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은 한강환은 책상 위에 다리를 얹은 채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며 소개팅 어플에서 만난 여러 여성들과 채팅을 주고받고 있었다. 바로 그때 ‘윙’ 소리가 나며 진동이 울렸고,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강환은 짜증스럽게 문자를 읽었는데, 그 내용은 바로 인사부에서 보내온 면접 계획이었다.문자 메시지를 읽던 강환은 이내 얼굴을 찡그리며 경악했다.그리고 그는 곧 빈정거리듯 “하핫.. 이거 재밌네..”라며 휴대폰을 들어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얘들아~ 무슨 문자가 왔는지 알아맞혀봐!”라며 말했다. 강환 앞에 놓인 소파에는 그에게 아부를 하러 온 김지연과 류영준이 앉아 있었다. 김지연은 가슴이 거의 드러날 것 같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온몸으로 섹시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누가 연락 왔는데?” “김유나!” 강환은 “김유나가 여기에 지원했다고 하네.. 정말 신기한 일도 다 있군..”이라며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류영준은 “아.. 걔는 또 왜 왔대?”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지연은 “어제 들었잖아.. 김유나랑 은시후가 WS 그룹에서 쫓겨났으니, 이제 일자리를 다시 구해야지.”류영준은 “강환아, 그 새끼가 어제 나와 지연이에게 무슨 짓을 한지 알아? 네가 오늘 좀 도와줘! 우리 대신에 복수 좀 해줘라!” 강환은 “안 그래도 대학 다닐 때 그 은시후 그 새끼 진짜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 감히 집사람을 여기에 보내려고 해? 꿈도 크네?!” 강환은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말했다. “자, 그럼 이제 돌아가 봐! 내가 좀 상대해야겠다..” 김지연과 류영준은 그의 말을 듣고, 웃음을 지었다. 이제 김유나와 은시후가 어떻게 될지는 재미있게 구경만 하면 될 듯싶었다.강환은 자신의 사무실을 나와 면접실로 향했다. 이때 회의실에는 세 명의 면접관이 앉아 있었고, 유나가 면접을 보고 있었다. “한 이사님, 안녕하십니까?!” 세 명의 면접관은 강환이 들어오자 얼른 일어나 90도로 인사를 했다. 강환은 일부러 유나를
유나는 이때도 한강환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그저 겉으로 정중해 보이자, "강환아, 넌 지위도 높은데 겸손하기까지 하구나.."라며 그를 칭찬했다.그러자 강환은 애써 상냥한 척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탁자에서 유나의 이력서를 꺼낸 뒤 능청스럽게 뒤적거렸다."유나야, 그런데 말이야.. 네가 이력서에 기재한 스펙은 우리 신환 은행이 필요한 인재상의 스펙과는 조금 맞지 않아... 내가 보니까, 능력이나 스펙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좀 떨어지는 것 같아~"그렇게 말하면서 강환은 한숨을 쉬며, "유나야.. 미안하지만.. 면접에서는 탈락했으니, 다른 회사에 가서 다시 한 번 도전해보는 것을 권할게.."라고 말했다.유나는 순간 벙 찌고 말았다. "아.. 아니.. 나도 우리 WS 그룹에서 경영 이사로 일했던 경험이 있고, 전문성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강환은 유나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저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니, 아니, 아니.. 네가 쌓은 스펙과 능력은 말이야 유나야~? 네가 WS 그룹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기회야, 그런데 지금 어때? WS 그룹을 나왔잖아? 그러니 넌 지금 뭐 아무것도 아닌 그런 상황인 거야!""아.. 그래..? 내가 처한 상황을 덕분에 잘 알았네." 유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강환은 분명 자신을 겨냥해 비아냥 대고 있었던 것이다.그의 태도가 얼마나 분했던지, 그녀는 신환 은행에 입사하는 것이 그저 사치스러운 자신의 욕심이었던 것을 알고는 더 이상 기대하는 기색 없이 면접장에서 걸어 나갔다.강환은 유나의 등 뒤에서 활짝 웃으며 "유나야! 내가 신환 은행에 있는 동안에는 여기에 입사할 생각은 꿈에서도 하지 마!"라고 소리쳤다.그동안 시후는 차를 대놓고 맞은 편 카페에서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나가 죽상을 한 채 건물 밖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그는 부랴부랴 마중을 나가며 "여보? 왜 그래요? 지원한 것이 잘 안 된 거
강환은 하하 웃으며, "좀만 기다려, 내가 신환 은행의 이사회에 들어가기만 하면 사람들은 더욱 날 우러러보며 경이로운 눈빛을 보낼 테니까!"라고 말했다.영준은 다급히 “어.. 그럼 강환아 너, 이사회에 들어가는 거야?”라고 물었다.강환은 "아마.. 지금 내가 이사니까.. 이변이 없는 몇 달만 있으면 자동으로 임원 자격이 주어지는 걸로 알고 있어!"라며 껄껄 웃었다.“정말 대단하다..” 영준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한 이사님! 내가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라며 감탄했다.강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큭큭.. 그래 그래, 내가 잘 봐줄 게~"라고 답했다.세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자축을 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별안간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강환의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누가 감히 내 문을 걷어차는... 어?!"강환은 깜짝 놀라는 바람에 욕설을 퍼부을 뻔했지만, 옆을 돌아보니 이사회의 임원들이 양복 차림의 중년 남성과 함께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임원들은 그 중년 남성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기에 강환은 얼른 혀끝까지 나온 말을 속으로 집어삼켰다.임 대표는 어두운 눈빛으로 강환을 노려보며 "자네가 바로 그 한강환이라는 친구인가?"라고 말했다."아, 예! 제가 한강환입니다만..?!"강환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임 대표는 두말 않고 강환의 앞으로 간 뒤 바로 그의 오른쪽 뺨을 후려갈겼다."너, 이 새끼! 죽고 싶어 환장했어? 누가 너에게 면접 보러 온 김유나 씨의 입사를 거절할 권한을 준 거야?!!!""지금 대체 누구신데 다짜고짜 남의 뺨을 때리는 겁니까?!"라며 소리쳤다.“뭐? 나는 너 같은 놈 뺨도 때릴 수 있고, 네 목숨도 쥐고 있는 사람이다 왜?"임 대표는 강환을 발로 걷어찬 뒤 그의 머리를 짓밟았다. “은 선생님께서 오늘 아내분이 면접을 잘 통과했는지 확인하라고 했는데, 너 같은 쓰레기 때문에 망쳐버렸다고!! 오늘 이 사건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강환은 그대로 무너졌고, 그의 얼굴에는 절망감 가득한 표정만이 가득 흘러 넘쳤다.사실 그가 계속 채용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어린 나이 때문이었다. 신환 은행은 승진에 대한 통제권 강화를 위해 굉장히 계약서를 까다롭게 작성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승진과 관련된 계약 사항은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면 승진이 되지만, 한 번 계약을 하면 신환 은행의 모든 요구 조건에 승인하여 모든 책임은 개인이 지는 것이다.강환은 이 승진 계약서에 이미 서명을 했다. 계약서에는 재계약을 하되, 반드시 성과가 있어야 하며 만약 근무 태도가 좋지 않거나 이직을 할 시에는 회사는 그에게 거액의 클레임을 걸 수 있다는 사항이 기재되어 있었다.따라서 현재 신환 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직원들이 사고를 쳐서 혹시라도 개인적인 책임을 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사실 그런 계약서에 사인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사원들에게는 승진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그들은 눈을 감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실정이었다.그런데, 그렇게 쓴 계약서가 자신에게 독이 될 줄이야..!땅에 무릎을 꿇고 있는 강환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지금껏 일해서 번 돈은 모두 신환 은행에서 받은 자신의 월급 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회사가 자신에게 10억의 손해 배상을 청구할 예정이고, 동시에 로이드 그룹의 임 대표는 자신을 이곳에서 해고한다고 고래고래 소리쳤다.이렇게 되면.. 어떻게 살아 가야 하는가? 취직? 만약 취직이 안 된다고 하면 수입이 하나도 없어 생활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게다가 10억도 보상해야 하는데, 보상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감옥에 가는 것 말고는 다른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갑자기 그는 임 대표를 향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 댔다. "임 대표님!!!!!! 제발!! 제발!! 한 번만 저를 용서해 주시고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만약 이렇게 쫓겨난다면, 10억을 배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제발 기회를 주십시오!! 회사에 남아 대표님을 위해 정
유나는 한숨을 내쉬며 "요즘에는 취업이 너무 어려워서 계속 찾아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운도 좀 따라야 할 거구요..”시후는 "여보 혹시 엠그란드 그룹에 갈 생각은 없어요?"라고 물었다.유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그렇게 잘 나가는 엠그란드 그룹에서 과연 날 스카우트할까요..? 엠그란드는 입사할 때 엄청 엄격한 심사제도와 등급 기준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러니 아마 제가 지원한다면 다시 신입 사원으로 시작해야 할 거고, 그럼 얼마나 불편하겠어요..?"시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유나 씨, 그럼.. 내 생각에는 직접 사업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자영업을 하라고요?” 유나는 놀라 말했다.시후는 "유나 씨도 이제 여러 해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인맥도 많이 쌓았고, 엠그란드 그룹의 이태리 부회장은 예전에 같이 일한 적이 있잖아요? 그리고.. 오늘 봤듯이 로이드 그룹의 임 대표님도 풍수 쪽으로 관심이 있으니 내가 나중에 좋은 정보를 알려주면 유나 씨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그래도 회사를 차리는 데 최소 천만 원은 있어야 한다고요! 풉..."유나는 그럴 돈이 어디 있냐는 듯 웃음 지었다. “시후 씨, 우리가 자영업을 시작하려면 투자 비용도 들 텐데.. 우리가 이렇게 많은 돈을 어디서 구해와요..?”"자금 문제는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볼게요! 아는 사람이 조금 있으니까! 그리고 유나 씨가 회사를 차릴 생각만 있다면 자본금을 마련하는 건 나에게 문제가 되지 않아요.”유나는 뭔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고 말했다. "시후 씨.. 사실 시후 씨가 경영 쪽에서 일하는 분들을 많이 알고 있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 그 분들에게 돈을 빌리는 건 문제가 없겠지만, 남의 돈을 빌려 창업하는 건 솔직히 말해 마음 고생이 심할 거고.. 그래서 차라리 투자를 덜 하고 나만의 개인 작업실을 차린 뒤에 건설사들의 설계도를 그려주는 일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 걸요..?"그러자 시후는
시후는 유나가 자영업을 하는 것을 지원하고 응원했기 때문에, 유나는 밤새도록 사업과 관련된 생각을 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매우 피곤한 얼굴이었다.시후가 깨어나자 유나는 황급히 씻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시후는 "여보, 왜 잠을 안 자고 이렇게 급하게 일어나서 씻는 거예요??"라며 안타까워했다.유나는 "음.. 회사에 한 번 가보려고요, 그래서 늦으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시후는 "에? 회사요? 또 면접 보러 가려고요?”유나는 우물쭈물 대며 “아, 아니요~ 그게 아니고... 프로젝트를 한 번 따보려고요.."라고 말했다."아~ 그래요? 좋은 생각이네." 시후는 "아내가 건축 회사를 차리면 내가 거기서 꼭 아르바이트를 해야지~"라며 웃었다."건축 회사는 차리면 차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지금 내 생각엔 자금과 인맥이 제일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사무실을 차릴 돈을 벌기 위해서는 건축 회사의 설계도를 그려주고, 어느 정도 인맥이 생기면 돈을 좀 더 모은 뒤에 회사를 설립할 거예요!”그러자 시후가 말했다. "돈도 인맥도 문제는 아니에요. 당신이 정말 회사를 차리고 싶다고 말하면, 내가 하나 만들어 줄 수도 있어요~ 하하..""아니에요.. 괜찮아요, 시후 씨~”유나는 남편의 호의를 거절했다. "그냥 내가 먼저 해보고 싶어요.. 내 힘으로 돈을 벌고, 인맥도 만들고.. 그리고 나서 내 손으로 회사를 세울 거예요!”"그런데 유나 씨, 회사를 차릴 만한 자금은 내가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인맥은 나도 갖고 있다고요.."현재 엠그란드 그룹의 투자는 서울시의 70%에 육박하는 건축 사업들을 맡고 있기 때문에 관련 산업 방면에서 설계 도면 계약을 따 내기가 매우 수월할 것이었다.하지만 유나는 남편이 농담을 하고 있는 줄 알고 손사래를 쳤다. "남편, 건축업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은데요? 투자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아요!”건축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방법이
말을 마친 시후는 재빨리 대문을 나섰고, 닫힌 문 너머로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그래도 시후는 두 사람의 말다툼에는 참견하지 않는 것이 좋아 보였다.별 일이 없던 시후는 아무 식당에나 가서, 밥을 주문한 뒤, 저녁까지 놀다가 집에 돌아갈 계획을 세웠다.시후가 들어온 곳은 잠실에서 유명한 먹자 골목이었는데 이곳은 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길 건너편에 있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힐끔 보니 자신의 아내 유나가 서 있었다.길 건너편에는 송파 구청이 있었고 그 옆의 빌딩에는 고급 호텔이 위치해 있었다. 유리 너머 빌딩 창가에는 유나가 앉아 있었고, 그녀의 맞은편에는 양복 차림에 금테 안경을 쓴 중년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유나는 자료를 가지고 남자에게 쉬지 않고 설명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아마 앞으로 열게 될 자신의 작업실을 소개하고 있을 것이고, 상대방이 내용 설명을 듣고 투자를 유치하도록 설득 중일 것이다.하지만 그 중년 남자는 유나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저 자료를 쥐고 있는 유나의 손을 주물럭대고 싶을 뿐이었다.다행히 유나는 눈치가 빨랐기 때문에 빠르게 손을 탁자 아래로 내렸다.시후는 중년 남성의 짓거리를 보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는 것을 느꼈다!이 개 같은 놈이 감히 내 아내에게 집적거리다니..마침 그 때 종업원이 시후가 주문한 식사를 들고 다가왔다. 하지만 시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지폐를 두고 자리를 뜨며 말했다. "잔돈은 필요 없습니다~~"......엠베서더 호텔 2층 라운지.유나는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역겨움을 억누르며, 억지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말했다. "송 대표님, 이 자료는 제가 앞으로 차릴 회사의 미래 비전을 기재해 둔 것입니다. 저를 믿고 함께 해주신다면, 앞으로 분명 놀랄 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미래의 파트너로서 최고의 프로젝트를
유나는 송 대표에게 직접 악수를 청하지 않았지만, 그가 악수를 청하는 것을 보고 거절을 하게 되면 예의 없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아 억지로 손을 내밀었다.송 대표가 유나의 작은 손을 잡을 것을 생각하며 몰래 기뻐하고 있을 때였다.갑자기 크고 긴 손이 뻗어 나와 그의 손을 쥐었다.송 대표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화가 난 듯 고개를 들고 손의 주인을 보고 소리쳤다. "넌 누구야, 무슨 개수작이야?"유나도 고개를 돌린 뒤 잠시 당황했다."시후 씨??? 언제 왔어요?"그는 송 대표에게 "아, 안녕하세요? 저는 김유나 씨의 남편입니다."라고 설명했다.'남.편..이라..’ 시후의 입에서 나온 두 글자를 들은 송 대표의 얼굴은 어두워졌다."지금 막 도착했어요." 시후는 못 본 척, 유나에게 미소를 지었고 뒤이어 송 대표에게 물었다."어.. 혹시.. 정진 건축사 송지평 대표님 아니십니까??"송 대표는 화난 표정을 지으며 "네, 접니다. 무슨 일이시죠??"라고 말했다."별거 아닙니다.. 그런데 좀 품위가 없으시네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송 대표는 속으로 화가 나서 빠르게 악수하고 있던 손을 거두려 했다.그런데 시후의 손바닥이 마치 쇠집게처럼 자신의 손을 강하게 쥐고 있어 꼼짝도 않는 것이 아닌가?“하앗!” 송 대표는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를 내며 손에 힘을 주었지만 오히려 그의 손바닥은 점점 아파왔고, 뼈가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 너 빨리 풀어!! 손!! 내 손이 부러질 것 같다고!!"보고 있던 유나가 시후의 손에 힘이 가득 실린 것을 알아채고 다급히 말했다. "시후 씨, 먼저 손을 놓아요~"시후는 그제야 손을 놓은 뒤 무표정한 얼굴로 송 대표를 바라보았다.송 대표는 아파서 얼굴빛이 일그러졌고, 분노 가득한 얼굴로 시후를 쳐다본 후 유나에게 소리쳤다."어서 남편에게 빨리 돌아가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유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시후 씨는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