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서는 "오전 9시 50분쯤 도착하는데, 시후 오빠와 약속이 있어. 아마도 나를 데리러 공항으로 올 것이기 때문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김지우는 "소지빈이 오늘 나에게 네가 언제 올지 물었어. 나는 그 사람이 의심되어서 말이야. 아마도 공항에서 널 데리러 갈 방법을 찾을 걸? 그러니 미리 주의해야 해."라고 말했다.고은서는 갑자기 우울하게 말했다. "진짜 왜 저래?”김지우는 입술을 쭉 뻗었다. "너는 물론이고 우리 직원을 마중하러 공항까지 온 사람이야! 이미 공항 도착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 같던데. 비행기가 아직 도착하지 않더라도 출발 및 노선 신청 정보는 이미 봤을 걸.”고은서는 잠시 고민한 뒤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언니. 내일은 내가 우리 가족들의 비행기를 이용해 오전 11시에 이륙할 수 있는 항로 허가를 신청할게. 연막 작전을 펼치는 거야. 그러면 언니는 현장 스태프들에게 오후에 1시가 되어서야 내가 도착할 거라고 말해주고, 도착하자마자 리허설을 위해 바로 공연장으로 가면 소지빈이 그게 사실이라고 믿을 거야. 그럼 나는 비즈니스 여객기로 오전 8시에 조용히 가는 거지.”김지우는 서둘러 말했다. "그런 수고를 할 필요는 없어. 시후 오빠에게 널 데리러 오라고 부탁하면 되잖아. 소지빈이 그를 보면 너에게 이미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텐데. 그러면 아마도 널 포기할 걸?”"그게 어떻게 가능하겠어?" 고은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시후 오빠는 아직 결혼한 상태야. 다른 사람들이 나와 오빠의 일에 대해 알게 되면 오빠에게는 좋지 않을 거라고.”김지우는 잠시 깜짝 놀랐다가 잠시 후 마지못해 말했다. "알겠어. 그러면 나중에 모두에게 네가 소지빈을 속이기를 바라면서 오후 1시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할게.”…….다음 날.시후와 유나가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 시어머니 윤우선은 이미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세수를 하던 중 시후는 고은서로부터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시후 오빠, 9시 50분에 인천 공
유나에게 새로운 고객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시후는 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유나의 회사에는 두 가지 사업 라인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인테리어 디자인이고, 다른 하나는 인테리어 코디였다. 그 중 유나는 디자인에 능숙하기 때문에 디자인을 맡고 있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직접 감독을 하며 특정 작업은 인테리어 회사에 아웃소싱 하여 업무를 진행했다.엠그란드 그룹의 디자인 작업이 완료되었고, 인테리어가 순서에 따라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유나와 그의 직원들은 일부 에너지를 보충한 뒤 다른 프로젝트들을 찾기 시작했다.아침 식사 후 부부는 함께 차를 타고 집 밖으로 나갔고, 시후는 유나를 데리고 도심으로 향했다.차가 일정 거리를 주행한 후 시후는 유나에게 물었다. "여보, 어디로 가고 싶은지 구체적인 주소를 알려줘요. 내비게이션으로 교통 정보를 확인하려고요.”"구체적인 집 주소는 잘 모르지만 규모가 큰 세종 성당 근처라는 건 알고 있어요. 먼저 그곳으로 차를 몰고 가줄래요?”이 말을 들은 시후는 조금 놀랐다.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살던 옛집이 세종 성당과 매우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는 은근히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나 씨의 새로운 고객이 소민지 씨의 어머니 박혜정 이모가 아닐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시후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래된 도시는 건물들이 많기 때문에 철거하거나 개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이 살고 있으므로 유나의 고객이 박혜정 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시후는 아내에게 새 의뢰인의 이름 등을 살짝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오랜 고민 끝에 질문하지 않기로 했다. 시후는 차를 몰고 세종 성당으로 향하고 유나의 지시에 따라 좌회전을 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 살던 낡은 집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시후는 속으로 뭔가 나쁜 예감을 갖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차가 고택 골목에 이르렀을 때, 유나는 고택을 분명히 가리키며 말했다. "남편, 저 곳이에요. 고객이 계신 곳이니까 차를
박혜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있는 소민지를 가리키며 유나에게 말했다. "대표님, 소개할게요. 여기는 제 딸 소민지라고 합니다." 그 후 그녀는 소민지에게 말했다. "민지야, 내가 말한 디자인 스튜디오의 대표님이셔.”소민지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정중하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유나는 서둘러 말했다. “그냥 대표님 말고 그냥 유나 씨라고 부르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박혜정이 자신에게 딸을 소개한 것을 보고 예의상 당연히 남편을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서둘러 옆으로 돌아서 차에 있는 시후에게 말했다. "남편, 당신도 내려서 고객님들께 인사하세요."사실 시후는 차 안에 앉아 있었고 이미 백미러를 통해 박혜정과 소민지의 모습을 보고는 재빨리 차를 몰고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 유나가 그에게 내려가서 인사하라고 요청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그냥 엑셀을 밟고 떠나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이를 깨물고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시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눈썰미가 좋은 소민지는 그를 바로 알아보았다. 소민지가 눈을 크게 뜨고 거의 ‘은인!’이라고 말을 내뱉을 뻔했을 때, 박혜정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가 시후의 아내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모녀가 놀라자 시후는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두 분,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첫 만남이라는 시후의 말은 갑자기 소민지와 박혜정이 알아차리게 만들었다. 시후는 두 사람이 아내 앞에서 자신과의 친분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박혜정은 서둘러 웃으며 말했다. "두 분 정말 재능도 있고 멋있으시네요.”소민지는 마음속으로 조금 질투를 느끼며 말없이 옆으로 섰고 동시에 유나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유나와 비교해보았다. 유나는 타고난 미인인 것 같았지만 소민지는 자신이 그녀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배경을 고려하면 자신은
소민지의 말은 유나를 갑자기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관자놀이를 살짝 매만지며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건... 중매결혼에 해당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소민지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결혼하기 전에 두 분은 서로 몰랐으니, 당연히 감정적 기반도 없었겠죠. 동시에 인연도 없었으며, 할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결혼했으니, 전형적인 중매 결혼 아닌가요? 당시 문인의 거장 중에 첫 부인과 아무런 관계도 없었고, 할아버지의 요청으로 결혼했다고 한 사람이 있었는데..” 말하던 중에 소민지는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난 듯 소리쳤다. "그 작가 선생님과 사모님은 평생 동안 부부처럼 느껴본 적이 없다고 했어요. 그럼 유나 씨와 남편분도 마찬가지일까요?!"소민지의 솔직한 말에 유나는 더욱 부끄러워하며 당황했다. "그... 저는.. 그... 그게..."유나의 긴장감 때문에 소민지는 갑자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자신의 추측이 정확했음에 틀림없다고 느꼈고, 이것이 바로 유나가 그토록 부자연스럽게 행동한 이유였다고 생각했다. 만약 자신의 추측이 정말로 맞다면, 시후와 그녀는 단지 겉으로만 부부사이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더 좋은 기회가 있다는 뜻 아닌가? 옆에 있던 박혜정도 유나의 행동에서 몇 가지 단서를 알아차리고, 이것은 딸에게 좋은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 부끄러워했고, 결국 이런 일은 명예롭지도 않고 조금 비열하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이때 소민지는 서둘러 앞으로 나아와 유나의 팔을 친근하게 잡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유나 씨, 남편과 결혼한 지 얼마나 됐나요?"유나는 "우리는 결혼한 지 4년이 됐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4년이요?" 소민지가 놀란 척 물었다. "그럼 어떻게 4년 동안 중매 결혼을 해서 서로 잘 지냈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 서로를 친구처럼 대하시나요? 아니면 다른 사람 앞에서만 부부처럼 행동하고, 집에서는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으시나요?”유나는 소민지가 질문을 하자 더욱 당황했
그러나 그녀가 방금 발견한 사실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녀가 좀 더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 왜냐하면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아내가 그녀가 상상했던 것만큼 극복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 어둠 속에 밝은 미래가 있는 것처럼 느꼈다. 그래서 어머니가 유나와 계획을 의논하고 있을 때 서둘러 낡은 집에서 나와 마당으로 나가서 휴대전화를 꺼내 시후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그 시각, 시후는 구시가지를 떠나 공항을 향해 운전하고 있었다. 도중에 그는 여전히 박혜정, 소민지와의 만남을 떠올리고 있었고,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다양한 지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자신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대로 계속 시간이 흐른다면 조만간 더 이상 비밀을 억누를 수 없는 때가 올 거야.’ 시후는 서울이 조금 작아진 것 같다고 느끼는 것 외에도 각계각층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민지도 이곳에 있고 이토 나나코도 여기에 있으며 곧 고은서도 이곳에 올 것이다. 고은서의 콘서트가 끝난다면 이들이 모두 어디로 갈 것인지 모르겠다. 시후가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 갑자기 소민지로부터 카톡 메시지를 받았고 카톡 메시지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떠난 지 5분밖에 안 됐는데, 소민지는 어떻게 유나에게서 이런 것들을 그렇게 빨리 알 수 있었을까?! 그는 소민지의 기민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메시지를 통해 그녀에게 답했다. 소민지는 시후가 메시지에 응답한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읽었다. 그 후 그녀는 조심스레 카톡을 보냈다. 시후는 소민지의 눈썰미가 그렇게
시후가 공항에 갔을 때 소지빈은 이미 자신의 채널을 통해 고은서의 개인 비행기의 출발 시간을 알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가 공연장에 배치한 스파이는 고은서가 오후 1시가 지나야 리허설 장소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발 시간과 리허설 시간이 일정했기 때문에 고은서의 여정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는 고은서가 12시 이후 또는 거의 1시가 되어야 착륙할 것이기 때문에 공항으로 가기 위해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는 부하 직원들에게 공항에서 고은서를 만나기 위해 11시 30분에 정시에 출발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몰랐던 것은 고은서가 이미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시후는 아침 9시 30분에 공항에 도착했는데, 그가 도착했을 때 안세진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안세진의 지휘 아래 시후는 차를 몰고 공항으로 들어가 곧바로 격납고로 향했다.고은서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세진은 자신의 인맥을 활용하여 모든 직원들과 기타 항공기를 4대의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는 격납고 밖으로 이동시켰다. 고은서의 비행기가 도착하기 전에 전체 격납고에 고은서와 시후만이 있는지 확인까지 했다.15분 후, 고은서의 비즈니스 항공기는 인천 공항에 착륙한 후 안내 차량을 따라 격납고까지 이동했다.비행기가 멈추자마자 안세진은 자신의 차에서 꽃다발을 꺼내서 시후에게 건네 주며 "도련님, 저에게 준비하라고 하신 꽃입니다."라고 말했다.시후는 "내가 언제 꽃 준비하라고 했나요?"라고 놀라 물었다.안세진은 서둘러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도련님, 아가씨께서 먼 곳에서 다시 돌아오셨는데, 꽃다발도 준비하지 않으시면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시후는 고개를 숙이고 장미 한 다발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말했다. "꽃을 선물하더라도 장미를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하하!" 안세진은 급히 손을 저었다. "도련님, 부적절한 게 어디 있습니까? 꽃이 없다면 정말 말도 안 되지요!”안세진이
그래서 그는 앞장서서 조수석 문을 열고 말했다. “그럼 가자. 버킹엄 호텔까지 데려다 줄게.”"알았어!" 고은서는 재빨리 꽃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시후는 안세진에게 인사를 했고, 안세진은 자신의 차에 올라 앞장서서 공항을 떠났다. 도중에 시후는 고은서에게 물었다. "은서야, 내일 삼촌과 이모는 언제 오셔?”"아마 내일 이 시간, 아니면 조금 늦게 도착할 거야.” 이에 고은서는 덧붙였다. "그런데 오빠, 내일 아침에 할 일이 없으면 공항에 가서 함께 데리러 갈래?”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알겠어. 돌아가서 삼촌, 이모가 돌아오시는 시간을 확인해줘. 그러면 직접 모시러 가서 인사드리게.”고은서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웃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지금 아버지에게 물어보면 되니까.”시후는 서둘러 말했다. "서두르지 마. 일하고 계실 수도 있잖아. 밤에 다시 물어봐도 상관없어."고은서는 손을 저었다. "괜찮아, 시후 오빠 어쨌든 두 분에게 말씀드려야 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영상통화 요청을 눌렀다.곧 고선우는 영상에 접속해 웃으며 물었다. "은서야, 무사히 도착했어?"고은서는 웃으며 말했다. "아빠, 저 벌써 도착했어요. 시후 오빠가 저를 데리러 왔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왼쪽에서 운전하는 시후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재빨리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고선우는 시후를 보자마자 웃으며 "아, 시후야 수고했어 고마워. 공항까지 데리러 왔구나!”라고 말했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삼촌, 너무 그렇게 말씀하시면.. 은서가 오는데 어떻게 데리러 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고선우는 웃으며 말했다. "이모와 나는 원래 오늘 가려고 했는데, 그룹 이사회가 열리기 때문에 오늘은 갈 수가 없어서 내일 아침에 가려고 해.”"알겠습니다.” 시후는 서둘러 말했다. "은서와 제가 내일 두 분을 모시러 갈 게요.” 그가 이야기하던 중, 영상의 반대편에서 임지연이 고선우의 사무실로 걸어 들어와 말했다. "여보, 모두 거의 다
고은서는 부모님이 모임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말했다. "엄마, 아빠, 잠시만요! 아직 시후 오빠가 준 꽃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재빨리 카메라를 전환해 무릎 위에 놓인 꽃다발을 사진에 담았다.영상의 다른 쪽에서 임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 시후는 이렇게 큰 장미 꽃다발을 사 준 거야? 정말 사려 깊네. 나는 네 아버지와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살았는데, 한 번도 나에게 꽃 선물을 준 적이 없어!”고선우는 어색하게 말했다. "이미 부부가 된 지 오래인데 왜 꽃을 사줘요?”임지연은 눈을 굴리며 말했다. "이것이 당신과 시후 사이의 차이예요! 시후는 로맨스가 얼마나 대단한 지 알고 있다고요! 단지 공항으로 누군가를 마중 나와도 시후를 장미 꽃다발을 준비할 거예요."시후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고은서는 이때 웃으며 말했다. "아빠, 그거 들으셨어요? 앞으로는 시후 오빠에게 더 많이 배우세요!" 그 말을 한 후 그녀는 만족스럽게 말했다. "그럼, 이제 자랑은 끝났으니 가서 할 일을 하셔요! 끊어요!”고은서가 영상 통화를 끊은 후 시후는 그녀에게 말했다. "은서야, 이제 이모도 회사 일로 바쁘기 시작하신 거야?”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가 회복된 이후로 그룹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일들이 많아서.. 아버지는 삼촌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으니까 엄마가 도와주러 가신 거지.” 고은서는 말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는 정말 강인한 분이셔. 아버지보다 일에 더 헌신적이고.. 최근 어머니가 이전보다 확실히 더 초췌해지신 것 같은데 정말 가슴이 아파.."시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내일 삼촌, 이모가 오시면 내가 약을 준비해서 드릴게. 확실히 몸이 많이 좋아지실 거야.”고은서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멋져! 시후 오빠, 그런데 왜 나는 안 줘? 나 요즘 엄청 피곤해!”"알았어." 시후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거 말만 그런 거 아니야?”고은서는 웃은 뒤에 무언가를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