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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作者: 달콤열매
다음 날, FS그룹 대표실.

동찬은 짜증스럽게 서류를 책상 위에 던졌다. 손가락으로 고급 원목 책상을 두드리며 물었다.

“유희 아직도 출근 안 했어?”

비서가 고개를 숙였다.

“네, 대표님. 송유희 팀장님은... 사흘째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동찬의 미간이 더 깊게 일그러졌다.

‘돈 한 푼 없이 이틀을 어떻게 버틴 거지? 굶고 있나? 밖에서 자나?’

‘길고양이처럼 어디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런 모습이 떠오르자 마음이 쓰였다.

‘내가 너무 받아 줘서 저렇게 고집이 세진 거야.’

‘고생하면서도 먼저 숙일 줄을 모르잖아.’

동찬은 피곤한 듯 눈썹 사이를 눌렀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양보한다는 듯한 말투였다.

“어디 있는지 알아봐. 내가 데리러 갈게.”

“서방님!”

대표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임신 7개월인 혜미가 다급한 표정으로 빠르게 들어왔다. 손에는 눈부신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려 있었다.

“방금 친구들이랑 쇼핑하다가 어떤 여자 손에 이 반지가 있는 걸 봤어요. 딱 보자마자 동서의 결혼반지라는 걸 알았어요.”

“서방님이 유명 주얼리 디자이너한테 따로 맡겨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반지잖아요.”

“그래서 바로 그 여자한테 어디서 났냐고 물어봤는데요...”

혜미는 말을 잇기 어려운 척 표정을 흐렸다.

“명품 중고 매장에서 샀대요.”

뚝!

동찬이 쥐고 있던 고가의 만년필이 손안에서 부러졌다.

곧이어 표정이 험악하게 굳어지면서 관자놀이의 핏줄이 도드라졌다. 이를 악문 채 목소리가 한 글자씩 새어 나왔다.

“송유희, 정말 잘하는 짓이다.”

동찬은 밖에서 고생하고 있을 유희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유희는 두 사람의 결혼반지를 팔아서 돈으로 바꿨다.

“다 제 탓이에요... 저만 아니었으면 서방님이랑 동서가 이렇게까지 싸우지도 않았을 텐데...”

혜미는 눈물을 닦으며 가슴 아픈 표정을 지었다.

“결혼반지는 둘의 사랑을 의미하는 거잖아요. 그걸 팔았다는 건... 정말 서방님이랑 끝내겠다는 뜻 아닐까요?”

“끝낸다고요?”

동찬은 터무니없는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짧게 코웃음을 쳤다. 눈동자 깊은 곳에서는 위험한 분노가 들끓었다.

“형수님, 걱정하지 마세요. 유희는 저를 미칠 만큼 사랑해요. 저랑 헤어지는 건 심장을 도려내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결국 못 할 거예요.”

“그냥 성질이나 좀 부리면서, 일부러 반지를 팔아서 저를 화나게 하려는 거예요.”

“평소 투정 정도야 제가 받아 줄 수 있어요. 하지만 대를 잇는 문제만큼은 집안에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선입니다. 이런 식으로 저를 협박해서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그래서 이번에 저도 제대로 가르쳐 줘야겠네요. 현실을 똑바로 보게 할 거예요.”

...

스카이힐.

오성재가 예를 갖춰 물었다.

“사모님, 오늘 시간이 괜찮으십니까? 리안호텔 쪽은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언제든 결혼식장을 보러 가실 수 있습니다.”

“오후는 괜찮아요.”

유희가 관자놀이를 살짝 눌렀다.

“점심에는 이규훈 대표와 계약 약속이 있어요.”

이 계약은 유희가 석 달 동안 직접 맡아 온 일이었다. 모든 조건은 이미 합의했고 마지막 서명만 남아 있었다.

FS그룹에서 끝까지 마무리하고 싶은 마지막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맡은 일은 끝을 봐야 마음이 편했다.

더 중요한 이유도 있었다. 이 계약의 성과급은 4억 원에 달했다.

자신이 정당하게 받아야 할 돈인데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계약만 마치면 노동청에 부당해고 구제 절차를 밟아서, 밀린 급여와 보상을 받아낸 뒤 FS를 완전히 떠날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사모님. 계약 장소를 말씀해 주시면 오후에 차를 보내 모시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요. 바로 리안호텔이에요.”

...

점심때, 유희는 약속한 시각에 맞춰 리안호텔의 프라이빗 룸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예상하지 못한 두 사람이 보였다.

동찬과 그 옆에 밝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혜미였다.

혜미는 펜을 들고 계약서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을 쓰고 있었다.

고개를 든 혜미는 유희를 보며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도발하는 눈빛도 숨길 생각이 없었다.

“어머, 송 팀장 왔네? 미안해. 알려주는 걸 깜빡했어. 우리 최 대표님은 부서를 더 능력 있는 사람이 이끌어야겠다고 해서 내가 오늘 입사했거든. 본부장으로.”

“이제 내가 송 팀장의 직속 상사야. 그래서 이 계약은...”

혜미가 손에 든 서류를 들어 보였다.

“내가 대신 서명했어.”

임신 7개월인 혜미는 당장 일을 시작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출산휴가를 가야 했다.

그런데 하필 지금 본부장으로 들어온 건 누가 봐도 유희의 계약을 빼앗기 위한 인사였다.

이건 견제를 넘어 대놓고 사람을 짓밟는 모욕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유희는 이를 악물고 이 일을 만든 동찬을 바라봤다.

“최동찬! 이 프로젝트 석 달 넘게 내가 맡았어. 밤을 몇 번이나 새우고 얼마나 공들였는지 알잖아.”

“그런데 네 마음대로 넘겨? 강혜미가 무슨 자격으로 내 계약에 서명해?”

동찬은 어둡게 가라앉은 눈으로 유희만 바라봤다. 분노는 오히려 유희보다 더 거세 보였다.

동찬은 성큼성큼 다가와 유희 앞에 섰다. 폭발 직전의 분노를 억누른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그럼 결혼반지는 대체 왜 팔았어? 네 마음에 내가 있기는 해?”

유희는 기가 막혀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동찬이 비열한 수를 쓸 수 있다는 건 예상했지만, 사적인 감정과 회사 일을 이렇게까지 뒤섞을 줄은 몰랐다.

“이번은 가벼운 경고야. 앞으로 결혼반지 손에서 빼지 마. 또 그러면...”

동찬이 유희의 손을 낚아챘다. 뼈가 으스러질 만큼 강하게 움켜쥐고서 차가운 다이아몬드 반지를 억지로 약지에 끼웠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협박이었다.

“나도 널 해고할 수밖에 없어! 그리고 현실을 봐. 네가 누리는 생활도, 네 자리도, 네 일도 전부 내가 준 거야.”

“내가 없으면 넌 아무것도 없어... 말을 심하게 하고 싶진 않지만 네 처지는 알아야 해.”

“이제 그만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도 받아들여. 지금까지 일은 없던 걸로 해 줄게. 예전처럼 잘해 줄 거야.”

동찬의 눈은 예전처럼 다정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유희의 속을 뒤집을 만큼 역겨웠다.

이것이 동찬이 말하는 사랑이었다.

유희가 말을 잘 들을 때는 좋은 것을 아낌없이 안겨줬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자신이 준 ‘혜택’을 거둬들이고 협박과 비하로 짓밟았다.

‘정말 자기 시작을 다 잊었네.’

3년 전, 유희는 졸업하자마자 유명한 기업 여러 곳에서 최상급 조건의 입사 제안을 받았다.

업계 1위로 꼽히는 벨루그룹에서도 AI 연구개발센터 센터장 자리를 제안했다.

하지만 동찬이 ‘네가 필요해’라고 한마디하자, 유희는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아무것도 없던 FS그룹에 들어가 동찬과 처음부터 회사를 키웠다.

3년 동안 유희는 몸을 갈아 넣듯 일했다. 사실상 혼자 힘으로 FS그룹의 AI 연구개발 부서를 세웠고, 치열한 AI 시장에서 FS그룹이 살아남을 길을 만들었다.

곧 출시될 ‘감정 교감형 AI 서비스’ 역시 유희가 총괄했다.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만 한다면, FS그룹은 단숨에 업계 정상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유희가 빠지면, FS그룹이 가장 자랑하던 AI 부서는 겉모양만 남은 빈 껍데기에 불과했다.

“해고?”

화가 극에 달한 유희가 오히려 웃었다. 싸늘하게 비꼬았다.

“최동찬 대표님, 꼭 말씀하신 대로 해 주세요. 해고예고수당이랑 미지급 급여, 부당해고 구제 건으로 받을 돈까지 제 급여 계좌에 전부 넣어 주시고요.”

“아, 하나 더요.”

유희는 식탁에 앉아 있던 이 대표를 돌아보며 가볍게 웃었다.

“이규훈 대표님도 들으셨죠? 최동찬 대표님께서 저를 해고하겠다고 했으니, 제가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던 핵심 프로그램 최적화 기술은... 죄송하지만 제공할 수 없게 됐습니다.”

말을 마친 유희는 미련 없이 돌아서 나갔다.

쾅!

뒤쪽의 룸에서는 화가 난 이규훈이 테이블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 계약, 안 합니다!”

찢어진 계약서를 믿기지 않는 눈으로 멍하니 보던 동찬은, 단호하게 멀어지는 유희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처음 느끼는 불안이 심장을 꽉 움켜쥐었다.

예전에는 아무리 크게 싸워도 유희가 마지막에는 전체 상황을 생각했다. 동찬의 이익과 회사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억울해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

오늘도 당연히 그래야 했다.

유희는 한 번도 이렇게 아무 여지도 남기지 않고 돌아선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정말 넘길 수 없는 건가?’

동찬은 점점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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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난 사랑의 다음 페이지   제30화

    동찬이 예식장 밖으로 밀려났을 때, 마침 유정란과 혜미가 달려왔다.유정란은 넋이 빠진 사람처럼 창백한 동찬을 보자 속이 상하면서도 화가 치밀었다. 닫힌 예식장 문을 향해 거침없이 욕을 퍼부었다.“송유희 저 못된 것! 어떻게 감히 이럴 수가 있어?” “네가 최세호하고 원수처럼 지내는 걸 뻔히 알면서 그 사람과 결혼해? 일부러 네 가슴에 칼을 꽂으려는 거잖아.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독해!”혜미는 속으로는 샴페인이라도 터뜨리고 싶을 만큼 기뻤다.겉으로는 걱정과 불안을 가득 담은 표정을 만들고 동찬의 멀쩡한 쪽 팔을 부드럽게 붙잡았다.“진정해요.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요... 우리 쪽도 시작 시간이 다 돼 가요. 하객들도 전부 기다리고 있는데, 이대로 늦으면 아이를 두고도 뒷말이 나올 거예요.”“그러니까 일단 돌아가서 급한 일부터 마무리해요.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해도 되잖아요.”혜미는 동찬을 데리고 돌아가려 했다.동찬은 팔을 거칠게 빼냈다.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던 혜미가, 상처받고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동찬을 바라봤다.동찬은 혜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텅 빈 눈이 혜미 품의 아이에게 내려갔다.예전의 다정함과 기대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잘못의 시작이 된 성가신 존재를 보는 듯 차갑고 낯선 눈이었다.“형수님, 제가 잘못했어요.”잔뜩 갈라진 동찬의 목소리는 후회로 거칠었다. “제가... 형수님하고 아이를 만들면 안 됐어요.”그는 이제야 유희가 아이의 존재를 얼마나 견디기 힘들어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혜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를 급히 품에 더 세게 안고 울먹였다.“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당신 친아들이에요!”“지금 마음이 무너진 건 알아요. 그래도 정신 차려야 해요. 우리 아이 앞날부터 생각해야 하잖아요!”유정란도 상황을 알아차리고 급히 거들었다. “맞아. 아이가 최씨 집안의 대를 이을 사람이고 제일 중요해. 다른 일은 다 뒤로 미뤄야지.”“송유희 때문에 정해 둔 발표 시간까지 놓쳐서, 아이한테 평생 말이 나오게

  • 끝난 사랑의 다음 페이지   제29화

    세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주변 공기를 단숨에 바꿨다.유희 앞으로 다가간 동찬이 팔을 잡으려고 했다. 흥분한 탓에 목소리까지 달라져 있었다.“장난이 너무 지나쳤어! 유희야, 이건 선을 넘었어. 당장 나랑 돌아가!”유희는 한 걸음 물러나면서 동찬의 손을 피했다. 눈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장난? 여기까지 와서도 내가 너 상대로 장난치는 것 같아?”“이게 장난이 아니면 뭔데? 결혼은 장난감이 아니야. 형도 네가 나를 자극하려고 이용할 사람이 아니고. 정신 차려.”동찬은 견디기 힘들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넌 내 아내야. 우리 이미 결혼식도 했잖아!”“법적으로는 아무 관계도 아니야.”유희는 차분하지만 잔인할 만큼 분명하게 짚었다. “그 눈 오던 밤, 네 어머니가 나를 집 밖으로 내쫓는 걸 네가 가만히 보고 있던 때부터 우리 사이는 끝났어.”“그건...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나는 널 사랑해. 내 입장도 이해해 줘야 하잖아.”동찬은 다급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스스로 듣기에도 힘이 없었다.“미안하지만.”유희는 더 이상 동찬을 보지 않았다. 세호 쪽으로 몸을 돌려 팔짱을 살며시 끼었다. “나는 이미 세호 씨의 아내야.”“유희야, 여보... 그러지 마.”동찬이 또 손을 뻗었지만 최세호가 앞으로 나서며 가볍게 쳐냈다.세호의 시선이 서늘한 칼날처럼 동찬의 얼굴을 훑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동찬아. 내 결혼식에 들어와서 내 아내를 데려가겠다고? 예의가 너무 없네.”세호는 짧게 말을 멈췄다가 한 글자씩 또렷하게 덧붙였다. “호칭도 고쳐. 이제 유희한테는 형수님이라고 불러.”“최세호!”동찬의 눈이 붉게 충혈됐다. “유희가 내 아내였다는 걸 알면서 왜 결혼해? 사촌동생의 여자였던 사람을 형이 데려가 놓고 울남시 사람들이 비웃는 게 두렵지도 않아?”“사촌동생의 여자를 빼앗았다고?” 세호가 짧게 비웃었다. “그 말은 네가 할 처지가 아닌 것

  • 끝난 사랑의 다음 페이지   제28화

    동찬은 바로 고개를 세게 흔들어 터무니없는 생각을 밀어냈다.‘아니야. 그럴 리 없어. 저 사람은 지예라야.’‘오늘은 최세호와 지예라의 결혼식이잖아.’자신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저 신부를 유희로 착각할 수 있을까?’“동찬아! 시작 시간 다 됐는데 문 앞에서 뭐 하고 있어?”유정란이 연회장 안에서 나와 못마땅하게 재촉했다. “애도 못 낳는 게 자존심 세우고 안 오겠다는데 잘됐지. 누가 그런 애한테 내 귀한 손자의 엄마 노릇 시키고 싶대? 재수 없어.”동찬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집스럽게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요. 올 거예요.”유희는 마음이 약했다. 자신이 알던 유희이라면 정말 끝까지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아이를 안고 넋이 나간 동찬을 바라보면서 혜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아이의 여린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세게 꼬집었다.“으앙!”아기는 갑자기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놀란 유정란이 아이를 얼른 받아 안았다. “아이고, 우리 귀한 손자가 왜 이렇게 울어? 괜찮아, 괜찮아. 할머니가 여기 있잖아.”유정란이 동찬을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봐, 아이도 울잖아. 정해 둔 시간에 아버지와 후계자 발표를 해야 좋은 뜻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데, 시간을 놓치면 애한테 좋을 게 뭐가 있어.”“동찬아, 유희 하나 때문에 네 아들 앞날까지 망칠 거야?”동찬은 유정란 품에서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우는 아이와 여전히 아무 답도 없는 핸드폰을 번갈아 봤다. 마음속에서 심한 갈등이 일었다.결국 힘없이 한숨을 내쉬고 마지막 메시지를 적어 보냈다. ‘유희야, 이번에는 네가 정말 너무했어.’동찬은 유정란에게 말했다. “가요. 들어가죠.”두 사람이 연회장 안으로 들어서려던 순간, 말끔한 정장 차림의 여성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시원시원한 분위기의 여자는 고급스러운 선물 상자를 들고 있었다.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아직 시작 안 했지? 늦은 거 아니지? 동찬아, 미란 이모, 축하해요. 조카 선

  • 끝난 사랑의 다음 페이지   제27화

    유희는 눈썹을 살짝 올리면서 전화를 받았다.혜미가 일부러 높인 목소리로 자랑하듯 말했다.[기사 봤어? 오늘 울남시 최고급 호텔인 리안호텔에서 우리 아들 장손 공식 발표 연회가 열려.][최동찬이 울남시에서 제일 크고 화려하게 하겠대. 이름 좀 있다는 사람은 전부 올 거야.][오늘부터 모두가 알게 되겠지. 내 아들이 최동찬의 정식 장남이고 앞으로 후계자가 될 아이라는 걸.] [나하고 최동찬 사이도 누구도 못 끊어. 우리는 앞으로도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 살 거야.]혜미의 도발을 들으며 유희는 거울 속 웨딩드레스 차림의 자신을 바라봤다. 어이없을 만큼 우스웠다.“오늘 같은 날 굳이 나를 건드리고 싶은 거야?”유희의 붉은 입술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최동찬은 내가 그 연회에 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내가 지금 바로 가면 행사가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혜미가 발끈했다. [네가 감히!]유희는 조용히 웃었다.“네가 불편해지는 거라면 나는 기꺼이 갈 수 있는데...”“내가 안 가길 원하면 핸드폰에 대고 세 번 크게 말해. ‘나랑 최동찬은 형수와 시동생 사이를 넘었다.’ 충분히 크게 말하면 생각해 볼게.”[송유희, 너!]혜미의 숨이 거칠어졌다. 이를 가는 소리까지 들릴 듯했다.유희는 느긋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셋 셀 동안 안 하면 바로 갈 거야. 하나, 둘, 셋...”[나랑 최동찬은 형수와 시동생 사이를 넘었다! 나랑 최동찬은 형수와 시동생 사이를 넘었다! 나랑 최동찬은 형수와 시동생 사이를 넘었다!]전화기 너머 혜미의 목소리가 거의 무너졌다. [됐지?]유희가 웃었다. “녹음했어.”[송유희!!!]유희는 미련 없이 전화를 끊고 녹음 파일을 저장했다. 통쾌하고 차가운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옆에 있던 오성재가 웃으며 조용히 알렸다. “사모님, 결혼식 시작 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이제 이동하셔야 합니다.”문이 열리고 같은 제복을 입은 직원 네 명이 공손하게 들어왔다. 무겁고 화려한 드레스 자락을 조심스럽게

  • 끝난 사랑의 다음 페이지   제26화

    말을 마치자 동찬의 핸드폰이 연달아 진동했다.친한 지인들이 모인 단톡방이었다.[동찬아, 큰 소식! 최세호가 그렇게 못 잊던 첫사랑 지예라가 돌아왔대!][내가 뭐랬어. 예전에 최세호가 지예라 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을 뻔했잖아.] [지예라가 떠난 뒤에는 여자라면 근처에 오는 것도 싫어하더니, 갑자기 결혼한다고 하면 신부는 뻔하지. 내가 장담하는데 지예라가 맞아.][오히려 잘됐네. 최세호는 몇 년 동안 약점 하나 없이 너를 누르고 최씨 집안에서 영향력도 계속 키웠잖아.] [이제 유일한 약점이 돌아왔으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 정신 바짝 차리고 기회 잡아.]동찬은 화면의 글자를 하나하나 뚫어지게 읽었다. 잔뜩 당겨 놓은 고무줄 같던 긴장감이 툭 끊어지듯 풀렸다.‘지예라였구나.’‘그래. 그 일을 왜 잊고 있었지.’‘최세호처럼 냉정한 사람이 결혼까지 받아들일 상대라면 지예라 말고 누가 있겠어?’‘유희는 역시 지예라 대신 드레스를 입어 본 것뿐이야.’동찬은 자신이 너무 흥분해 엉뚱한 생각까지 했다고 여겼다.길게 숨을 내쉬자 안도한 미소가 얼굴에 떠올랐다.비서가 옆에서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대표님, 그럼 조사 건은...”“됐어.” 동찬이 손을 내저었다. 목소리도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오해한 거야. 더 알아볼 필요 없어.”혜미는 갑자기 편안해진 동찬을 보자, 속에서 질투가 더 짙어지는 것을 느꼈다.아이까지 낳았는데도 동찬은 여전히 유희에게 이렇게 흔들렸다. 이대로 두면 아들까지 동찬을 붙잡아 두지 못할 것 같았다.혜미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를 대고 다시 김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자기 문제를 치워 줄 사람은 김민뿐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번에도 들려온 것은 전원이 꺼져 있다는 기계적인 안내음이었다.“젠장.”혜미는 낮게 욕하며 손바닥에 손톱이 박히도록 주먹을 쥐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독사처럼 마음을 휘감았다....결혼식 당일.리안호텔 신부 대기실.커다란 통유리를 지난 햇빛이 방 안을 따뜻하고 환하게 채웠다.유희

  • 끝난 사랑의 다음 페이지   제25화

    “너... 어떻게 내 다친 팔을...” 동찬의 목소리가 떨렸다.유희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거리를 만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내가 최세호와 결혼한다는 걸 못 믿겠어? 그럼 직접 물어봐.”동찬의 팔은 여전히 뼛속까지 쑤셨고 피가 손등을 타고 흘렀다.눈앞의 유희는 동찬이 알던 사람과 너무 달라져 있었다. 혼란과 상처가 뒤엉킨 채 동찬이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네가 대체 왜 이렇게 변했어? 형수가 내 아이 하나 낳아 준 게 전부잖아. 왜 끝도 없이 일을 키우는 거야? 언제까지 이럴 생각이야?”자기 말만 옳다고 믿는 동찬을 보고 있으니 유희는 지긋지긋했다.세호 쪽을 바라보니 통화가 끝난 듯 핸드폰을 내리고 있었다.‘잘됐네.’세호가 직접 말해 준다면 동찬도 더는 자기 멋대로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확실히 끝낼 수 있었다.따르릉-그때 동찬의 전화가 다급하게 울렸다.화면도 보지 않고 끊었지만 벨소리가 다시 이어졌다.동찬은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뭔데?”혜미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기가 이상해요. 설사하고 토하고 열이 41도까지 올랐어요! 왜 병원에 없는 거예요? 빨리 와요!]혜미의 목소리는 다급하게 떨리고 있었다.“지금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동찬은 습관처럼 유희에게 손을 뻗었다. “너도 일단 나랑 병원 가.”유희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한 번만 더 나한테 손을 대면, 이번에는 그 팔 진짜 다시 부러뜨려 줄 테니까.”동찬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깁스 안쪽의 통증이 유희가 빈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 줬다.동찬은 상처받았다는 표정으로 유희를 바라보다 결국 이를 악물었다.“유희야, 너 정말 너무 제멋대로야.”그 말을 남기고 동찬은 망설이지 않고 돌아섰다. 병원으로 가기 위해 빠르게 매장을 떠났다.유희는 다급하게 멀어지는 동찬의 뒷모습을 보며 싸늘하게 웃었다.바로 전까지 세호가 자신에게 화풀이할까 걱정된다고 떠들더니, 아이에게 일이 생겼다는 말 한마디에 유희는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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