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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3화

Author: 유진
곽동현이 작업하느라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을 때 탁유미가 무심하게 휴지를 건넸다.

“닦으세요.”

“고맙습니다.”

곽동현은 휴지로 땀을 닦고 재빨리 겉옷을 벗었다.

그러자 탁유미는 자연스럽게 벗은 겉옷을 받아 들고 잔잔한 미소를 보였다.

“제가 더 감사하죠. 안 그랬으면 수리기사 불러야 했을 텐데요.”

“이 정도야 별일 아니에요. 요즘은 기사 부르면 출장비에 공임비까지... 그 돈 아까워요. 고칠 게 있으면 그냥 저한테 말하세요. 제가 할 수 있으면 해드릴게요. 유미 씨는 돈 아끼고 저는 운동 삼고.”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탁유미가 손을 내저었다.

“이웃끼리 이런 일로 체면 차릴 필요 있나요. 게다가... 우리 윤아가 윤이랑 그렇게 잘 지내잖아요. 앞으로 자주 놀러 올 것 같은데 이참에 서로 도와주죠.”

그 말에 탁유미의 눈빛이 부드럽게 풀렸다.

“저희 집 식구들도 다들 연아를 좋아해요. 혹시라도 바쁘시거나 손이 부족할 땐 저희한테 맡기세요. 제가 봐드릴게요. 연아는 너무 사랑스러워서... 마치 딸이 하나 더 생긴 기분이에요.”

그녀의 말에는 무심한 듯한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 따뜻함이 문득 그녀의 쓰라린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한때 그녀도 그런 딸을 꿈꿨었다.

곽연아만큼이나 웃는 얼굴이 예쁜 작고 귀여운 딸아이.

하지만 그 꿈은 이제 영영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다.

한편 곽동현은 잠시 말을 잊고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고 그러자 탁유미는 눈치라도 챈 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아... 저 다른 뜻은 없어요. 그냥... 연아가 너무 귀여워서요. 제가 딸이 없으니까 괜히 더 눈길이 가네요. 혹시 오해하셨다면 죄송해요. 진짜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말을 덧붙일수록 분위기는 점점 더 어색해졌다.

결국 그녀는 말을 멈추고 얼굴을 붉혔다.

“그냥... 그런 뜻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주세요.”

그러자 곽동현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아요. 유미 씨가 그런 사람 아닌 거 잘 알죠. 괜찮아요.”

그의 목소리는 따뜻하고 차분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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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서현의 말은 명백한 협박이었다.그녀는 돈이 필요했다.이혼 당시 곽동현에게서 받은 위자료와 집을 담보로 얻은 대출금까지 이미 모두 새 애인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망해버렸고 이제는 빚만 남았던 것이었다.그래서였다. 그녀는 곽동현의 시장 가게를 빼앗아 그 빚을 메우려는 속셈이었다.곽동현의 얼굴은 분노로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한때 부부였던 여자가 이렇게까지 치졸하게 협박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그는 손이 떨리며 분노와 수치가 동시에 치밀었다.그때 탁유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차갑고 단호한 눈빛으로 양서현을 노려봤다.“곽동현 씨와 저는 그저 평범한 친구 사이일 뿐이에요. 만약 당신이 이런 식으로 허위 사실을 퍼뜨리면 그 뒷감당은 직접 하셔야 할 거예요. 누구든 제 명예를 더럽히면 저는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할 겁니다. 당신은 재산 다 잃고 신문에 사과문까지 내게 될지도 모르죠.”그 순간 탁유미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고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가장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도 감수하겠다’라는 결의 그 자체였다.그 압도적인 눈빛에 양서현은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섰고 숨이 턱 막히며 말이 나오지 않았다.탁유미는 천천히 걸음을 앞으로 옮기며 말했다.“믿기지 않는다면... 직접 해보시든가요!”“너...!”순간 양서현은 얼굴을 붉히며 이를 악물었다.“이 여자가... 정말 내가 가만 안 둘 줄 알아?!”그리고 그녀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려 탁유미를 때리려는 순간.팍!!어딘가에서 날아온 손이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고 양서현은 그대로 비틀거리며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아악...!”얼굴을 감싸 쥔 그녀는 충격에 휩싸인 눈으로 앞을 올려다봤다.그 앞에는 차가운 눈빛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정갈한 슈트 차림 고요하지만 강압적인 존재감.한눈에 보아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임이 느껴졌다.양서현의 목소리가 떨렸다.“당신... 누구야?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때려? 경찰 부를 거야!”하지만 이경빈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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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 그냥 조금 아플 뿐이야. 얼른 운전해. 빨리 집에 가고 싶어.”탁유미가 힘없이 말했다.이경빈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고 잠시 아무 말 없이 상황을 지켜보던 그는 다시 시동을 걸었다.하지만 차가 멈춘 곳은 탁유미의 가게 앞이 아니라 병원 응급실 앞이었다.“나 병원은 필요 없어. 그냥...”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경빈은 이미 차 문을 열고 그녀를 안아 들었다.“이, 이경빈!”탁유미가 놀라 손끝을 움찔했지만 이경빈은 멈추지 않았다.그는 곧장 응급실로 들어가 의사를 찾았다.그러고는 바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인맥을 통해 병원 간 전문의에게 연락했다.그는 마치 당장이라도 탁유미의 생명이 위태로운 것처럼 서둘렀고 한참 후 검사 결과가 나오자 의사는 차분히 설명했다.“이건 간이식 수술 후에 간혹 나타나는 정상적인 통증입니다. 특별히 위험한 건 아니고 진통제로 완화시키면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줄어들 거예요.”결과를 들은 이경빈은 전혀 민망해하지 않았고 오히려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진통제는 집에 있어?”“응. 있는데 오늘은 안 가져왔어.”“이런 통증 자주 와?”“그럭저럭. 가끔.”이경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그녀의 옆구리 그 통증 부위를 살짝 눌렀다.그러자 탁유미의 순간 얼어붙었고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려 했지만 지금은 응급실의 임시 침대 위, 움직일 공간조차 없었다.곧 이경빈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다행이야. 네 몸이 내 간을 거부하지 않아서.”말을 하는 그의 시선은 묘하게 흔들렸다.“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내가 살아 있는 이유가 혹시 이걸 위해서였나 하고.”이경빈이 살아 있는 이유... 탁유미에게 내어준 자신의 일부가 지금도 그녀의 안에서숨 쉬고 있으니까.그러나 탁유미는 경계심을 세우며 미간을 찌푸렸다.“이경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정말 몰라?”이경빈은 조용히 씩 웃었다.“그때 네 골수 덕분에 내가 살았고 지금은 내 간 일부가 네 몸속에 계속 살아 있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2069화

    이경빈의 존재감은 원래부터 강렬했다.그런데 지금은 눈빛 하나만으로도 곽동현이 탁유미에게 한 발짝 다가서는 걸 무언의 기세로 막아서는 듯했다.공기 속에 묘한 긴장감이 퍼지며 순식간에 주변이 싸해졌다.그때 탁유미가 먼저 나서서 말했다.“동현 씨, 오늘은 연아 먼저 데리고 가세요. 이경빈이 절 데려다준대요.”곽동현은 잠시 망설였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세요.”“네.”탁유미는 짧게 대답했고 곽동현은 경찰서에서 필요한 절차를 마치고 곽연아를 품에 안은 채 밖으로 나갔다.그러자 이경빈이 유미를 향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말투로 물었다.“너는 나한테는 ‘이경빈’이라고 하고 그 사람한텐 ‘동현 씨’라고 부르네?”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묘하게 서늘했다.탁유미는 머리가 지끈거려 이마를 문질렀다.“그럼 뭐라고 불러? 너도‘경빈 씨’라고 하면 되겠어?”그러자 이경빈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입술이 굳게 다물리며 한동안 말이 없어졌다.결국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냥 지금처럼 불러.”“배고프지 않아? 뭐라도 먹고 가자.”이경빈이 시간을 흘끗 보며 말했다.“괜찮아. 나 가게 다시 가봐야 해. 오늘은 도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연아 찾았어.”틱유미가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이경빈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잠깐.”탁유미의 손목을 잡은 그의 손끝에는 힘이 들어갔다.“아까는 내 차 타고 같이 돌아다니더니 지금은 필요 없어지니까 그냥 가겠다는 거야?”“그런 뜻이 아니야. 나 그냥...”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경빈은 그대로 손을 이끌어 단호하게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이경빈은 차 문을 열고 조수석을 가리켰다.“타.”탁유미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그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걸 깨닫고 조용히 차에 올랐다.차는 천천히 출발해 탁유미의 가게 쪽으로 향했고 한동안 말없이 운전하던 이경빈이 불쑥 말을 꺼냈다.“윤이는 이제 태권도 그만두게 하지. 아무리 배워봤자 운동일 뿐이야. 진짜 위험한 상황에선 쓸모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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