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10조 원을 움직이는 상속녀 강시아의 은밀한 취미는 ‘하녀생활’. 번아웃을 피해 신분을 숨긴 채 까칠한 재벌 3세 차도혁의 펜트하우스에 입주했는데, 청소만 하려던 그녀에게 도혁이 자꾸 집착하기 시작한다. “하녀 하나 챙기는데 왜 심장이 이렇게 바쁘지?” 가난한 하녀인 줄 알고 퍼주는 남자와 정체를 숨긴 10조 상속녀의 유쾌한 역갑을 로맨스!
View More글로벌 사모펀드 ‘발할라 캐피털’의 서울 본사 33층 대회의실. 사방이 통유리로 마감된 공간 안에는 영하의 냉기 같은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상석에 앉은 강시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오후 2시 15분.
유럽계 제약사 인수를 두고 공방을 벌이던 부대표가 식은땀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회장님, 현지 노조에서 3,000억 원 추가 출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분기 내로 서명하지 않으면 매각 우선권을 잃게 됩니다.”
시아는 서류철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가늘고 하얀 손가락이 만년필을 쥐고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선대에서 물려받은 지분과 직접 불린 투자 수익을 합친 개인 자산은 공식 집계로 10조 4,000억 원. 비공식 지분과 해외 신탁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쉽게 가늠하기 어려웠다.
발할라는 회장의 얼굴을 외부에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해외 신탁 명의와 영문 이니셜만 쓰는 외부 공시가 많아, ‘강시아’라는 실명까지 아는 사람도 극소수였다.
언론 기사에는 대개 실루엣이나 대리인의 모습만 실렸고, 대한민국 10대 대기업 총수들조차 그녀와의 면담을 잡기 위해 반년씩 기다렸다. 하지만 27세에 투자사의 정점에 선 시아의 눈빛에는 지독한 권태와 피로가 깔려 있었다.
“노조의 추가 출자 요구는 기각합니다.”
시아의 음성이 회의실을 또렷하게 갈랐다.
“해당 제약사의 임상 데이터에 결함이 있어요. 3,000억 원을 더 넣는 건 파쇄기에 돈을 던지는 짓입니다.”
“하, 하지만 회장님—”
“인수 계약 전면 철회하세요. 위약금 500억 원을 지급하고 즉시 손 뗍니다.”
시아는 단호하게 결재 서류를 덮었다. 그 한마디로 2조 원짜리 인수전은 철회 수순에 들어갔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시아가 천천히 일어났다.
“오늘 일정은 종료합니다. 오늘 오후 7시부터 30일 동안 안식월을 갖겠습니다. 공식 복귀는 30일 뒤 오후 7시로 잡아요.”
수행비서 김 실장이 경악하며 따라붙었다.
“회장님, 갑자기 안식월이라니요? 다음 주 뉴욕 포럼이 잡혀 있습니다!”
“전부 취소해요. 내 서명이 필요한 긴급 안건만 위성 채널로 올리고 연락은 금지합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휴양지도 요트 여행도 아니었다. 끝없는 숫자 놀음 속에서 시아는 3년째 수면제 없이는 잠들지 못하는 불면증과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었다.
시아의 머릿속이 맑아지는 순간은 단 하나였다. 지저분한 얼룩을 완벽하게 닦아내고, 삐뚤어진 물건들이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직각으로 정렬되는 순간.
완벽한 질서가 주는 원초적인 평온함. 그것이 10조 원을 가진 여자의 유일한 도피처였다.
***
사흘 뒤 오전, 청담동의 최상위 VIP 하우스키핑 에이전시 ‘더 헤리티지’ 면접실.
“강시아 씨, 27세. 경력도 자격증도 없는데 실기 평가는 만점이네요.”
지점장은 눈앞의 여자를 미심쩍게 바라보았다. 본인 확인과 범죄 경력 조회도 문제없이 통과했지만, 종이 위의 이력은 이상할 만큼 비어 있었다.
화장기 없는 맑은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이었지만, 감춰지지 않는 서늘하고 귀티 나는 분위기가 묘하게 이질적이었다.
“강시아 씨, 여긴 일반 청소업체가 아니에요. 재벌가 사택에 상주하는 일입니다. 고객들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아요?”
“손걸레질과 정리 수납에 집중할 수 있다면 어떤 대우든 상관없습니다.”
시아의 눈빛은 고요했다. 수조 원을 굴리며 투자자와 경영진을 상대해 온 그녀에게 이 정도의 압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점장은 혀를 차더니 서류철 하나를 내밀었다.
“마침 오늘 들어갈 펜트하우스가 하나 있긴 한데…… 여긴 진짜 지옥입니다.”
“어디죠?”
“태성그룹 차도혁 총괄 부회장의 한남동 펜트하우스.”
‘차도혁.’
태성그룹 후계자이자, 최근 발할라에 3조 원대 투자 유치를 요청해 온 바로 그 남자였다.
“극심한 결벽증에 불면증 환자예요. 머리카락 한 올만 보여도 즉시 퇴출입니다. 석 달 동안 쫓겨난 하우스키퍼만 12명이에요.”
“좋네요. 그 집으로 배정해 주세요.”
자신이 10조 원대 투자사 회장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 공간. 오직 청소와 질서만이 존재하는 세계로 들어갈 완벽한 기회였다.
***
한남동 언덕 위, 180평 복층 펜트하우스. 육중한 현관문이 열리고, 시아는 차가운 대리석 로비에 발을 디뎠다.
넓은 거실 창가에 짙은 네이비 셔츠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태성그룹의 젊은 지배자, 차도혁.
조각처럼 날카로운 턱선과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공기를 짓누르고 있었다. 도혁은 천천히 몸을 돌려 시아를 훑어보았다.
“에이전시에서 내 경고를 안 전한 모양이군.”
도혁의 낮고 서늘한 음성이 거실에 울렸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혀본 것 같은 여자를 보내다니.”
그는 시아의 손목을 힐끗 보더니 냉랭하게 웃었다.
“내 집에는 불필요한 장식품도, 요령을 피우는 사람도 필요 없습니다. 급전 몇 푼 벌어보겠다고 들어온 모양인데…….”
도혁이 시아에게 다가서며 차갑게 쐐기를 박았다.
“당신도 사흘은 못 버틸 겁니다.”
시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건 사흘 뒤에 판단하시죠, 고용주님.”
연회장 사건 뒤, 신태국 일가에 대한 수사와 발할라의 특별 실사가 동시에 시작됐다. 감사팀은 몇 주에 걸쳐 태국홀딩스 계열사의 거래를 추적했다.예비 보고서에서 드러난 8,000억 원대 매출 부풀리기와 중복 담보는 시작에 불과했다.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조세포탈 정황까지 확인되면서 신태국은 구속기소 됐다.신채린 역시 보석 절도 증거를 조작하고 시아에게 누명을 씌운 혐의, 불법 신원 조회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사건 전에 출동 지령을 받아 체포 절차를 서두른 형사 반장과 관련 경찰관들은 감찰 조사를 받았고, 정치권의 부당한 개입 경로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후 1심에서 두 사람에게 중형이 선고됐다.범죄수익은 추징·환수 절차에 들어갔고, 태국홀딩스는 채권자 관리 아래 정상 계열사와 부실 회사를 분리한 뒤 청산 수순을 밟았다. 시아는 끝까지 개인 감정으로 결론을 앞당기지 않았다.태성중공업 투자 건에서는 공식적으로 회피 상태를 유지했다. 그 사이 태성중공업은 발할라 캐피털의 독립 심의위원회로부터 정식 실사를 거쳐 3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 투자를 전격 유치했다.투자 유치 뒤 태성중공업은 유동성 위기를 넘겼고, 차도혁은 이사회의 지지를 받아 태성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가장 먼저 손본 것은 가족이 경영과 인사에 사적으로 개입하던 관행이었다.한명숙은 이사회와 도혁의 집에서 모두 한 발 물러났다. 시아에게는 변명 없이 사과문을 보냈고, 직접 만나고 싶다는 요청도 시아가 허락할 때까지 기다렸다.시아는 사과를 받아들이되 없던 일로 만들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다정한 고부 사이보다, 지켜야 할 선을 아는 가족에 가까워졌다.***그리고 1년 뒤, 5월의 화창한 봄날. 두 사람의 결혼식은 서울의 한 프라이빗 가든에서 열렸다.시아가 가장 오래 바라본 사람은 단상 끝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도혁이었다. 도혁은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도 태연하던 사람답지 않게 손끝을 굳게 말아 쥐고 있었다.시아가 가까워지자 그가 아주 작게 물었다.
“나한테도 전부 거짓말이었습니까?”도혁의 물음이 텅 빈 대연회장에 낮게 울렸다. 배신감보다 더 큰 것은 자신이 시아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가난한 하우스키퍼라 지레짐작해 명품 가방을 몰래 넣고, 월 2,000만 원이면 생활고를 덜어줄 수 있다고 믿었던 일이 차례로 떠올랐다. 시아가 그 모든 행동을 재미있는 구경거리로만 여겼을까 봐 견디기 어려웠다.도혁은 마른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떨구었다.“당신 눈에는 내가 얼마나 우스웠겠습니까. 10조를 가진 사람 앞에서 몇 푼으로 지켜주겠다고 나섰으니.”시아는 도혁의 앞으로 다가왔다. 넓은 연회장에는 이미 두 사람뿐이었다.시아는 그의 정면에 서서 바로 답했다.“처음 시작은…… 거짓말이 맞았습니다.”시아의 낮고 맑은 음성이 도혁의 귓가에 닿았다. 도혁의 단단한 어깨가 눈에 띄게 굳어졌다.“3년 동안 하루 2시간도 제대로 못 자며 일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먼저 계산부터 의심하게 됐고, 청소하고 물건을 정돈할 때만 머리가 조용해졌어요. 그래서 신분을 숨기고 당신 집에 들어갔습니다.”시아는 도혁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응시했다.“회장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건 거짓말이 맞아요. 하지만 이름과 나이도, 청소가 좋다는 말도, 당신 곁에서 편해졌다는 마음도 거짓이 아닙니다.”도혁의 눈꺼풀이 떨렸다.“나를 불쌍해서 받아준 겁니까?”“아니요.”시아는 망설이지 않았다.“처음에는 고용주였고, 그다음에는 잠을 걱정하게 되는 사람이 됐고,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입니다.”도혁은 한참 뒤에야 물었다.“그럼 왜 끝까지 말하지 않았습니까?”시아의 시선이 처음으로 조금 내려갔다.“당신이 내 직함을 알기 전의 강시아를 어떻게 대하는지 더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실을 말한 순간 지금의 관계가 끝날까 봐 겁났어요.”시아가 먼저 두려웠다고 인정한 것은 처음이었다.“그렇다고 당신의 선택권을 늦게 준 일이 정당해지는 건 아닙니다. 미안해요.”도혁은 곧바로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 상처가 없던
시아의 가늘고 하얀 손가락이 태블릿 화면 위에 머물렀다. 신태국과 신채린은 숨이 멎을 듯한 공포 속에서 시아의 손끝만을 응시했다.승인 버튼을 누르면 기사회생이지만, 거절을 누르면 계열사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다. 하지만 시아의 손가락은 승인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그녀는 차분하게 화면을 밀어내며 비서실장을 향해 지시했다.“승인 보류.”신태국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강 회장님, 오늘 일과 투자 판단은 별개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그래서 거절하지 않은 겁니다.”시아의 목소리는 낮고 분명했다.“승인 보류. 발할라 국제 감사팀과 외부 회계법인을 투입해 태국홀딩스 전 계열사 특별 실사를 시작하세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규 자금 집행은 중단합니다.”“다만 직원 급여와 정상 납품 대금은 별도 관리 계정으로 분리하세요. 대주주의 사적 인출만 막고 운영 자금까지 끊지는 않습니다.”그 아래에서 일하는 직원들까지 벌줄 생각은 없었다.“그건 사실상 사형 선고요! 감정적인 보복 아닙니까?”“발할라의 자금은 누군가의 정치적 방패가 아닙니다. 투자 가치가 있는지부터 원칙대로 검증하죠.”시아는 화면에 표시된 위험 항목을 하나씩 열었다.“실사는 신청 회사가 발할라와 체결한 약정에 포함돼 있습니다. 자료가 정상이라면 지원안은 다시 심사됩니다. 문제가 있다면 오늘 일이 없어도 자금을 받을 수 없고요.”신태국은 더 반박하지 못했다. 발할라는 차환 심사를 위해 태국홀딩스의 재무제표와 담보 자료를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자료는 실사 서버에 모였다. 1시간 뒤 나온 것은 확정 판결이 아니라 예비 보고였다.계열사 사이에서 반복된 매출 8,000억 원, 같은 부동산을 여러 차례 담보로 잡은 정황,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흘러간 자금. 제출 자료만 대조해도 설명되지 않는 구멍이 너무 컸다.비서실장이 연회장 한쪽에서 보고서를 읽었다.“허위 재무정보 제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 대출 1조 2천억 원도 약정 위반 여부를 심사해야 합니다.”시아는 곧바로 지시했다.“추가 인출
“회, 회장님……?”신채린은 입을 벌린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이 도둑으로 몰아세운 하우스키퍼 앞에 발할라 임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그 여자가 개인 자산 10조 4,000억 원을 보유한 발할라 캐피털의 최대주주이자 회장이었다. 연회장의 웅성임이 한순간 끊겼다.“저분이 얼굴을 공개하지 않기로 유명한 강시아 회장이었어?”“발할라 의결권 지분을 혼자 쥔 그 최대주주 말이야?”하객들의 휴대전화 화면에 발할라가 방금 배포한 신원 확인 보도자료가 떴다. 그동안 이니셜로만 알려졌던 최대주주의 실명, 강시아와 직함, 자산 규모가 처음으로 함께 공개돼 있었다.누군가 촬영 영상을 지우려 하자 시아가 법무팀에 말했다.“현장 영상은 증거가 될 수 있으니 강제로 삭제시키지 마세요. 제 얼굴을 상업적으로 유통할 때만 정식 절차로 대응하고요.”법무팀장이 고개를 숙였다. 형사 반장은 수갑을 집어넣고 증거 보존 절차부터 다시 지시했다.한명숙 여사는 충격과 공포로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비틀거리다 소파를 짚고 주저앉았다.“바, 발할라의 총수 강시아……? 그 10조 자산가가 왜 내 아들 집에서 걸레질을 하고 있어……!”시아는 한명숙의 질문에 시선을 돌렸다.“제 개인 일정입니다.”그 한마디로 설명은 끝이었다. 백지수표를 내밀며 얼마면 나가겠느냐고 묻던 사람이, 이제는 시아가 왜 자기 아들 집을 선택했는지조차 감히 캐묻지 못했다.한명숙은 자신이 수표에 적힌 ‘0원’을 조롱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입을 다물었다. 가장 말을 잃은 사람은 차도혁이었다.도혁은 멍하니 눈앞의 시아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지레짐작해 에르메스 가방과 다이아몬드 시계를 서랍에 넣고, 월 2,000만 원이면 마음을 놓을 거라 믿었던 여자였다.방탄 세단을 거절한 이유도, 법인 카드에 관심이 없던 이유도 이제야 너무 명확했다. 그런데 시아는 그 모든 오해를 비웃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준 가방을 선물이라는 이유로 받아줬다.그 사실까지 떠올리자 도혁의 얼굴이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