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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7화

Author: 유진
그 따뜻한 눈빛... 그녀는 알고 있을까.

그가 얼마나 애타게 갈망해 왔는지.

그 온기란 바로 그때...

그가 아직 탁유미와 결별하지 않았고 그녀가 공수진을 해친 오해도 없던 시절에만 그녀가 그를 향해 보였던 것이었다.

그 뒤로 그녀가 그를 바라볼 때 남은 것은 오직 차가운 기색뿐이었다.

이경빈은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들어 사진 속 탁유미의 얼굴을 살며시 쓸었다.

“우린 서로 깔끔하게 청산했다고 했지. 더는 빚도 인연도 없다고. 그런데 왜...”

그의 입술이 떨렸다.

“왜 나는... 아직도 너를 아직도 놓지 못하는 거야?”

사진 속 탁유미의 눈빛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하지만 그 온기는 이제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

며칠 뒤 작은 분식집.

놀이방 사건 이후 곽동현은 딸 곽연아를 데리고 종종 분식집을 찾아오곤 했다.

매번 곽연아가 탁윤을 보러 가겠다고 조르니 자연스레 들르게 된 것이었다.

“참 이상해요. 연아가 윤이를 그렇게 좋아할 줄은... 맨날 오빠 보러 간다고 난리예요. 자꾸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곽동현이 멋쩍게 말했다.

“죄송할 게 뭐가 있어.”

“윤이도 연아 참 좋아해. 아이들끼리 잘 맞는 건 그냥 인연인걸.”

탁유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서 탁유미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 사이 안쪽에서는 탁윤이 곽연아에게 글자를 가르치고 있었다.

가르치는 글자는 딱 두 개의 이름.

곽연아 그리고... 탁윤.

원래 탁윤은 곽연아 이름만 알려주려 했지만 곽연아가 억지로 탁윤의 이름까지 외우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래서 탁윤은 자신의 이름도 써서 같이 가르쳐 주었다.

“탁윤. 윤이. 윤이 오빠...”

곽연아는 그 이름들을 쉬지 않고 되뇌었다.

자기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더 열심히 반복하더니 마침내 탁윤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나 윤이 오빠 이름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거야! 어디서 봐도 바로 알아볼 거야!”

그 모습에 탁윤은 살며시 웃었다.

“그래. 다음에 보면 오빠가 시험해 볼 거야. 진짜 기억했는지.”

탁유미는 아들이 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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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귀로 바로 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 보청기 없으면... 그냥 귀머거리야.”탁윤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리고 그 말 속에 담긴 차갑고 체념한 감정이 탁유미의 가슴을 깊고 날카롭게 찔렀다.세상이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잔인한지 그 작은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그래서 자기 자신을 그렇게 잔인하게 정의하고 있었다.“그럼 나도 귀머거리 할래! 그래야 윤이 오빠랑 똑같잖아!”곽연아가 울먹이며 말하자 탁윤은 깜짝 놀라며 바라보았다.곽연아의 반짝이는 큰 눈이 눈물에 젖은 채 흔들리고 있었고 그 얼굴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자국이 번져 있었다.하지만 그 꼬마 아이의 눈빛은 세상 그 무엇보다 진지했다.그 순간 탁윤은 심장이 쿵 하고 가라앉는 기분이었다.마치 가슴 깊은 곳 어딘가가 세게 건드려진 것처럼.곽연아는 겨우 세 살이고 듣지 못한다는 게 무엇인지 그 아이는 사실 아무것도 몰랐다.보청기를 떼어내는 순간 세상은 온통 침묵뿐이라는 것.그 침묵이 사람을 얼마나 불안하게 만드는지.마치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차갑고 끝없는 고독만이 남는다는 것.그런 걸 이 아이는 아직 몰랐다.그런데도 자신과 같아지겠다고 말해준다니... 탁윤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 숨이 벅차올랐다.“너는... 나처럼 되지 마.”탁윤은 차오르는 감정을 가다듬으며 차분히 말했다.“나처럼 되면... 너도 무시당할 거야.”“난 안 무서워! 누가 윤이 오빠 괴롭히면 내가 다 패버릴 거야!”콧물과 울음이 뒤섞였인 그 말에는 이상하리만큼 용감한 위세가 담겨 있었고 모순된 두 감정이었지만 곽연아의 결심은 분명했다.그 덕분일까. 탁윤의 눈빛 속에 고여 있던 자조와 얼어붙은 어둠이 서서히 녹아내렸고 탁유미는 울컥하는 감정을 삼키며 곽연아를 바라보았다.이 작은 아이가 마치 곽동현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의 마음 깊은 곳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곽동현이 옆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윤이는 아주 뛰어난 아이예요. 앞으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2045화

    탁유미는 잠시 멍해지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친구요...? 혹시 사업 같이 하던 그분...?”망설이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맞아요.”곽동현은 씁쓸하게 고개를 떨구었다.“그래서 제가 떠났어요. 그들을 더 이상 마주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가게를 다시 차린 것도 그 때문이에요.”“그런 사람은 처음부터 동현 씨 친구 아니었어요.”그러자 탁유미가 단호히 말했다.“진짜 친구라면... 그런 배신은 절대 안 해요. 그래도 그 덕에 사람을 정확히 알게 되어서 다행이네요.”그 말에 곽동현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렇죠. 적어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그리고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유미 씨는요? 그동안... 윤이 아빠와는 어떻게 지냈어요? 그 사람은 왜 여전히 두 사람을 이렇게 작은 분식집 하나로 버티게 두는 거예요?”곽동현 역시 알고 있었다. 탁윤의 아버지가 바로 이강 그룹의 후계자, 이경빈이라는 것을.그리고 그 남자가 탁유미를 위해 간을 이식해 줬던 사실도.그래서 그는 지금껏 탁유미가 이경빈 곁에서 풍족하게 살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녀는 작은 분식집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나는 나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이에요.”탁유미가 담담하게 답했다.“작은 가게여도 내 힘으로 먹고사는 거... 전 만족해요.”“미안해요.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곽동현이 허둥지둥 손을 저으며 해명하려 애썼다.“괜찮아요.”탁유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랑 윤이 아빠는 처음부터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앞으로도 만나지 않는 게... 우리에겐 가장 좋은 일일 거예요.”그런데 그때였다.실내 놀이 구역 안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터졌고 또래보다 더 어린 남자아이들이 탁윤와 곽연아를 둘러싸고 있었다.“우와... 얘 귀머거리래!”“맞아, 이거! 이거 귀먹은 애들이 쓰는 거라던데?”아이 한 명이 탁윤의 보청기를 가리키며 외쳤다.또 다른 아이는 곽연아의 귀에 손가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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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이 되자 곽동현은 차를 몰아 딸 곽연아를 데리고 분식집 앞에 도착했다.두 아이는 나란히 뒷좌석에 앉았고 탁유미는 조수석에 탔다.놀이공원에 가는 내내 탁윤은 어른스럽게 곽연아를 챙기며 앉아 있었고 어린이 보호 좌석에 앉은 곽연아는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최근에 본 애니메이션부터 자기가 그린 그림 그리고 언제 유치원에 갈 수 있냐는 이야기까지.“유치원 재밌어? 윤이 오빠?”작은 아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하지만 탁윤은 순식간에 눈빛이 어두워졌다.그에게 유치원은 그리 좋은 기억이 아니었으니까.탁유미의 누명이 풀리기 전 그는 유치원에서 종종 다른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조롱과 욕설을 들었었다.어렸던 그는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되었다.어른들 사이의 원한과 이 사회의 불공평함을.탁유미의 누명이 벗겨졌다 해도 그의 청각 장애는 여전히 사람들의 편견을 불렀고 얼마나 뛰어나고 얼마나 잘해도 사람들은 결국 그를 ‘장애인’으로만 보았다.“윤이 오빠?”곽연아가 다시 부르자 탁윤은 그제야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유치원 재미있어. 친구들이랑 게임도 많이 하고.”“그럼 나 윤이 오빠랑 같은 유치원 다닐래!”곽연아가 기대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이제 초등학생이야. 연아는 유치원 졸업하고 나면 그때 초등학교에 올 수 있어.”탁윤은 차근차근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차이를 설명해 주었다.잠시 후 차가 놀이공원에 도착했고 곽동현이 차를 세운 뒤 네 사람은 함께 입장했다.탁윤은 곽연아의 손을 꼭 잡고 다니며 진짜 ‘든든한 오빠’처럼 챙겼고 그 모습을 바라본 곽동현이 감탄하듯 말했다.“윤이... 정말 많이 컸구나.”탁윤은 내내 곽연아가 할 수 있는 놀이만 골랐고 키 제한 때문에 곽연아가 못 타는 건 아예 같이 타지도 않았다.탁유미는 내내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탁윤의 배려는 사진 속에도 고스란히 묻어있었다.게다가 탁윤이 이렇게 환하게 웃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잠시 후 네 사람은 놀이공원 안 실내 놀이 구역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2043화

    “몇 번만 연습하면 금방 익숙해져요. 정 안 되면... 다음에 제가 가르쳐 드릴게요.”탁유미가 말하자 곽동현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그럼... 미리 고맙습니다.”그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며 이어 말했다.“이 스쿠터 아까 그 두 놈이 일부러 바퀴를 떼 간 거예요. 그런 수법으로 장사하는 가게들이 있죠. 아주 양심이 없어서... 금방 문 닫을 겁니다. 짐도 이렇게 많은데 제가 먼저 집까지 데려다줄게요.”“그런데... 제 스쿠터는...”탁유미가 걱정스럽게 말했다.“키만 주시면 돼요. 제 동료한테 맡겨서 바로 고쳐 놓을게요. 여기 시장 안에 제 타이어 가게가 있거든요.”곽동현은 담담하게 설명했다.“정말... 여러모로 폐만 끼치네요.”탁유미는 고민 끝에 키를 건넸다.곽동현은 동료를 불러 몇 마디 일러두고 탁유미의 짐을 자기 차에 실은 후 직접 운전해 작은 분식집까지 데려다주었다.가는 길에 탁유미는 그제야 그의 근황을 들었다.몇 해 전까지 친구와 함께 가게를 운영했지만 결국 동업을 정리하고 지금은 혼자 전기차와 각종 부품을 판매하며 틈틈이 개조 주문까지 맡고 있다고.“혼자 하는 게 더 속 편할 때가 있잖아요. 친구끼리 사업하면... 생각이 안 맞거나 욕심이 엇갈릴 때가 있으니까요.”탁유미가 조심스레 말하자 곽동현은 잠시 머뭇거리다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음... 생각이 다른 문제는 아니고... 그냥 사정이 좀 있어서요.”분명 깊은 사연이 있어 보였고 탁유미는 더 묻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가게 앞에 도착하자 곽동현은 짐을 내려주며 김수영에게도 정중히 인사했다.그러던 중 분식집 물탱크가 자주 막힌다는 말을 듣자 차에서 공구를 꺼내 들며 바로 손을 봐주었다.“정말 번거롭게 해드렸네요. 차도 물건도 집수리까지...”탁유미는 연신 미안해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별것도 아닌데요.”곽동현은 손을 털며 환하게 웃었다.“스쿠터는 고쳐지면 바로 연락드릴게요.”그렇게 그는 가볍게 인사하고 떠났다.곽동현의 차가 사라지자 김수영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2042화

    물건을 다 사고 전동 스쿠터에 짐을 실으려던 순간.탁유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얼어붙었다.“뭐야... 이게?”스쿠터의 한쪽 바퀴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심지어 누군가 분명 볼트까지 풀어 가져간 듯 바퀴는 깔끔하게 제거된 상태였다.바로 그때.근처에서 평범해 보이는 한 청년이 다가오며 말을 건넸다.“어이쿠! 이거 큰일이네. 바퀴가 통째로 빠졌잖아요. 이 상태로는 못 타시겠는데요?”그는 마치 도와주는 척 다정하게 웃었다.“바로 옆에 수리점이 있어요. 저희가 스쿠터 좀 옮겨드릴까요?”그 말을 듣자 탁유미의 머릿속에는 아까 시장 안에서 들었던 말이 스쳐 갔다.최근 시장 근처에서 전동차나 스쿠터의 바퀴가 자주 펑크 나거나 통째로 사라진다고 했다.이상하게도 그럴 때마다 근처 수리점이 장사가 불처럼 잘됐고 수리비도 터무니없이 비쌌다고 했다.시장 상인들은 모두 그 수리점에서 한 짓이라고 짐작했고 게다가 시장 외곽 CCTV는 고장 나서 수리했다가도 며칠 지나서 또 멈췄다는 얘기도 들렸다.탁유미는 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괜찮아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그러자 청년이 웃음을 거두며 더 가까이 다가왔다.“무슨 다른 방법이요? 수리점이 바로 옆인데. 우리도 그냥 도와드리려는 거예요. 혼자 이 짐 끌고 가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한참 걸릴 텐데.”하지만 탁유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정말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그러자 바로 옆에서 기다리던 다른 남자가 다가오며 표정이 돌변했다.“이 아줌마. 말 안 통하네?”“좋게 말할 때 들어. 이 스쿠터 우리가 수리점으로 옮겨 줄게. 가자고.”두 청년은 탁유미의 스쿠터를 억지로 밀어 옮기려 들었다.탁유미는 당황해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이 사람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경찰 부를 거예요!”“불러! 부르라니까?”청년 한 명이 코웃음을 쳤다.“스쿠터를 수리점까지 옮겨달라고 부탁하더니 갑자기 이제 와서 후회하고 소리치면 어쩌나? 그럼 수고비라도 줘야지. 1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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