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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Penulis: 수박빙수
말을 잇는 권하균의 태도가 자못 정중해졌다.

권하균은 목을 가다듬고 점잖게 말했다.

“최 원장, 내가 소개하지. 이쪽은 변변치 못한 내 손자, 권창현이네. 창현아, 이분은...”

“최아림 씨죠. 할아버지 주치의가 최아림 씨일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창현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먼저 말을 받았다.

창현은 할아버지가 새로 바꾼 주치의가 전문성이 뛰어나고 책임감도 강하다는 이야기를 이미 들은 적이 있었다.

언제 한번 직접 인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아림일 줄은 몰랐다.

‘우리, 인연이 보통이 아닌데.’

아림은 미소로 답했지만, 속으로는 조금 난감했다.

“됐어, 됐어. 다들 거기 서서 뭐 하나? 창현아, 최 원장 안쪽으로 모셔라!”

권하균의 눈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이 낌새를 보아하니, 둘 사이에 뭔가 이어질 만한 끈이 있는 모양이군.’

옅은 미소를 띤 아림을 사이에 두고, 권하균과 창현은 스스럼없이 담소를 이어 갔다.

이람의 착각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늘 눈 덮인 산봉우리처럼 차갑고 고고하던 이헌의 얼굴에, 순간 어색한 기색이 스친 것 같았다.

“회장님, 괜찮습니다. 저는...”

아림이 사양하려 했다.

“할아버지가 청하시는데 그냥 계세요. 마침 식사 때도 됐고요. 지금까지 할아버지 치료해 주신 것에 대한 답례라고 생각하시고, 식사하고 가시죠.”

창현까지 살뜰히 붙들었다.

창현은 이헌과 아림 사이의 분위기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이헌은 사업 협력 이야기를 하러 온 사람이었고, 이야기가 끝나면 떠날 터였다. 아주 난처한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말이 여기까지 나왔으니 아림은 더 거절하기 어려웠다. 권하균에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권하균은 아주 기뻐했다. 곧 김대철에게 식사를 준비하라고 일렀다.

이헌과 창현은 서재로 가서 사업 협력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림은 딱히 할 일이 없어 권하균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권하균은 별로 낯을 가리지 않았다. 창현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고, 덕분에 아림도 조금씩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식사 전, 창현과 이헌이 앞뒤로 서재에서 나왔다.

권하균은 박씨 집안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식사 시간이 된 만큼 어른의 태도로 이헌에게도 자리를 권했다.

겨우 풀렸던 아림의 신경이 다시 팽팽해질 조짐을 보였다.

아림은 정말 이헌과 한 식탁에서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이닝 룸.

긴 식탁 위에는 차분한 회색 리넨 식탁보가 깔려 있었다.

정갈하게 놓인 접시와 은빛 수저가 하얀 조명 아래 서늘하게 빛났다.

창현이 신사답게 아림의 의자를 빼 주고 그 곁에 앉으려던 참, 이헌이 한발 앞서 의자를 빼고 아림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창현의 눈빛이 살짝 가라앉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림의 맞은편에 앉았다.

저녁 메뉴는 권씨 집안 본가 전속 셰프의 자랑인 트러플 소스 닭가슴살 조림과 숯불 장어구이였다.

이헌은 처음부터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여유로웠다.

식사 중간중간 권하균이나 창현과 업계 동향과 새 정책에 대해 짧게 의견을 나눴고, 그때마다 말끝마다 핵심을 정확히 꿰뚫었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었기에 아림은 대화에 거의 끼어들지 않았다. 내내 가볍게 웃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세 번째 음식인 전복갈비찜이 나올 때, 접시를 든 가사도우미가 곁을 스치다 그릇이 기우뚱했고, 뜨거운 국물이 그대로 아림 쪽으로 쏟아질 참이었다.

이헌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고, 순식간에 아림을 제 품 안으로 감싸안았다.

아림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 붉은 입술이 아슬아슬하게 이헌의 턱끝을 스쳤다.

닿은 것은 찰나였지만, 가느다란 전류가 두 사람 사이를 스치고 지나간 듯했다.

두 사람 모두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다행히 가사도우미가 재빨리 중심을 잡아 음식은 쏟아지지 않았다.

가사도우미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귀한 손님에게 실수할 뻔했다는 두려움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권하균은 천천히 수저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깊어진 눈빛에는 쉽게 읽히지 않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험, 최 원장, 괜찮은가?”

‘이 둘, 아무리 봐도 모르는 사이 같지가 않은데...’

‘아무래도 사람을 시켜 알아봐야겠어.’

아림의 귓불이 옅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서둘러 자세를 바로잡고, 들고 있던 수저를 내려놓았다.

“괜, 괜찮습니다.”

이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앉았다.

“회장님, 최근 HG그룹이 홈 로봇 분야에 새 판을 짠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TG그룹과 손잡으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이헌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자연스럽게 화제를 사업으로 돌렸다. 몇 마디만으로 방금의 소동은 자연스레 묻혔다.

다른 화제로 금세 넘어갔지만, 창현은 방금 그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스치듯 사라진, 이헌의 당황한 눈빛까지도.

창현의 눈빛이 희미하게 일렁였다. 그 깊은 곳에 어두운 기색이 스쳤다.

각자 생각을 품은 탓에 그 뒤로 아무도 쉽게 말을 꺼내지 않았다.

조용한 식사가 이어졌고, 분위기는 꽤 어색했다.

아림은 씹는 음식에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

어렵게 식사를 마친 뒤, 아림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 대접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이만 집으로 돌아가 보겠다고 말하고 일어섰다.

창현은 이헌을 한 번 훑어본 뒤, 식탁을 돌아 아림 곁으로 왔다. 눈가에는 웃음이 어려 있었다.

“시간이 늦었네요. 이 시간엔 택시 잡기도 어려울 테니, 제가 모셔다드리죠.”

“권 대표님까지 번거로우실 것 없습니다. 마침 저도 최태성 회장 댁에 갈 일이 있어서, 가는 길에 최 원장님을 내려드리면 됩니다.”

이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하게 굳었다.

아림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어느새 손톱이 손바닥 깊숙이 파고들고 있었다.

아림은 이헌과 더는 어떤 식으로도 얽히고 싶지 않았다.

이헌의 말엔 트집 잡을 구석도 없었다. 여기서 거절했다가는 권하균과 창현에게 무슨 인상을 남길지, 또 어떤 쓸데없는 추측을 낳을지 알 수 없었다.

아림은 들키지 않게 숨을 들이마셨다. 마음을 가라앉힌 뒤 고개를 들어 옅게 웃었다.

“그럼 박 대표님, 신세 좀 지겠습니다.”

‘됐어. 이 집 벗어나면 핑계 대고 내리면 그만이야.’

창현은 눈썹 끝을 살짝 올렸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

나서서 다투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손자를 보며, 권하균은 답답해 가슴이 아플 지경이었다.

‘보아하니 앞으로도 이 늙은이가 나서서 판을 깔아 줘야겠구먼.’

이헌이 액셀을 밟자, 검은 롤스로이스가 이 저택을 지나 미끄러지듯 멀어졌다.

그리고 티 내지 않았지만, 늘 잔잔하게 가라앉아 있던 눈빛 속에 아주 희미한 온기가 번져 있었다.

차 안에는 묵직한 우드 향기에 베르가못 향기가 은은하게 섞여 있었다.

뒷좌석에 앉은 아림은 마치 바늘방석에 앉은 듯 마음이 불편했다.

그것은 이헌에게만 있는 향기였다.

결혼한 1년 동안 매일 밤 아림을 잠들게 했던 그 냄새...

아림은 억지로 창밖의 빠르게 뒤로 밀려나는 나무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침착한 척 얇은 입술을 열었다.

“다음 사거리에서 세워주면 돼. 거기서 내릴게.”

이헌은 대답이 없었다.

시선은 정면에 둔 채, 목울대만 희미하게 오르내렸다.

하얗게 질린 손마디만이 지금의 감정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 여자... 원래 나한테 이러던 사람이 아니었는데...’

고작 몇 년 사이에 아림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다급함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헌과 선을 긋고 싶어 하는 그 다급함...

그 사실을 깨닫자, 오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이헌의 마음이 세게 움켜쥐어진 듯 답답하게 아팠다.

반듯하고 차갑기만 하던 수려한 얼굴에, 처음으로 어찌할 바 모르는 기색이 떠올랐다.

“우리 이야기 좀 하면 안 될까?”

이헌이 낮게 말했다.

그 말은 조용한 차 안에 떨어진 돌처럼 파문을 만들었다.

차 안의 침묵은 오래 이어졌다.

그 말끝에 아림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상할 만큼 차분하고, 멀게 느껴졌다.

“우리 사이에는 더 이야기할 것이 없어.”

이헌의 큰 손이 운전대를 더 세게 쥐었다. 하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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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사업얘기를 집에서 한다고...또 이혼한 전처와 뭘 더 얘기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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