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찬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후회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시후와 누구의 선물보다 더 비싼지 비교해서는 안 되었다. 자신의 허세 때문에 손을 못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살짝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안세진까지 이곳에 있으니, 그는 감히 농담이라고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네 그래요.. 제가 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제가 손을 못 쓰게 되는 건 좀..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냥 제가 선물한 목걸이를 제가 없애 버리겠습니다! 저.. 송 대표님 제가 드린 선물 좀 빌려주십시오.”민정은 이 말을 듣자 안색이 극도로 나빠졌다..! 빌려 달라니..? 목걸이로 뭔가를 하고, 다시 돌려주겠다는 건가..? 그녀는 불편한 표정으로 급히 선물 상자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아.. 뭔가 하시려면 가져가세요. 다시 돌려주진 않으셔도 됩니다.”공은찬은 이때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은 사람들 앞에서 이 목걸이를 삼켜버릴 생각이었다. 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문제를 일으킨 이 목걸이를 자신이 삼켜 없앨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목걸이를 삼킨 뒤에 다시 깨끗이 씻어서 송 대표에게 돌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하자 그는 단번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 미안합니다. 송 대표님, 다음에 제가 더 비싼 걸 골라 선물하겠습니다.”민정은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도련님 마음은 제가 받겠습니다. 하지만 선물은 더 이상 주실 필요가 없어요.”라고 말했다.공은찬은 송민정에게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치고 있을지 알아 차렸기에 답답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시후는 웃으며 "공은찬 씨, 다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뭘 하실 생각인가요? 공은찬 씨가 해주시는 공연을 보고 다들 식사를 하실 생각인 것 같은데.. 어서 해주시죠? 하하하!”라고 그를 재촉했다.어두운 얼굴로 이를 악물고 커다란 진주 목걸이를 바라보는 공은찬의 마음은 매우 긴장되기 시작했다. 목걸이를 한 번에는 삼키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아무래
공은찬은 지금 빨리 구토를 하여 이 목걸이를 뱃속에서 꺼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목걸이를 뱉어낼 수만 있다면 굳이 수술을 해서 이것을 꺼내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닌가..?집사는 급히 "도련님, 저를 따라오십시오. 화장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공은찬은 몸을 일으켜 천천히 집사를 따라갔다. 화장실에 도착한 공은찬은 목구멍을 후비며 끊임없이 구역질을 했지만, 목걸이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목걸이 줄이 자신의 목구멍까지 닿는 것은 느낄 수 있었지만, 죽어도 구토는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공은찬은 여러 번 구토를 시도했지만, 매번 얼굴이 빨개지고 검붉게 변하기만 했다. 결국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식도와 위장 전체가 너무나도 아파 죽을 지경이었고, 이제는 구토를 계속 재촉할 기운도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이 방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목걸이를 토하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은찬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그는 심지어 혹시라도 자신의 장을 막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그룹의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통화 연결이 되자마자 상대방에게 물었다. "박 선생님, 제가 조금 전에 진주로 된 목걸이를 삼켰는데, 구토를 해도 이게 나오지가 않아요.. 만약 장에 들어갔다면, 제가 죽지는 않겠죠..?”"도련님, 목걸이 크기가 얼마나 되나요?”"음.. 달걀 보다는 작은데, 메추리알 보다는 좀 커요.”"뾰족한 곳은 없고요?""그런 건 없습니다.”"하루 정도 자연 배설이 될지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고요, 장 운동을 촉진하고 배설을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됩니다.”"그런데 말이죠, 배설이 안 되면 어떡하죠?”"24시간 안에 배설이 안 되면 좀 지켜봐야 합니다.. 배설이 안 되면 장폐색이 생길 수 있거든요.. 아니면 도련님은 지금 오셔서 진찰을 받으시죠? 조금이라도 이상을 발견하면, 즉시 수술을 해야 합니다!
이 시각 공은찬을 데려다 준 기사는 잠시 동안의 휴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공은찬의 전화를 받고 나서 급히 서두르고 있었다."오늘 밤 평택으로 다시 돌아가야겠습니다.”하지만 기사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며칠 머물다가 집으로 가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벌써 돌아가려고 하십니까?""일이 있어서 그래요. 준비해주세요.”"네, 도련님,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공은찬이 어두운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올 때 집사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황급히 물었다. "도련님, 어떠십니까?""어떻긴요? 어때 보이세요? 딱 봐도 별로 같지 않으세요?! 당신 상사에게 말하세요. 저는 먼저 평택으로 돌아가겠다고요.”집사가 놀라 물었다. "예??? 도련님, 벌써 돌아가신다고요? 축하 파티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요..?”"뭐가 말도 안 된다는 말입니까???!" 공은찬은 내심 화가 나서 소리쳤다. "아니.. 이번에 이룸 그룹에게 좋은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오늘 저지른 일들을 보면 정말 도를 넘은 것 같아요!?” 공은찬은 분노하며 연회장을 바로 떠나려고 했다.집사는 공은찬이 몹시 분노했음을 알고 급히 연회장으로 돌아가 송 회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송 회장은 공은찬이 떠나겠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쉬움이 얼굴에 스쳤지만 곧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흠.. 공 도련님이 가시겠다고 하니.. 그냥 보내드려요..”송영예는 갑자기 다급해져서, "할아버지, 이번에 처음으로 공심 그룹이 우리와 뭔가 해보려고 사람을 보낸 것 같은데.. 협력은커녕.. 어떻게 그냥 가라고 하실 수 있어요?"라고 따져 물었다."아니 가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억지로 붙잡아 둘 수 있겠냐?""하아....." 송영광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 "할아버지! 늘 멀리까지 내다보시는 분이.. 왜 공은찬 씨가 이번에 여기에 왔겠어요? 아직도 짐작 못하시는 건 아니죠?”송민정은 이 말을 듣자 "오빠~ 어떻게 할아버지께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송민정은 어려
이번에 공은찬이 온 속셈을 송 회장은 대충 알고 있었다. 공은찬은 분명 민정의 미모 때문에 그녀를 갖고 싶은 것이고, 또한 이룸 그룹이 공심 그룹을 따르게 만들고 싶을 것이었다. 만약 예전 같았으면, 그의 모든 목적을 꿰뚫어 보았더라도, 그들의 관심에 무신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가지고 그들이 직접 찾아오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의 많은 기업들은 소위 유명 재벌가들과 조금이라도 교류를 하거나 자제들끼리의 혼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재벌가들은 그들을 무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국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알짜배기 기업들이 많이 있다.특히 LCS 그룹의 경우에는 매우 강력한 배경과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딱히 세계적으로도, 국내에서도 그들의 재산이 얼마 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LCS 그룹이 그들의 정보를 드러내지 않는 한, 세계 부호 순위에 감히 그들의 이름을 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LCS 그룹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LCS 그룹은 관련된 가족들과 직계 가족만 수십 명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들 중 가장 수입이 적은 계열사만 해도 자산이 수십억에 육박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가장 수입이 많으면 자산이 심지어 수백, 수천억에 달한다고 하니, 만약 그들의 재산을 모두 합치면 이 그룹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갑부였다. 그들은 국내 최고의 가문인데, 유럽과 미국에서 2,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재벌가라면, 그들의 재산은 더욱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역시도 LCS 그룹처럼 조용히 자신들의 재산을 불려 나갈 뿐, 부호 순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공심 그룹은 사실 국내에서는 최고 재벌가가 아니고, 서울에도 아직 진출하지 않은 터라, 관심이 필요했다. 그러나 아마 LCS 그룹의 누군가가 오늘 이룸 그룹의 파티에 왔다면 송 회장은 그들과 교류할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진작에
송영예의 마음은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공은찬과 그들의 공심 그룹에게 미움을 살 위험을 무릅쓰고 은시후에게 아부할 줄은 정말 몰랐다. 송영예도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은시후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회춘단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 말해, 할아버지는 공은찬과 공심 그룹이 내민 손을 뿌리쳐 버리고 은시후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데.. 이것은 송 회장이 상대방이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자신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만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은시후가 아니라, 공심 그룹의 손을 잡는 걸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이 일은 송영예의 마음 한구석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송영예는 일단 송 회장이 공심 그룹을 포기한다는 것은.. 바로 이룸 그룹이 더 이상 유명해지거나 규모를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둘째, 송 회장이 시후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데, 만약 시후가 회춘단을 한 알만 더 준다면, 그는 더 오래 살 것이 아닌가..? 만약 송 회장이 계속 죽지 않고 오래오래 산다면.. 자신의 아버지는 언제 그룹을 계승하겠는가? 아버지가 이룸 그룹을 물려받지 못하는데, 자신이 언제 이룸 그룹을 물려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송 회장이 30~40년 더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안 그러면 자신이 완전히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 자신은 올해 서른이 다 되어가고, 아버지는 50대 중반의 나이인데.. 30년 뒤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신다고 해도, 자신의 아버지가 그룹을 물려받을 때면 80대 중반이 되실 것이다. 이 사실은 그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차라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당장이라도 아버지가 이룸 그룹을 물려받으면 자신의 권리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아버지 밑에서 10년 정도 더 버티면, 오히려 자신이 회장이 될 기회가 더 커질 텐데..! 하지만 회춘단이라는 저 약은 정말 극혐이었다. 이것 때
그러자 송 회장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민정이 늘 효성이 지극하고 집안일과 사업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써줬음에 고맙고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중병으로 누워있었던 저였지요.. 모든 의사들이 제가 살 수 있는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민정이는 저를 위해 은 선생님을 모셔 왔습니다.. 그래서 은 선생님은 저를 치료해 주셨고, 저에게 회춘단이라는 엄청난 약을 더 주셨지요.. 그 약으로 인해 저는 다시 20살 이상 젊어지는 진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여기까지 말한 뒤 송 회장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시후에게 절을 했다. "저는 이제 노후를 은 선생님께 감사드리면서 살고, 물론 우리 손녀 민정이에게도 감사하면서 살 생각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민정이의 생일을 맞아 한 가지를 선포하려고 합니다..! 바로 내일부터 우리 민정이 정식으로 이룸 그룹의 회장직을 승계하고, 저 역시 정식으로 은퇴할 거라는 겁니다!”이 말이 일으킨 반향은 엄청났다! 그래서 순식간에 현장 곳곳에서는 웅성대는 소리와 사람들의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 아무도 송 회장이 손녀딸로 하여금 그룹을 계승하게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기업이 젊은 여성에게 회장의 자리를 준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송 회장은 아들이 몇 명 있었는데, 손자 송영예와 그의 장남 송천명이 이미 이룸 그룹의 회장 자리를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송 회장이 앞으로 몇 년 안에 그의 회장 자리를 장남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추측했었다. 하지만 장남뿐만 아니라 장손에게도 자리를 주지 않고 자신의 손녀에게 그룹을 물려 주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사람들이었다. 송천명과 송영예 부자의 분노는 이미 엄청났다!! 그들은 송민정이 이룸 그룹의 주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금 그들은 송 회장에 대한 증오와 송민정에 대한 증오가 가득했다! 송 회장이 이건 너무 한 것이 아닌가..? 수백억의 재산을 모두 송민정에게 맡긴다고??? 20대의 여자 아이가 무슨 근거로
송 회장의 이 말이 나오자, 송민정이 이룸 그룹의 회장직을 계승하는 것에 반대하던 사람들은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자신을 포함한 그들의 자녀는 회장직을 물려받을 기회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왜냐하면 회장의 능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자신들 역시 더 많은 돈을 나눠 가질 수 있을 테니.. 송영예는 여러모로 괜찮지만, 능력을 따지자면 송민정보다 한참 부족하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에 비해 송민정은 어리고 여자임에 불구하고 이룸 그룹의 일이라면 헌신하며 어떤 사업이라도 잘 처리하는 능력자였다. 이룸 그룹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골동품 수입 부서는 그녀의 손에서 번창했고, 대외 무역 역시도 그녀가 맡고 나서부터 번창했다. 결과적으로 실력을 따지면 송민정은 이룸 그룹안의 모든 자식들 심지어 그의 큰 아버지와 삼촌들까지도 능가했다. 그러니 그녀가 이룸 그룹을 계승한다는 말을 듣자, 모두들 솔직하게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퍼져 나갔다. 그리고 이에 동의한 사람들은 바로 자리에 착석했다. 그리고 송민정의 삼촌 몇몇은 아버지가 결정한 일이니 이견이 없다는 말까지 하는 중이었다.송천명과 송영예는 가족들이 순식간에 타협하는 분위기를 보이자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고립감을 느꼈고, 무기력해졌다. 그리고 송 회장의 말은.. 너무 정곡을 찌르는 것이 아닌가? 이게 무슨 뜻이겠는가..? 설마 우리 부자 둘 다 송민정보다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말인가?? 그래서 송천명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아버지!!! 아직도 회장직은 거의 남자가 물려 받잖아요? 지금 민정이에게 회장직을 넘겨준다면 분명 상류층에서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그리고 저렇게 나이 어린 애가 회장이 되면 무슨 위엄이 있겠어요?”"뭐라고..?" 송 회장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오늘 온 손님들 대부분이 상류층 집안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 분들이 나의 결정을 비웃기라도 했다는 말이냐?”"아니요 아버지, 그렇지만 다들 손님으로 오셨는데.. 어떻게 사람들
이렇게 생각하자 송천명은 이미 이를 갈며 살의를 품기 시작했다.송 회장도 대충 큰 아들의 불만을 눈치챈 듯했다. 그래서 그는 시후를 바라보며 공손히 말했다. "은 선생님.. 이 늙은이가 무리한 부탁을 하나 해도 괜찮겠습니까..?”“예, 회장님 말씀하십시오.”"크흠.. 저는 은 선생님께서 우리 이룸 그룹의 두 번째 상속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서 만약 미래에 민정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리고 우리 민정이 자녀가 없는 상태라면, 당신은 이룸 그룹의 회장직을 물려 받게 되는 겁니다.. 만약 은 선생님께서 동의한다면, 이 늙은이가 지금 약속할 수 있어요. 앞으로 이룸 그룹의 순이익 30%는 모두 선생님의 소유가 될 것이며, 영원히 이 계약은 유효할 것입니다..”송 회장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큰 아들 가족이 민정에게 피해를 줄 까봐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위험성 때문에 자신의 계획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송 회장은 이룸 그룹이 앞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면 송민정 대표를 회장으로 만드는 것만큼 좋은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후가 앞으로 민정의 남편이 되어 그룹에 들어오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플랜이었다. 시후가 결혼을 원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저 민정이 그의 아이를 가진다면, 그 아이는 이룸 그룹의 피가 섞인 아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시후가 손녀의 사위가 되기라도 한다면 그는 무궁무진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금전적 이익보다 건강과 수명 연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타입이었다. 그래서 손녀에게 회장직을 물려주려는 건 그의 계획 중 하나일 뿐이다. 가장 최종 목표는 시후를 손녀딸의 남편이 되게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가 가장 바라는 것이었다.시후는 송 회장이 아직도 자신을 손녀의 사윗감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는 송 회장이 이렇게 말한 것은 분명 송민정 대표에게 앞으로 위험이 생길까 봐 민정과 자신을 묶어 그녀의 안전을 지키려는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