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또 한 중년 남자가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신랑이라는 놈도 참! 대~단하다 대~단해!! 신부 집안을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 애까지 임신시켜 놓고 예물을 한 푼도 안 줘?!! 이거 애 낳으라는 말이야? 아니면 그냥 애를 지우라는 말이야?! 하 참!! 어이가 없네 어이가 없어!!" 뒤이어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자식이랑 그 집안은 누나가 차라리 애를 지우는 걸 더 좋아할 걸요? 바라고 있을 거예요! 왜냐면 우리 누나를 무시하니까요! 늘 우리 누나가 그 집안에 빌붙어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잖아요?!" 그러더니 그는 분노한 듯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것이었다. “누나!!! 제발 정신 좀 차려~!!!! 왜 그런 거지 같은 놈에게 홀려서 결혼을 하겠다는 거야!!! 꼭 그 손 뭐시기인가한테 시집을 가야 해? 그 자식이랑 식구들은 정말 못됐어! 주변에 한 번 물어봐!! 누가 시집을 갈 때 남자가 아무것도 안 해 오냐고!! 아무리 그래도 반 반은 해온다! 아니면 집을 해오던가! 내 절친은 평범한 여자랑 결혼했는데도, 집은 자기가 마련해 왔어! 그리고 차도 샀고!! 그래서 내 친구 와이프는 떵떵거리면서 잘 살아! 그리고 들어보니까, 집을 살 때 그 친구 누나가 돈을 좀 빌려줬대! 그러니까 누나도 돈 좀 있는 사람과 결혼하면 우리 모두에게 좀 좋냐고!!!”"그래! 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들이 다들 부끄럽지 않은 신랑을 찾아야지! 네 동생도 좀 생각해?! 네 남동생은 올해 스물다섯이야! 조만간 여친도 만나고, 결혼 준비도 해야 하는데, 요즘 여자애들은 얼마나 따지냐? 집이 있는지 차는 있는지.. 돈은 얼마나 버는지.. 그러니까 아무것도 없으면 누가 결혼하려고 하겠어?!”이때 한 여자의 억울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전 흥진 씨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고, 전 그와 영원히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지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뭐?!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중년 여자는 비웃었다. "그 개 같은 놈이 널 정말 사랑한다면, 어떻게 너
이때 위층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중년 여자는 매우 화가 난 듯했다. "내가 왜 너 같은 걸 낳았는지 모르겠어!! 내가 널 얼마나 힘들게 돈 벌어서 대학에 보낸 줄 알아?!! 그런데 지금 대학 졸업하고 얼마나 되었다고 결혼 전에 임신이나 하고! 진작에 네가 이렇게 양심 없는 년인 줄 알았으면 네가 태어났을 때 벌써 갖다 버렸다!이윽고 박나래의 울부짖는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난 대학 다닐 때 학자금 대출을 받고 학교에 다니느라, 지금까지도 대출금을 갚고 있다고요! 그리고 사실 고3 졸업할 때 그랬잖아요 나 대학 안 갈 거라고!!! 그런데 대학을 제대로 안 다니면 시집도 못 간다고 엄마가 억지로 날 대학에 보낸 거잖아요. 흑흑.. 그런데 그렇게 억지로 대학에 입학 시키고서는 생활비, 학비 한 번이라도 보태준 적 있어요? 한 푼도 안 주겠다고 협박했잖아요!? 그리고, 졸업하자마자 빨리 결혼하는 것이 좋다면서요!! 그래야 더 가치 있다고요!! 사실 엄마는 날 그냥 방임했던 거예요! 날 제대로 도와준 적이라도 있어요?!!”중년 여인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어이고~ 이런 기집애 좀 보게?!! 널 낳아 준 게 네가 가장 감사해야 할 일이야! 감사할 줄은 모를 망정, 감히 어디서 이렇게 소리를 질러 대?” 그러자 눈물 젖은 나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니라, 시시비비를 따지고 싶을 뿐이에요 엄마! 대학 다닐 때 4년이란 시간 동안 모든 생활비를 제가 알바를 해서 벌었고, 매일 그렇게 돈을 벌면서 수업까지 따라가려고 하니, 몸도 별로 안 좋고, 자주 아프고.. 그런데 또 알바비로 모든 걸 해결할 수가 없었다고요! 그 때 흥진 씨가 날 도와주지 않았다면 대학 졸업은커녕 전 그냥 병에 걸려서 죽었거나 아님 벌써 자살했을 거예요!! 흥진 씨는 저의 집안 사정을 알고 있었지만, 나를 무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러니 난 그가 저와 결혼하기를 원한다면 기꺼이 결혼하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단 한 푼의 예물도 없이도 난 그와 평생 함께
그러더니 은석에게 말했다. "아~ 은석아 이쪽은 내 남편 은시후 씨야.""예? 남편이요? 누나.. 결혼했어요?" 박은석은 놀라워했다.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한 지 몇 년 됐어. 그런데 누나는? 집에 있어?”그러자 얼굴에 붉은 다섯 손가락 자국이 난 한 여성이 다가와 억지로 웃으며 "유나야, 왔구나!"라고 말했다.이 여성은 외모도 청순하고, 몸매도 좋았기에 인기가 많을 것 같은 스타일이었다. 다만 그녀의 표정은 오늘 결혼식을 하는 신부 같지 않게 어둡고 침울했다.그리고 안쪽 방에서는 또 중년 부부 한 쌍이 나왔다. 부부는 대략 50대 후반의 모습으로 보였고, 표정은 매우 냉혹했다. 두 사람은 유나를 보고 아들에게 물었다. "저 두 사람은 누구야? 뭐 하러 왔대?”그러자 나래는 "유나는 제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왔었는데, 아마 까먹으셨을 거예요.”라고 소개했다.유나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 "아저씨, 아주머니, 맞아요~ 그리고 이 분은 제 남편 은시후라고 합니다.”시후는 가족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래의 어머니인 것으로 보이는 중년 부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두 사람이 왜 우리 집에 왔다는 거야?”나래는 "유나에게 식장까지 태워 달라고 부탁했어요."라고 말했다."뭐?!" 나래의 어머니는 이를 악물고 욕을 퍼부었다. "이 기집애가 정말?!! 진짜 그 개자식한테 시집갈 작정이야?!”나래는 고개를 끄덕이며 완강하게 말했다. “결심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마음을 그렇게 쉽게 바꾸는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녀는 유나에게 말했다. "유나야~ 수고 많았지?! 이렇게 먼 길을 일부러 와줘서..”"에이~ 내가 뭘~ 친구가 부르면 언제든 올 수 있지~”나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우리 지금 출발할까?”"좋아!"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잠깐!" 그 때, 사나운 얼굴을 한 나래의 아버지 박창남이 나래의 앞을 가로막으며 차갑게 말
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박창남이 밀대를 들고 유나의 친구를 협박하고 있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비아냥거림과 인신 공격, 욕설까지.. 왜 이런 것들을 자신이 듣고 있어야 하는 건지.. 유나와 자신은 어쨌든 친구를 도우러 온 것이지, 남의 가정사가 궁금해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시간을 끌기 싫어 바로 차를 몰고 결혼식장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상대의 부모와 동생 등 세 식구가 너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아내 유나와 나래를 모두 뒤에 두고 박창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버님, 지금 이렇게 하시는 게 모두 불법이라는 건 알고 계십니까? 자녀가 결혼하는 것에 대해 간섭하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옳지 않습니다. 도덕적으로는 인신공격을 하는 것이고, 딸을 돈 많은 집에 팔아 넘기려고 하는 건 형법에 어긋나겠죠.”박창남은 “넌 또 뭐야?? 우리 집안일이야!!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널 내쫓기 전에 알아서 꺼져! 어디서 젊은 놈이 낄 곳 안 낄 곳 모르고 나대?!!”“하하.. 그럼 제가 오늘은 좀 힘들어서.. 먼저 가겠습니다?!” 시후는 웃으며 유나와 나래에게 말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어서 가죠. 그리고 만약 또 다시 누군가 길을 감히 가로막는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습니다."나래는 사실 지금 마음이 너무 급했다. 조금 더 지체하면 시댁이 준비한 호텔 결혼식에 늦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어머니께서 그나마 좋은 길일이라고 예약해 둔 것인데, 시간에 늦으면 분명 그녀를 더 못마땅해할 것이다! 사실 시어머니가 자신을 못마땅하게 보는 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나래는 더 이상 신랑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싫었다. 시어머니는 늘 자신을 무시하면서 신랑과 자신의 결혼을 필사적으로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남자친구는 계속 스트레스를 받자 나래에게 결혼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쉽게 결혼을 허락
박창남은 온몸의 힘을 다해 막대기를 내리쳤는데, 마치 이 막대가 단단한 강철에 부딪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손에서 격렬한 진동이 전해지는 바람에 너무 아파 자신의 손목을 감싸 쥐고 ‘끄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다시 보니, 밀대가 벌써 두 동강이 난 것이 아닌가..!? 박창남은 너무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딱딱하고 두꺼운 밀대를 부러뜨리고도 아무렇지 않다니..?! 이건 보통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이런 사람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 혹시라도 주먹을 한 방 날리면 자신은 뇌진탕에 걸릴 텐데.. 자신은 돈 없고 힘 없는 늙은이일 뿐.. 다른 사람에게 맞아도 다시 복수할 방법이 있겠는가? 그러자 그는 시후에게 감히 다시 반격할 수 없었다.시후는 그가 감히 다시 공격하지 못하는 걸 보고 유나와 나래에게 "그럼 가시죠!"라고 말했다.박은석은 분노에 찬 얼굴이었지만, 그 역시도 감히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다만 나래의 어머니 황진숙은 바닥에 주저 앉아 억지를 부리며 울부짖었다. "이 양심도 없는!! 내가 너 같은 걸 키웠다니!! 정말 눈이 멀었어! 만약 네가 이렇게 가서 결혼한다면, 나는 그냥 건물에서 뛰어내려 죽어버릴 거다!!”"엄마..!!" 나래는 울면서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제발 이번 한 번만 눈 감아 주세요!! 그리고 2년만 시간을 주세요!! 제가 꼭 돈을 더 벌어서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계약금은 드릴게요! 허락만 하신다면, 꼭 약속을 지킬 거예요!! 만약 승낙하지 않는다면,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아무리 강요해도, 저는 오늘 뱃속의 아이를 위해 반드시 흥진 씨와 결혼할 거예요!"황진숙은 쉰 목소리로 통곡했다. "끄윽!! 끄아아악!! 상관없어, 네 동생은 2년을 기다릴 수 없어!!! 반년 안에는 집을 사야 해! 언제 또 집값이 뛸 지 모르는데 어떻게 그 2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린다는 말이냐!!!? 그럼 네가 각서를 쓰고 가! 그래, 네 동생에게 2억을 주겠다는 것을 말이다! 6개월 안에 다 갚겠다고! 만약 네가 각서를 쓰고
시후와 유나가 나래를 데리고 차로 가까이 왔을 때, 나래는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유나는 계속 옆에서 나래를 위로하고 있었지만, 시후는 눈치껏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부부가 주차한 두 대의 차로 거의 도착했을 때, 슈퍼카를 찍으려고 둘러 싼 사람들을 헤치고 차에 타야만 했다.시후는 먼저 람보르기니를 둘러싼 인파를 분리한 뒤 조수석 문을 열어 나래를 먼저 태웠다.그러자 나래는 차를 바라보며 “유나야.. 이 차.. 뭐야??"라며 놀라워했다.유나는 "남편이 아는 지인에게서 빌린 차야 걱정 마! 아마 너 이 차 두 대를 웨딩카로 쓰면 시댁이 놀라 뒤집어질 걸?”이라고 웃었다.나래는 미안한 듯 "네 BMW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는데.. 친구한테 차까지 빌려서 오고 너무 미안하다..!”라고 말했다.유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야, 나래야~ 우리는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야~ 그런 친구에게 결혼이라는 큰 행사가 있으면 꼭 와야지~ 이런 일에 뭘 그렇게 미안해하냐? 후훗.." 유나는 나래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빨리 차에 타~! 우리 곧 가야 해, 아니면 늦어서 신랑 얼굴도 못 보고 들어갈 걸?”나래는 눈을 붉히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유나야~~”유나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준 후 그녀를 람보르기니에 앉혔다.그런데 이때! 나래의 가족들이 달려와 그들을 보고 급히 차로 달려들었다!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외형의 자동차 앞에서 황진숙은 서둘러 남편에게 소리쳤다. "당신! 앞에 차에 눕고, 난 뒤에 누울게!" 박창남이 고개를 끄덕이자 부부는 차 바퀴 밑에 누워 소리쳤다. 나래의 어머니는 손을 저으며 “너희들!! 오늘 가고 싶으면 우리 둘의 몸을 짓밟고 지나가!!”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박은석은 갑자기 당황하여 눈이 커졌다. 부모님은 슈퍼카를 잘 모르지만, 그는 MZ 세대로 늘 돈을 펑펑 쓰는 환상에 사로 잡혀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한 번에 이 두 슈퍼카의 정체를 알아보았고, 마
"뭐야?!" 황진숙은 이 말을 듣자마자 눈앞이 핑 도는 것 같았다. 100억??? 10억이라도 그녀의 눈에는 이미 엄청난 부자로 보이는데.. 100억이나 되는 돈을 가지고 있다고..? 더군다나 그 사람은 1억, 10억도 아니고 가진 차 두 대가 모두 100억이라고..? 그러자 그녀는 황급히 입을 열어 물었다. "네 말이 사실이야? 이 이상한 차 두 대가 정말 그렇게 비싸다고?”박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끌어당겼다. “제가 왜 거짓말을 치겠어요? 저도 진짜 집 사고 싶어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억지를 부려요...? 조금이라도 잘못해서 저런 돈 많은 사람에게 찍히면 다 죽을 수도 있잖아요!”황진숙은 놀라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급히 땅에서 일어나더니 곧이어 다른 쪽으로 가서 자신의 남편을 끌어당겼다.박창남은 지금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에, 박은석이 그의 귓가에 다시 한 번 속삭이며 이야기했고, 그의 얼굴도 놀라서 새파랗게 질렸다.박은석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시후에게 말했다. "저.. 형님.. 귀찮게 만들었습니다.. 아무튼 저희가 잘못한 건 다 잊고 가세요..”식구들이 눈치껏 비키는 걸 지켜보다가 시후는 그제서야 차갑게 답했다. "됐어, 눈치는 있네.. 그럼 빨리 꺼져, 바쁘니까.”“예 알겠습니다. 어서 비켜드릴게요!”시후는 더 이상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부가티에 타고 시동을 건 뒤 출발했다. 조금 뒤, 휴대폰에 유나가 보낸 카톡이 도착했다. 시후는 문자를 보낸 뒤 차를 몰면서 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후는 드레스는 이화룡이나 안세진은 잘 모
민정이 투자하고 있는 곳은 해외 유명 웨딩드레스를 독점해서 수입하는 회사로, 청담동에 하이앤드 드레스샵을 오픈했다. 드레스샵 이름은 로, 얼마 전 드라마 에서 수지가 인발 드로어의 원피스를 입어 굉장히 핫해진 곳이었다. 인발 드로어(Indal Dror)는 이스라엘에서 출생해서 밀라노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뉴욕에서 데뷔한 디자이너로, 중동지역의 다양한 문양과 감성을 가장 클래식하면서 화려하게 풀어내는 디자이너라고 알려져 있다.보통 해외 명품 드레스는 일반인들이 입기에는 고가 브랜드가 많기 때문에 쉽게 대여 또는 구매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시후는 나래가 집에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것을 보고 친구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길 바라는 아내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송민정 회장이 드레스를 준비해주겠다고 했을 때, 그는 주저하지 않고 승낙했다! 하지만 그는 너무 과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는 민정에게 부탁했다. "아, 회장님 그런데 이건 단지 내 아내의 고등학교 친구라 너무 비싼 드레스는 부담스럽고, 그냥 일반 드레스 중에서 가격대가 좀 있는 그런 거면 괜찮을 것 같아요. 또 하루만 빌리는 거라..”그러자 민정이 말했다. "아닙니다 선생님. 제가 사모님 동창 분에게 준 결혼 선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텐데요.”하지만 시후가 진지하게 다시 한 번 거절했다. "아니에요, 만약 그렇게 준비하시면 너무 부담스러워할 거예요. 제 아내는 그저 친구가 예쁜 웨딩 드레스를 입고 시집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거라서요.” 시후는 비록 LCS 그룹의 도련님이었지만, 그는 지금 여러 해 동안 밑바닥에서 고군분투하며 많은 인간들의 추악함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남을 너무 열심히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일은 완벽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해야 좋은 것들이 있다. 과유불급인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정도 이제 시후의 의도를 알고 "네, 그럼 제가 사람들에게 웨딩 드레스를 하루 대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