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화

Penulis: 마음봄
혜원은 멀어지는 하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억지로 불만을 삼켰다.

어금니를 살짝 깨문 뒤 승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형부, 언니가 나랑 옷 가지고 다툰 건 괜찮아. 나는 그냥 언니가 형부랑 지연이한테 저러는 게 마음 아파.”

혜원은 눈을 내리깔았다.

“오늘 언니는 사람들 앞에서 형부 체면도 하나도 생각하지 않았잖아. 형부 돈을 쓰면서 그렇게까지 하고...”

말을 다 잇기 힘들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승호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표정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시선은 하유가 사라진 엘리베이터 쪽에 머물러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혜원은 그 모습을 보자 마음이 불편해졌다. 곧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리면서 지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쪼그려 앉으면서 지연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지연아, 울지 마. 이모가 집에 가서 맛있는 거 해 줄까? 닭강정이랑 감자튀김, 지연이 좋아하는 콜라도.”

지연의 눈이 바로 반짝였다. 울음을 그치고 활짝 웃었다.

“진짜? 나 지금 먹을래!”

지연은 혜원의 손을 덥석 잡고 승호의 소매도 끌었다.

“아빠, 빨리 집에 가자! 나 맛있는 거 먹을래!”

승호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번 배 아팠던 거 벌써 잊었어?”

지연의 웃음이 그대로 굳어졌다. 목을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 채 더는 말하지 못했다.

혜원은 바로 말을 바꿨다. 아이를 달래듯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이모가 소고기야채죽 끓여 줄게. 잘게 다진 채소도 넣고 고기도 부드럽게 익혀서. 지연이도 분명 좋아할 거야.”

승호는 시계를 한 번 봤다.

“시간이 늦었어. 너는 먼저 들어가.”

혜원은 멈칫했다. 표정이 무너지려는 걸 가까스로 감추고 지연을 내려다봤다.

지연은 혜원의 손을 놓지 않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승호가 무심하게 시선을 보내자 지연은 마지못해 손을 놓았다.

“이모, 잘 가.”

혜원은 멀어지는 부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꽉 쥐었다. 눈에는 억눌린 증오가 번졌다.

‘별빛 나라는 반드시 내 거야.’

‘그 자리도 반드시 내가 차지할 거야.’

‘절대 포기 안 해.’

...

한편, 하유는 현주와 팔짱을 낀 채 매장을 나왔다.

하유가 입술을 다문 뒤 물었다.

“CCTV 영상 건은 쇼핑몰 쪽에 얘기해 뒀어?”

현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의 가방끈을 정리했다.

“응. 방금 있었던 장면 전부 따로 빼서 내 메일로 보내 달라고 했어.”

하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고마워.”

현주는 손을 휘저었다.

“뭘 이런 걸로 고마워해. 이렇게 해야지. 너 이제야 정신 제대로 차렸네.”

두 사람은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하유가 결혼한 뒤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일이 생기면 현주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그래서 현주도 하유가 이혼을 준비 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현주는 하유의 손등을 토닥였다. 속상해하면서도 통쾌하다는 말투였다.

“우승호가 네 앞에서 다른 여자 드레스에 10억 원을 쓰는데, 뒤에서는 얼마나 더 퍼줬겠어. 전부 찾아내. 부부 공동재산에서 나간 돈이면 나중에 다 증거가 될 수 있어.”

하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주는 그런 하유를 보다가 다시 욕을 한마디 했다.

“우승호도 답이 없고 혜원도 답이 없어. 집안 전체가 왜 저 모양이야? 너 6년이나 참았으면 충분히 참은 거야.”

하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릴 뿐 반박하지 않았다.

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현주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밥 먹으러 가자.”

곧 전화를 걸어 간단히 말했다.

“룸 하나 잡아 줘. 두 명. 응, 지금 갈게.”

...

20분 뒤 차는 강림시에서 손꼽히는 고급 호텔 앞에 멈췄다.

1층 로비는 대기 중인 손님들로 가득했고, 말소리가 뒤섞여서 시끄러웠다.

현주는 하유를 데리고 로비를 지나서 VIP 전용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한 손님이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저 사람들은 왜 줄 안 서요?”

직원이 웃으며 설명했다.

“저분은 저희 호텔 VVIP 고객이십니다. 최상층의 전용 룸을 장기 계약해 두셨어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음도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두 사람은 룸에 도착했다.

통유리창 밖에는 도시의 불빛이 화려하게 이어져 있었다.

직원들이 곧 음식을 내왔다.

담백하게 찐 생선과 간장 양념 새우, 하유가 좋아하는 연근전까지 정갈하게 차려졌다.

현주는 반찬 하나를 집어서 하유의 그릇에 놓았다.

“먹어. 그런 속 터지는 일은 그만 생각하고.”

하유는 고개를 숙이고 수저를 떴다. 음식 맛은 아주 좋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무거웠다.

현주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물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하유는 잠깐 생각한 뒤 젓가락을 접시 가장자리에 올려놨다.

“우선 주얼리 디자인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벌써 이력서도 넣었어. 공모전이 끝나면 어디든 일할 곳이 생기겠지.”

현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 대회에서 성적을 내면 좋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건 알아. 그런데 네 연구 쪽 꿈은?”

현주의 목소리가 한층 진지해졌다.

“예전에 지도해 주셨던 정우석 교수님 연구팀에서 요즘 연구 조교를 뽑는다는 얘기 들었어.”

젓가락을 든 하유의 손이 멈췄다.

현주는 걱정과 응원이 섞인 눈으로 하유를 바라봤다.

“하유야, 너 정 교수님이 제일 아끼던 제자였잖아. 3년 동안 교수님의 연구팀에 있으면서 데이터 모델링을 혼자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사람도 너 하나였어.”

“다시 연구로 돌아가도 디자이너 못지않게 잘할 수 있어.”

하유는 고개를 숙였다. 목소리가 조금 잠겼다.

“그때 교수님이 추천서까지 써주시면서 해외 연수를 보내 주려고 했는데, 내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현주도 뒤에 이어질 말을 잘 알고 있었다.

하유는 임신한 뒤 결혼했고, 모든 걸 포기했다.

강의실에서 하유의 손을 잡고 도면을 하나씩 고쳐 주던 노교수는 얼마나 실망했을까?

“교수님을 찾아갈 자신이 없어.”

하유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으면서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현주가 손을 뻗어 하유의 어깨를 잡았다.

“하유야, 정 교수님은 그런 분 아니야. 재능 있는 사람을 아끼시는 분이잖아.”

하유는 말이 없었다.

현주가 다시 반찬을 집어 하유의 그릇에 올렸다.

“조금만 더 생각해 봐. 처음부터 거절하지 말고.”

하유는 그릇에 쌓인 음식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볼게.”

두 사람은 이야기를 더 나누면서 식사를 이어 갔다.

아래층에는 여전히 긴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고 곳곳에서 웅성거림이 들렸다.

그때 승호의 여동생 우세진도 친구 소나경의 팔을 끼고 로비로 들어왔다.

줄이 길게 늘어진 걸 보자 세진은 대놓고 짜증을 냈다.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언제까지 기다려. 다른 데 가자.”

나경이 세진을 붙잡았다.

“왜 그래. 강림시에서 여기만큼 비싼 데가 어디 있다고. 줄을 선 사람들도 다 이름깨나 있는 사람들이야. 아무나 와서 기다릴 수 있는 곳도 아니잖아.”

나경은 세진의 귀에 가까이 대고 자랑하듯 말했다.

“들어가면 사진 많이 찍어서 SNS에 올리자. 다들 얼마나 부러워하겠어.”

세진의 눈이 반짝였다.

“그러네. 우리 우씨 집안 사람들은 밥 한 끼도 이런 데서 먹는다는 걸 보여 줘야지.”

턱을 치켜들고 줄 뒤쪽으로 가려던 때, 고개를 들던 세진의 시선이 위층 전용 룸의 통유리창에 닿았다.

분위기 좋은 룸 안에서 하유가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반면 자신은 아래층에서 사람들 틈에 섞여 대기 줄을 서고 있으니, 그 모습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세진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지면서, 나경을 데리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서 전용 룸의 문을 열어젖혔다.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끝내 내 차례가 왔다   제30화

    임정한은 입을 열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문혜령도 침묵했다. 입술만 가볍게 떨렸다.혜원도 무슨 문서인지 궁금해서 가까이 오려고 했다. 하지만 임정한이 바로 서류를 접어 치우면서 내용을 보여주지 않았다.혜원은 물어보려다가 분노한 임정한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그래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하유가 임정한을 제대로 화나게 만들었다.‘진짜 미쳤나 봐. 어떻게 부모한테 저럴 수 있어.’하지만 혜원의 속마음은 달랐다.‘그래. 더 미쳐 봐. 그래야 좋지.’임정한의 목소리가 잠겼다.“그래서 대체 뭘 원하는 거야?”하유가 임정한을 바라봤다.“원하는 거 없어요. 제 양아버지한테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면, 이 자료도 밖으로 나가지 않을 거예요.”“너...”임정한은 손가락으로 하유를 가리켰다. 손이 심하게 떨리고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지만, 한참 동안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다.문혜령도 화가 나 온몸을 떨었다. 입술을 떨며 날카롭게 말했다.“하유야, 너... 너 정말 부모도 모르는 애구나!”하유는 입술을 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 곧바로 돌아서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뒤에서는 임정한이 찻잔을 내던지는 소리와 문혜령의 울음 섞인 날카로운 욕설 소리가 들렸다. 하유는 옷깃을 여미고 계속 걸었다.임정한이 양아버지 문제로 하유를 협박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친가에 처음 돌아온 뒤부터, 임씨 가족은 갖가지 말로 하유를 가스라이팅하면서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려고 했다. 하유가 말을 듣지 않으면 늘 양부모를 건드렸다. 하유도 결국 언젠가는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임정한의 노트북 시스템에 몰래 접속해 계정 기록과 내부 자료를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불법·규정 위반 증거를 찾아 따로 보관해 뒀다.예전에는 그래도 친부모라는 생각 때문에 그 증거는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이제는 너무 지쳤다.툭하면 임씨 가족의 협박을 받고, 아무 조건 없이 혜원에게 모든 걸 양보하라는 요구도 더는 견디고 싶지 않았다.하유

  • 끝내 내 차례가 왔다   제29화

    문혜령이 말을 이어 갔다.“혜원이 드레스를 네가 가져갔다며? 혜원이 공모전에서 입으려고 한 옷인데 왜 굳이 동생이랑 싸워? 네 옷장에 옷도 많잖아.”하유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그 드레스는 제 거예요. 혜원이가 제 걸 가져가려고 한 거고요.”혜원의 눈가가 바로 붉어졌다.“언니 말이 맞아... 내가 잘못했어. 내가 오랫동안 언니 자리에서 살았으니까 언니가 날 싫어하는 것도 당연해...”말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문혜령은 마음이 아픈 듯 혜원을 품에 안고 하유를 노려봤다.“혜원이 뭘 잘못했는데? 그동안 이 아이가 우리 곁에 있어 줬으니까 우리가 버틴 거야!”하유는 가만히 선 채 손가락을 하나씩 움켜쥐었다.수없이 들었던 말이었다. 그런데 들을 때마다 가슴은 여전히 아팠다.하유가 문혜령을 바라봤다.“그래서 저는 언제나 다 양보해야 해요? 예전에는 아버지랑 엄마를 양보했고, 지금은 제 딸까지 그랬어요.” “맛있는 것, 좋은 물건, 집에서 저한테 준 차도 혜원이 한마디 하면 다 가져갔잖아요. 아직도 부족해요?”“그게 무슨 말버릇이야?”임정한이 식탁을 세게 쳤다.“네가 언니니까 동생한테 양보하는 게 당연하지. 드레스 한 벌 가지고 왜 이렇게 속이 좁아?”하유는 생물학적으로 자신의 아버지인 남자를 바라봤다. 마음에 남아 있던 마지막 온기마저 식어 갔다.“그 드레스는 저한테도 중요해요.”하유는 한마디씩 분명하게 말했다.“저도 참가할 공모전이 있어요. 그 옷은 양보하지 않을 거예요.”“너...”임정한이 화가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유야, 이제 정말 제멋대로 하겠다는 거냐?”문혜령도 표정을 굳혔다.“너 예전에는 안 이랬잖아. 왜 이렇게 철이 없어졌니?”하유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도 이 집에서는 하유가 틀린 사람이 될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임정한은 하유가 말없이 서 있는 모습에 더 화가 났다.“이렇게 말도 안 들을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널 찾지 말 걸 그랬다! 네 양아버지가 대체 너를 어떻게 키운 거야?”

  • 끝내 내 차례가 왔다   제28화

    하지만 하유는 정말 예전 같은 삶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승호도, 지연도 더는 붙잡지 않기로 했다.승호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물었다.“네가 지금 무슨 말 하는지 알아?”“알아. 아이는 당신이 맡아. 잘 키워.”하유는 망설이지 않았다.승호의 목소리가 더 차가워졌다.“심하유, 나한테는 밀당 안 통해.”하유는 작게 웃었다.‘이 사람은 정말 자기 중심적이네.’하유가 말했다.“그런 거 아니야. 재산 조건 다시 정리하고 아이 양육권은 당신이 갖는 걸로 작성해. 다 만들면 나한테 보내.”말을 마친 하유는 택시 문을 열고 올라탔다.승호는 멀어지는 차를 계속 바라봤다. 눈빛이 싸늘하게 굳었지만 표정은 쉽게 읽을 수가 없었다.하유는 뒷좌석에 앉은 채 반쯤 열린 창문 밖을 바라봤다. 가로등이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오늘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차례로 되풀이됐다.숨을 깊게 쉬었지만 가슴은 답답했다.그때 핸드폰이 울렸다.하유가 화면을 내려다봤다.임정한.이름 세 글자를 잠시 바라보다 받지 않았다.친가에 돌아간 뒤부터 그 집에 갈 때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갈 때마다 누군가의 편을 가르는 싸움이 벌어졌다.혜원은 언제나 모든 사람이 하유를 나쁜 사람으로 보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고, 친부모는 늘 혜원 편이었다.전화가 끊겼다가 다시 울렸다.하유는 숨을 고르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유야, 어디니? 오늘 저녁 집에 와서 밥 먹자.]친모 문혜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말투는 다소 무심했다.“엄마, 요 며칠 일이 좀 있어요. 다음에 갈게요.”하유는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 너머로 친부 임정한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렸다.[집보다 중요한 일이 뭐가 있어? 밥 한 끼 먹을 시간도 없다는 거야?]하유는 숨을 고르면서 말했다.“정말 시간이 없어서...”[네 양아버지 직장 말이야. 내가 거기 윗사람하고 좀 친하거든.]임정한이 하유의 말을 끊었다. 느긋한 말투였다.[요즘 내부 승진 심사를 한다던데. 네 양아버지도 이제

  • 끝내 내 차례가 왔다   제27화

    지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한참 생각하더니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엄마 둘 다 있으면 안 돼? 혜원 엄마는 나랑 놀아 주고, 엄마는 맛있는 거 해주면 되잖아. 그게 왜 안 돼?”하유의 가슴이 깊게 베이는 듯 아팠다.아이답고 솔직한 말이었지만 그 말은 오히려 하유의 마음을 더 차갑게 만들었다.열 달 동안 품어 낳은 딸을 바라보며 하유는 살짝 웃었다.“사람이 원하는 걸 전부 가질 수는 없어. 엄마도 하나뿐이야. 너도 하나만 골라야 해.”지연은 멍하니 서 있었다. 눈가가 천천히 붉어졌다.하유의 눈을 바라봤지만 무서울 만큼 차분했다. 예전처럼 자신만 바라보는 온기가 보이지 않자 지연은 겁이 났다.입을 열고 ‘엄마를 고를래’라고 하려 했다.하지만 말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혜원은 사탕을 사 줬다. 밤늦게까지 애니메이션도 같이 봐 줬고 맛있는 곳에도 데려갔다. 그리고 지연에게 잔소리하지도 않았다.반면 하유는... 사탕도 못 먹게 하고, 애니메이션 보는 시간도 정해 놓고, 이것저것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았다.‘엄마는 너무 귀찮게 해.’지연은 고개를 숙이고 대답하지 않았다.하유는 잠시 기다리다가 몸을 돌렸다.“알았어.”더는 딸을 보지 않고 계단을 한 걸음씩 내려갔다.지연은 제자리에 서서 점점 멀어지는 엄마의 등을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표정이 일그러졌다. 엄마를 부르고 싶었지만 목이 막힌 듯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손을 들었다가 다시 내렸다.‘엄마는 다시 오겠지?’예전에는 지연이 아무리 떼를 써도 엄마가 늘 돌아왔다.‘이번에도 분명 돌아올 거야.’지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코를 훌쩍였다. 몸을 돌려 할머니 방으로 뛰어갔다....하유가 막 택시를 잡았을 때 뒤에서 승호가 따라왔다.“심하유, 아직 서명 안 했어.”평소와 다름없이 차가운 목소리였다.하유의 마음도 차갑게 굳었다. 가장 가까워야 할 두 사람 중 딸은 다른 여자를 엄마로 삼고 싶어 했고, 남편은 첫사랑을 위해 자신과 이혼하려고 했다.‘됐어. 나

  • 끝내 내 차례가 왔다   제26화

    하유는 잠깐 망설였지만 곧 다가가서 침대 옆에 앉았다.채화경은 안쓰러운 눈으로 하유를 바라봤다.“많이 힘들었지?”하유가 고개를 저었다.“할머니, 저 괜찮아요.”“뭐가 괜찮아.”채화경은 손을 뻗어 하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목소리가 조금 잠겨 있었다.“네가 우리 집에 들어온 지 6년이야. 이 늙은이가 다 봤어. 넌 좋은 아이야. 잘못한 건 우리 우씨 집안이야.”하유의 눈가가 따끔해졌다. 눈을 내리깔고 감정을 눌렀다.“그 못난 녀석.”채화경은 승호 이야기를 꺼내며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내 손자니까 성격을 내가 잘 알지. 본성은 나쁜 놈이 아닌데 사람 보는 눈이 없어. 누가 진심으로 잘해 주는지는 못 보고, 문제 일으키는 사람을 또 그렇게 감싸.”하유는 입술을 다물었다.채화경은 한숨을 쉬고 하유의 손을 잡아 토닥였다.“네가 이혼하고 싶다면 할머니는 네 편이야.”하유가 고개를 들었다. 예상하지 못한 말에 눈에 놀라움이 어렸다.채화경은 진지한 눈으로 하유를 바라봤다.“승호는 네 인생을 다 걸 만큼 좋은 남자가 아니야. 우씨 집안을 떠난 뒤에는 네 삶을 살아. 할머니는 네가 앞으로 조금이라도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하유의 코끝이 시큰해졌다.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6년 동안 시어머니에게 모욕을 당하고, 시누이에게 무시당했다. 남편에게 외면받고, 딸에게까지 싫다는 말을 들어도 절대 울지 않았다.그런데 채화경의 몇 마디에 6년 동안 마음 안에 쌓아 둔 벽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할머니, 감사합니다.”채화경이 하유의 손등을 두드렸다.“고맙기는. 내가 너한테 고마워해야지. 내 목숨을 네가 살렸잖니.”하유가 고개를 저었다.“당연히 할 일이었어요.”“세상에 당연한 건 없어.”채화경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넌 내 목숨을 살려줬는데 나는 널 제대로 지켜 주지 못했어. 할머니가 미안하다.”하유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손으로 얼굴을 닦고 숨을 고른 뒤 일어났다.“할머니, 푹 쉬세요. 저는 먼저 갈게요.”채화경은 고개를

  • 끝내 내 차례가 왔다   제25화

    하유는 입술을 다물었다.“할머니, 이 일은...”“알아.”채화경이 하유의 손등을 토닥이며 말을 끊었다.“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채화경은 숨을 한 번 고르고 몸을 바로 세웠다.“김 집사.”오래 일한 김숙이 밖에서 들어왔다.“장미란 급여 정산해 주고 오늘 안으로 내보내.”무릎 꿇고 있던 장미란이 급히 머리를 숙였다.“회장님,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제발 내쫓지 말아 주세요.”채화경은 손을 들고 그만하라는 뜻을 보였다.김숙은 장미란을 일으켜 거의 끌다시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울음소리는 점점 멀어졌다.채화경의 시선이 다시 엄정숙에게 향했다.“승호 에미야.”엄정숙의 얼굴이 하얘졌다. 억지로 웃었다.“어머님, 지금은 쉬세요. 말씀하지 마시고...”“내일부터.”채화경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말 하나하나에 힘이 있었다.“회사에 이름만 걸어 두고 있는 자리, 전부 정리해.”엄정숙의 웃음이 굳었다.“어머님! 저도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했어요. 공이 없더라도 고생한 건 있잖아요.”“무슨 고생을 했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겠지. 내가 자료까지 꺼내 보여줘야 하니?”채화경이 감정 없는 눈으로 바라보자 엄정숙은 더 말하지 못했다.“세진아.”세진이 몸을 움찔했다.“할머니...”“지금부터 내년 오늘까지 용돈은 전부 끊는다.”세진의 눈이 커졌다. 입을 벌리고 항의하려다가 채화경의 표정을 보고 억지로 삼켰다.“하나 더.”채화경은 더 엄한 눈으로 세진을 봤다.“네 새언니한테 사과해.”세진의 표정이 굳어졌다.“지금. 바로.”거절할 수 없는 어조였다.세진의 얼굴은 붉어졌다가 하얘졌다. 억울해서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그래도 채화경의 차가운 시선 앞에서는 더 버티지 못했다.한참 뒤에야 하유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이를 악물고 내뱉었다.“미... 안... 해.”목소리는 작고 딱딱했다.사과라기보다는 억지로 굴욕을 참는 태도에 가까웠다.말을 마치자 하유를 매섭게 노려봤다.하유는 눈도 들지 않았다.처음부터 끝까지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