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도는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당연히 이토 유키히코의 방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유키히코가 다리를 절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이런 시기에 바로 이렇게 큰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유키히코의 딸은 자신의 딸 소민지와 비슷한 어린 나이이니.. 이런 경우에 바로 결단을 내리고 프로젝트를 다짜고짜 밀어붙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자 소수도는 진지하게 말했다. "이토 유키히코 회장님은 그동안 푹 쉬셔야죠. 맞습니다. 구체적인 협력 사항은 회장님이 퇴원하면 다시 논의하도록 하지요. 그때 다시 찾아 뵙고 협력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면 어떻겠습니까?”그러자 유키히코는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예, 제 몸이 회복되었을 때 대표님이 오시면 저도 꼭 제대로 대접하겠습니다..!”"그럼 그때 잘 부탁드립니다~ 참, 이토 유키히코 회장님.. 하나 더 이야기할 것이 있는데..”“예, 대표님 말씀하세요.""제가 알기로는 LCS 그룹도 우리처럼 국제 해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 예상이 맞다면.. 그 쪽에서도 회장님과 접촉하고 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할 겁니다.” 잠시 멈칫하고, 소수도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하지만 말이죠.. LCS 그룹은 우리보다 훨씬 실력이 뒤쳐져요.. 그러니 이토 유키히코 회장님은 이쪽 일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제안합니다. 일단 회장님은 몸조리하는 것에 전념하시고 회복된 후에 우리 그룹과 전면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이토 유키히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지었다. "예 대표님 말씀이 맞습니다. 솔직히 저도 LCS 그룹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냥 허풍 뿐이더라고요~ 국제 해운 업무는 전혀 전개되지 않았고, 그저 엘에이치 그룹이 하겠다고 하니 필사적으로 따라할 뿐입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 그들은 이 일에 발을 들이면 딱히
소수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소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까요. 도쿄 경찰청과 일본 국토안보부도 이 사실을 깨달아야 할 텐데 말이에요. 어떤 때는 꼭 필요한 수술을 해야 할 경우가 있어요. 암으로 변한 조직이 몸 안에 있으면, 몸 전체를 짓누를 뿐이고.. 그러니 나는 단지 일본에 날아와 도쿄에 정확한 치료를 한 번 해 준 것뿐이죠.”이토 유키히코는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지만, 속으로는 ‘이 소수도 개 같은 자식, 갈수록 뻔뻔하군!’하고 생각했다.소수도는 시계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 아직 몸에 상처가 낫지 않았으니, 더 이상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가져온 이 보양식은 모두 굉장히 좋은 천연 약재와 식재료들입니다. 잘 챙겨 드시면 회복이 빨리 될 겁니다~ 우리는 서로 깊이 협력할 의향이 있으니 몸이 회복되기를 기다리시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예 알겠습니다. 언제나 소통하시죠~”"그래요!" 소수도는 하하 웃으며 인사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유키히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안녕히 가십시오. 배웅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예 회장님 나오지 마시고 푹 쉬시고 몸조리 잘하세요!" 소수도는 급하게 유키히코의 어깨를 두드렸다.그러자 이토 유키히코는 이토 에미에게 말했다. "에미, 대표님을 좀 배웅해드려라.”"네, 오빠!"그러자 소수도는 일어나 유키히코와 악수를 나눈 뒤 이토 에미의 안내를 받으며 병실을 나섰다.때마침, 시후와 이토 나나코도 막 병원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이토 에미는 소수도와 조일명을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데려다 주며 "대표님, 제가 오빠를 돌봐야 하니 모셔다 드리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소수도는 "예, 여사님 빨리 돌아가 이토 유키히코 회장님을 돌봐주세요."라며 웃었다.이토 에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90도로 인사했다.소수도는 손을 흔들며 엘리베이터에 발을 들여놓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소수도는 아무 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소수도가 앞장서서 나왔다.시후는 엘리베이터가 오는 것을 보고, 옆에 있는 이토 나나코를 먼저 들여보내려고 했는데 소수도가 이미 밖을 향해 먼저 걸음을 내디딘 순간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을 나서는 순간, 소수도는 시후와 눈이 마주쳤다. 이 순간, 소수도는 미소를 짓고 있다가 순식간에 얼굴을 찌푸렸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기운 때문에 불안감을 느꼈다. 반면에, 시후는 눈앞에 있는 이 남자를 몰랐지만 상대방의 눈빛에 경계심이 가득하고 의아해하는 것을 보고 상대방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되었다. 맞은편에 서 있는 사내는 나이가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고, 평범한 생김새와 몸매에 옷차림은 화려하고, 미간에서는 약간의 흉악함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한 눈에 봐도 무자비한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두 사람은 서로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시후는 이토 나나코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이 사내에게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나나코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소수도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엘리베이터 쪽을 돌아보았다.그러자 조일명이 물었다. "대표님, 왜 그러십니까?"소수도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상한데.... 방금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놈.. 뭔~가 낯익은 느낌이 들어......""일본에도 지인이 있었습니까?”"아는 사람은 많은데.. 이렇게 젊은 사람은 없었지? 아까 그 녀석이 스물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지 않았어? 우리 지빈이와 비슷한 나이이거나, 지빈이보다 한두 살 위 정도 될 텐데.."조일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과 비슷한 나이인 것 같기는 하던데요..”"모르겠어.." 소수도는 입술을 깨물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알던 친구 녀석과 꽤 비슷한 얼굴이더군..”"친구..요..? 누굽니까?”"혹시.. 은서준 상무라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나?" 소수도는 음산한 표정을 지었다.조일명은 나이가 많지 않은데, 아직 마흔이 안 되었다. 따라서 시후의 아
자신이 한 여자에게 청혼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다른 사람과의 결혼을 기다리고 있다고 대중 앞에서 말하는 수치스러운 일로 인해, 소수도는 아직도 이 치욕스러운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그는 은서준을 뼛속까지 미워하기 시작했다.그 후, 은서준은 곧 결혼을 하게 되었다.그날 밤, 박혜정은 정말 모든 것을 다 잃은 듯 눈물을 흘리며 한 달 동안 방문을 닫은 채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소수도는 매일 꽃을 들고 박혜정의 집을 찾아 만나자고 했고, 39일을 꾸준히 노력하며 장미꽃 39송이로 마침내 박혜정의 마음을 열게 되었다..! 20kg 가까이 살이 빠진 박혜정은 방을 나와 집을 나서며 문밖에 꽃을 들고 있는 소수도에게 한마디를 했다. 그건 바로 그녀가 평생 은서준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결혼할 의향이 있느냐는 말이었다.소수도는 이를 악물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 그 후 박혜정은 소수도와 약혼을 했고, 한 달 뒤 결혼했다! 신혼 시기, 소수도는 밤마다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머리맡에 있는 아내가 꿈속에서 은서준이라는 세 글자를 부를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은 곧 현실이 되었다. 결혼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소수도는 매일 꿈 속에서 흐느끼며 은서준의 이름을 부르는 박혜정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수도는 그 시기 멘탈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큰 아들 소지빈이 태어났다. 박혜정은 그제서야 마침내 은서준에게서 아들에게로 모든 관심을 옮겼다. 그때부터 소수도는 마침내 밤마다 편히 잘 수 있었다. 한밤중에 울어 대는 아들의 울음소리는 심지어 그에게 가장 아름다운 자장가가 되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그는 편히 잠들 수 있었지만, 아내가 은서준의 이름을 중얼거리는 것은 그에게 악몽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난 날의 굴욕을 생각하면 소수도는 비록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분노가 가득히 느껴졌다..! 조일명은 소수도의 표정이 음산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도 시후는 조금 전 만났던 그 사내를 떠올렸다. 그는 자신이 상대방을 알지 못한다고 확신했는데, 왜 그 사람은 자기를 보자마자 적의를 품은 듯 표정이 일그러졌을까..? 시후는 상대도 은둔 고수가 아닐까 싶었는데, 아마도 자신이 가진 특별함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했다. 왜냐하면 그 사내는 강한 분위기가 안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의 실력으로 봤을 때 평범한 사람일 것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잠시 뒤 생각을 접어두고 엘리베이터를 나와 나나코와 함께 이토 유키히코가 있는 병실로 갔다.이때 유키히코는 병상에서 욕을 해대고 있었다. 그는 이토 에미에게 소리쳤다. "저 소수도 자식은 입만 살아서 능글맞은 개 같은 놈이야! 저런 놈과 있으면 있을수록 내 몸이 불편해! 어휴!!”이토 에미도 고개를 끄덕였다. "소수도는 확실히 음흉한 분위기가 있었어. 그리고 다정하게 웃을수록 등골이 서늘하더라고? 특히 그가 마츠모토 가족에게 한 짓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온몸이 오싹해져~”막 들어온 시후는 이 말을 듣자마자 큰소리를 치며 물었다. "방금 그 남자가 엘에이치 그룹의 소수도라고요?”이토 유키히코와 이토 에미 둘 다 깜짝 놀랐고, 두 사람은 그제야 시후와 나나코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그러자 유키히코는 물었다. "선생님도 소수도 대표를 아십니까?”시후는 얼굴을 찡그리며 목소리까지 차가워졌다.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온 그 남자가, 바로 소수도라고?!?!"이토 에미는 "엘리베이터에서 누구를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소수도 대표가 방금 떠난 것은 맞아요."라고 말했다.시후는 그 말을 듣고 즉시 몸을 돌려 병실을 뛰쳐나갔다. ‘소수도! 당시 반 LCS 연맹의 리더!!!!’ 시후는 이 생각을 하자 온몸에 한이 솟구쳤다. 그는 지금 당장 그를 쫓아가서 대낮에 소수도의 경호원을 죽여서라도 그 개자식을 잡아서 왜 자기 부모를 겨냥했는지 묻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에게도 이런 비참한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것은.. 그가 아무리 대단한 능력이 있다고 해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음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시후는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소수도..! 다시 한번 너와 마주할 기회가 생긴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시후가 병실로 돌아왔을 때, 이토 유키히코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선생님, 소수도 대표와 아는 사이입니까? 아니면 무슨 인연이 있나요?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신 거죠?”이토 에미와 이토 나나코 역시도 모두 시후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시후는 이를 보고 자조하며 억울한 듯 말했다. "잊지는 않으셨죠? 제가 무의식 중에 그의 아들, 딸을 구했는데 이렇게 돈이 많으니, 이치대로 따지면.. 어떻게 해서든 나에게 1억 달러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돈 도 못 받고 이렇게 도망치게 하다니.."유키히코는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그는 시후의 말을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왜냐하면 시후는 그의 눈에 굉장히 뛰어났지만, 돈에 대해서는 굉장히 탐욕스러웠기 때문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뻔뻔하거나 심지어 악의적으로 돈을 강탈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가 소지빈과 소민지를 구했는데, 그의 성격상 돈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면 정말 시후가 아닐 것이다.나나코도 이 말을 듣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시후 군, 너무 돈을 밝히는 거 아니에요? 방금 소수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마치 아버지를 죽인 원수처럼 행동했는데.. 알고 보니 돈을 받으러 간 거였어요??”시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젠장, 아쉽게도 도망치게 했지만 별거 아니에요.. 앞으로 언젠가 볼 기회가 있을 테니 이 빚은 갚을 수밖에 없겠죠. 초파리처럼 피하더라도 몇 번 피할 수 없을 거예요.”나나코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이토 유키히코에게 말했다. "아버지, 오늘 식사를 챙겨 왔어요. 하나는 아버지께 다른 하나는 다나카 코이치 씨에게 주려고요. 그를 보러 가도 될까요?"
나나코의 말에 시후는 빙긋 웃기만 할 뿐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나나코는 다나카 코이치와 잠시 잡담을 나눈 뒤 "다나카 코이치 씨, 시후 군이 오늘 밤 한국으로 돌아가니 같이 가서 선물들을 좀 사야겠어요. 그럼 이만 실례할 게요~ 저녁에 다시 찾아뵙죠."라고 말하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다나카 코이치는 다급하게 말했다. "아가씨, 선생님하고 일 보세요. 저를 신경 안 쓰셔도 되고 일부러 찾아올 필요도 없습니다.”“괜찮아요,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다나카 코이치는 감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시후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선생님, 오늘 밤 귀국하실 때 제가 모시러 갈 수 없으니, 조심히 가십시오!""네,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다시 뵙겠습니다.”"네, 선생님 기회가 되면 다시 뵙겠습니다.”다나카 코이치의 병실을 떠나자, 나나코는 시후와 함께 도쿄 번화가로 향했다. 일본에 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시후는 쇼핑을 나온 것은 이번에 처음이었다. 지난 번에 아내 유나에게 에르메스 세트를 사줬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방류와 같은 사치품은 제외하고 다른 걸 사주고 싶었던 시후는 보석 코너를 둘러보다 티파니의 하트 다이아몬드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 다이아몬드 반지의 다이아몬드는 순중량이 3캐럿으로, 순도가 매우 높아 그리 크지 않지만 매우 정교하고 하트 모양도 매우 예뻐서 한눈에 봐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결혼 후 시후는 지금까지 유나에게 결혼 반지를 선물하지 않았던 것을 떠올렸고, 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유나에게 주고 싶었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이 반지의 가격은 1000만 원 정도로 비싸지 않았다. 그래서 시후는 이 반지를 사려고 했다.옆에 있던 나나코는 부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시후 군은 이 반지를 부인께 선물하려는 거죠..?”"맞아요. 나와 결혼한 지 꽤 되었지만 그녀에게 반지를 선물한 적이 없어서요.”나나코는 감탄하며 "시후 군이 부인께 정말 잘해주셨구나.."라고
반지가 약지의 손가락을 통과하여 그녀의 손에 끼어진 순간, 나나코의 두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숙여 시후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시후를 매우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녀는 시후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시후가 이번에 일본에 와서 교토까지 자신을 보러 온 이유는 결코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동정하고 자신을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시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서로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이어서 생긴 공감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감이라는 것이 뭘까..? 그건 바로 처지를 바꾸어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마음을 비울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레이서가 다른 레이서가 교통사고를 당해 경기장에서 중상을 입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것을 본다면, 그는 부상자에 대한 공감대가 보통 사람보다 더 크고 깊을 것이다. 같은 이치로, 만약 병사가 자신의 전우나 다른 병사가 전투에서 다치고 장애를 입은 것을 보면 마음으로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나코가 경기 중에 중상을 입어 경기장에서 곧바로 구급차에 실려 갈 때, 그는 엄청난 동정심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을 치료할 수 있으니 이번에 일본에 와서 짬을 내 교토에 온 것이고, 자신을 구하고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준 것이다. 그래서 나나코는 시후가 자신에게 잘해주지만, 대부분은 공감에서 비롯된 동정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사랑에 푹 빠진 여성은 상대방의 동정을 싫어할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사랑 말고 다른 어떤 감정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지금 이 순간 시후는 나나코의 표정을 볼 수 없었고, 그의 관심은 온통 그녀의 손가락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는 나나코의 손에 끼어져 있는 반지가 조금 큰 것을 보고 그것을 살짝 빼내어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크기를 조금만 줄여주세요.”"네, 고객님." 직원은 반지를 받고 크기를 조정하기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