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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작가: 호안난어
용천후는 온몸이 얼음장처럼 식어 갔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소민현이 자신을 눈도 깜빡하지 않고 무시한 이유는, 그 뒤에 관군후뿐만 아니라 구천까지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용천후의 마음은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

“뭘 꾸물거려요? 저 자식 당장 죽여요!”

소민현은 또다시 진이종에게 지시를 내렸다.

“네!”

진이종이 윤태호에게 바짝 다가가 막 손을 들려는 순간, 그의 귓가에 다시 용천후의 목소리가 울렸다.

“제가 기꺼이 복종하겠다고 한다면 태호의 목숨만은 살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안 됩니다.”

소민현이 윤태호를 가리켰다.

“그 녀석은 제가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

용천후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더니 곧 거대한 전의가 몸에서 폭발했다.

소민현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지만, 회색 도포 노인은 번개처럼 돌아서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용천후를 겨눴다.

용천후는 기이한 독에 몸을 좀식당해 오래 못 살 처지였으나, 한때 맹호 랭킹을 호령한 고수답게 남은 기운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 전의는 5초도 채 못 버티고 썰물처럼 사라졌다. 용천후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까지 몰아붙이시겠습니까?”

소민현이 냉소를 지었다.

“아직도 저 녀석을 지키겠다는 겁니까? 지금의 당신은 진흙 부처가 강을 건너는 형국이에요. 나서 봤자 더 빨리 죽을 뿐입니다.”

“잘 압니다. 하지만 태호는 제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에요. 태호가 벼랑 끝에 섰는데, 제가 보고만 있을 순 없습니다.”

“어떻게 구하실지 궁금하군요.”

소민현이 재미있다는 듯 물었다.

“제 목숨으로 태호의 목숨을 바꿀 수 있다면,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그 말에 현장이 술렁였다.

명색이 용왕인 용천후가 작은 인물 하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니 말이다.

윤태호는 마음이 벅차올랐다. 용천후와 특별한 인연도 없는데, 그가 자기 목숨을 내주려 할 줄은 몰랐다.

이 은혜는 너무나도 컸다.

“하하하...”

소민현이 폭소를 터뜨렸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 말이다.

“나랑 흥정을 하시겠다?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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