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후의 질문을 들은 순간 소지빈은 마치 얼음 저장고에 빠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왜 엠그란드 그룹에 온 것인지 이유를 잘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슬프게도 오래 전에 들켜버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고은서가 BMW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사람을 시켜 해당 BMW의 정보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그는 이미 완전히 노출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더 놀라운 사실은 바로 이 모든 일의 배후에는 자신과 여동생을 구하고, 며칠 전 자신의 어머니와 여동생까지 구한 은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소지빈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했음을 깨달았다. 자신은 바로 달걀로 돌을 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후의 엄청난 힘을 떠올리자, 작은 아버지의 실종, 아버지의 실종, 선봉연의 미스터리한 죽음이 떠오르면서 갑자기 마음 속에서 극도로 강한 두려움이 솟구쳤다. 그러자 그는 재빨리 소파에서 내려와 시후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은인이시어..!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다는 걸 정말 잘 알고 있습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고은서 씨가 당신의 차에서 내리는 걸 봤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와서 당신의 정체를 알고 싶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그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아무리 대담한 용기를 주었어도 감히 차량을 확인해볼 생각은 못했을 겁니다... 제발, 이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시후는 비웃으며 말했다. "소지빈, 당신은 여전히 나에게 생명을 빚지고 있고 갚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아야 해. 그런데 어떻게 지금 자신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간청할 용기가 있지?"이 말을 듣고 소지빈은 온 몸이 번개에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시후가 자신의 목숨을 가볍게 앗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게다가 시후가 말했듯이 그는 당시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따라서 목숨을 구할 수 있으면 죽여버릴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의 힘이라면 회의실의 경호원들에게 도움을 청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왜냐
그는 즉시 그는 눈물을 흘리며 통곡했다. "은인이시여.. 당신이 제 비천한 목숨을 구해 주셨습니다. 당신이 제 목숨을 좌지우지하실 수 있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도 제 목숨을 살려달라고 간청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어머니와 여동생을 위해서라도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은인이시여..!”소지빈의 괴로워하며 우는 모습을 본 시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이미 당신의 어머니와 여동생을 위해 당신의 아버지의 목숨을 살려줬는데, 그래도 내가 당신의 목숨을 살려줘야 한다고?”소지빈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내 아버지, 아... 아버지가 아직 살아 계시나요?!"시후는 옅게 웃으며 답했다. "당신 아버지는 지금 시리아에 계셔. 비록 당분간은 돌아올 수 없지만 결코 죽지는 않겠지.”"시리아?!" 소지빈은 깜짝 놀라 물었다. "우리 아버지께서 어떻게... 시리아에 갈 수 있죠?"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가 시리아로 간 이유는 나를 도발했기 때문이야. 죽여 버리려고 했지만 당신의 어머니와 여동생을 위해 목숨을 살려주었어. 그가 시리아로 가서 반성하게 해준 거지.”소지빈은 그의 아버지가 시후에 의해 시리아로 보내졌을 것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제 아버지...께서 어떻게 당신을 화나게 한 겁니까? 제 생각에는 아무런 접점이 없었을 것 같은데요..”"왜 나를 화나게 했냐고?" 시후는 비웃으며 가볍게 말했다. "나는 당신의 엘에이치 그룹, 특히 당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문제가 많다는 걸 잊어버렸군." 이 말을 마치고 시후는 잠시 멈칫한 뒤 이렇게 말했다. "아, 그런데 내 소개를 깜빡했네.. 나는 ‘은’ 씨이고, 이름은 시후.. 내 아버지의 이름은 은서준이라고 하지.”"예에?! 은.. 은서준..?" 소지빈은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충격을 받고 말았다. 소지빈은 시후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은서준의 이름은 이미 그에게 친숙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소지빈은 자신의 어머니가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소지빈에게는 자신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이 그 무엇보다 그에게 더 중요했다. 왜냐하면 그는 시후가 자신을 죽일 충분한 힘과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후가 가진 힘으로 그를 죽이더라도 엘에이치 그룹은 자신의 복수를 하지 않을 것이고 할 수도 없다. 그의 할아버지는 시후의 얼굴도 보지 못했지만, 시후를 너무나도 두려워해서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상황이었다. 시후와 화해하기 위해 그의 할아버지는 엘에이치 그룹 전체의 해상 운송 사업권을 그의 여동생에게 맡기기까지 했다. 이를 보더라도 그의 할아버지가 시후를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소지빈은 시후에게서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시리아에 몸을 던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었다. 적어도 시리아에서는 서로 의지할 아버지는 계시기 때문이다. 시후는 소지빈이 자비를 구하는 것을 듣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하!! 뭐라고? 당신도 시리아에 가고 싶다고?”소지빈은 주저하지 않고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 "가고 싶어요! 기꺼이 갈 의향이 있습니다! 저를 보내주세요!"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약간 미소를 지은 다음 손을 흔들며 차갑게 말했다. "어떻게 시리아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재회하게 할 수 있겠어?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가 너무 아름답군. 그렇지 않나?"소지빈은 겁에 질려 애원했다. "은인이시여, 부탁드립니다. 당신이 제 보잘것없는 생명을 구해주실 수만 있다면 당신이 요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겁니다. 당신은 제 생명을 구했지 않습니까? 지금 날 죽이면 나를 구한 당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제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소지빈이 너무 겁에 질려 있는 것을 보고 침착하게 말했다. "소지빈 씨, 사실 당신에게 좋은 여동생이 있다는 것은 운이 좋은 것 같단 말이지.."소지빈은 잠시 깜짝 놀라서 "그게...무슨 말입니까?"라고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저는 죄를 속죄할 것입니다!" 소지빈은 시후가 어떻게 죄를 속죄해달라고 요청할 지는 몰랐지만 주저하지 않고 동의하며 소리쳤다. “저와 아버지, 그리고 엘에이치 그룹 모두가 속죄할 겁니다! 내일 절에 가서 향을 올리고 부처님께 엘에이치 그룹을 위해 더 많은 공덕을 쌓겠다고 다짐하며 절을 하겠습니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부처님께 절을 하고 그들을 숭배한다고 당신네 가족들이 지은 죄가 그렇게 쉽게 해결될까요?”소지빈은 이 말을 듣고 당황하며 물었다. "은인이시여, 그게 무슨 뜻입니까?"시후는 침착하게 말했다. "당신들이 지은 죄는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좀 더 경건하게 규율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지. 내일부터 시작하여 서울에서 해남의 대흥사까지 삼보일배 하면서 걸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가장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행동으로 당신들의 엘에이치 그룹이 지은 죄를 속죄하는 거지." 시후는 그렇게 말한 후 계산하며 말했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간다면 약 440km 정도 될 것이고, 세 걸음마다 절을 하면 속도가 훨씬 느려지겠죠.. 하루에 12시간 정도 걷을 수 있다고 쳐도 절을 하면서 걸으면 하루에 4km를 걷는 것도 어려울 텐데.. 그러면 꽤 오랜 시간 동안 걸어 다녀야 하지 않겠어? 사실 내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온다면, 나는 당신을 3년 동안 계속 삼보일배 하며 걸어 다니게 만들 생각이야.”"예에?!" 소지빈은 이 말을 듣고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시후가 이런 식으로 자신을 처벌할 줄은 꿈도 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해남 대흥사까지 쭉 가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다니.. 이건 날 죽이겠다는 심산이 아닌가..? 예전에 공심 그룹의 공은찬이 자전거를 타고 지방에서 서울까지 갔다고 들었는데.. 이것도 이미 내 상식을 뒤집는 행위였어.. 그런데 내가 삼보일배를 하면서 해남까지 걸어가는 건, 공은찬보다 훨씬 더 힘든 벌이 아닌가..? 그리고 빨리 돌아오면 3년이 될 때까지 삼보일배를 시키겠다니..?’시
사실 시후는 소지빈이 고은서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는 사랑을 쟁취하는 것은 자유와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에, 소지빈이 사랑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는 것을 간섭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안세진은 시후에게 조금 더 이전에 개입할 것을 제안했지만, 그는 딱히 간섭하기 싫었다. 시후는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면 그 누구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 그러나 소지빈이 한 실수는 바로 스스로가 노력하여 사랑을 쟁취하고자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은서에게 구애하기 이전에, 그는 이미 고은서를 마치 자신의 개인 소장품으로 여겼다. 시후가 고은서를 행사장까지 데려다 주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소지빈이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바로 시후의 신원을 조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를 질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내의 차량 번호판을 조사하는 것 역시도 ‘사랑은 자유’라는 기본 원칙에 완전히 위배되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소지빈의 결정은 시후가 그를 처벌하겠다는 결심을 내리게 한 핵심이기도 했다. 시후가 그에게 최면을 걸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최면은 매우 강력한 세뇌 기능이며, 시후는 영기를 매개체로 사용하므로 이런 종류의 최면은 치료조차 할 수 없다.시후는 소지빈과 합의할 때 말만 한다면, 소지빈이 엠그란드를 떠난 후 즉시 후회하고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설령 대흥사까지 삼보일배로 간다고 하라도, 도중에 시후를 속이려고 최선을 다할 것은 뻔한 일이었다. 게다가 시후가 소지빈이 합의 내용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계속 쳐다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유일한 해결책은 그에게 강한 최면을 걸고 자신과의 협의를 엄격하게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이 최면 이후 그는 매시간 똥을 먹어야 하는 최우진과 같아졌고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이제 그 누구도 소지빈 자신에 대한 요구를 포기하도록 만들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
소지빈이 회의실 문을 열고 나오자 마자, 그의 비서와 경호원들이 급히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왔다.비서가 먼저 나서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엠그란드 그룹 회장의 신원 정보를 알아내셨습니까?"소지빈은 침착하게 말했다. "이 문제는 오해가 있더군요. 내가 찾고 있는 사람은 엠그란드 그룹에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럼 이제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줘요.”비서는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소지빈이 행사장 VIP 전용 통로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는 잘 몰랐다. 어쩌면 소지빈이 오해를 한 것일 수도 있으므로, 그는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럼 집으로 모시겠습니다.”도중에 소지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 안에 앉아 눈을 감고 긴장을 풀고 있었다.차량 행렬은 그를 박혜정이 머물고 있는 박진하의 옛 저택으로 데려갔고, 소지빈은 차에서 내리기 전에 비서에게 말했다. "그럼 여러분들은 각자의 일을 보도록 하고 내 걱정은 하지 마세요. 나는 집에 가서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싶거든요."비서는 별생각 없이 재빨리 소지빈이 앉아있는 쪽의 문을 열었고 소지빈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본 다음 다른 사람들에게 각자 일을 하러 갈 것을 요청했다. 소지빈이 집에 돌아왔을 때 집에는 도우미만 있었고 그는 인사를 무시하고 곧장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갔다.도우미는 소지빈의 기분이 안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를 괴롭힐 생각도 하지 않았다.저녁이 되자 박혜정과 소민지는 차례로 집으로 돌아왔고, 도우미는 소지빈이 오후에 방에 틀어박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소지빈의 방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그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그는 잠시 동안 혼자 있고 싶다는 것이었다.가족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지빈은 성인이므로 가끔 혼자 있고 싶은 것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저녁 9시가 되자, 소지빈은 방문을 열고 방에서 나와 진지한 표정으로 온 가족을 모아놓고 발표할 것이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
소성봉은 이 순간 굉장히 분노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민지를 간신히 달래기 위해 그렇게 큰 돈을 쓰고 귀찮은 일들이 많았는데, 이 평화로운 생활이 며칠 만에 깨지는 거야? 그런데 얼마나 지났다고 지빈이 이렇게 빌어먹을 짓을 저지를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이제 그는 그의 빌어먹을 손자가 무슨 약을 잘못 먹고 이런 일을 저지르고 있는 건지 전혀 알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지빈은 자신의 어머니와 여동생의 목숨이 위태로울 때도 오히려 화를 참으며 자신에게 아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제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는데, 갑자기 정신을 차렸는지 자신과 분쟁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소성봉은 소지빈이 죄를 속죄하기 위해 해남까지 줄곧 삼보일배를 할 것이라는 생각에 긴장해서 식은땀을 흘렸다. 엘에이치 그룹의 장손으로서 소지빈이 정말로 이 결정을 실행에 옮기면, 전국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엘에이치 그룹 전체를 완전히 당황하게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과거에 행한 악행이 다시 수면위로 드러나게 될 것이고 또 한 번 사람들에게 욕을 들으며 질타를 받게 될 수도 있다.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소성봉은 화를 냈다. "소지빈! 이 불효한 녀석아! 네가 정말 그 짓을 한다면 나는 널 엘에이치 그룹에서 쫓아내고 다시는 내 손자로 인정하지 않을 거다! 그럼 네가 어떻게 살든 죽든 우리 엘에이치 그룹과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엘에이치 그룹의 자산을 너는 영영 가질 수 없어! 넌 네가 알아서 먹고 살도록 하거라!" 소성봉은 자신이 말한 것이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고 느꼈다. 왜냐하면 소지빈은 허영을 사랑하고 영광과 부를 탐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분명히 이 말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소지빈이 시후로부터 강력한 최면에 걸렸다는 것을 소성봉이 어떻게 알겠는가? 소지빈은 지금 엘에이치 그룹 전체가 극도로 추악하고, 엘에이치 그룹 전체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그는 내일 해남까지 삼보일배 하기를 기다리고
소지빈은 영상 반대편에서 의식을 잃은 소성봉을 차가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저 사람? 저 사람은 악행을 계속해서 저지르고 있으니 절대 살아남지 못할 거야!"소재한은 깜짝 놀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회장님께 아첨하고 자비를 구하던 소지빈이 맞아? 어떻게 감히 회장님께 저런 말을 해?!’ 소성봉을 보호하고 싶어하던 소재한은 갑자기 화를 내며 소리쳤다. "소지빈! 당신이 무슨 신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하는 겁니까!? 감히 회장님께 이런 말을? 회장님께 반항하고 싶습니까?!"소지빈은 경멸스럽게 말했다. "흥! 내가 이 늙은이에게 반항한다고? 나 소지빈은 평생 저런 인간들과 어울리는 것이 부끄러울 거다!" 소지빈은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영상 통화를 꺼버렸다.순식간에 엘에이치 그룹 별장 전체가 폭발하듯 시끄러워졌다..!박진하의 옛 저택에 모인 사람들도 완전히 혼란스러웠다. 소민지는 오빠를 바라보며 눈알이 빠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이틀 전 자신의 오빠가 이미 할아버지에게 돌아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불과 며칠 뿐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오늘 그녀의 오빠는 한순간에 다른 사람이 된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할아버지에게 전투적으로 욕을 해댔다. 그래서 그녀는 소지빈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오빠,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소지빈은 무관심한 표정과 공허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 아무런 일도 없었어. 나는 그저 할아버지가 하는 일을 참을 수 없어서 그런 거야!"소민지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그럼 내일부터 대흥사까지 삼보일배를 하기로 했다는 건.. 진심이야 아니면 그냥 말만 하는 거야?" 소지빈은 소민지를 노려보며 매우 불만족스럽다는 듯 말했다. "당연히 진지한 거지! 내 원래 의도를 어떻게 의심할 수 있어?! 내가 그런 신성한 일에 대해 농담을 할 사람이야?! 네 생각엔 내가 남에게 아첨하고, 내 말을 거스르고, 약속을 지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