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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Author: 유진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약 가지고 올게."

임유진은 강지혁에게 이 한마디를 남긴 채 부랴부랴 별채를 나왔다.

강지혁은 소파에 누워서 임유진이 방금 한 말을 머릿속에서 되새기며 그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늦은 시간이었고 임유진은 강지혁에게 똑같은 말을 남긴 채 약을 사러 떠났다.

강지혁은 그 말에 얌전히 그녀를 기다렸고 지금도 역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

임유진은 황급히 저택 대문을 향해 달려나갔다. 길가의 가로등 덕에 지금, 이 시각에 부잣집에 약을 배달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배달원의 황당한 얼굴이 너무나도 잘 보였다.

"약 시키셨죠? 여기요."

"네, 맞아요. 감사합니다."

임유진은 배달원의 손에서 약을 받아든 후 얼른 몸을 돌려 다시 별채로 향했다.

배달원은 그녀가 들어간 대저택을 바라보며 이상한 경험을 했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때 강씨 저택 보안실에서 CCTV를 보고 있던 경호원들도 임유진이 별채에서 황급히 나와 물건을 가지고 다시 별채로 돌아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허, 저기서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고?"

"그리고 저건 배달음식인 건가...?"

내용물이 봉투에 담겨 있던 탓에 그것이 약인 것까지는 몰랐다.

"대표님이 내쫓지 않는 거로도 모자라... 같이 야식이라도 드시려는 건가?"

경호원들은 모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 놀란 얼굴을 했다. 그들은 임유진이라는 여자가 강씨 저택에 발을 들인 만큼 강지혁이 그녀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저 별채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강씨 저택에서 몇십 년을 일해 온 사용인이 청소를 위해 들어갈 수 있는 것을 제외하면 저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강지혁과 강문철뿐이었다.

경호원들은 아까 임유진이 모르고 별채에 발을 들였을 때 금방 강지혁에 의해 내쫓겨질 줄 알았다. 그리고 아마 날이 밝는 대로 이대로 영영 강씨 저택에 발도 못들이게 될 줄 알았다.

그렇게 계속 CCTV를 보다가 여자가 급하게 나오는 모습에 드디어 쫓겨났나 싶었지만 이게 웬걸, 이제는 배달음식으로 보이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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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진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문득 건물 폭발 사건 때가 떠올랐다.그녀의 손이 강지혁의 손가락 사이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려 할 때, 그가 했던 말...“임유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또 이래! 네가 없으면 나는 어떻게 살아...”그 ‘또’라는 한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혹시 그가... 과거를 기억해 낸 걸까?임유진은 몸이 떨리며, 얼굴에는 믿기 어려운 표정이 담겨 있었다.‘설마, 내가 착각한 걸까... 아니겠지...’그녀의 의문을 읽은 듯, 강지혁은 부드럽게 말했다.“그때, 너는 절벽에서 바다로 떨어지며 나를 살리려 했어. 하지만 그때 나는 네 손을 잡지도, 널 구하지도 못했지. 이번에는 반드시 네 손을 잡을 거야.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네 손을 놓지 않을 거야.”임유진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렇다면, 그는 기억을 되찾은 걸까?과거 그녀가 바다에 떨어졌던 모든 진실을 기억하는 걸까?강지혁은 힘겹게 임유진의 손을 들어 자신의 볼에 가져다 대고 부드럽게 비볐다.동작은 느렸지만, 그 한 번 한 번마다 무한한 애정과 그리움이 묻어났다.“유진아... 난 앞으로 네 손을 놓지 않을 거야. 너도 내 손을 절대 놓지 마... 알겠지? 만약 이 세상에 네가 없다면, 나에게는 살아갈 의미조차 없으니까.”[하지만 아이들도 있어... 우리 아이들은...]임유진은 다른 손으로 휴대폰을 타이핑하며 물었다.“아이들이 있기에 내가 살아야 한다고, 그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한다고 말하는 거지?”강지혁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되물었다.“하지만 유진아... 너 혹시 그거 알아? 예전에 네가 나에게 잘 살아달라고 했을 때, 그게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말이었어. 만약 그때 최면으로 기억이 조작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완전히 미쳤을 거야.”[정말... 기억을 되찾은 거야? 모든 걸 기억하는 거지?]임유진은 휴대폰으로 타이핑하며, 마음속이 조마조마했다.“응, 기억을 되찾았어. 네 손이 내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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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그때 고은채가 강지혁 자신을 찌르게 했다면, 그는 아마도 조금의 망설임 없이 그렇게 했을지도 몰랐다.고이준이 병실을 나가자, 병실 안에는 임유진과 강지혁 단 둘뿐이었다.의사는 임유진에게 최대한 침대에 누워 쉬라고 했지만, 그녀는 조심스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한 걸음씩 강지혁의 침대 앞으로 다가가 침대 옆 소파에 앉아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그는 살아 있었다. 상처투성이지만 살아 있었다.이 몸에 가득한 상처는 모두 그녀를 위해 생긴 것이었다.하지만 그가 무사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임유진은 손을 들어, 옆으로 늘어진 그의 손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그의 손 역시 붕대로 감싸져 있었다.그 손은 예전에 그녀를 꼭 붙잡았던 손이었다.잠깐 놓으면 안전할 수 있었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밧줄 대신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그 순간, 그는 자신의 목숨마저 포기하며 그녀와 함께하려 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임유진은 그의 손을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그러다 갑자기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그녀가 깜짝 놀라 얼굴을 돌리자, 강지혁의 속눈썹이 떨리고 있었고, 이내 깊은 눈동자가 서서히 드러났다.“혁아...”임유진은 참을 수 없는 마음에 그 이름을 불렀다.이제는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큰 울림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그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강지혁은 시선을 맞춘 채 잠시 멍하니 있었다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려 했다.하지만 수술 직후라 미간에 주름이 잡히며 눈을 찌푸렸다.임유진은 재빠르게 두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눌러주며 손짓으로 눕도록 했다.강지혁은 순순히 몸을 다시 눕히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왜 누워 있지 않고 일어났어? 너도 막 수술 끝났잖아.”임유진은 휴대폰을 들어 메모장에 글을 적었다.[내 수술은 작은 수술이야. 고은채가 목에 낸 상처가 외상이라 기도까지는 안 닿았고, 단지 상처가 조금 깊어서 실로 꿰맨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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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한지영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제가 바보였어요.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은 게 저예요. 연신 씨가 저와 헤어진 건, 백씨 가문을 얻으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저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요! 그 사람은 무려 5년을 버텨왔고, 이제서야 자기 운명을 스스로 손에 쥐게 된 거예요. 그리고 날 찾아왔는데... 그런데 그 사람이 아무리 진심을 털어놔도... 전 끝내 믿지 않았어요. 게다가 그 사람 몸에는 혈충까지 있었단 말이에요!”자신의 고집이 원망스러웠다.가슴속 깊이 사랑하면서도, 상처받을까 두려워 뒷걸음치던 자신이.심지어 마지막에는 그의 별장 앞까지 갔으면서도, 고은채가 그곳에서 나오는 걸 보고는 단정해 버렸다.‘아, 저 두 사람 아직 헤어진 게 아니었구나. 난 그냥 장난감이었어...’확인조차 하지 않고, 그 길로 돌아섰다!왜 조금만 더 믿어주지 못했을까?왜 그의 마음을 그토록 가볍게 여겨버린 걸까?“혈충? 그게 대체 뭐냐?”이해영과 한종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한지영은 옥상에서 고은채가 털어놓았던 이야기들을 부모에게 전부 들려주었다.두 사람은 말을 잃은 채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한종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결국, 우리가... 오해한 거였구나!”“백연신, 그 아이도 참... 널 위해 얼마나 희생한 거니.”이해영 역시 목이 메었다.한때는 배신자라며 원망했던 사윗감이, 사실은 누구보다 깊은 사랑을 품고 있었다니...“엄마, 아빠... 저... 퇴원하면 연신 씨를 찾아가고 싶어요. 사과도 하고 싶고... 이번만큼은 정말 노력해 보고 싶어요. 그 사람이... 저랑, 그리고 아이랑 함께할 마음이 아직 있는지...”하지만 그녀의 말끝은 힘없이 흔들렸다.자신을 차갑게 외면해 버린 그녀를... 백연신은 과연 다시 받아줄까?한지영은 조금의 확신도 없었다.그날 마지막 결별의 순간.“후회하지 않는다”라며 매정하게 내뱉던 내 말.그리고 그것을 듣던 백연신의 모든 게 무너져 내린 듯 차갑고 공허한 눈빛.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19화

    임유진의 의식은 점점 희미해졌다.마지막으로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강지혁은 괜찮을까? 많이 다치진 않았을까?수술이 끝나고 눈을 떴을 때, 그는 무사히 곁에 있어 줄까?묻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셀 수 없이 많았다.한편, 임유진이 수술을 받는 동안 한지영도 각종 검사를 받고 있었다.문제는 그녀의 배 속에 아직 아기가 있다는 것.일부 검사는 아예 불가능했고, 오직 의사의 경험과 판단에 기대야 했다.이토록 긴장한 적은 없었다.자신이 다치는 건 괜찮았다.하지만, 아이만은... 아이만은 위험해서는 안 됐다.“의사 선생님... 제 아기, 괜찮을까요? 제 몸은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제발, 아이만 살려 주세요!”눈살을 찌푸린 채 깊은 고민에 빠진 의사.한지영의 심장은 터질 듯 뛰었고, 온몸은 초조함으로 굳어버렸다.“현재 약간 유산의 조짐이 보이긴 하네요...”‘유산.’그 한마디에, 한지영의 손과 발이 차갑게 얼어붙었다.“유산이라고요? 제 아기... 살릴 수 없는 건가요?”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이 아이는 그녀와 백연신의 아이였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했다!고은채가 했던 말들이 떠오를수록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만약... 정말 아이를 잃는다면, 평생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지금은 단지 조짐일 뿐이에요. 며칠간은 화장실에 가는 것 외에는 움직이지 말고 침대에 누워 계세요. 제가 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의사가 한지영을 안심시키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누워 있을게요. 아기... 살릴 수 있을까요?”“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임산부는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리면 안 돼요. 태아에게 좋지 않거든요.”그 말에 한지영은 서둘러 눈물을 닦았다.아이만 안전하다면, 자신은 무엇이든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잠시 후, 이해영과 한종훈이 달려왔다.딸이 무사하다는 소식에 숨이 놓였고, 배 속 아기까지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그제야 두 사람의 어깨가 풀렸다.“엄마, 전 괜찮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18화

    한 차례 폭발이 S 시 전체를 뒤흔들었다.폐건물은 반쯤 무너져 내렸고, 주변 건물들 또한 크고 작은 손상을 입었다.이 과정에서 수많은 인력이 동원되어 인근 주민들이 긴급히 대피시켰다.그리고 이 사건은 순식간에 온라인 핫이슈 1위로 떠올랐다.소문이 퍼지자, 수많은 네티즌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특히 폭발 현장에 강지혁과 그의 아내 임유진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하지만 강씨 가문과 경찰은 철저히 입을 다물었다.대중이 알 수 있었던 건 단 하나.범죄자 고은채는 사망했으며, 그와 손잡았던 용병들은 모두 구금되어 검찰 기소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그 시각, 임유진은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다.밖에서 들려오는 혼란과 소란은 더 이상 그녀와 닿지 않았다.마치 꿈속에 있는 듯 현실감이 사라져 있었다.‘정말... 살아 있는 걸까?’마지막 순간, 모든 걸 잃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때가 떠올랐다.그녀는 살아있다! 강지혁과 함께 무사히 탈출했었다!숨이 막힐 듯한 안도감이 밀려오자, 탈출 장면이 눈앞에 선명히 되살아났다.죽음을 각오했던 그 순간... 강지혁의 부하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줄을 강지혁에게 묶고,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올렸다.그 과정에서 강지혁은 단 한 번도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잠시라도 손을 놓았다면, 임유진은 그대로 추락했을 것이다.기체 안에 들어서서야 임유진은 비로소 강지혁의 온몸에 난 상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붕괴된 잔해에 긁힌 상처, 피가 스며든 그의 옷과 피부.특히 상반신이 드러난 채, 거친 잔해와 바닥에 몸을 밀착시키며, 그녀를 붙잡고 사다리를 오르는 모습...그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목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틀어막으며, 필사적으로 말했다.“유진아, 괜찮아. 내가 무슨 일 생기지 않게 할 거니까... 바로 병원으로 가자. 넌 반드시 무사할 거야!”눈물과 피로 얼룩진 그의 얼굴을 보자, 임유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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