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진흙탕 속 굴러다닌 너! 소년인지, 여성인지, 외계인인지... 그 무엇이라도 상관없어. 네가 미쳐있으니까. 그냥 닥치고 내게로 와! 제발......
Ver más“헉······, 살려줘!”
처참한 비명과 함께 지독한 붉은 화염이 리아나의 뇌리를 사정없이 덮쳐왔다.
라ON을 거쳐 한비단으로 활약하다 빅토리아까지 간 자신이.
“하아, 헉, 헉······.”
아직도 이렇게 밤마다 괴로워하다니.
그래서 그녀는 현재도 침대에서 편하게 잠들지 못했다.
거친 숨을 내뿜으며 눈을 뜬 그녀는 손등으로 이마에 흥건히 맺힌 식은땀을 서둘러 쓸어냈다.
아직 4월 초인데, 한여름처럼 열기가 홧홧하게 느껴졌다.
리아나는 지금 대한종합병원 옆 골목에 위치한 어두컴컴하고 허름한 모텔 소파 위에서 잠들었다가 벌떡 일어났다.
암막 커튼 틈새로 아슬아슬하게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빛줄기만이 소파 위에 놓인 그녀의 가느다란 실루엣을 비추고 있었다.
또 그 악몽이었다. 과거 작전 수행 중 일어났던 참혹한 폭발 사고. 제어할 수 없이 솟구치던 불길이 살점을 파고들던 그 잔인했던 감각에, 그녀의 손끝은 어느새 미세하게 떨리며 왼쪽 어깨로 향했다.
헐렁한 무지 티셔츠의 넓은 목선 아래로 숨겨진 피부에는, 과거의 흔적인 비틀리고 선명한 화상 흉터가 기묘한 궤적을 그리며 남아 있었다.
리아나는 느릿하고 감각적인 손길로 그 불규칙한 흉터를 지그시 누르며 쓸어내렸다.
입술 사이로 나른하고 야릇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요 며칠 현장에서 미행과 수배범 제압, 그리고 그 뒤편의 작업까지 한꺼번에 치러내느라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지만, 임무를 완벽히 끝낸 뒤 밀려드는 생생한 전율은 기분 좋게 달콤했다.
“그래도 아직 난 살아 있어. 돈도 벌었고.”
지독하게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나지막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에는 서늘한 생기마저 감돌았다.
확실히 대한민국에 머무는 동안 한비단 측이 공식 의뢰한 5건, 그리고 빅토리아 비리 세력이 비공식으로 맡긴 비밀 임무 7건을 처리하며 지난 2월부터 4월 초까지 보낸 시간은 제법 벌이가 짭짤했다.
리아나는 길게 손을 뻗어 침대 곁에 던져두었던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화면이 켜지자 진한 조명 빛에 휩싸인 소파 옆 전신거울 속 그녀의 미모가 어둠 속에서 선명히 드러났다.
칠흑처럼 짙고 길게 늘어진 검은 머리칼, 투명하다 못해 창백함마저 감도는 결점 없는 흰 피부, 그리고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을 만큼 고고하고 뚜렷한 이목구비. 그 독보적인 미모 위로 얹어진 커다란 뿔테 안경과 수수한 트레이닝복 차림은 기묘한 불균형을 이루며 감각적인 아우라를 풍겨댔다.
안경 너머로 드러난 그녀의 눈동자는 위험하도록 깊고 매혹적이었다. 인터넷뱅킹 앱에 찍힌 숫자를 확인하는 입술 끝이 살짝 말려 올라갔다.
“대한민국에서 번 돈은 총 9억 정도인가.”
목숨을 걸었던 대가치고는 나쁘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녀에게 있어 진짜 흥미는 돈이 절대적이었다.
리아나는 매끄러운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겨 미리 해킹해 둔 보안 시스템 앱을 열었다.
바로 다음 임무와 관련된 타깃을 살피게 되었다. 즉시 좁은 화면 속으로 대한종합병원 VIP 복도의 CCTV 영상을 띄웠다.
자신이 잠들어 있는 그 1시간을 빠르게 동영상을 재생했다.
그런데 그 순간.
“이번 타깃이 이 남자인데, 어? 어디 가지?”
화면 중앙, 묵직하고 서늘한 존재감을 풍기며 드디어 어디론가 향하는 신비로운 사내.
190cm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피지컬과 무심한 듯 서늘한 분위기, 그리고 티셔츠 위로 은근히 드러나는 단단한 어깨 라인이 픽셀을 뚫고 전달되는 것만 같았다.
심장을 기이할 정도로 뜨겁게 뒤흔드는 그가 라이더 복장을 하고 있었다.
리아나는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어깨 위의 흉터를 깊게 문질렀다. 동료를 잃을 때 새겨진 억센 체온이, 아프게 자극이 되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
대한종합병원 지하 3층 주차장은 계절의 감각이 완벽히 마비된 차가운 사각지대였다.타이어가 바닥을 긁어대는 고요한 비명, 서늘하게 가라앉은 시멘트 냄새, 그리고 고성능 엔진이 뿜어내는 묵직한 배기가스만이 오만하게 감돌 뿐이었다.
은발에 회색 눈의 독일 남자 헤르만 반 뮐러.
그는 무광 검은색 헬멧의 쉴드를 내리기 직전, 엘리베이터 쪽을 향해 길고 아득한 시선을 던졌다.
그곳 최상층 VIP 병실에는 엘에프가 있었다. 유럽 전체의 어둠을 틀어쥐고 있는 잔혹하고 오만한 수장이자,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천재.
또한, 독일 슬럼가 밑바닥의 흙수저 출신인 자신을 거두어 삶의 궤적을 완전히 바꿔 놓은 인생의 주군이자 유일한 동료.
죽음의 기로에 섰던 그 절대자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회복 중이었으니, 거친 피비린내를 풍기는 오른팔로서 조용히 자리를 비켜 주는 것이 깔끔한 예의였다.
[헤르만, 내가 이제야 인생의 단맛을 알았어.]
나른하게 깔리던 엘에프의 무심한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1월 JJ창립기념 행사에서 한비단과 빅토리아의 교집합인 키맨을 쫓아 피를 뿌리던 여정은 억겁의 시간만큼이나 아득했다.
현신과 가계영에 의해 강제로 맺어진 평화 아래, 헤르만은 마침내 어깨를 누르던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았다.
생각해 보면 그의 인생은 단 한 번도 따스했던 적이 없는 얼어붙은 겨울이었다.
빅토리아의 잔혹한 수용소에서 인간 병기로 제련되던 훈련들, 엘에프의 명령 아래 완벽한 단죄를 완수해 내던 나날들.
조직의 배신자 목을 베어내고 어둠의 뿌리를 뽑아내며, 피비린내 나는 혈향(血香) 속에서 단 한 순간도 방심하지 못했던 삶.
곁에 온기를 나눠 가질 여자 따위는 없었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얹어둘 여유조차 사치였다.
사내의 단단하게 굳은 목선과 짙은 턱선에는 숱한 사선을 넘나든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서늘하고 야성적인 관능이 배어 있었다.
1000cc 고성능 바이크의 둔탁하고 폭발적인 배기음이 지하 시멘트 벽면을 사정없이 울렸다. 단단한 근육으로 뒤덮인 긴 팔로 스로틀을 부드럽게 감아쥐자, 기계의 강렬한 진동이 사내의 허벅지에서부터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바이크는 지상으로 향하는 경사로를 타고 미끄러지듯 튀어 나갔다.
지상에 들어선 순간, 눈을 사로잡은 것은 찬란하게 부서지는 5월의 햇살이었다. 그 온기가 조각처럼 잘생긴 사내의 서늘한 얼굴 위를 스쳐 지나갔다.
한국에 도착한 이후 병원 밖을 단 한번도 나서지 않았던 그였다. 여유가 생겨도 노트북을 두드리며 유럽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 데 온 신경을 쏟았었다.
그러나 지금, 병원 울타리 밖의 세상은 지독하리만치 세련되고 생동감 있게 일렁이고 있었다. 헬멧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 아래, 사내의 어깨는 날이 서 있으면서도 지독하게 섹시했다.
‘봄이었나.’
늘 타인의 혈흔과 서늘한 총성 속에 마비되어 있던 감각이 깨어났다. 핏빛으로 얼룩진 계절을 지나온 자신에게도, 새로운 판이 시작되고 있었다.
가슴골 사이로 떨어진 차가운 흑요석의 감촉이 피부를 알싸하게 자극했다. 리아나가 유연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펜던트를 쓸어내리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목줄을 걸었으니, 주인 노릇부터 해야겠는데.”낮게 가라앉은 헤르만의 음성이 귓가를 서늘하게 긁어내렸다.그가 긴 손가락으로 리아나의 목에 걸린 까만 흑요석 펜던트를 툭 움켜쥐었다. 차가운 금속 줄이 리아나의 고운 목덜미를 살짝 죄어왔다. 거부할 틈도 없이, 헤르만은 줄을 살며시 잡아당겨 그녀의 상체를 제 쪽으로 깊숙이 끌어당겼다.리아나의 입술 사이로 자그마한 탄성이 삐져나온 것은 순식간이었다. 중심을 잃은 그녀의 단정한 정장 스커트 자락이 소파 위로 스르륵 흐트러졌다. 헤르만은 그대로 리아나의 허리를 커다란 손으로 낚아채며, 푹신한 가죽 소파 위로 그녀를 거칠게 밀어붙였다.쿠션 깊숙이 파묻힌 리아나의 위로 사내의 거대한 그림자가 아찔하게 덮쳐왔다.“계약대로 이행되는군요.”리아나는 소파 헤드에 머리를 기대어 제 몸을 누르고 있는 헤르만을 향해 눈을 가늘게 떴다.“그래. 주 6일은 온전히 내 사람으로 살겠다고 네 입으로 똑똑히 사인을 했지.”헤르만의 잿빛 눈동자가 뜨거운 열기로 이글거렸다. 흑요석 펜던트를 쥔 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내려앉으며 리아나의 얇은 블라우스 단추 사이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그의 굵은 손가락 끝이 리아나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느긋하게 풀어나갔다. 단정하게 닫혀 있던 옷자락이 좌우로 벌어지며, 조명 아래 살결이 과감하게 노출되었다.헤르만은 줄을 잡았던 손을 풀어 리아나의 가녀린 목덜미를 진하게 움켜쥐었다.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민감한 쇄골 뼈를 지그시 누르며, 그 위로 거침없이 입술을 내리찔렀다.차갑던 흑요석 펜던트가 두 사람의 밀착된 가슴 사이에서 단단히 짓
리아나는 순간 깊은 난국에 봉착했음을 깨달았다.독립적인 요원으로 살아오며 타인에게 구속되거나 어느 한곳에 얽매여 본 적 없는 삶이었다. 사생활을 오롯하게 누릴 수 있는 48시간의 완전한 자유는 그녀에게 생존과도 같은 절대적인 영역이었다.하지만 헤르만의 곁에 머물고 싶은 것 역시 속일 수 없는 진심이었다.동경하던 사내의 부하가 되는 동시에 그의 단 하나뿐인 여인이 되는 것. 그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서는 것만으로도 무미건조했던 삶이 한층 이채롭고 자극적으로 물들어 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그러나 48시간에서 단 24시간으로 대폭 줄어든 헤르만의 제안은 그녀의 철두철미한 타산마저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2일이 아닌 단 하루라니, 제법 당황스럽군요.”“리아나. 필요에 따라서는 내 일정에 맞춰 요일을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은 추가하지. 3개월 뒤 회사가 완벽히 안정되면 그때 24시간에서 조금씩 늘려주는 것도 고려하겠어.”헤르만의 속내를 읽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본래라면 주 7일 내내 그녀를 제 품 안에 가둬 두고 싶었을 터였다.“이제 난 그대를 나의 완전한 부하이자 여인으로 곁에 두기 위해 절충안을 제시하는 거야. 주 2일의 부재는 곤란해. 내 눈이 닿지 않는 사생활이 길어지면, 우리 사이의 신뢰 관계마저 무너질 수 있으니까.”나직하게 깔린 사내의 목소리에는 서늘하고 거친 소유욕과 함께, 은근한 온기를 품은 다정함이 은밀하게 뒤얽혀 있었다.리아나는 그의 제안을 깊이 곱씹으며 묵직한 생각에 잠겼다.여기서 이 손을 놓아버린다면 헤르만과의 긴밀한 관계는 영영 끊어지고 말 터였다. 뿐만 아니라 곧 닥쳐올 세계 최고의 요원 양성 기관인 ‘빅토리아’와의 전면전이라는 스릴 넘치는 전장에서도 완벽히 소외될 게 분명했다.
마침내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이 다가왔다.리아나가 냉정하게 한계선을 그어 버린 이후, 헤르만 역시 뜨거운 밤을 함께 보냈음에도 본연의 오만하고 철저한 오너의 얼굴로 완벽히 돌아가 있었다.덕분에 리아나 역시 회사와 비밀 아지트를 칼같이 오가며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을 보냈다.더욱이 '코드명 에스'가 이탈리아로 온다는 전언은 헤르만의 주변에서 언제 어떤 유혈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신호탄이었다. 리아나는 팽팽하게 당겨진 경계심을 놓지 않은 채, 오롯이 제 눈앞의 업무와 정세에 집중했다.어쨌든 요즘의 로마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화로처럼 끓어오르고 있었기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불어오는 회사 안이 가장 쾌적한 안식처였다.고대의 돌바닥은 낮 동안 머금은 열기를 태양보다 더 맹렬하게 뿜어냈고, 습한 공기는 질척이는 금빛 액체처럼 피부에 번득이며 달라붙었다. 그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도 헤르만의 사업은 멈출 줄 모르는 수직 상승 곡선을 그리며 이탈리아 경제의 심장부를 깊숙이 관통해 나가고 있었다.H&M 컴퍼니 사옥은 오늘도 각 층마다 뿜어내는 정교한 열기로 가득했다. 완벽하게 조율된 정밀 기계 장치처럼, 각 부서는 자신들에게 부여된 임무를 빈틈없이 수행하며 밀도 높은 하루를 열어젖히고 있었다.그래서 그 안에서 활약하는 리아나를 보던 직원들의 태도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미스 리아나, 덕분에 회의 시간이 반 이상 절약되었습니다.”“리아나 씨, 정말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시는군요.”“회계나 법률 자문을 받는 대기 시간이 줄어드니 훨씬 마음이 놓이네요.”특히 리아나가 구축한 업무 처리 게시판이 생기면서 업무의 효율과 밀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사실을 모두가 체감하고 있었다.헤르만 역시 리아나의 조언에 따라 오전 시간 내에
황당해하며 실소를 터뜨리는 헤르만을 뒤로한 채, 리아나는 아무렇지 않게 H&M 비서팀으로 복귀했다.그리고 마동현 실장의 곁에서 착실하게 비서 업무를 배워 나갔다.헤르만은 리아나와 헤어져 대표실에서 그 역시 업무를 하고 있었다.임무를 하느라 사선을 넘나드는 바람에 몸 구석구석은 피로감이 상당했다. 게다가 헤르만과 보낸 지난밤의 뜨거운 후유증 탓에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찔한 통증이 찌릿하게 몰려왔다.하지만 공(公)은 공이고, 사(私)는 사였다. 비록 수습 인턴의 신분이라 해도 정식으로 해고당하지 않은 이상,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은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다.헤르만의 침대 위에서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고분고분한 인형 따위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제게는 나름대로 삶을 버텨내게 하는 저만의 즐거움과 영역이 존재하는 법이었다.“미스 리아나, 무슨 일 있었습니까?”마 실장은 리아나의 파리한 안색과 스위트룸 전투의 흔적인지 모를 곳곳의 작은 상처들을 보며 걱정스러운 질문을 던졌다.“임무를 수행하다가 함정에 빠질 뻔했지만, 운 좋게 잘 해결해냈습니다.”일순 마 실장의 입이 천천히 벌어지더니 눈도 점점 커졌다.“임무? 지금도 요원 생활을 하고 있는 겁니까?”회사에서 겸직 불허를 한 것도 아니고, 본격적인 정식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니 리아나는 뭐가 문제이길래 그가 놀라나 싶었다.“저는 아직 프리랜서입니다. 퇴근 후에 무엇을 하든 제 자유입니다.”마 실장은 눈만 껌뻑이며 ‘아-’ 하고 허허로운 탄식을 흘리더니, 이내 흐뭇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멋지군요. 하지만 대표님을 모시게 되면 패밀리가 되었다는 생각으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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