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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2화

Author: 유진
남자아이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아까 전시회장에서 현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는 현이야. 강선현! 나중에 나랑 꼭 함께 연주해줘. 알겠지?”

‘그 아이랑 함께 연주하면 나도 피아노가 재밌어지려나...?’

“오늘 어땠어?”

운전석에 앉은 여성이 물었다.

“뭐... 그력저럭 괜찮았어요.”

남자아이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아이가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남자아이는 평소에 ‘재미없었어요.’ ‘별로였어요’라는 입에 말을 달고 살았기에 이 정도면 상당히 즐거웠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그래?”

여성은 그 말에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엄마도 오늘 너무 즐거웠어.”

다년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람이 멀쩡하게 잘살고 있는 걸 봤는데 어떻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렴 잘살고 있어야지. 그래야 나중에 가진 걸 잃었을 때 더 많이 아파하고 더 고통스러워하겠지. 임유진, 너도 얼마든지 꼭대기에서 추락할 수 있어.’

“원아, 아까 너랑 얘기했던 여자애 어때? 마음에 들어?”

여자의 말에 아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원이가 그 애를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둘이 친구가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

임유진이 경찰에 협조하고 있던 그때 밖에서는 그사이 소식을 전해 들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김 기사한테 차를 다른 곳에 대라고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강지혁이 조사실에서 나온 임유진에게 말했다.

“알겠어. 혁아, 나 잠깐 화장실 좀.”

“그래.”

임유진이 화장실로 들어간 후 강지혁은 벽에 기대 그녀를 기다리며 몇 분 전에 경찰과 나눴던 얘기를 곱씹어보았다.

경찰은 그에게 김승수와 소민아 모두 사람 모두 청소부를 고용해 화분을 떨어트리게 한 사건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즉각적으로 부인했다고 했다.

물론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한 번 더 조사해볼 필요는 있었다. 어쩌면 임유진을 해하려고 하는 또 다른 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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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818화

    “책임진다고? 어떻게 책임질 건데?”한종훈의 목소리엔 분노가 그대로 묻어났다.“제가 살아 있다면 지영이와 결혼하겠습니다. 만약 죽게 된다면, 제 전 재산의 수익을 지영이 앞으로 돌려놓을 겁니다.”백연신의 말이 끝나자, 세 사람은 눈을 껌벅이며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그저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려왔다. 분명 책임을 진다더니 뒤에 왜 또 죽게 되는 경우가 따라붙는지... 마치 언제든지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해놓은 사람처럼!한지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책임지겠다고요?”한지영이 먼저 입을 뗐다.백연신은 당연하다는 듯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렸다.“그럼 네가 날 책임질래?”그 한마디에 한지영은 말문이 막혔다.책임지겠다는 백연신의 말에 한종훈의 분노는 조금 사그라들었다. 그는 잠시 고개를 떨구더니 숨을 고르며 입을 뗐다.“정말로 책임을 지겠다는 말인가?”“네!”백연신의 확신에 찬 말투였다.한종훈은 한때 앞에 앉아 있는 백연신을 분명 좋은 사윗감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딸이 백연신과 결혼하면 딸이 행복하게 살날만 남았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다정했던 그 남자는 사고 뒤 돌연 사라졌고, 자기의 확고한 믿음에 발등을 찍혔었다.그런데... 이제와서 그런 남자에게 또 딸을 맡길 수 있을까?“이럴 거였으면, 그땐 왜 그렇게 매몰찼나?”“지영이가 병원에 누워 있던 그때, 자네가 조금이라도 우리 지영이를 생각했다면 퇴원도 하기 전에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지 말았어야지. 자네가 얼마나 잔인했는지 알고는 있나? 그러고 나서 우리 딸이 어떻게 버텼을지 생각해 본 적은 있나?”한종훈은 차오르는 감정을 누르려 애썼지만, 끝내 떨림을 숨기지 못했다.“아빠!”한지영도 분명 알고 있었다. 그때 그 일이 부모님한테도 큰 상처로 남았다는걸.“죄송합니다.”이제와서 백연신이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우리는 자네의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가 필요한 게 아니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그만 돌아가게!”한종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몸을 돌렸다.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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