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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호안난어
“조금 전에 내 흉터를 제거할 방법이 있다고 했죠? 그 말 진짜예요?”

임다은이 물었다.

윤태호가 대꾸하기도 전에 박윤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임다은 씨, 저런 헛소리는 듣지 마세요. 비산 주술 같은 건 샤머니즘이에요. 임다은 씨의 흉터를 없앨 수가 없어요.”

임다은은 박윤식을 바라보면서 덤덤히 물었다.

“선생님이 윤태호 씨인가요?”

박윤식은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제가 어떻게 윤태호입니까?”

“윤태호 씨가 아닌데 선생님이 무슨 자격으로 제 질문에 대답하는 거죠?”

임다은이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으면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박윤식을 노려보며 말했다.

‘헉!’

박윤식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기 시작했고 윤태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임다은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임다은은 백아윤과 아주 비슷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는데 백아윤보다 살기가 한층 더 강했다.

윤태호는 문득 임다은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박윤식은 식은땀을 닦으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까 말한 비산 주술 말이에요. 그건 뭐예요?”

임다은은 박윤식의 말을 무시하고 궁금한 듯 미소 띤 얼굴로 윤태호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의 표정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표정이었다.

윤태호가 대답했다.

“비산 주술은 아주 신묘한 주술이고 비산 주술을 쓴다면 신통한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단순히 샤머니즘으로 치부하지만 잘 아는 사람들은 그것을 신의 힘이라고 부르죠.”

“비산 주술로 정말로 내 흉터를 완벽히 제거할 수 있나요?”

임다은이 다시 물었다.

“네.”

윤태호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비산주술대전에는 흉터를 제거하는 주술이 적혀 있었다.

그것을 사용한다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흉터를 제거하여 피부를 원래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었다.

“그러면 언제쯤 내 흉터를 없애줄 수 있나요?”

임다은은 1년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만약 3년 이상이 걸린다면 큰일이었다. 그동안은 짧은 치마를 입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윤태호는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10분 정도 걸려요.”

“뭐라고요?”

임다은은 놀란 얼굴로 윤태호를 바라보았다.

윤태호는 임다은이 시간이 너무 길어서 불만스러워하는 줄 알고 이 악물며 말했다.

“제가 조금 더 노력한다면 5분 안에도 가능합니다.”

임다은은 당황했다.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한편 박윤식과 인턴들은 뒤에서 윤태호를 비웃었다.

“윤태호 씨, 거짓말하지 마세요.”

“5분 만에 흉터를 없앨 수 있다고요? 우리가 그동안 배운 의학 지식을 무시하는 건가요? 아니면 윤태호 씨가 신이라도 되는 건가요?”

“헛소리하지 말아요. 전문가이신 박 선생님도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일개 간병인인 윤태호 씨가 뭘 할 수 있단 말이죠?”

“비산 주술이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차라리 호용산 비술이라고 하지 그래요?”

“호용산 비술도 가능해요. 하지만 흉터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아요.”

윤태호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윤씨 가문의 조상이 가르쳐준 것들 중에는 신비한 것들이 매우 많았고 그중에는 호용산 비술도 있었다.

한 인턴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웃겨 죽겠네요. 만약 조금 전 제가 풍수지리를 아냐고 물었다면 풍수지리도 안다고 했을 거죠?”

윤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풍수지리에 대해서도 조금 알고 있어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곽진우 씨 진료차트는 왜 베낀 거예요?”

“베낀 적 없어요.”

윤태호는 화가 난 얼굴로 그 인턴을 바라보았다.

“베껴 쓴 게 아니라면 윤태호 씨는 왜 간호 스테이션으로 오게 된 거죠?”

인턴은 차갑게 웃었다.

말문이 막힌 윤태호는 얼굴이 벌게져서 말했다.

“어쨌든 난 베끼지 않았어요. 곽진우 씨가 날 모함한 거...”

“그만.”

박윤식은 조금 짜증이 나서 싸늘한 눈빛으로 윤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여기 있어 봤자 소용없으니 이만 나가.”

“잠시만요.”

임다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녀는 윤태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윤태호 씨를 믿어도 될까요?”

그 말을 들은 순간 기회가 왔다는 걸 직감한 윤태호는 임다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네.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요.”

“그러면 언제부터 치료할 수 있죠?”

“언제든 가능해요.”

“그러면 지금 바로 해줘요.”

임다은이 윤태호를 향해 말했다.

“진짜 흉터를 없애준다면 꼭 보답할게요.”

박윤식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불안해져서 황급히 설득했다.

“임다은 씨, 그렇게 섣부르게 판단하시면 안 돼요. 윤태호는 일개 간병인일 뿐이에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임다은이 윤태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치료하지 못한다면 내 몸에 무리가 가나요?”

“아뇨. 아무런 영향도 없을 거예요.”

윤태호가 대답했다.

임다은은 그의 대답을 듣고 박윤식을 향해서 말했다.

“들으셨죠? 치료하지 못한다고 해도 아무 영향이 없다잖아요. 한 번 시험해 봐도 나쁠 건 없죠.”

“하지만...”

“선생님에게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박윤식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선생님도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하셨으면서 왜 윤태호 씨가 절 치료하는 걸 막으시려고 하는 거죠? 윤태호 씨가 간병인이라서요? 아니면 혹시 다른 의도라도 있으세요?”

임다은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녀는 매서운 눈길로 박윤식을 바라보았고 박윤식은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말했다.

“오해하셨습니다. 저는 그저 윤태호가 임다은 씨를 치료하지 못할까 봐 걱정돼서 그런 것뿐입니다. 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만약 다른 의도가 있었더라면 제가 절대 가만두지 않았을 테니까요.”

임다은은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윤태호 씨, 어서 치료해 줘요.”

임다은은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달리했다.

“네.”

윤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속으로 그녀를 경계했다. 임다은은 변덕이 죽 끓듯 한 사람이라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몰랐다.

윤태호는 우선 물을 한 그릇 떠 와서 오른손을 뻗어 검지와 중지를 붙이고 그릇에 대고 글을 쓰듯 손짓했다. 그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완전 사기꾼이네.”

박윤식의 뒤에 있던 인턴 한 명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고 다른 인턴들 또한 경멸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환자를 치료하려면 약을 쓰거나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비산 주술 같은 건 사기극이라고 생각했다.

3분 후, 윤태호는 그릇 안에 들어있던 물로 손가락을 적신 뒤 그 손가락으로 여자의 흉터를 만지면서 말했다.

“이제 2분 뒤면 흉터가 사라질 겁니다.”

“풉.”

한 인턴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윤태호 씨, 연기를 참 잘하네요. 간병인은 그만두고 배우를 하는 건 어때요? 그 정도 실력이면 금방 유명해질 것 같은데요.”

다른 인턴이 말했다.

“현대 의료 수준으로는 제거할 수 없는 흉터인데 그 위에 물을 좀 발랐다고 사라질까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박윤식 또한 믿지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일하면서 단 한 번도 비산 주술로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런 걸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면 의사가 존재할 이유가 없었다.

시간은 1분 1초 흘렀고 곧 2분이 될 듯했다.

임다은이 별안간 소리를 질렀다.

“흉터가 사라지고 있어요. 사라지고 있다고요.”

박윤식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는 솔직히 믿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임다은의 종아리를 보았다. 그 순간 박윤식은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뒤에 있던 인턴들 또한 넋이 나갔다.

“이,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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