하게 물었다.진삼복의 아버지는 눈물을 닦으며 조용히 말했다.“이장님, 산에 올리는 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산에 올린다’는 무간리의 사투리로 표준말로는 ‘매장’이라는 뜻이었다.무간리는 가난했지만 상례를 중요시했다. 규정상 아들이 죽으면 부모는 직접 장례를 치를 수 없었다. 그래서 진삼복의 부모는 집에 남아야 했고 마지막 길을 함께할 수 없었다.“걱정 마. 삼복이는 내가 지켜본 아이야. 장례는 단 한 점의 소홀함도 없이 진행할 거야.”박만식이 아버지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고 손을 높이 들어 크게 외쳤다.“출관!”순간 네 명의 젊은이가 관을 힘껏 들어 올렸다.박만식이 선두에 서서 길을 열며 걸어가고 동시에 종이돈을 공중에 뿌렸다. 그 뒤를 북과 징이 따랐다.관이 사랑채를 빠져나가자 진삼복의 어머니가 갑자기 오열하며 무릎을 꿇었다.“얘야! 엄마 떠나지 말거라, 엄마는 너를 놓을 수 없어...”윤태호는 그 장면을 보고 마음이 아파 몸을 돌려 시선을 피했다.15분 후, 박만식은 산비탈 위에서 멈췄다. 이미 흙구덩이가 미리 파여 있었다.박만식의 지휘 아래, 모든 과정은 질서 정연하게 진행됐다.관을 내려놓고, 흙을 덮고 무덤을 세운 뒤 향을 올렸다.마지막으로 사망자를 위해 종이돈을 태웠다. 저승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는 의미였다.윤태호는 오영준, 소이은, 차송주와 함께 종이돈을 태우며 말했다.“너희 둘, 종이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620화

    윤태호의 말에 모두가 잠시 멈칫했다.“과장님, 그게 무슨 뜻이죠?”오영준이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윤태호를 바라봤다.“이장님, 잠시 저와 함께 나가 주시겠어요?”윤태호는 먼저 나가며 박만식을 이끌었다. 차송주와 소이은도 뒤따랐다.“자네, 혹시 무언가 발견했는데... 삼복이 부모님 앞에서 말하기 어려운 건가?”박만식이 의아하게 물었다.“아니요, 발견한 건 없습니다.”윤태호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그럼 아까 왜 그렇게 말한 건가?”박만식은 여전히 의문이 가득했다.윤태호가 조용히 말했다.“이장님, 진삼복 씨 매장은 언제 이루어지나요?”“곧 될 걸세.”박만식이 집 안팎에서 일을 돕는 젊은이들을 가리켰다.“저 청년들이 관을 옮길 사람들이야.”윤태호는 살짝 끄덕였다.“좋습니다.”“좋다니?”박만식이 잠시 멈칫하며 되물었다.“계획이 있습니다. 진삼복 씨가 매장된 후, 우리는 무덤 근처에서 지켜볼 겁니다. 누가 혹은 무엇이 무덤을 파헤치는지 확인하려는 거죠.”“이장님, 어떻게 생각하세요?”박만식이 대답하기도 전에 오영준이 말했다.“실행 가능해 보입니다.”박만식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계획은 괜찮지만... 너무 위험하지 않겠나? 우리 마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내가 어떻게 보고하겠나... 특히 자네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서아에게는 또 어떻게 설명하고...”소이은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뭐가 그렇게 걱정돼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무슨 일이 생기겠어요?”박만식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네가 뭘 안다고 참견이야.”소이은은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맞받았다.“이장님, 저를 얕보면 안 돼요. 뱀에게 물릴지도 몰라요.”박만식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난 평생 이 마을에서 살아왔지만 뱀에게 한 번도 안 물렸네. 뱀들이 나를 보고 도망가더라.”“정말요?”소이은은 믿지 못하는 눈빛으로 말했다.윤태호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죠. 모두가 제 계획에 동의한다면 그대로 진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619화

    “맞아요. 삼복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요. 착한 사람은 왜 이렇게 일찍 가는 걸까요... 나쁜 놈들은 천년을 살아도 안 죽고.”소이은이 한숨을 내쉬었다.윤태호는 살짝 고개를 돌려 소이은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말에는 단순한 탄식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그때, 박만식이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했다.“자, 내가 이렇게 부탁하네. 제발 어떻게든 우리를 도와 이 사건을 밝혀주게.”윤태호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이장님. 반드시 진실을 밝혀서 진삼복 씨와 다른 고인들의 명복을 빌겠습니다.”“고맙네.”박만식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집 안으로 들어가 진삼복의 부모를 위로했다.그 후, 윤태호는 진삼복의 부모에게 의료팀의 신분을 다시 소개했다.“윤 과장님, 제발 부탁이에요. 우리 아들을 죽인 범인을 꼭 밝혀 주세요.”진삼복의 아버지는 무릎을 꿇고 흐느끼며 말했다.“우리 아들은 죽을 때도 눈을 뜨고 있었어요. 억울하게 죽었단 말이에요!”윤태호는 재빨리 부모를 부축하며 말했다.“두 분, 걱정 마세요. 반드시 사건을 밝혀내겠습니다.”윤태호는 진삼복의 어머니에게 물었다.“혹시 아들을 죽인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라도 있으신가요?”진삼복의 어머니는 잠시 망설였다.“밤에 아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까진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저녁 식사 후, 남편과 술도 조금 마셨죠. 그러다 모두 잠든 후... 갑자기 큰소리가 들렸어요.”“나가보니, 아들이 춤을 추고 있었어요.”“부르려고 해도 듣지 못한 듯 계속 춤을 추더니, 얼마 안 지나 숨을 거뒀죠...”사실 명확한 증거는 없었다. 그저 추측일 뿐이었다.윤태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제가 관을 열어 부검을 해도 괜찮을까요?”진삼복의 어머니는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윤 과장님... 부검이라면 몸을 열어야 하지 않나요?”“그럴 필요 없습니다.”윤태호는 단호하게 말했다.“고인은 존엄합니다. 진삼복 씨의 머리카락 하나도 손대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우리 친구이기도 하니까요.”노부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618화

    윤태호는 허둥지둥 옷을 챙겨 입고 방 문을 열었다.밖에는 박만식이 서 있었다.“무슨 일이세요?”윤태호가 물었다.“20분 전에 삼복이가 죽었다네. 이전에 죽은 사람들처럼 춤을 추다 갑자기 쓰러졌어.”박만식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다.“진씨 집안에 가서 확인해 보게.”“좋아요.”윤태호가 답하자 오영준, 차송주, 소이은도 방에서 나와 옷을 정리했다.“이장님, 아까 말씀하시길 누가 죽었다고요? 누구 죽은 겁니까?”오영준이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삼복이가 죽었다네.”박만식이 단호하게 말했다.차송주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낮까지 우리랑 같이 있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죽은 거죠?”“확실하다네. 이전에 이상하게 죽은 사람들과 똑같이 예고도 없이.”윤태호가 지시했다.“오 선생, 진삼복 씨 부검할 테니 장비 챙기세요.”오영준은 차송주와 함께 방으로 돌아가 장비를 챙겼다.“소이은, 너는 집에서 쉬어.”윤태호가 말했다.하지만 소이은은 단호하게 팔을 붙잡았다.“저 과장님이랑 함께 있을래요. 무서워요.”“겁낼 필요 없어. 이장님 집은 안전하니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돼.”윤태호가 단호하게 말했지만 소이은은 끔쩍도 하지 않았다.“싫어요. 과장님과 함께 갈 거예요.”박만식은 차갑게 소이은을 바라보며 물었다.“우린 구경하러 가는 게 아니야. 죽은 사람 현장에 가는 거라구. 그래도 갈 거야?”“물론이죠! 저 의사예요. 의사는 현장에 있어야 죽은 사람의 사인을 정확히 밝힐 수 있어요.”소이은이 당당하게 말했다.박만식은 혀를 차며 경고했다.“밤이라 땅에는 뱀도 많아. 뱀한테 물리면 어떻게 할 거야?”“이장님, 본인이나 걱정하세요. 제가 이렇게 귀여운데 뱀이 어떻게 저를 물겠어요?”소이은이 장난스럽게 웃었다.“뱀도 눈이 있거든요. 누가 예쁜지, 누가 예쁘지 않은지 구분할 수 있을 거예요.”박만식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무슨 뜻이야! 내가 못생겼다는 거야?”소이은은 낄낄 웃었다.“이 어린 것이... 내 조카사위를 유혹하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617화

    “흙은요?”윤태호가 다시 물었다.“이미 채취했습니다. 이상은 없어요.”이번엔 차송주가 답했다.오영준이 덧붙였다.“이제 거의 확실하네요. 무간리에는 전염병이 없는 것 같습니다.”윤태호는 잠시 침묵했다. 예상 범위 안이긴 했지만 마음 한켠에선 여전히 의문이 남았다.‘전염병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간리 사람들은 왜 죽은 거지...?’“과장님 쪽은 발견한 게 있나요?”소이은이 물었다.“아무 진전 없어.”윤태호가 고개를 저었다.“이런 이상한 일은 처음이에요. 진짜 귀신이라도 나온 게 아닐까요?”차송주가 조금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설마... 세상에 진짜 귀신이 있을까요?”소이은의 눈에도 살짝 긴장이 스쳤다.“일단 꼼꼼히 계속 조사합시다.”윤태호가 지시했다.“네, 과장님.”오영준이 답했다.그때, 소이은이 갑자기 윤태호에게 다가왔다.“과장님, 잠깐 사진 찍어요!”박만식은 눈살을 찌푸리며 날카롭게 물었다.“소 선생, 지금 뭐 하려는 거요?”“풍경이 너무 예뻐서 과장님과 같이 사진 찍고 싶어서요.”소이은은 눈을 반짝이며 윤태호 품에 기대고 핸드폰을 꺼내 셀카를 찍었다.박만식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얼굴을 찌푸렸다.‘저 여우 같은 녀석... 부끄러움은 모르는 거야?’사진을 찍고 난 뒤, 소이은은 또 말했다.“과장님, 너무 잘생기셨어요. 배우 하면 대박 날 것 같아요.”윤태호가 웃으며 말했다.“너도 예쁘잖아.”“그럼요, 예쁘다는데 제가 빠질 순 없죠.”소이은은 핸드폰 속 둘의 사진을 가리키며 장난스럽게 덧붙였다.“과장님, 저 발견한 게 있어요.”“무슨 발견?”윤태호가 물었다.“우리 꼭 부부 같아요.”박만식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헛소리 그만 하게! 윤 선생님은 유부남이야. 부부 같다고? 말이 돼?”“과장님이랑 장난친 건데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에요?”소이은이 맞받았다.“어찌 내 상관이 아니겠나? 내 조카사위라구!”박만식이 단호하게 말했다.“과장님은 제 상사예요.”소이은이 퉁명스럽게 말했다.“부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