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상속녀의 취미는 하녀생활입니다

10조 상속녀의 취미는 하녀생활입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By:  6jay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goodnovel12goodnovel
Not enough ratings
20Chapters
39views
Read
Add to library

Share:  

Report
Overview
Catalog
SCAN CODE TO READ ON APP

10조 원을 움직이는 상속녀 강시아의 은밀한 취미는 ‘하녀생활’. 번아웃을 피해 신분을 숨긴 채 까칠한 재벌 3세 차도혁의 펜트하우스에 입주했는데, 청소만 하려던 그녀에게 도혁이 자꾸 집착하기 시작한다. “하녀 하나 챙기는데 왜 심장이 이렇게 바쁘지?” 가난한 하녀인 줄 알고 퍼주는 남자와 정체를 숨긴 10조 상속녀의 유쾌한 역갑을 로맨스!

View More

Chapter 1

제1화: 번아웃

글로벌 사모펀드 ‘발할라 캐피털’의 서울 본사 33층 대회의실. 사방이 통유리로 마감된 공간 안에는 영하의 냉기 같은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상석에 앉은 강시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오후 2시 15분.

유럽계 제약사 인수를 두고 공방을 벌이던 부대표가 식은땀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회장님, 현지 노조에서 3,000억 원 추가 출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분기 내로 서명하지 않으면 매각 우선권을 잃게 됩니다.”

시아는 서류철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가늘고 하얀 손가락이 만년필을 쥐고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선대에서 물려받은 지분과 직접 불린 투자 수익을 합친 개인 자산은 공식 집계로 10조 4,000억 원. 비공식 지분과 해외 신탁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쉽게 가늠하기 어려웠다.

발할라는 회장의 얼굴을 외부에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해외 신탁 명의와 영문 이니셜만 쓰는 외부 공시가 많아, ‘강시아’라는 실명까지 아는 사람도 극소수였다.

언론 기사에는 대개 실루엣이나 대리인의 모습만 실렸고, 대한민국 10대 대기업 총수들조차 그녀와의 면담을 잡기 위해 반년씩 기다렸다. 하지만 27세에 투자사의 정점에 선 시아의 눈빛에는 지독한 권태와 피로가 깔려 있었다.

“노조의 추가 출자 요구는 기각합니다.”

시아의 음성이 회의실을 또렷하게 갈랐다.

“해당 제약사의 임상 데이터에 결함이 있어요. 3,000억 원을 더 넣는 건 파쇄기에 돈을 던지는 짓입니다.”

“하, 하지만 회장님—”

“인수 계약 전면 철회하세요. 위약금 500억 원을 지급하고 즉시 손 뗍니다.”

시아는 단호하게 결재 서류를 덮었다. 그 한마디로 2조 원짜리 인수전은 철회 수순에 들어갔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시아가 천천히 일어났다.

“오늘 일정은 종료합니다. 오늘 오후 7시부터 30일 동안 안식월을 갖겠습니다. 공식 복귀는 30일 뒤 오후 7시로 잡아요.”

수행비서 김 실장이 경악하며 따라붙었다.

“회장님, 갑자기 안식월이라니요? 다음 주 뉴욕 포럼이 잡혀 있습니다!”

“전부 취소해요. 내 서명이 필요한 긴급 안건만 위성 채널로 올리고 연락은 금지합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휴양지도 요트 여행도 아니었다. 끝없는 숫자 놀음 속에서 시아는 3년째 수면제 없이는 잠들지 못하는 불면증과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었다.

시아의 머릿속이 맑아지는 순간은 단 하나였다. 지저분한 얼룩을 완벽하게 닦아내고, 삐뚤어진 물건들이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직각으로 정렬되는 순간.

완벽한 질서가 주는 원초적인 평온함. 그것이 10조 원을 가진 여자의 유일한 도피처였다.

***

사흘 뒤 오전, 청담동의 최상위 VIP 하우스키핑 에이전시 ‘더 헤리티지’ 면접실.

“강시아 씨, 27세. 경력도 자격증도 없는데 실기 평가는 만점이네요.”

지점장은 눈앞의 여자를 미심쩍게 바라보았다. 본인 확인과 범죄 경력 조회도 문제없이 통과했지만, 종이 위의 이력은 이상할 만큼 비어 있었다.

화장기 없는 맑은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이었지만, 감춰지지 않는 서늘하고 귀티 나는 분위기가 묘하게 이질적이었다.

“강시아 씨, 여긴 일반 청소업체가 아니에요. 재벌가 사택에 상주하는 일입니다. 고객들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아요?”

“손걸레질과 정리 수납에 집중할 수 있다면 어떤 대우든 상관없습니다.”

시아의 눈빛은 고요했다. 수조 원을 굴리며 투자자와 경영진을 상대해 온 그녀에게 이 정도의 압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점장은 혀를 차더니 서류철 하나를 내밀었다.

“마침 오늘 들어갈 펜트하우스가 하나 있긴 한데…… 여긴 진짜 지옥입니다.”

“어디죠?”

“태성그룹 차도혁 총괄 부회장의 한남동 펜트하우스.”

‘차도혁.’

태성그룹 후계자이자, 최근 발할라에 3조 원대 투자 유치를 요청해 온 바로 그 남자였다.

“극심한 결벽증에 불면증 환자예요. 머리카락 한 올만 보여도 즉시 퇴출입니다. 석 달 동안 쫓겨난 하우스키퍼만 12명이에요.”

“좋네요. 그 집으로 배정해 주세요.”

자신이 10조 원대 투자사 회장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 공간. 오직 청소와 질서만이 존재하는 세계로 들어갈 완벽한 기회였다.

***

한남동 언덕 위, 180평 복층 펜트하우스. 육중한 현관문이 열리고, 시아는 차가운 대리석 로비에 발을 디뎠다.

넓은 거실 창가에 짙은 네이비 셔츠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태성그룹의 젊은 지배자, 차도혁.

조각처럼 날카로운 턱선과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공기를 짓누르고 있었다. 도혁은 천천히 몸을 돌려 시아를 훑어보았다.

“에이전시에서 내 경고를 안 전한 모양이군.”

도혁의 낮고 서늘한 음성이 거실에 울렸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혀본 것 같은 여자를 보내다니.”

그는 시아의 손목을 힐끗 보더니 냉랭하게 웃었다.

“내 집에는 불필요한 장식품도, 요령을 피우는 사람도 필요 없습니다. 급전 몇 푼 벌어보겠다고 들어온 모양인데…….”

도혁이 시아에게 다가서며 차갑게 쐐기를 박았다.

“당신도 사흘은 못 버틸 겁니다.”

시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건 사흘 뒤에 판단하시죠, 고용주님.”

Expand
Next Chapter
Download

Latest chapter

More Chapters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No Comments
20 Chapters
제1화: 번아웃
글로벌 사모펀드 ‘발할라 캐피털’의 서울 본사 33층 대회의실. 사방이 통유리로 마감된 공간 안에는 영하의 냉기 같은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상석에 앉은 강시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오후 2시 15분.유럽계 제약사 인수를 두고 공방을 벌이던 부대표가 식은땀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회장님, 현지 노조에서 3,000억 원 추가 출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분기 내로 서명하지 않으면 매각 우선권을 잃게 됩니다.”시아는 서류철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가늘고 하얀 손가락이 만년필을 쥐고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선대에서 물려받은 지분과 직접 불린 투자 수익을 합친 개인 자산은 공식 집계로 10조 4,000억 원. 비공식 지분과 해외 신탁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쉽게 가늠하기 어려웠다.발할라는 회장의 얼굴을 외부에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해외 신탁 명의와 영문 이니셜만 쓰는 외부 공시가 많아, ‘강시아’라는 실명까지 아는 사람도 극소수였다.언론 기사에는 대개 실루엣이나 대리인의 모습만 실렸고, 대한민국 10대 대기업 총수들조차 그녀와의 면담을 잡기 위해 반년씩 기다렸다. 하지만 27세에 투자사의 정점에 선 시아의 눈빛에는 지독한 권태와 피로가 깔려 있었다.“노조의 추가 출자 요구는 기각합니다.”시아의 음성이 회의실을 또렷하게 갈랐다.“해당 제약사의 임상 데이터에 결함이 있어요. 3,000억 원을 더 넣는 건 파쇄기에 돈을 던지는 짓입니다.”“하, 하지만 회장님—”“인수 계약 전면 철회하세요. 위약금 500억 원을 지급하고 즉시 손 뗍니다.”시아는 단호하게 결재 서류를 덮었다. 그 한마디로 2조 원짜리 인수전은 철회 수순에 들어갔다.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시아가 천천히 일어났다.“오늘 일정은 종료합니다. 오늘 오후 7시부터 30일 동안 안식월을 갖겠습니다. 공식 복귀는 30일 뒤 오후 7시로 잡아요.”수행비서 김 실장이 경악하며 따라붙었다.“회장님, 갑자기 안식월이라니요? 다음 주 뉴욕 포럼이 잡혀 있습니다!”“전부 취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Read more
제2화: 정체가 뭐야?
차도혁은 시아의 건조하고 당돌한 대답에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좋아. 사흘 뒤에 스스로 짐 싸서 나갈 때 위약금이나 청구하지 마십시오.”도혁은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태블릿을 턱 끝으로 가리켰다.“거기 적힌 규칙이 총 47가지입니다. 실내 온도는 정확히 21.5도, 조도는 40럭스, 침구류 각도는 침대 헤드와 직각을 유지할 것. 냉장고 음료 라벨은 정면을 향해야 하고 물때나 먼지는 단 1mg도 용납 안 합니다.”“외우는 데 1분이면 충분합니다.”시아는 태블릿을 훑어보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백 페이지짜리 다국적 기업 인수 계약서의 독소 조항도 10분 만에 외워버리는 그녀에게 47개의 가사 수칙은 장난 수준이었다.“출근 시간 전까지는 내 눈에 띄지 마십시오.”도혁은 차가운 경고를 남긴 뒤 서재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현관에 홀로 남겨진 시아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47가지라…… 너무 느슨한데.”시아는 수수한 린넨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를 깔끔하게 묶어 올렸다. 그녀의 눈에 비친 180평 펜트하우스는 엉망진창이었다.이전 하우스키퍼들이 결벽증 도혁의 눈치를 보느라 겉만 번지르르하게 닦아놓았을 뿐, 구조적 질서가 엉망이었다. 시아의 전신에서 10조 원을 움직이던 극단적 효율주의자의 본능이 깨어났다.우선 거실 통유리창의 미세한 유막을 알코올 용액으로 완벽하게 제거했다. 창틀 모서리의 먼지를 초미세 틈새 브러시로 걷어내자, 강남 도심의 야경이 마치 유리가 없는 것처럼 투명하게 드러났다.다음은 드레스룸이었다. 도혁의 수트 수십 벌을 계절별, 원단 두께별, 컬러 스펙트럼 순서로 완벽하게 재배치했다.모든 옷걸이의 간격은 레이저 측정기라도 댄 듯 정확히 3.5cm로 통일되었다. 주방 냉장고를 열었을 때 시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소스병 라벨이 제각각 돌아가 있잖아.”시아는 탄산수와 주스, 생수병의 바코드를 일렬로 정렬하고, 각 양념통의 높이와 용량에 맞춰 완벽한 직각 그리드를 구축했다. 한 병씩 제자리를 찾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Read more
제3화: 10년 만의 아침
오전 7시. 침실 암막 커튼 틈새로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스며들었다.눈을 뜬 차도혁은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머리가 거짓말처럼 맑았다.지독한 편두통도, 눈을 찌르듯 욱신거리던 안압도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몇 시지?’도혁은 반사적으로 협탁 위의 시계를 확인했다.[오전 7시 5분]순간 그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젯밤 11시 반에 침대에 누웠으니, 중간에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무려 7시간 35분을 내리 잔 것이었다.수면제 한 알 없이 아침을 맞이한 것은 21세 이후 정확히 10년 만이었다. 도혁은 거대한 충격과 경이에 휩싸인 채 침대에서 일어났다.거실로 나가자, 은은한 최고급 원두 향과 함께 고소한 토스트 굽는 냄새가 코끝을 부드럽게 감쌌다. 주방 아일랜드 식탁 앞에는 흰 셔츠에 수수한 린넨 앞치마를 두른 시아가 서 있었다.그녀는 한 손으로 샐러드 볼을 정갈하게 세팅하며 다른 손으로는 태블릿 화면을 훑고 있었다.“……일어났습니까, 고용주님.”시아는 고개를 돌려 도혁의 얼굴부터 살폈다. 눈 밑의 그늘이 옅어져 있었다. 그녀는 정확한 시간에 맞춰 따뜻한 아메리카노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온도는 정확히 82도, 잔의 손잡이 방향은 도혁의 오른손잡이 각도에 맞춰 45도로 반듯하게 틀어져 있었다. 도혁의 목울대가 묵직하게 움직였다.사흘도 못 버틸 거라던 어제의 말이 떠올랐는지 도혁의 귀 끝이 붉어졌다. 시아는 그 변화를 보고도 모른 척 샐러드 집게의 방향만 바로잡았다.“당신…… 대체 내 방에 무슨 짓을 한 겁니까.”“먼지를 털고, 침구를 정돈하고, 실내 온도를 21.5도로 맞췄을 뿐입니다.”시아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도혁은 헛기침을 삼키며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산미와 부드러운 온도였다.“……에이전시와의 계약 기간이 한 달라고 했지.”“그렇습니다.”“오늘부로 전담 계약으로 전환합니다. 기본급은 기존의 세 배로 올리고, 원한다면 전용 기사와 개인 법인 카드도 지급하지.”이 여자가 나가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Read more
제4화: 4K CCTV
짜악—!허공을 가른 파열음은 살점이 부딪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채린의 손바닥이 시아의 뺨에 닿기 직전, 시아가 손을 뻗어 채린의 손목을 낚아챘다.빠르고 정확한 동작이었다. 시아는 힘을 더 주지 않고 채린의 움직임만 막았다.“아악! 이거 안 놔? 미쳤어? 천한 하녀 주제에 감히 누굴 잡아!”채린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지만, 손목을 붙잡은 시아의 손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시아는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채린을 똑바로 내려다보았다.수많은 협상장에서 상대의 허점을 끝까지 추적해 온 사람의 눈빛이었다.“남의 뺨을 때리려 들기 전에 상황 파악부터 하시죠.”시아의 낮고 차분한 음성이 거실의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당신 오른발 구두 굽 앞코에 백자 유약 가루가 선명하게 묻어 있습니다.”“뭐, 뭐라고?”“장식장 하단에는 방금 밀린 흔적이 있고, 파편은 당신이 서 있던 쪽에서 대각선으로 퍼졌어요. 물을 들고 있던 내가 건드린 흔적은 없습니다.”시아는 단 한 치의 감정 동요도 없이 명료하게 팩트를 짚어냈다.“내가 깨뜨렸을 가능성은 없군요. 그리고 3억짜리 앤틱 백자라고 하셨습니까?”시아는 바닥에 떨어진 백자 밑동 파편을 힐끗 보더니 덤덤하게 덧붙였다.“밑동에 현대 공방 각인과 경매 로트 번호가 남아 있네요. 적어도 왕실 앤틱 진품은 아닙니다. 3억 원을 청구하기엔 준비가 부족하셨군요.”“이, 이 건방진 년이……!”채린이 수치심과 경악으로 얼굴을 하얗게 질린 채 바들바들 떨었다. 그때, 드레스룸 문이 거칠게 열리며 완벽한 수트 차림의 차도혁이 걸어 나왔다.거실 바닥에 널브러진 도자기 파편과 시아에게 손목을 붙잡힌 채 헐떡이는 채린을 본 도혁의 얼굴이 흉흉하게 일그러졌다.“지금 내 집에서 무슨 짓들입니까.”채린은 도혁을 보자마자 억울한 표정으로 돌변하며 가증스러운 눈물을 글썽였다.“도혁 씨! 저 하녀가 내 손목을 부러뜨리려고 했어! 도혁 씨가 아끼던 도자기도 저 여자가 깨뜨려놓고 나한테 뒤집어씌운 거라고요!”도혁은 채린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Read more
제5화: 방탄 세단
도자기 파손 사건이 있은 지 사흘째 되던 날. 한남동 펜트하우스의 일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대단히 기묘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오후 2시, 저녁 식재료를 장보기 위해 수수한 린넨 에코백을 챙겨 든 시아가 현관으로 향할 때였다.철컥.현관문 센서가 울리기도 전에, 육중한 문이 양옆으로 열리며 검은색 맞춤 정장을 칼같이 차려입은 태성그룹 전속 경호원 두 명이 나타나 허리를 90도로 굽혔다.“강시아 하우스키퍼님, 펜트하우스 전용 의전 세단이 지하 주차장에 대기 중입니다.”시아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장보러 마트에 가는 길인데요.”“차도혁 부회장님의 직속 지시입니다. 하우스키퍼님의 외부 이동에는 방탄 세단과 전속 수행 기사가 동행하도록 배차 명령이 내려왔습니다.”심지어 수행원의 손에는 손바닥만 한 검은 비상 호출 단말기가 들려 있었다. 위치 공유와 긴급 신고 기능만 넣은 단순한 장치였지만, 걸어서 장을 보러 가는 사람에게 지급하기에는 충분히 과했다.“위험 상황이 생기면 중앙 버튼을 누르십시오. 태성그룹 종합 상황실과 계약 경호팀에 즉시 위치가 전송되고, 필요하면 112 신고까지 연계됩니다.”시아는 손바닥 위에 올려진 단말기를 내려다보며 속으로 깊은 실소를 터뜨렸다. 자신은 마음만 먹으면 발할라의 글로벌 보안팀과 전용 위성 통신망을 즉시 가동할 수 있었다.그런데 걸어서 5분 거리의 유기농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데 방탄 세단과 비상벨이라니.“필요 없습니다. 걸어서 5분 거리 마트에 가는데 기사와 세단은 극심한 동선 낭비예요. 비상벨도 도로 가져가세요.”“하지만 부회장님께서 경호 공백이 생기면 저희 쪽 책임을 묻겠다고 하셔서…….”“그럼 제가 직접 설명하죠. 제 고용 계약서에는 장보기 과잉 의전 수락 조항이 없습니다.”시아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일반 승강기에 올랐다. 전용 승강기보다 42초 느렸지만, 현관 앞에서 더 실랑이하는 것보다는 효율적이었다.그런 계산을 하면서도 시아는 도혁이 자신의 외출 시간을 따로 확인해 지시를 내렸다는 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Read more
제6화: 가지 마
시아는 주황색 박스를 통째로 들고 나와 거실 테이블 한가운데에 반듯하게 올려두었다. 다음 날 아침, 출근을 위해 서재에서 나온 도혁은 테이블 위의 박스를 발견하고 미간을 좁혔다.“이게 왜 여기 나와 있습니까?”“제 방 서랍에 잘못 들어가 있더군요. 고용주님의 물건인 것 같아 정돈해 두었습니다.”시아의 대답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단정했다. 도혁의 턱 근육이 굳어졌다.수천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보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돌려놓다니.‘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는다는 결백함을 증명하려는 건가. 아니면 가방 하나로 자신을 길들이려 한다고 오해한 건가.’도혁은 시아의 차분한 얼굴을 보며 혼자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군. 좋아,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지.’사흘 뒤, 시아의 방 옷장에는 5,000만 원짜리 샤넬 컬렉션 캐시미어 롱코트가 걸려 있었다. 시아는 그것 역시 먼지 하나 묻히지 않고 도혁의 드레스룸 메인 행거로 조용히 옮겨놓았다.그다음 날에는 8,000만 원짜리 바쉐론 콘스탄틴 여성용 다이아몬드 시계가 서랍에 들어 있었다. 시아는 시계를 조심스럽게 꺼내 도혁의 서재 금고 옆 트레이에 완벽한 수평으로 올려놓았다.‘이 남자가 점점 이상해지네. 귀한 물건들을 왜 자꾸 아무 데나 흘리고 다니는 거지.’그날 저녁, 도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강시아 씨는 갖고 싶은 물건이 없습니까?”“있습니다.”도혁의 눈빛이 즉시 밝아졌다.“말해보십시오.”“주방 후드 틈새용 6mm 브러시와 무향 실리콘 세정제요. 기존 제품은 헤드가 2mm 넓어서 모서리에 닿지 않습니다.”도혁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아는 그 침묵을 주문 품목을 메모하는 시간으로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두 개씩이면 충분합니다.”도혁은 명품 가방보다 몇천 원짜리 브러시를 더 진지하게 원하는 여자를 보며, 자신의 오해를 바로잡기는커녕 더 깊이 빠져들었다. 시아가 돌아서자 도혁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혼자 중얼거렸다.‘다이아몬드 시계까지 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Read more
제7화: 딜
어둠 속에서 맞닿은 손목의 열기는 새벽 공기보다 훨씬 뜨거웠다. 차도혁은 자신이 내뱉은 “가지 마”라는 말의 무게에 스스로 짓눌린 듯, 숨을 가쁘게 헐떡이며 시아의 가느다란 손목을 쥔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시아는 손목을 거칠게 뿌리치지 않았다. 시아는 도혁의 경직된 손등을 손가락으로 두 번 가볍게 두드렸다.“어디 안 갑니다. 책은 다 읽었으니 목을 축이실 물 한 잔 가져다드리려는 것뿐이에요.”“…….”“손 놓으시죠, 고용주님. 이렇게 잡고 계시면 물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시아의 차분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음성이 도혁의 귓가에 닿자, 그제야 도혁은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퍼뜩 손을 뗐다. 귀 끝부터 목덜미까지 시뻘건 당혹감과 열기가 순식간에 번져 나갔다.“……미안합니다. 악몽을 꾸다 잠결에 착각했습니다.”도혁은 마른세수를 하며 고개를 돌렸다. 스스로가 한없이 한심하고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우스키퍼에게 매달려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꼴이라니, 태성그룹 부회장으로서의 체면이 바닥까지 떨어진 기분이었다. 시아는 내색 없이 협탁 위에 미지근한 보리차 한 잔을 올려두고, 조용히 서재 문을 닫아주었다.그날 시아도 3년 만에 수면제 없이 6시간을 잤다. 벽 너머 도혁의 고른 숨소리를 확인한 뒤였다.***다음 날 아침 8시. 식탁에 앉은 도혁은 단정한 네이비 수트 차림이었지만, 어젯밤의 지독한 민망함 탓에 시아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연신 헛기침만 내뱉었다.“크흠, 어제는…… 비 소리 때문에 평소보다 신경이 예민했던 모양입니다.”“잠을 설친 다음 날은 자극적인 음식보다 가볍게 드시는 게 낫습니다. 아침은 단호박과 아보카도 위주로 준비했습니다.”시아는 단호박 수프와 아보카도 샐러드, 그리고 온도를 정확히 맞춘 오믈렛을 내려놓으며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그녀의 태연자약한 반응에 도혁은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한 서운함과 오기가 치밀어 올랐다.자신이 그렇게 절박하게 매달렸는데도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평온하다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Read more
제8화: 벼랑 끝의 정략결혼
“태성중공업이라.”시아는 손에 쥐고 있던 극세사 먼지털이를 가볍게 털며 서늘한 눈매를 좁혔다. 태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였지만, 최근 해운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다.이 3조 원대 투자 유치 성공 여부에 차도혁의 차기 그룹 회장 승계권과 경영권 방어가 전적으로 걸려 있었다.“회장님, 태성중공업의 재무구조와 친환경 LNG 선박 특허는 동종 업계 최상위권입니다. 발할라의 자금이 들어가면 2년 안에 40% 이상의 회수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비서실장의 열띤 브리핑에도 시아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분했다. 시아는 이미 태성 측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핵심 수치를 훑어본 뒤였다.무리한 낙관론으로 숫자를 부풀린 흔적이 없었고, 위험 요인에는 차도혁의 반대 의견과 보완책까지 함께 적혀 있었다. 투자 대상의 경영자로서는 드물게 정직한 보고서였다.“재무제표가 훌륭하고 기술력이 우수한 건 이미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건은 제가 직접 심사하지 않습니다.”“예? 회장님께서 직접 검토하지 않으신다고요? 3조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인데요.”“이해충돌 방지 원칙입니다. 제가 현재 차도혁 부회장의 자택에 머물고 있으니 직접 판단해서는 안 돼요. 태성 투자 건은 독립 투자심의위원회 전결로 넘기고, 제게는 중간 보고도 올리지 마세요.”“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즉시 심의위원회 독립 안건으로 이관하겠습니다.”통화를 종료한 시아는 단말기를 다시 앞치마 깊숙이 넣었다.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해야 했다.차도혁이 자신을 가난한 하우스키퍼로 오해해 엉뚱한 배려를 거듭하는 일과 수조 원대 펀드 운용은 별개의 문제였다. 감정에 휘둘려 투자 원칙을 깨는 것은 발할라의 수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차도혁 부회장, 당신의 실력으로 증명해 봐요.’시아는 조용히 읊조리며 다시 거실 창틀의 미세 먼지를 닦아내기 시작했다.***태성 투자안은 독립 심의위원회에서 보름 동안 실사를 거쳤다. 그 사이 도혁은 대부분의 밤을 수면제 없이 잤고, 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Read more
제9화: 내가 결혼하면
신태국 의원과의 회동이 끝난 뒤, 차도혁은 기사에게 곧장 한남동으로 가자고 지시했다. 차창 밖의 야경이 빠르게 뒤로 밀려났지만 머릿속은 조금도 정리되지 않았다.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 거실의 조명은 은은한 30럭스로 낮춰져 있었고, 공기 중에는 긴장을 편안하게 이완시키는 천연 라벤더와 편백나무 향이 부드럽게 감돌고 있었다.현관에 들어선 도혁은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치며 소파까지 비틀거리듯 걸어갔다. 온종일 이사회 중역들의 사퇴 압박과 정치권의 협박에 시달린 탓에 몸이 무겁게 처졌다.회사에서는 누구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사실이 더 피곤했다. 주방에서 갓 우려낸 따뜻한 캐모마일 티를 쟁반에 받쳐 든 시아가 소리 없이 다가왔다.“오셨습니까, 고용주님.”시아는 단정한 걸음으로 다가와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도착 예정 시각보다 38분 늦었다.시아는 식어버린 수프를 두 번이나 다시 데웠지만, 그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대신 흐트러진 넥타이와 구겨진 셔츠 소매, 손등에 남은 붉은 자국을 차례로 확인했다.도혁이 평소의 질서를 유지할 여력조차 없다는 뜻이었다. 도혁은 찻잔을 보지도 않은 채, 멍하니 앞에 선 시아의 얼굴을 뚫어지게 올려다보았다.창백하게 질린 그의 얼굴과 붉게 충혈된 눈동자에는 지독한 고독과 피로가 짙게 깔려 있었다. 회사에서는 한 번도 흔들리지 않던 남자가 집에 돌아오자 겨우 버티는 사람처럼 보였다.“……저녁은 드셨습니까.”시아가 나직하게 묻자, 도혁이 힘없는 자조적인 헛웃음을 흘렸다.“재벌가 후계자라는 자리가 밥 한 끼 편히 삼킬 수 있는 자리인 줄 압니까.”도혁은 떨리는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더니,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깊게 묻었다.“다들 내 목에 줄을 걸고 원하는 걸 내놓으라고 합니다. 계열사를 살리려면 원하지 않는 여자와 평생을 묶이라더군요.”그는 가슴을 옥죄는 답답함에 셔츠 깃을 잡아 뜯듯 젖혔다.“어릴 때부터 내 주변에는 오직 내 배경과 돈만 바라보는 인간들뿐이었어. 친어머니조차 나를 그룹 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Read more
제10화: 백지수표
도혁의 낮고 떨리는 질문이 거실의 정적을 갈랐다. 시아의 맑고 깊은 눈동자가 도혁의 흔들리는 시선과 정면으로 부딪혔다.투자 유치 실패를 말하던 때보다, 시아가 떠날 가능성을 묻는 지금 그의 표정이 더 불안해 보였다.‘이 남자는…… 정말로 내가 가난한 하녀라서 언제든 다른 집으로 떠날까 봐 두려워하는 건가.’10조 원의 자산을 굴리며 수많은 탐욕과 계산적인 인간들을 마주해 온 시아였지만, 조건 없이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를 잃을까 봐 안달하는 남자의 눈빛은 생전 처음이었다. 도혁은 그녀의 돈도, 집안도, 지위도 모른다. 그런데도 강시아라는 사람을 놓치기 싫어했다.시아는 그 사실을 예전처럼 무심하게 넘길 수 없었다. 시아는 도혁에게 붙잡힌 손목을 빼내지 않은 채, 담담하고 명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고용주님의 사생활이나 혼사와 관계없이, 제 계약 기간은 30일입니다. 계약 기간 내에는 제 의지로 먼저 나가지 않습니다.”“……계약이 끝나면?”“그건 계약이 끝나는 날 결정할 문제입니다.”말은 원칙대로 했지만, 시아의 머릿속에는 이미 답이 떠올라 있었다. 계약이 끝나도 이 집의 냉장고 라벨과 도혁의 아침 커피를 계속 확인하고 싶었다.그 결론이 업무 판단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사실이 낯설어, 아직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도혁은 그녀의 건조한 대답에 안도하면서도, 가슴 깊은 곳이 뻐근하게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그는 잡고 있던 시아의 손목을 천천히 놓아주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나직하고 단호하게 읊조렸다.“신채린과의 결혼 따위는 절대 안 합니다. 태성중공업이 법정관리로 넘어가고 내가 빈털터리로 쫓겨나는 한이 있더라도, 그 여자에게 내 인생을 팔아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어.”도혁은 그 자리에서 비서실에 신태국 측으로 혼사 거절 통보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투자안에 혼사를 결부한 발언도 준법감시 기록으로 남겼다.혼사 거절 통보까지 끝낸 뒤에야 도혁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시아의 입술 끝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그래야 차도혁이지.’그가 정략결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Read more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