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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호안난어
따귀 소리가 병실 안에 울려 퍼졌고, 곽진우의 왼쪽 뺨이 순식간에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감, 감히 날 때린 거야?”

곽진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태호를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그는 윤태호를 무능력한 겁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내가 지금까지 참아온 건 당신이 무서워서가 아니야.”

윤태호는 차갑게 말했다.

“죽여버리겠어.”

곽진우는 주먹을 쥐며 윤태호를 때리려고 했다.

“감히 윤태호 씨를 건드리려고요?”

임다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히 윤태호 씨를 때린다면 내가 죽여버릴 건데.”

고개를 돌린 곽진우는 임다은의 온기 하나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게 되었다. 진심으로 한 말인 듯했다.

“임다은 씨, 당신은 대체 누구죠?”

곽진우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난 당신 따위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임다은은 그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꺼져요.”

그녀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곽진우는 잠깐 망설이다가 분한 얼굴로 주먹을 풀었다. 임다은의 신분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그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윤태호, 이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두고 봐.”

곽진우는 그렇게 말한 뒤 빠르게 병실에서 나갔고 드디어 병실 안이 조용해졌다.

“임다은 씨, 감사합니다.”

윤태호가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

조금 전 임다은이 편을 들어줬을 때 윤태호는 진심으로 감동을 받았다.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임다은은 웃는 얼굴로 물었다.

“곽진우 씨 뺨을 때린 기분이 어때요?”

“속 시원하네요.”

윤태호는 조금 전 그 따귀로 지금까지 쌓아왔던 원통함을 조금 풀 수 있었다.

곧이어 그는 임다은에게 물었다.

“임다은 씨, 저 너무 겁쟁이 같지 않나요?”

“아뇨. 태호 씨는 겁이 많은 게 아니라 너무 착해서 그래요.”

임다은이 말했다.

“태호 씨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말썽을 일으키기도 싫고 감히 말썽을 일으킬 수도 없겠죠. 본인에게 아무런 힘이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매번 손해를 봐도 계속 참고 견뎌온 거예요. 남에게 밉보일 바에야 차라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기로 한 거죠. 전 태호 씨 마음을 이해해요. 하지만 그것에 동의할 수는 없어요.”

임다은이 말을 이어갔다.

“조금 전에 말했듯이 사람은 마냥 착하면 안 돼요. 계속 참고 양보한다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어요. 곽진우 씨가 태호 씨를 계속 괴롭히려고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내 말 명심해요. 강해지려면 반드시 매정해져야 해요.”

윤태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도 다 알아요. 하지만...”

“힘이 없으니까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거라고요?”

“네.”

윤태호는 고개를 끄덕였고 임다은은 웃으며 말했다.

“생각을 바꿔봐요. 윤태호 씨는 오히려 가진 게 없으니까 더 거리낄 것 없이 행동할 수 있어요. 윤태호 씨가 강하게 나간다면 그들이 과연 윤태호 씨랑 싸우려고 목숨을 걸까요?”

윤태호는 당황했다.

“돈이 많고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죽음을 두려워해요. 그런 사람들과 목숨 걸고 싸운다면 그들은 오히려 태호 씨를 무서워할 거예요.”

임다은이 말했다.

“그리고 태호 씨도 힘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이죠?”

“앞으로 내가 태호 씨 뒷배가 되어줄게요. 앞으로 태호 씨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대신 혼쭐내줄게요.”

윤태호는 임다은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알지 못했지만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마워요.”

“나는 말로만 고맙다고 하는 거 안 좋아해요. 대신 행동으로 표현해 볼래요?”

임다은은 눈을 가늘게 접어 웃으면서 요염한 표정으로 윤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뽀뽀해 줘요.”

‘헉, 너무 과감하잖아!’

윤태호는 또 한 번 얼굴을 붉혔다.

“하하하, 정말 귀엽네요. 더는 안 놀릴게요. 계약서 이리 줘요.”

임다은은 피식 웃었고 윤태호는 서둘러 계약서와 펜을 그녀에게 건넸다.

임다은은 계약서 내용을 보지도 않고 사인을 했다.

‘됐다!’

윤태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간호 스테이션에서는 그를 내쫓을 수 없었고 윤태호는 계속하여 병원에서 일할 수 있었다.

병원에 남아 있는다면 다시 외과로 돌아갈 기회가 있었다.

“참, 비산 주술로 내 다리를 치료해 줄 수 있어요?”

임다은의 질문에 윤태호는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

“비산 주술 중에 뼈를 이어 붙이는 주술이 있긴 한데 아직은 배우지 못했어요. 그리고 임다은 씨는 이미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당분간 안정을 취하면 금방 나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난 침대에 계속 누워있는 게 싫은걸요.”

“그러면 나중에 제가 1층에 있는 병원 정원으로 데려가 줄게요.”

“진짜요? 태호 씨는 정말 다정하네요. 태호 씨가 내 남자 친구였다면 좋았을 텐데.”

임다은은 윤태호를 바라보며 커다란 눈을 깜빡였는데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요염하기도 했다.

‘또 이러네.’

윤태호는 견디기 힘들었다.

임다은은 왜 늘 그를 놀리는 것일까?

“식당에 가서 음식을 좀 가져올게요. 침대에 누워서 움직이지 마세요.”

윤태호는 허둥지둥 병실에서 도망쳤다.

...

전혜란은 며칠 동안 윤태호의 결혼에 대해 생각했다. 오늘 마침 휴일이고 집안일도 끝내서 그녀는 병원으로 찾아가 장여울과 얘기를 나눠볼 생각이었다. 그녀는 상견례를 해서 장여울과 윤태호의 결혼식을 언제 진행할지 결정하고 싶었다.

그녀는 입원 병동에 도착하자마자 장여울이 다른 젊은 남자 의사를 부축하며 입원 병동에서 나오는 걸 보았다.

남자 의사는 장여울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두 사람은 아주 다정해 보였다.

전혜란은 보수적인 사람이었기에 그 광경을 보고 언짢아졌다.

이때 장여울도 전혜란을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아줌마, 여긴 왜 오셨어요?”

“여울아, 난 널 찾아온 거야.”

전혜란은 곧장 본론을 꺼냈다.

“저를요? 왜요?”

“언제쯤 상견례를 하면 좋을지 너랑 얘기를 나눠보려고. 너랑 태호도 이제는 결혼해야지.”

장여울은 눈썹을 한껏 찌푸리면서 물었다.

“아줌마, 태호가 아무 말도 안 하던가요?”

“무슨 말?”

전혜란은 의아했다.

“진짜 말을 안 했나 보네요.”

장여울이 말했다.

“저 태호랑 헤어졌어요.”

“헤어졌다고?”

전혜란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언제 헤어진 거야? 태호는 그런 말 없었는데.”

“그러면 그 일도 얘기하지 않았겠네요. 태호는 곽진우 선생님 진료차트를 베꼈고 그 일 때문에 지금은 간호 스테이션에서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어요.”

‘뭐라고?’

전혜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머니로서 그녀는 윤태호의 앞날을 매우 걱정했다.

“그러면 우리 태호 정직원이 될 수는 있어?”

전혜란이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당장 잘릴지도 모르는데 정직원이 될 수 있을 리가요.”

곽진우가 옆에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아줌마, 정말 훌륭한 아들을 두셨어요. 아줌마 아들은 내 진료차트를 베끼고 날 때리기까지 했어요.”

“태호가 때렸다고요? 그럴 리가 없어요”

전혜란은 믿지 않았다.

“태호는 늘 착했고 사람을 때려본 적도 없어요. 설마 무슨 오해가 있었던 건 아닌가요?”

“오해요?”

곽진우는 자신의 부어오른 왼쪽 뺨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줌마, 여기 부은 거 안 보여요? 이거 아줌마 아들이 때린 거예요.”

장여울도 옆에서 말했다.

“아줌마, 태호가 때린 게 맞아요. 제가 봤어요. 진우 씨 아버지는 이 병원의 부원장님이세요. 그러니까 태호는 영원히 정규직이 될 수 없어요.”

전혜란은 그 말을 들은 순간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윤태호에게 아주 큰 희망을 걸었는데 이젠...

‘안 돼! 절대 우리 아들이 일자리를 잃게 할 수는 없어!’

전혜란은 허리를 숙이더니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곽진우에게 말했다.

“곽 선생님, 전부 태호 잘못이에요. 태호가 집으로 돌아오면 제가 혼내도록 할게요. 부디 제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태호에게 기회를 한 번 주면 안 될까요?”

“아줌마 체면을 고려해 달라고요?”

곽진우는 전혜란의 얼굴에 침을 뱉으면서 욕을 내뱉었다.

“아줌마가 뭔데요? 아줌마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

“선생님, 부디 용서해 주세요. 태호가 철없게 군 거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짝!

전혜란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곽진우가 그녀의 뺨을 때리며 욕했다.

“아줌마처럼 열등한 인간이 무슨 자격으로 내 용서를 바라요?”

전혜란은 뺨을 부여잡고 장여울을 향해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여울아, 그동안 태호랑 만난 정이 있는데 곽 선생님을 설득해 주면 안 되겠니?”

장여울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전 이미 태호랑 헤어졌어요. 태호가 죽든 말든 저랑 아무 상관 없어요.”

전혜란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장여울을 바라보았다.

이때 곽진우가 음침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아줌마, 아줌마가 무릎 꿇고 내게 사죄하면 윤태호에게 기회를 한 번 줄게요.”

털썩.

전혜란은 망설임 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존엄 따위 얼마든지 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때 마침 입원 병동에서 나온 윤태호가 그 광경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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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12. 10. AM.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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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170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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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태호와 이현서의 대결은 단순한 시합이 아니었다.지는 쪽은 반드시 죽는다.숨소리조차 무겁게 가라앉은 순간, 윤태호가 고개를 돌려 백아윤과 눈을 마주했다.“누나, 나 걱정돼요?”백아윤의 눈빛이 단번에 날카로워졌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준비는 제대로 했어? 자신은 있고?”말투는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불안이 섞여 있었다.윤태호는 그 눈빛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아까는 그냥 농담이었어요. 목숨 가지고 장난칠 만큼 한가하지 않아요. 걱정 마요. 오늘은 내가 꼭 이겨요.”백아윤은 미묘하게 눈썹을 찌푸리며 한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715화

    “이... 이 자식이...”전예서의 얼굴이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다.그때, 백두진이 기어가듯 다가와 눈물과 콧물을 범벅으로 늘어뜨리며 매달렸다.“전 팀장님, 제발 저 좀 봐주세요! 이놈이 제 팔을 부러뜨리고 우리 애들까지 다 박살냈어요. 이런 놈은 꼭 잡아가야 합니다.”전예서는 그 꼴을 보자 더 화가 치밀어 발길을 내질렀다.쾅!“내가 널 모를 줄 알았냐? 너랑 네 패거리, 이 근처에서 사고 치고 다니는 거 다 알아! 이런 것들 전부 잡아가!”그리고 차갑게 손가락을 들어 윤태호를 가리켰다.“저놈도 데려가.”“예, 팀장님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752화

    ‘뭐?’‘36.3도? 정말 벌써 열이 내렸다는 거야?’현장은 수군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몇십 초 만에 열이 내린다는 게 말이 돼?”“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체온을 다시 측정하기를 강력히 요구합니다.”“다른 분들은 어떨지 몰라도 전 못 믿어요.”“...”심지어 직접 체온을 측정한 진행 요원도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정확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번 환자의 체온을 측정했다.하지만 환자의 체온은 처음과 똑같이 36.3도였다.‘정말 열이 다 내렸다고?’“불편하신 곳은 없으세요?”진행 요원이 물었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707화

    단발머리 여자의 뒤로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 줄지어 들어왔다.나현진은 곧바로 알아봤다.이 여자는 백화점 본부장, 강이슬이었고 뒤를 따르는 남성들은 모두 백화점 고위 임원들이었다.“본부장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나요?”나현진은 순간 표정을 바꾸고 정중하게 다가갔다.강이슬은 매장을 훑으며 시선을 윤태호에게 멈췄다. 그리고 조심스레 다가와 물었다.“실례지만 혹시 윤태호 씨이신가요?”윤태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네.”순간 강이슬과 뒤의 임원들이 동시에 90도로 허리를 숙여 절했다.“사장님, 안녕하세요.”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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