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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9화

작가: 유진
그 생각만 하면 강지혁은 핏기가 가시고 손부터 떨렸다.

그건 어디까지나 가정이고 눈앞에 임유진이 버젓이 살아있는데도 심장이 쿵쿵 뛰며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었다.

“응, 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진애령 씨 일을 안타깝게 됐지만 지금은 그 사고의 진실이 모두 밝혀졌으니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잠들겠지.”

강지혁은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진실이 무엇인지 임유진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그리고 강지혁은 그런 그녀에게 진실을 얘기해줄 용기가 없었다.

정의감 넘치는 그녀가 이제껏 진실이 뭔지 알면서 그녀를 속여온 남자를 쉽게 용서해줄 리가 없었다.

“너 왜 그래? 왜 그런 눈을 하고 있어?”

임유진이 이상해하며 물었다.

“꼭 잘못을 저지른 애가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아.”

그 말에 강지혁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만약 내가 정말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러자 임유진이 웃었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상대가 용서해주기를 바라야지.”

“솔직하게 얘기하면 뭐든 용서받을 수 있어?”

“그건 솔직해져 봐야 알겠지?”

임유진이 장난 섞인 말투로 답했다.

솔직히 그녀는 강지혁이 뭔가 잘못을 저질렀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한들 강지혁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혁아, 혹시 무슨 고민 있어? 그런 거면 나한테 얘기해 봐. 우리 부부잖아. 서로의 허물도 감싸줄 수 있는 게 바로 부부야.”

“나는 왜 너와 조금 더 빨리 만나지 못한 걸까?”

강지혁이 입을 열었다.

“너를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너를 더 빨리 사랑했을 거고 그러면 네가 그런 고통을 겪지 않게 해줬을 거야.”

“지금도 늦지 않았어.”

임유진은 강지혁의 볼을 매만지던 손을 떼어내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강지혁은 머릿결도 좋았다.

“늦지 않았다고?”

“응. 하나도 늦지 않았어.”

강지혁도 모든 게 다 늦지 않은 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다 그녀를 지키는 데 쓰고 싶었고 그녀가 더 이상 아무런 상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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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괜찮아?”강지혁이 임유진의 손가락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응, 괜찮아.”임유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도 알잖아. 날씨가 추워지거나 습해지면 원래 이런다는 거. 내일 소 선생님한테 가보려고.”사실 소영훈의 말에 따랐으면 원래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으로 찾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그간 여러 일이 겹치고 임신까지 하는 바람에 치료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늦게 찾아왔다고 뭐라 하실 것 같은데...’“내일 같이 가.”강지혁이 말했다.“괜찮아. 나 혼자 가도 돼. 넌 일해야지.”“같이 가.”단호한 그의 말에 임유진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밥을 먹으려 다시 수저를 들려는데 강지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먹여줄게.”“응? 먹여준다고?”임유진이 벙찐 얼굴로 되물었다.“손 아프잖아. 내가 먹여줄게.”조금 아프긴 해도 젓가락을 쥐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그런데 대답도 듣지 않고 멋대로 젓가락을 빼앗아버리는 강지혁의 행동에 임유진은 결국 피식 웃으며 그의 말을 따랐다.그렇게 강지혁은 임유진의 옆으로 와 손수 새우껍질도 까주고 찌개도 후후 불어주며 임유진에게 대령했다.또한 그녀를 먹이는 동안 강지혁은 한 번도 입에 음식을 넣지 않았다.하지만 그럼에도 한 번도 인상을 찡그리거나 귀찮아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표정이 너무나도 다정했다.그의 다정함은 오직 임유진 한해서였다.옆에 있던 도우미는 천하의 강지혁이 누군가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것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그도 그럴 것이 남의 시중을 받았으면 받았지 절대 시중을 들 사람이 아니었으니까.강지혁의 행동은 말 그대로 시중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은 꼭 임유진이 세상의 전부인 것 같았다.강지혁이 임유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다음날.강지혁은 약속대로 임유진과 함께 소영훈을 찾아갔다.소영훈은 임유진과 강지혁이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더 이상 강현수에게는 그 어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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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를 중단하겠다고요?”소영훈이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다.“내가 전에 치료를 중도에 그만두면 어떻게 되는지 다 얘기해준 것 같은데? 지금은 몇 주라서 괜찮지만 1년이 지나면 그때는...”“저 임신했어요.”임유진이 소영훈의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여기서 더 치료하게 되면 아이한테 영향이 갈까 봐서요. 그래서 일단은 중단하려고요.”그 말에 소영훈의 얼굴이 굳었다.“확실히 임신한 상태로는 더 이상 지금껏 받아왔던 치료법대로 치료받을 수 없어요. 하지만 이대로 치료를 중단하면 상황이 더 악화하고 그때는 주먹을 쥐는 것조차 힘들 수 있어요.”“네? 그게 무슨.”강지혁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어쩌면 양손을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요.”소영훈이 말을 덧붙이자 강지혁의 얼굴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다른 방법은 없는 겁니까?”강지혁의 다급한 말에 소영훈이 혀를 차며 답했다.“유진 씨가 여기로 와서 치료를 받기 시작할 때 각종 위험한 상황에 대해서 이미 다 알려줬어요.”“선생님 말씀은 1년 뒤에도 치료할 수 없다는 뜻인가요?”임유진이 물었다.“치료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다시 치료할 때 통증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플 거예요. 그리고 만약 치료하기 전에 두 손을 아예 못 쓰게 되면 그때는 치료고 뭐고 없고요.”강지혁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져 버렸다.손을 아예 못 쓰게 되는 것도 1년 뒤 더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는 것도 그 어느 것도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당시 그는 임유진이 치료받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었다.아무런 마취도 없이 살을 그대로 파고드는 치료법에 임유진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던가.그런 고통은 절대 익숙해질 수 없다.“걱정하지 마. 여기서 안 되면 그때는 전 세계를 전부 뒤져서라도 네 손을 고쳐줄 의사를 데려올 테니까.”강지혁이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해외는 모르겠지만 일단 국내에서 유진 씨 손을 고쳐줄 수 있는 의사는 나뿐이에요.”소영훈의 말에 강지혁의 얼굴이 또다시 어두워졌다.“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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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에 오른 후 강지혁은 임유진이 받은 처방전을 가져가며 말했다.“고 비서한테 이 처방전에 문제가 없는지 알아봐달라고 할게.”“설마 선생님이 잘못된 처방전을 적으셨을까.”“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내 말대로 해.”강지혁은 지금 임유진의 일이라면 지금 모든 것이 예민했다.그는 말을 마친 후 임유진의 손을 쥐며 그녀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녀의 손은 그녀와 똑같이 너무나도 가녀렸다. 그래서 관절 부분이 삐뚤빼뚤한 것이 더 선명했다.강지혁은 그녀의 두 손을 볼 때마다 후회와 부채감, 심지어는 무력감까지 들었다.제일 꼭대기에 군림해 있는데도, 원하는 건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데도 그녀의 손 앞에서는 그 모든 권력과 힘이 다 쓸모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그간 이름 있는 의사들을 다 만나봤지만 하나같이 치료를 할 수 없는 손이라고 하며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통증을 완화해주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강지혁은 1년 뒤 다시 치료에 들어가기 전에 만약 정말 그녀가 손을 쓸 수 없게 되어버리면 그때는 정말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그는 임유진과 달리 아이보다는 그녀가 더 소중했다.“아니면 치료를 계속 이어가는 게 어때? 만약...”“안 돼!”임유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선생님도 그 치료는 아이한테 영향이 갈 거라고 했잖아. 어떻게 가진 아인데, 그것도 셋이나! 나는 절대로 아이들을 포기할 생각 없어.”“다시는 글을 쓰지 못해도, 물컵을 드는 것조차 힘들어도, 그래도 괜찮다는 소리야?”강지혁이 초조함을 담아 언성을 조금 높였다.“응. 괜찮아.”임유진은 강지혁의 손을 꼭 말아 제 손으로 감싸며 말을 이어갔다.“혁아, 나 정말 괜찮아. 그때도 손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괜찮았잖아. 그러니 이 이상 바라는 건 욕심이지.”강지혁은 그 말에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녀의 말에 심장이 욱신거리며 더욱더 심한 자책감이 들었다.“아이가... 그렇게나 소중해?”한참이 지난 후 강지혁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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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혁의 어머니가 강지혁을 낳은 건 어디까지나 부잣집 도련님의 아이를 낳아 강씨 가문의 며느리로 들어가기 위해서일 뿐이었다.그런데 그 욕심은 결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강선우와 강지혁은 그때부터 그녀에게 있어 쓸모없는 패가 되었다.그런데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평생 손을 쓰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데도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그러겠다고 하고 있다.그녀에게 있어 아이는 물질적인 것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임유진의 두 눈은 언제나 티 없이 맑았고 감옥에게 그렇게 모진 고통을 겪었는데도 여전히 반짝반짝 빛이 났다.아마 그런 그녀라서 강지혁이 이토록 지독하고 깊게 빠져들었을 것이다.강지혁이 별안간 임유진을 꽉 끌어안았다.“네 손 분명히 괜찮을 거야. 내가 절대 망가지게 두지 않아.”그는 임유진의 손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생각이다.임유진은 그 말에 미소를 짓더니 두 손을 올려 강지혁의 등을 꽉 끌어안았다.사실 그녀는 자기 두 손에 대해 크게 미련이 없었다.“혁아, 너무 그러지 않아도 돼. 만약 정말 못쓰게 되면 그때는 네가 내 손이 되어주면 되잖아. 안 그래?”“만약 정말 그렇게 되면 그때는 네가 부탁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거야.”강지혁이 임유진의 목에 얼굴을 묻은 채 중얼거렸다.임유진이 원하는 거라면 그게 뭐든 바로 그녀의 눈앞에 대령할 준비는 오래전부터 되어있었다....고이준을 통해 알아본 결과 소영훈의 처방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그래서 강지혁은 한의원으로 가 약재를 받아오고 푹 끓인 후 임유진이 족욕 할 수 있을 정도의 온도로 식혔다.물이 식는 동안 그는 옆에 놓아둔 약재를 임유진의 양손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뜨거워?”“괜찮아. 딱 좋아.”처음에는 뜨거웠지만 금방 손이 뜨끈뜨끈해져 기분이 좋았다.잠시 후 강지혁은 임유진의 바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발을 잡더니 적당한 온도로 식혀진 물 안에 조심스럽게 담갔다.온도가 설정한 대로 유지되는 족욕 통이라 물이 금방 식을 걱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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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역시 부끄러워 임유진은 얼른 다른 핑계를 댔다.“밥, 밥마저 먹어야지. 너 아직 다 안 먹었잖아.”“알았어.”강지혁은 그 말에 그제야 손을 풀어주며 다시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손은 계속 아팠어?”“전이랑 같지 뭐. 날씨가 추워지면 통증이 좀 느껴져.”“소영훈 선생한테 다시 찾아가서 봐달라고 할까?”강지혁의 입에서 소영훈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임유진은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소 선생님을... 기억해?”강지혁은 그 말에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응, 며칠 전에 과거 기억이 조금 돌아왔어.”“기억이 났어?”임유진이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많이는 아니고 아주 조금만.”흥분한 임유진과 달리 강지혁은 꽤 담담한 얼굴이었다.“내가 기억을 다 회복했으면 좋겠어?”“그야 당연히...”임유진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멈칫했다.강지혁이 예전 기억을 되찾는 게 과연 좋은 건가?만약 그녀가 절벽에서 떨어졌던 일까지 모두 떠올리게 되면, 강문철이 그의 등에 칼을 꽂았다는 걸 알게 되면 강지혁은 어떻게 되는 거지?혹 정신 상태가 불안해지는 건 아닐까?임유진은 이와 같은 생각에 말하는 것을 주저하며 입술을 깨물었다.그러자 강지혁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응?”“혁아, 나는 네가 행복하기만 하면 돼. 기억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임유진은 그 언젠가 강지혁이 모든 기억을 되찾은 그 날, 강문철 때문에 평생 속에 남을 응어리는 만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들이 이렇게 된 건 모두 강문철 때문이니까.만약 5년 전 그날 강문철이 그 모든 걸 계획하지 않았으면 강지혁과 그녀는 그 오랜 시간 동안 서로를 잃지도 않았을 것이고 행방불명된 나머지 한 아이를 지금껏 찾지 못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임유진은 아이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가라앉으며 우울해졌다.“나 지금 행복해.”강지혁이 말했다.“너는 어떤데? 너는 내 곁을 떠났을 때의 기억을 되찾고 싶어?”“글쎄. 솔직히 말하면 기억을 되찾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67화

    강지혁은 수저를 들고 그녀가 해준 음식을 하나둘 입에 넣었다.분명히 흔히 볼 수 있는 가정 요리고 손에 들고 있는 것도 포크나 나이프가 아닌 그저 숟가락과 젓가락일 뿐인데 상대가 강지혁이라 그런지 꼭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임유진은 원래 강지혁이 밥을 다 먹은 뒤에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강지혁이 밥을 먹으며 먼저 선수를 쳐버렸다.“오늘 하마터면 떨어지는 화분에 다칠 뻔했다는 얘기 들었어. 무사해서 다행이야. 내일부터는 경호원을 두 명 더 붙여줄게.”임유진은 그 말에 눈을 두어 번 깜빡이며 어리둥절해 하다 이내 남편이 강지혁이라는 것을 깨닫고 납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아마 일이 터지고 5분도 안 돼 바로 강지혁에게 보고가 들어갔을 테니까.“응, 알겠어.”임유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누가 화분을 떨어트린 건지 알아봐 달라고 했어. 아직 따로 연락이 오지는 않았지만.”“청소부가 한 짓이야.”“청소부?”임유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벌써 조사를 마쳤어?”“당연한 거 아니야? 네 일인데.”만약 임유진의 몸에 생채기라도 났으면 강지혁은 아마 이성을 잃고 건물 전체를 폭파하고 관계자들까지 다 처리해버렸을 것이다.강지혁은 갑자기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임유진의 양손을 덥석 잡았다.그녀의 손가락은 여전히 삐뚤빼뚤했다.임유진의 손을 이렇게 만든 사람은 진세령이고 소민준은 당시 진세령의 곁에서 가만히 구경만 했다.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매만지다 문득 1시간 전에 봤던 청소부의 피범벅이 된 두 손을 떠올렸다.그는 다른 사람의 손은 피가 나든 잔인하게 잘리든 아주 조금의 연민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임유진의 손은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또 울컥했다.“왜? 왜 그렇게 봐?”임유진은 강지혁이 손가락을 뚫어지게 보는 게 불편한지 손을 뒤로 빼며 거두어들이려고 했다.그녀 역시 다를 것 없는 여자라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자신의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었다.“내 손 안 예뻐... 보지 마.”임유진의 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66화

    “그래...”강지혁이 낮게 읊조렸다.“그래야 할 거야.”고이준은 저도 모르게 소민준이 매우 가엽게 느껴졌다. 만약 임유진이 정말 소민준을 동정하면 그때는 지금 하고 있는 택배 기사 일도 못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고 비서, 누가 저 여자한테 돈을 쥐여주고 유진이를 해할 계획을 세운 건지 알아내.”강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지시했다.“네, 회장님.”고이준이 얼른 답했다.“그리고 S 시에서 제일 실력 좋은 변호사를 고용해서 유진이와 권건우 변호사 고소 건에 붙여. 김승수한테 지시를 내리는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건 아닌지도 한번 알아보고.”고이준에게 김승수의 뒷조사를 맡긴 건 이유가 있었다.임유진이 강지혁의 와이프고 현 강씨 가문의 유일한 안주인인 걸 알고도 고소를 한 건 누가 봐도 이상했으니까.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강씨 가문을 상대로 덤빌 리가 없다.게다가 김승수가 억울하다는 당시의 사건을 강지혁도 한번 훑어봤지만 임유진의 말대로 증거가 확실했고 결과 역시 납득 가능한 결과였다.즉 그렇다는 건 김승수에게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또 혹은 김승수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고 말이다.하지만 이유가 뭐가 됐든 임유진을 건드린 이상 강지혁이 손을 놓고 있을 리가 없다. 그에게는 임유진이 목숨줄과도 같은 존재니까.“네, 알겠습니다.”임유진이 강지혁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고이준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요즘 따라 부쩍 이상한 위화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임유진을 대하는 강지혁의 태도가 꼭 기억을 잃기 전의 강지혁 같았기 때문이다. 꼭 기억을 다 되찾은 것처럼 말이다.강씨 저택.강지혁은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마침 임유진과 두 아이들이 거실에서 동요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현이는 흥분한 건지 얼굴이 빨개진 채로 깔깔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고 무뚝뚝하던 율이도 볼을 살짝 붉히며 어색하게 몸을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몸만 보면 썩 내키지 않아 하는 것 같지만 미소를 띠고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65화

    강지혁은 여자를 무섭게 노려보더니 이내 곁에 있는 경호원에게 지시를 내렸다.“두 번 다시 손에 뭘 들 수 없게 만들어놓고 경찰에 넘겨.”“네, 알겠습니다.”청소부는 그들의 대화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지, 지금 내 손을 부러트리려는 건가?’그녀는 이런 무서운 인간을 만날 줄 알았으면 차라리 경찰에게 잡히는 것이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제가... 제가 알아서 경찰서로 가서 자수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하지만 간절한 그녀의 부탁에도 강지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얼굴이 차가워지기만 할 뿐이었다.사실 청소부는 양손만 부러지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만약 그녀가 던진 화분으로 임유진이 큰 상처를 입었으면 그때는 양손은 물론이고 몸 전체가 너덜너덜해진 채 죽으니만 못한 삶은 살았을 테니까.“으아아악!!”그녀의 절규와 함께 강지혁은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고이준도 곧바로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바로 앞에 세워진 차량에 올라탄 후 고이준은 곧바로 강지혁에게 자료 하나를 건넸다.“소민준 씨의 지난 5년간 행적입니다. 몇 년 전부터 배달 기사 일을 하는 것으로 확인이 됐고 오늘은 우연히 건물 앞을 지나가다 사모님을 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모님께서는 감사의 뜻으로 소민준 씨를 병원에 보냈고 손목 골절로 인한 치료 비용을 전액 다 부담해주셨습니다.”강지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수중의 자료를 훑어보았다. 차 안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얼음장 같았다.“참 기막힌 우연이야. 안 그래?”그때 줄곧 입을 다물고 있던 강지혁의 입에서 뜬금없는 한마디가 흘러나왔다.“네... 네.”고이준은 식은땀을 흘리며 룸미러로 강지혁의 눈치를 봤다. ‘혹시 소민준이 사모님을 구해준 것에 질투라도 하는 건가...?’“CCTV는?”“네, 여기 있습니다.”고이준은 얼른 휴대폰을 꺼내 경호원이 보내준 CCTV 영상의 일부를 틀어 강지혁에게 건넸다.영상 속 소민준은 화분이 떨어짐과 동시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64화

    경비원은 그 말에 시선을 내려 바닥에 떨어진 산산조각이 난 화분을 보고는 그제야 얼른 손을 놓아주었다.임유진은 경호원에게 소민준의 손목을 봐달라고 했고 경호원은 알겠다며 그의 손목을 자세히 살폈다.“사모님, 아무래도 골절인 것 같습니다.”“그럼 지금 당장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세요.”“네, 알겠습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고 임유진은 경호원에게 가보라는 손짓을 한 후 이내 전화를 받았다.무슨 얘기를 들은 건지 그녀는 전화를 받은 지 얼마 안 돼 곧바로 심각한 얼굴을 했다.“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통화를 마친 후 임유진은 건물이 아닌 법원으로 향했다.잠시 후, 임유진이 법원에서 나왔을 때 마침 소민준을 병원으로 데려간 경호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검사를 받아본 결과 다행히 심각한 상처는 아니고 한 달 정도면 완전히 회복될 거라는 내용이었다.“알겠어요. 치료비는 다 제가 책임진다고 하고 혹시 다른 무언가의 보상을 원하면 저한테 따로 연락 주세요.”“네, 사모님.”임유진은 전화를 끊은 후 휴대폰을 집어넣는 것이 아닌 권건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스승님, 죄송해요. 아무래도 당분간은 좀 시끄러워질 것 같아요.”“들었다. 김승수가 우리 둘을 고소했다지? 걱정할 것 없어. 우리는 그 사건에 한 점 부끄럼 없이 임했으니까. 그보다 요즘 인터넷에 떠드는 루머 말인데 나야 다 늙어서 그런 건 전혀 신경이 안 쓰인다고 하지만 너는 남편과 재회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걱정하지 마세요. 혁이는 스승님과 제 사이 오해 안 해요.”임유진의 말에 권건우는 안심한 듯 미소를 지었다.“그럼 다행이고.”그날 저녁, 임유진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집사가 다가와 말했다.“회장님은 오늘 일 때문에 조금 늦으신다고 먼저 아이들과 식사를 하시라고 하셨습니다.”“네, 알겠어요.”임유진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과 밥 먹을 준비를 했다. 일 때문에 늦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그 시각, 강지혁은 냉기를 풍기며 차가운 시선으로 눈앞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63화

    “위험해!”등 뒤로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임유진은 미처 상황을 파악하지도 못한 채 누군가의 품에 안겨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녀를 구해준 누군가는 쓰러지는 그 순간에도 양손으로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다.“사모님!”“사모님!”다급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경호원과 기사들이 큰소리로 외치며 다가왔다.임유진은 그들의 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경호원의 부축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난 괜찮아요.”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고개를 숙인 채 자리에서 일어나며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괜찮으세요?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임유진은 말을 하다가 남자가 고개를 드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흠칫하며 말을 멈추고 말았다.그녀를 구해준 건 다름 아닌 소민준이었다.소씨 가문의 장남이자 한때는 그녀의 남자친구였으며 진세령의 약혼자이기도 했던 그 소민준 말이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5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색이 다 바랜 낡아빠진 옷에 더러운 운동화,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것 같은 얼굴에 새치 가득한 머리까지, 지금의 그는 도무지 30대 중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그래도 한때는 상류층에 있었던 사람인데 지금은 일반 시민도 아닌 제일 아래 계층에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고개를 든 소민준은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임유진이라는 것을 보고는 마찬가지로 조금 놀란 듯 움찔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쓴웃음을 지었다.“너였구나.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는 기사를 봤어.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너...”임유진은 뭐라 말을 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소민준은 당시 그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고 그녀가 절망의 끝에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궁지까지 몰아붙였으며 두 번 다시 사랑 같은 건 하고 싶지 않게끔 만들어놓기도 했다.아마 강지혁이 아니었다면 임유진은 지금도 여전히 과거의 상처에 매달려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살았을 것이다.하지만...하지만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62화

    직장 동료들은 한지영에게 위로를 건네며 은근히 그녀에게 잘 보이려는 듯한 말투로 얘기했다.심지어 어떤 사람은 아예 대놓고 그녀에게 백연신과의 사이를 묻기도 했다.“그럼 지영 씨는 백연신 씨랑 다시 만나는 거예요?”“그날 기자들 무리에서 지영 씨 손을 덥석 잡고 차로 끌고 가는데 내가 다 설렜지 뭐예요? 완전 현실판 왕자님 아니에요?”“그럼 앞으로 지영 씨를 뭐라 불러야 하나?”“백연신 씨가 회장님이니 당연히 회장 사모님 아니겠어요?”한지영은 직원들의 태도가 바뀐 게 전부 백연신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아니요. 백연신 씨와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괜한 추측은 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저, 사귀는 사람 따로 있어요.”한지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고 이에 사람들은 어색하게 웃으며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금방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옆에서 떠드는 사람들이 없으니 이제야 살 것 같았다.어제 집으로 돌아갔을 때 백연신은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경호원을 통해 그녀에게 전언만 남겼다.“회장님께서 더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앞으로도 쭉 전과 같이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하셨습니다.”전과 같다는 건 백연신 역시 더는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건가?한지영은 그 생각에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차오르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스스로에게 되뇌었다.이건 자신이 바란 거라고, 그러니 아무것도 슬퍼할 것 없다고 말이다.‘그래, 잘 된 거야. 이게 제일 좋은 결말이야. 증오도 없고 더 이상의 미움도 없는... 그냥 좋은 추억만 간직한 지금이 제일 좋은 끝이야.’다시 그와 연인이 되었다가 또다시 고난에 부딪혀 헤어지게 되면 그때는 완전히 원수지간이 될지도 모르니 차라리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게 백배는 더 나았다.한지영은 더 이상 백연신과 함께 할 용기가 없었다. 아무리 그가 사랑을 외쳐도 아무리 줄곧 그녀만 사랑해왔다고 해도 이제는 그 마음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61화

    연우진은 그 어느 날 자신이 백연신의 질투 대상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지영 씨한테 마음이 남은 거라면 내가 아닌 지영 씨와 얘기를 하세요.”연우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내가 지영 씨와 만나고 싶다고 해도 지영 씨가 받아주지 않으면 함께 하지 못해요. 이건 백연신 씨도 마찬가지고요. 백연신 씨가 여전히 지영 씨를 좋아한다고 해도 지영 씨가 받아주지 않으면 두 사람 역시 함께 못해요. 선택권은 지영 씨한테 있으니까.”백연신은 주먹을 말아쥐며 다시 물었다.“지영이와 만날 건지에 대한 대답만 해.”연우진은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 아무래도 대답을 해주지 않으면 순순히 보내주지 않을 듯하다.“지영 씨는 좋은 사람입니다. 이대로 감정이 싹트면 나로서는 당연히 지영 씨와 함께하고 싶겠죠.”“한지영의 곁에 있을 수 있는 남자는 모든 걸 다 내어줄 수 있을 정도로 한지영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안 돼.”백연신이 경고하듯 낮게 읊조렸다.“어째 내가 모든 걸 다 내어줄 정도로 한지영 씨를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 둘이 함께하는 걸 방해하겠다는 얘기로 들립니다만?”연우진의 질문에 백연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냉랭하고 차가운 눈빛을 보면 그 대답이 뭔지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백연신 씨는 지영 씨를 위해 모든 걸 다 내어줄 수 있습니까? 그 정도로 사랑한다면 여기서 나한테 이러지 말고 다시 한번 지영 씨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을 해보는 게 어떨까요?”백연신은 그의 말이 끝난 순간 갑자기 손을 뻗어 연우진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고는 이대로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너는 아무것도 몰라. 나라고...”하지만 그는 말을 다 잇지 못했다. 또한 멱살을 잡았던 손도 힘없이 풀었다.질투와 분노로 가득했던 눈동자가 한순간에 어둠에 잠겨버린 듯 시들어졌다.“한지영한테 잘해. 만약 지영이한테 상처를 주면 그때는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는 게 뭔지 똑똑히 알려주지. 내 말 허투루 듣지 마.”말을 마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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