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장의 태도가 갑자기 180도 달라져 송민정은 너무나 놀라 턱이 땅에 떨어질 지경이었다! 비록 속으로는 조금 전 이 부장의 처사에 화가 나긴 했지만, 지금은 기쁨의 환호를 지를 지경이었다.하지만 그녀는 휴대폰을 붙잡고 “그렇다면..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약속 장소와 시간을 픽스해서 협약식을 가지시죠..?” 그러자 이 부장은 “좋습니다! 계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법이니까요?! 그러면 송 대표를 직접 만나러 가겠습니다.”송민정은 전화를 끊고 은시후에 대해 거의 숭배에 가까운 눈빛을 보냈다.조금 전 받은 전화 두 통을 통한다면 은시후의 능력을 알 수 있었다. 조금 전 그 사기꾼 대학 대사가 자신의 방에 있던 유일한 식물을 버리고 돌을 올려두자, 화한 그룹에서는 즉시 전화를 걸어 협력을 거절했다. 하지만 은 선생이 나쁜 풍수를 바로잡자마자 바로 전화를 걸어 이룸 그룹의 재물운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송민정이 은시후의 실력에 감탄하는 사이 또 다른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이룸 그룹 송 대표님이신지요..?” “네.. 맞습니다. 혹시, 누구세요?” 상대방은 “송 대표님, 저는 압구정 에르메스 점장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 주에 저희 가게에 들르셔서 옷과 액세서리들을 착용 해보셨는데 혹시 기억나세요?” “아..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그게.. 저희가 조금 전 의상실 한 구석에서 목걸이를 하나 발견했는데, 대표님 이름이 새겨져 있어서요.. 혹시 대표님께서 가게에 두고 가신 게 아닌가 해서 확인 차 연락 드렸습니다!” 송민정은 혹시 “팔찌가 지금 어디 있어요? 점장님이 가지고 계신가요?” “네, 저희 가게에 있습니다!” “그럼 곧 찾으러 갈게요!” 전화를 끊고, 송민정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은시후를 바라보며 감격스러워했다. “선생님.. 저희 어머니가 남겨 주신 유일한 유품인 목걸이를 찾았다고 해요!! 정말 정말 정말 고마워서 이를
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당신 말을 기억하고 있겠어. 나중에 내가 당신에게 맡길 일이 있을지도 몰라요?!”라며 웃었다. 이화룡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대학 대사는 시후의 앞에서 엎드려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 “형님.. 제가 앞으로는 절대 이런 짓을 안 하겠습니다.. 살려 주이소..” 이화룡은 그를 차갑게 비웃었다. “이 사기꾼아, 조만간 내 아우들이 올 건데... 아마 네 놈에게 잘 해줄 거야! 하하하!”은시후는 “어떻게 처치할 생각이죠?”라고 속삭였다. 이화룡은 “다져서 그냥 물고기 밥을 만들어 버릴 거예요! 제 친한 동생 중에 양식하는 놈이 있는데..”대학 대사는 이 말을 듣자, 혼비백산하여 눈물 콧물을 다 흘리며 용서를 빌었다. “형님, 제가 부양할 가족들이 많아서.. 제발 살려만 주신다면..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은시후는 아무런 동정도 없는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런 허세를 부리는 사기꾼은, 돌팔이 의사나 다름없다. 돌팔이 의사가 만약 환자를 고치지 못했을 때 잘못하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그러니 이런 돌팔이가 풍수를 읊는다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솔직히 말해서 돌팔이 의사나 이런 가짜 풍수가 모두 사람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 나쁜 놈들이니 죽어도 별 탈은 없을 것이다.게다가 대학 대사는 오늘 돈을 얻기 위해 송민정이 용상팔살을 범하게 만들었다. 만약 자신이 없었더라면 송민정은 얼마 못 가 명이 다했을 것이다.그녀와 같은 사람은 큰 규모의 자산을 가지고 있어 만약 그녀가 목숨이 위태로워지면 그녀를 따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위태로워질 것인가?! 그러니 이런 쓰레기는 세상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긴 해 보였다. 이때 이화룡의 부하들이 와서 교활한 대학 대사를 잡아 끌고 갔다.대학 대사는 떠날 때 울부짖으며 자신이 얼마나 비참하고 무고한지에 대해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후회한다고 외쳤지만, 아무도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 은시
다음 날 점심. 시후는 아내를 태우고 차를 몰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을 찾았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5성급 호텔로 강남에서도 고급 호텔로 통했는데, 이를 보면 김도훈이 이번 식사 대접에 얼마나 정성을 쏟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김도훈은 출혈이 꽤 심했지만 그래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을 하나 잡았다.해당 객실은 10명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호텔 내에서 하나 밖에 없는 객실로 하루 숙박에만 해도 1500만 원이 드는 고급 객실이었다. 얼마 전 BTS가 그래미 상을 받고 나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화제가 된 곳이기도 했다.은시후와 유나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객실에는 이미 김도훈과 권여빈 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있었다. 최근 권여빈은 계속 잘 지내지 못했다. 그녀는 해외에서 유학하다 서울로 온 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여전히 엠그란드 그룹의 회장을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사내에서 경영 본부장을 하고 있었기에 그나마 회사에 오랫동안 남아있었는데, 갑자기 마케팅 본부장으로 직책이 바뀌면서 매일 밖에서 뛰어다니며 일을 처리하다 보니, 그나마 있던 회장을 만날 기회조차 더욱 없어졌다. 더욱이 그녀를 고민스럽게 만든 것은 지난 번 그 미스테리의 남성에게 구출된 이후부터, 그녀가 그 남자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이전보다 엠그란드 그룹 회장을 만나고 싶다는 열망이 크지 않았다. 그녀의 생명의 은인인 그 남자에게 첫눈에 반해 마음이 떠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사실 엠그란드 그룹의 회장과 그 미스터리의 생명의 은인 모두가 한 사람인 것 같았다. 바로.. 은시후였다.은시후와 유나가 처음 룸에 들어서자 김도훈은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시후야, 유나 씨 어서 앉아요!” 도훈은 시후와 유나에게 매우 존경한다는 태도로 대했다. 권여빈은 두 사람을 보았지만 그녀는 약간 초췌한 얼굴
“지연아, 너도 말하는 게 참.. 도훈이와 우리는 정말 친한 친구야.. 그러니 좋은 일이 있으면 우리를 부르는 거지!” 사각턱을 가진 남자는 말을 끝내고 술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은시후의 시선이 그들의 몸을 스치고 지났다. 생각해보니 이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의 대학 동기고, 여자 이름은 김지연이라고 했고 남자는 류영준이라고 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났다.김도훈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에이~ 참! 이건 별로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고.. 하하하..” 그 말 뒤에 도훈은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은시후를 바라보았다.그 때 그 불룬녀를 만날 때, 자신은 가진 것도 없이 속아 넘어갈 뻔했고 심지어는 그녀가 바람을 피운 상대방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후가 도와준 덕분에 레스토랑을 되찾았고, 합의금까지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다.이 모두 시후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기에 어떻게 뻔뻔하게 자신의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자 그는 “영준아 너도 요즘 잘 지내고 있지? 듣기로는 회사의 고위급 임원이 되었다고 하던데.. 연봉도 엄청나겠지?” 류영준은 “말도 마~ 그 회사 요즘 너무 구려.. 그냥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들어가려고.. 너네 거기 알아? 신환 은행? 그 때 우리 같이 복수전공 할 때 법학과 친구 있었잖아~ 강환 기억하지? 요즘 강환이가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던데? 계속 사법고시 치다가 안 돼서 그냥 취업했다고 하더라고.. 거기서 돈도 많이 벌고 잘 살고 있다고 하더라! 대단하지?! 그 자식이 이런 재주가 있을 줄 상상이나 했냐?!” “아... 그래?” 도훈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강환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랬기에 모임에 그를 초청하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류영준과 강환은 매우 가깝게 지냈다. 신환 은행에 가면 아마 영준은 강환의 추천으로 높은 자리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다.권여빈도 “그 회사 꽤 괜찮은 회사라고 들었는데.. 거기 들어가기 어려울 텐데.. 한강환이 그렇게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을 줄
시후의 눈빛은 싸늘했지만, 김도훈의 체면을 봐서라도 이 두 인간들을 무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김지연과 류영준은 시후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만을 보내자, 더욱 시후를 업신여기며 비꼬기 시작했다. 류영준은 “아휴, 유나야.. 너 진짜 눈이 멀었던 거 아니냐? 우리 과에 얼마나 좋은 남자들이 많았는데~ 왜 하필 저런 시후 같은 놈이랑 사귀고 결혼해서 이렇게 고생이야..” 류영준이 말하는 도중 갑자기 룸의 문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검은 정장을 차려 입은 건장한 사내 몇 명이 갑자기 룸에 침입하여 “다 꺼져! 이 객실은 우리가 접수했으니까~”라며 미간을 찌푸렸다.류영준은 “뭐야 이 자식은? 야 우리 지금 식사하고 있는 거 안 보이냐? 여기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이라고~ 몰라?” “뭐?” 양아치는 류영준의 앞으로 다가와 손바닥으로 얼굴을 냅다 갈겼다. 류영준은 땅바닥에 쓰러져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다. “너 임마 누구야? 감히 나에게 이렇게 개기는 놈이.. 나는 이화룡 행님의 동생 김철주 행님을 모시는 동생이다~ 그리고 여기가 바로 김철주 행님이시다! 어디서 겁대가리를 상실하고?! 어?” “김철주?” 류영준은 얼굴을 가린 채 놀랐다. 김철주가 이 지역의 유명한 행동대장이라고 들었기에 만약 이들에게 미움을 샀다가는 좋은 꼴을 볼 수 없었다. “아이구, 미안합니다! 곧 갈게요. 간다고!”김철주는 차갑게 웃으며 “뭐해 거기 뒤에 있는 사람들은? 왜 빨리 안 나가?!”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권여빈과 유나는 당황하여, 무의식적으로 시후의 등뒤에 숨었다. 시후는 김철주를 보고 “내가 이화룡의 체면을 봐서, 지금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라고 말했다. “아?? 시후 씨 미쳤어요? 김철주라고요!! 김철주!” “미안하지만 우리는 그 놈과 친하지 않으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에게 뭐라고 하지마라!”류영준과 김지연은 마음속으로 시후에게 욕을 해댔다. 저 놈이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됐어요, 김철주 씨. 우리는 이제 식사를 할 테니까 어서 돌아가시고요!” 은시후는 김철주와 그의 아랫것들과 왈가왈부하기 싫어, 직접 물러가라고 명령했다. 김철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 알겠습니다. 안심하십시오. 자! 돌아가자 얘들아! 가자!” 말을 마치자, 마치 개를 따라다니는 양들처럼 양아치들은 황급히 객실에서 나가버렸다.조금 전까지 객실에서 류영준과 김지연은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는지 모른다. 게다가 자신들의 온갖 비웃음을 사던 은시후가 어떻게 김철주라는 저런 깡패에게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듣는지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무슨 오해가 있을 거야.. 은시후는 그냥 거지뿐이야! 그런데 무슨 선생님이야?김도훈은 두 사람에게 “야.. 너희 둘, 앞으로 조심해.. 해야 할 말이랑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골라서 하라고.. 오늘 시후가 있어서 다행이지.. 만약 시후가 없었으면 너희 둘 다 골치 아프게 될 거니까!” 류영준과 김지연은 조금 전 김철주에게 맞았기에 꼼짝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김도훈은 이어 은시후에게 “시후야, 네 덕분에 살았다! 내가 모두를 대신해서 한 잔 올릴게! 고맙다!” 은시후는 “뭐 별일 아니지.. 핫..”이라며 웃었다. ******다음 날, 유나는 신환 은행으로부터 면접 제의를 받았다. 면접 시간이 오후로 배정되자, 시후는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임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임 대표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이고~ 은 대표님,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은시후는 “아.. 그게.. 저희 아내가 신환 은행에 면접을 가게 되어서요.. 그래서 혹시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사정을 좀 알아보고 싶어 연락드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신환 은행이요?? 그 회사는 로이드 그룹의 자회사입니다만... 혹시 사모님께서 이 회사에 이력서를 넣으신 건가요? 흠.. 지금 들어가면 그냥 일반 사무직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럼 사모님께서 너무 억울하지
임 대표는 “선생님, 지금은 러시 아워라 아마 택시를 잡기 어려우실 것 같은데...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바래다 드리죠.”라고 말했다. 유나는 임 대표가 바로 온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임 대표님께서 귀찮지 않으실까요..?”라며 겸연쩍게 말했다. “귀찮기는요~” 임 대표는 얼른 차에서 내려 두 사람에게 타라며 문을 열어주었다. 은시후는 이를 보고 코를 만지작거리며 말이 없었다. 임 대표가 막 무릎을 꿇고 자신을 핥을 기회를 잡았으니 놓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마침 자신도 필요했다. 그를 쓰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 운전사가 앞에서 차를 몰자 임 대표는 조수석에 앉아 시후와 잡담을 나눴다. 차에 오른 유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의심스러워했다. 이 임 대표라는 사람은 성공한 재벌 대표로 자신의 할머니인 신 회장보다 훨씬 더 잘나갔다. 평소에는 침착한 성격으로 일처리도 분명하고 똑 부러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지금 임 대표는 은시후에게 조금 오글거릴 정도로 아첨을 해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은시후를 슬쩍 보았지만, 남편의 안색이 자연스럽고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아 보이자 더욱 이상하다고 느껴졌다.왜냐면 일반인들은 임 대표와 같은 사람 앞에서, 모두 설설 기며 애써 비위를 맞추려고 하지만 시후는 오히려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심지어는 아무렇지도 않게 임 대표를 별로 상대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더욱 이상한 점은 임 대표가 로이드 그룹의 대표로 은시후에게 그 비싼 별장 한 채를 선물했다는 것이다.그러나 유나는 일찍이 임 대표가 도술이나 풍수 등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들었다. 마침 자신의 남편이 그쪽에 조금 지식이 있어 아마 임 대표가 시후에게 이렇게 정중하게 대하는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유나는 이런 미신을 절대 믿지 않았다.10여 분 뒤 차는 신환 은행 입구에 도착했고 이미 주차가 되었다. 차가 정차하자 임 대표는 얼른 차에서 내려 직접 두 사람을 대신해 차 문을 열어주
책상에 앉은 한강환은 책상 위에 다리를 얹은 채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며 소개팅 어플에서 만난 여러 여성들과 채팅을 주고받고 있었다. 바로 그때 ‘윙’ 소리가 나며 진동이 울렸고,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강환은 짜증스럽게 문자를 읽었는데, 그 내용은 바로 인사부에서 보내온 면접 계획이었다.문자 메시지를 읽던 강환은 이내 얼굴을 찡그리며 경악했다.그리고 그는 곧 빈정거리듯 “하핫.. 이거 재밌네..”라며 휴대폰을 들어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얘들아~ 무슨 문자가 왔는지 알아맞혀봐!”라며 말했다. 강환 앞에 놓인 소파에는 그에게 아부를 하러 온 김지연과 류영준이 앉아 있었다. 김지연은 가슴이 거의 드러날 것 같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온몸으로 섹시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누가 연락 왔는데?” “김유나!” 강환은 “김유나가 여기에 지원했다고 하네.. 정말 신기한 일도 다 있군..”이라며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류영준은 “아.. 걔는 또 왜 왔대?”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지연은 “어제 들었잖아.. 김유나랑 은시후가 WS 그룹에서 쫓겨났으니, 이제 일자리를 다시 구해야지.”류영준은 “강환아, 그 새끼가 어제 나와 지연이에게 무슨 짓을 한지 알아? 네가 오늘 좀 도와줘! 우리 대신에 복수 좀 해줘라!” 강환은 “안 그래도 대학 다닐 때 그 은시후 그 새끼 진짜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 감히 집사람을 여기에 보내려고 해? 꿈도 크네?!” 강환은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말했다. “자, 그럼 이제 돌아가 봐! 내가 좀 상대해야겠다..” 김지연과 류영준은 그의 말을 듣고, 웃음을 지었다. 이제 김유나와 은시후가 어떻게 될지는 재미있게 구경만 하면 될 듯싶었다.강환은 자신의 사무실을 나와 면접실로 향했다. 이때 회의실에는 세 명의 면접관이 앉아 있었고, 유나가 면접을 보고 있었다. “한 이사님, 안녕하십니까?!” 세 명의 면접관은 강환이 들어오자 얼른 일어나 90도로 인사를 했다. 강환은 일부러 유나를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