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려 민정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후, 시후는 10여 초 정도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다가 돌아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방으로 돌아왔을 때, 유나는 이미 씻고 누워 책을 읽는 중이었다.시후가 돌아오자 유나는 웃으며 "생일 파티는 어땠어요?"라고 물었다. 시후는 싱숭생숭한 듯 말했다. "파티야 뭐.. 나쁘지는 않았죠..?" 유나는 오늘 파티가 송민정 대표의 파티였다는 걸 몰랐는데, 이건 시후가 애초에 그녀가 알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유나는 시후에게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러자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시후를 바라보며 "여보.. 그런데.. 부탁 하나 해도 되나요?"라고 약간 쑥스러운 듯 물었다."남편한테 왜 그렇게 거리를 두면서 물어요? 얼른 말해 봐요. 뭔데요?”"그게.. 제 고등학교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해서요.. 오늘 청첩창을 주러 우리 사무실에 들렀더라고요.. 혹시.. 같이 결혼식에 가줄 수 있나 해서..”"하하하..! 당연하죠!! 남자, 여자??""여자예요..! 고3 때 옆자리에 자주 앉았던 친구라..”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친구의 결혼식이라면 가야죠??”유나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그런데.. 저.. 시후 씨.. 한 가지 더 부탁할 일이 있는데요..”"뭔데요? 말해도 돼요~”"제 고등학교 친구는 팔자가 드세서 그런가.. 그 친구 집안은 어렸을 때부터 남아선호 사상이라 그런가, 여자아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게다가 그 친구의 시댁에서도 그녀를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모양이에요.. 오늘 제가 몰던 BMW를 좀 빌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이번에 웨딩카로 잠시 쓰고 싶다고.. 아마도 BMW를 살 수 없는 형편이라, 이런 차를 웨딩카로 라도 좀 빌려 타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하지만 시후 씨도 알다시피.. 요즘 경기가 안 좋잖아요.. 제 친구는 이런 차를 살 수도 없고.. 그래서 혹시 로이드 그룹이나
같은 시각, 송민정은 이미 차를 몰고 그룹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시후에게 했던 과감한 키스를 떠올리며 여전히 수줍어했다. 사실 송민정은 감정에 충실한 여성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어려서부터 그녀를 따라다니던 남자들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어떤 남자에게도 마음을 움직여 본 적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시후를 알기 전에는 어떤 남성에게도 사랑에 빠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시후를 사랑하게 되자 이렇게 자신의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날뛸 줄은 몰랐다. 그리고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 세간에 알려지면, 한국에서 최고 레벨의 재벌가 막내딸이라는 칭호가 아마도 웃음거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었다. 어쨌든 일반 대중들의 눈에는 자신이 매우 과감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건 자신이 시후에게 키스를 한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민정은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시후에게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를 기다리겠다는 약속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집에 돌아온 민정은 마당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고, 집사가 황급히 앞으로 나가 공손하게 말했다. "아가씨, 차를 여기에 주차하시면 됩니다. 제가 차고에 주차해 드릴게요.”"괜찮아요, 집사님, 제가 할 테니 다른 일 보러 가셔도 됩니다~”집사는 황급히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아가씨!!!? 이제 아가씨께서는 곧 이룸 그룹의 회장님이 되실 분입니다. 이런 일은 저희들에게 맡기셔도 됩니다! 그리고 아가씨!!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송 회장이 자신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에 송민정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 차를 집사에게 맡긴 뒤 가방을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모든 이룸 그룹 가족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송민정의 생일 파티는 끝났지만, 송 회장은 돌아가라는 말을 하지 않았기에 아무도 감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송 회장은 이번에 상석
더 절망적인 것은 바로 송 회장이 병든 몸이었지만 지금은 중년처럼 건강하게 변했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곧 그의 수명이 적어도 10~20년 이상은 남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송민정은 운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송 회장이 그녀를 뒤에서 밀어주고, 최선을 다해 그녀를 위해 힘써 준다면, 몇 년 안에 그녀는 이룸 그룹의 진정한 회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송민정에게 반기를 들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왕들의 권력 다툼처럼 반란을 일으키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새로운 왕이 즉위하기 전이다. 왜냐하면 근간이 흔들릴 때이기 때문이다. 왕위에 즉위하고 난 뒤에 반란군을 제압하는 임금들이 많았는데, 예를 들어 통일신라시대 신문왕은 왕위에 즉위한 뒤 바로 반란군을 제압한 뒤 왕권 강화를 위한 제도 개혁을 실시했던 적이 있었다. 송민정은 이렇게 제도 개혁을 실시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많이 생길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송 회장이 민정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송천명과 송영예는 답답하고 우울했다. 그들은 어르신의 결정을 바꿀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잠시동안 참고 견디며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기회를 엿봐야 했다.민정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한 송 회장은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그래!!! 우리 이룸 그룹의 새로운 회장이 돌아왔구나!!! 민정아, 빨리 와라! 여기 상석에 앉도록 하고!”민정은 송 회장만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룸 그룹 가족들 전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고, 게다가 할아버지가 상석을 비워 놓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래서 민정은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상석은 할아버지께서 앉으셔야죠~ 저는 괜찮아요~!”송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아니.. 나는 이제 회장도 아닌데 어떻게 상석에 앉을 수 있겠어? 그럼 말이 안 되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민정을 상석으로 끌고 와 앉혔고 비로소 큰 소리로 웃으며 소리쳤다. "푸하하하!! 하늘이 우리 그룹을 지켜주고 있다!!
이 시각 밤 늦은 밤 평택. 공은찬이 탄 전용기는 빠른 시간 안에 파주에 도착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그는 목걸이를 삼켰기 때문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는 목걸이가 혹시라도 장 폐색을 일으킬까 봐 두려웠는데, 그렇다면 아무리 유명한 의사라 해도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마침내 무사히 평택에 도착했다. 공심 그룹은 평택에서 자산이 가장 많은 기업이었기 때문에, 이미 개인 전문의와 함께 의료팀을 운영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룹이 소유한 대형 프랜차이즈 병원도 소유하고 있었기에 평택에 도착하자마자, 공은찬을 마중 나온 구급차가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급차에는 병원 부원장과 내과 전문의들이 함께하고 있었는데, 공은찬이 목걸이 하나를 삼켰다는 소식을 듣고 그룹을 비롯한 병원 전문가들은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이물질을 삼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크기가 크고 모양이 복잡한 것을 삼키게 되면, 위험이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목걸이는 사실 단순한 돌멩이와는 달랐다. 보석이 둥글게 다듬어져 있다면 기본적으로 큰 문제는 없지만, 보석을 받치고 있는 받침 금속들과, 진주 목걸이를 한 줄로 이어붙인 금속은 잘못 하면 장을 막히게 만들기 쉽고,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않으면 수술을 할 수밖에 없기에 매우 머리 아픈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구급차에 누워 있던 공은찬은 수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내 표정이 일그러졌다. "혹시.. 수술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한 번도 수술 받은 적이 없는데..”"도련님, 진정하세요.. 일단 공심 병원으로 가셔서 CT를 먼저 찍어 본 뒤에 목걸이가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보고, 아직 장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조금 더 기다려서 배출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지만, 이미 장에 도달했고 배출이 불가능 할 것 같다면, 수술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공은찬은 답답한 마음에 물었다. "정말로.. 수술을 한다면 얼마나 시간이 있어야 처음처럼 나을 수 있겠
공은찬은 의사들의 질문을 듣고 더욱 화가 났다. 그는 또 당시 은시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떠올리며, 즉시 그를 찔러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안세진 그 자식은 자신이 그렇게 체면이 깎이고 있는 와중에 영상까지 찍어서 진주 목걸이를 삼키라고 협박했다... 사실 그 놈의 위협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굳이 이 목걸이를 삼킬 정도의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개자식은 자신을 은시후를 도와주려고 했던 거 아닌가? 그리고 자신이 LCS 그룹에 있다고 해서 천하무적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정말 어이가 없군.. 그러자 공은찬은 화가 나서 의사들에게 소리쳤다. "물어야 하는 게 있고 묻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만약 헛소리를 해댄다면 내가 당신들 다 죽여 버리겠습니다.”의사들은 그저 눈알만 굴리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공심 그룹의 공은찬은 공심 그룹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서열 2위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구급차는 쏜살같이 공심 병원으로 달려갔고,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공은찬을 CT실로 밀어 넣었다. CT를 통해 그들은 공은찬의 복부를 전방위로 촬영했고, 의사들은 그의 뱃속에 있는 진주 목걸이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관건은 목걸이가 이미 장의 휘어진 부분에 걸려 버렸고, 이런 상황이라면 배변으로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진주 목걸이는 생각보다 크기가 커서 장에서 이미 많은 면적이 막혀 있는데 시간이 지나 음식물들이 장으로 들어왔을 때, 장폐색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의사들은 긴 상의 끝에 진주 목걸이를 즉시 수술해서 꺼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공은찬은 CT 결과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그는 이럴 때 절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왕 이렇게 된 거면 빨리 수술을 준비하시죠?”라고 말했다.한 의사가 말했다. "도련님, 회장님하고 대표님 그리고 어머님께서 오고 계십니다. 조금 있으면 도착한
공심 병원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공심 그룹의 세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기회가 날 때마다 공심 그룹 가족에게 최대한 잘 보이기 위해 애썼다. 이 간호사 역시도 같은 족속이었는데, 오늘 공은찬의 눈에 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렇게 좋은 기회라니.. 아마 다른 건 몰라도 공은찬은 절대 자신을 푸대접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운이 좋아서 만약 공은찬의 아이를 임신하기라도 한다면..? 그 아이가 공심 병원이 주인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많은 연예인들이 부자들과 결혼하거나, 결혼 전에 아이를 가져서 결혼하는 건 다들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위치를 더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리기 위한 것 아니겠는가..? 간호사는 이 말을 듣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애교를 부렸다. “아아~ 도련님~ 도련님이 무슨 생각을 하시던 간에.. 저는 도련님만 있으면 돼요~!”공은찬은 이 말을 듣자 갑자기 정욕이 강해졌고, 여자 간호사를 끌어당겨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그 진주 목걸이는 아직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별안간 병실 문이 열렸다..! 깜짝 놀란 공은찬은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다가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부모님을 포함한 공상연 회장, 그리고 할머니께서 문 앞에 서서 자신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공은찬의 할머니는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곧이어 ‘아이고, 아이고!!’ 하는 할머니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공은찬은 황급히 옷을 입고 몸을 감싸며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ㄹ..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왜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이 망나니 같은 놈!" 공은찬의 아버지 공영룡 대표는 욕설을 퍼 부으며 할머니를 부축했다.할머니를 부축할 때, 그녀는 고통스럽게 소리쳤다. "아이고! 나 꼬리뼈를 다친 것 같다! 의사 좀 불러 와라..”공 회장도 이 꼴을 보고 화가 나서 공은찬에게 삿대질을 해댔다.
그 간호사는 몸을 가린 채 억울한 듯 소리쳤다. "도련님!!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하세요? 저는 제 남자친구를 배신하는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에요! 제 남자친구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데요..!”공은찬은 분노하며 소리쳤다. "너!! 남자친구가 있었어?!!”간호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남자친구와 몇 년을 사귄 사이예요.. 원래 올해 결혼할 예정이었는데, 이 일을 밝힌다면 어떻게 결혼을 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 이 일은 제발 비밀로 해주세요..”공은찬은 이를 악물었고, 공영룡 대표는 어두운 얼굴로 간호사에게 말했다. "내가 몇 달치 월급은 주겠어. 하지만, 당장 여기서!!! 그리고 이 병원에서 나가!!”간호사는 자신에게 돈이 주어지자 감격에 겨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밖으로 뛰어나갔다. 조금 뒤, 의사 한 명이 달려와 바닥에 쓰러진 할머니를 진찰하기 시작했다.공 회장과 공 대표는 할머니를 모시고 나갔고, 공은찬의 엄마 권순화만을 공은찬의 병실에 남겨뒀다. 권순화는 화가 난 듯 아들을 바라보며 꾸짖었다. "너는 왜 이렇게 철이 없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야? 어디서 그런 더러운 짓을.. 그것도 병원에서 하고 있어?! 지금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화가 나셨는지 알기나 하니?""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공은찬은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권순화는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니.. 너는 네 할아버지가 혈통을 가장 중시한다는 걸 모르는 멍청이도 아니고.. 너희 공심 그룹의 남자 자식들 중 누가 아무 여자랑 침대에서 굴러먹다가 아이를 임신이라도 시킨다면, 영영 회장님의 용서를 받을 수 없을 거다. 너 셋째 삼촌의 막내 아들이랑 넷째 삼촌의 둘째 아들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고 있잖아!”공은찬은 그들이 밖에서 함부로 여자들을 임신시키는 바람에 공 회장에 의해 한국에서 쫓겨났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 두 사람은 모두 각자 해외에서 살고 있었고, 공심 그룹에 돌아올 자격이 없는 걸로 알고
그러자 공은찬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할머니를 만나보라는 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권순화는 “빨리 못 일어나!? 서둘러라!”라며 아들을 다그쳤다.공은찬은 그제서야 서둘러 옷을 정리하고 일어섰다."그건 그렇고, 이번에 서울에는 왜 간 거야? 그리고 왜 바로 돌아왔어? 게다가 목걸이까지 삼켰다고 들었는데, 내가 이룸 그룹 송민정 대표에게 주라고 한 목걸이니? 대체 무슨 일이야?!”어머니의 질문에 공은찬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어머니.. 진짜.. 말도 마세요.. 이번에 이룸 그룹에 갔다가 은 선생이라고 불리는 병신을 만나는 바람에 내기에서 져서 이 꼴을 당했어요..”권순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은 선생?? 설마 LCS 그룹 사람이야? LCS 그룹은 우리가 건드릴 수 없는 거 잘 알고 있잖아!!”"LCS 그룹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굿 같은 거 하는 무당 같은 새끼였는데.. 이상한 약을 연마할 줄 아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룸 그룹 사람들이 다 미쳐서.. 그 약에 말이에요..”"그럼 이룸 그룹에게 혼사에 대해 말했어? 네 아버지는 네가 이 결혼을 통해서 할아버지께 깊은 인상을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어머니.. 이룸 그룹은 사리분별도 못하고, 송민정 대표는 그 은 선생인가 뭔가를 계속 따라다니고 있어요! 그러니까 분명 둘이 한통속이 아닌지 심각하게 의심해봐야 할 정도라니까요..?!”“말도 안 돼!” 권순화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룸 그룹의 그 아가씨를 내가 뒷조사했는데, 아주 괜찮은 아가씨였어! 그리고 이렇게 많은 아가씨들이 있는데, 모두 그녀를 이길 수 없다고 난 자신할 수 있어. 그리고 어릴 때부터 연애를 하지 않았다고 했어.” 그러자 권순화는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솔직히 말하면, 얼마 전에 사립병원의 건강검진 기록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기록상으로는 아직 처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예?!" 공은찬은 이 말을 듣자마자 눈빛이 사나운 늑대 같아지며 번쩍였다.권순화는 낮은 목소리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