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김상곤의 숨겨진 의도를 시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김상곤은 단순히 서화협회에 복귀한 것만으로 만족할 사람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예전의 상임부회장 자리를 되찾고, 더 나아가 회장 자리까지 노릴 게 분명했다.하지만 시후는 그가 그렇게 쉽게 뜻을 이루도록 놔둘 생각이 없었다. 이화룡이 배 회장의 승진길만 막고 있는 이상, 김상곤이 회장이 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게다가 예전의 추문까지 있었으니 상임부회장 자리로 복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 위에는 이미 여러 부회장 후보들이 있었고, 그런 전력이 있는 김상곤이 그들을 하나씩 제치고 올라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시후가 원하는 건 딱 하나였다. 김상곤이 서화협회에서 승진할 길을 가시밭길로 만들어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협회에서 얌전히 지내게 하는 것이었다.이틀 뒤 아침. 이화룡이 직접 집으로 찾아와 말했다.“안녕하십니까, 제가 은 선생님을 공항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가는 길에 따로 이야기해야 할 일도 좀 있어서요.”원래는 유나도 시후를 공항까지 배웅하려 했지만, 이화룡이 이동 중에 꼭 상의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그녀는 시후를 바라보며 신신당부했다.“여보, 가면 꼭 몸조심해요. 건강도 잘 챙기고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산속에 있으면 휴대전화가 안 터지는 곳이 많을 텐데. 연락이 잠깐 안 되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그냥 메시지만 남겨 둬요. 신호가 잡히는 대로 바로 답장할게.”유나는 그것이 시후의 작은 계략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응, 일부터 잘 보고 와요.”시후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녀올게요.”그렇게 가족들은 시후를 집 앞까지 배웅했고, 시후는 이화룡의 차에 올랐다.청년재를 떠난 차량은 공항으로 향하지 않고 먼저 서초화원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릴리를 태운 뒤에야 다시 출발했다.릴리는 시후와 함께 뒷좌석에 앉았고,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시후가 물었다.“소영아, 폴른
갑자기 남편에게 호되게 한소리를 들은 아내는 억울한 마음이 컸지만, 맞받아치지는 않았다. 대신 얼른 배 회장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게시글을 확인했다. 사진을 본 순간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후회했다.“내가 너무 순진했네. 남자랑 여자만 가끔 냉전도 하고 싸웠다가 화해하는 줄 알았지. 오늘 싸우고 내일 풀리고 그런 게 남자들끼리도 똑같을 줄은 몰랐어요. 그때 이화룡 대표가 당신한테 김상곤 씨 일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을 때, 그냥 화가 나서 홧김에 한 말이었던 모양이야. 난 둘이 완전히 틀어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연인처럼 싸워도 금세 화해하는 사이였던 거네. 저 사람들이 다시 손을 잡는 순간 우리가 곤란해질 거라는 걸 미처 생각 못 했어요...”아내가 먼저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자 배 회장의 화도 한결 누그러졌다.사람이란 원래 그렇다. 마음속에 아무리 불만과 억울함이 쌓여 있어도 상대가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면 화가 절반 이상은 풀린다. 정작 더 화가 나는 건, 잘못을 뻔히 저질러 놓고도 끝까지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이다. '난 잘못한 게 없어', '내가 뭘 잘못했는데?', '잘못은 다른 사람이 했지'라고만 하면 작은 불씨도 순식간에 화산처럼 폭발하고 만다.마음이 한결 풀린 배 회장은 아내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당신 말이 맞아. 우리가 그때 그 가정에 너무 휘둘렸던 거야. 이화룡 대표가 화가 났으니 이제 김상곤 씨는 굳이 챙길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화룡 대표가 화가 난 것도 잠깐이었을 뿐이야. 그때 설령 이화룡 대표가 김상곤 씨에게 마음이 상했더라도 내가 끝까지 김상곤 씨를 지켜줬다면, 지금쯤 상곤 씨도 그렇고 대표님도 그렇고 나를 훨씬 좋게 봤을 거야.”아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늘 그렇잖아요. 잘될 때 거드는 사람은 많아도 어려울 때 도와주는 사람은 드문 법이죠. 이번 일을 교훈 삼아서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상곤 씨를 계속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해. 진심은 결국 통하는
하지만 김상곤에게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이화룡의 소매를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황급히 찻잔 하나를 꺼냈다. 차는 이미 조금 식어 있었지만 이화룡에게 한 잔 따라 건넨 뒤, 곧바로 자신의 찻잔도 들었다. 그러자 한 손이 비게 되었고, 그는 잽싸게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잠금을 풀고 카메라를 실행했다.일련의 동작이 물 흐르듯 이어지더니 순식간에 전면 카메라 셀카 모드가 켜졌다. 김상곤은 찻잔을 들고 이화룡에게 말했다.“이화룡 씨, 우리 건배 한번 하시죠. 기념으로 사진도 한 장 찍고요!”이화룡은 김상곤의 속셈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그는 시후의 장인이었기에 웃으며 맞춰 줄 수밖에 없었다. 이화룡은 잔을 맞부딪친 뒤, 한 손으로 김상곤의 어깨를 감싸 안고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찰칵.김상곤은 두 사람이 웃으며 건배하는 순간을 정확히 담아냈다. 사진 속 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고 잔을 맞대고 있었고, 누가 봐도 오랜 절친이 즐겁게 술자리를 함께하는 모습처럼 보였다.김상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집어넣으며 말했다.“이화룡 씨, 앞으로도 시간 나시면 자주 놀러 오세요. 집에 좋은 차도 있고 술도 아주 많습니다.”“좋습니다. 앞으로 자주 오겠습니다.”이화룡은 흔쾌히 대답한 뒤 찻잔을 내려놓고 모두를 향해 말했다.“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너무 오래 폐를 끼쳤네요.”김상곤은 얼른 말했다.“이화룡 씨, 제가 배웅해 드리겠습니다.”김상곤은 이화룡을 대문 밖까지 배웅했다. 이화룡이 떠난 뒤 그는 곧바로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휴대전화를 꺼내 카카오톡을 열었다. 방금 찍은 이화룡과의 사진을 선택한 뒤 짧은 메시지를 적었다.그리고 곧바로 게시 버튼을 눌렀다.그 시각 배 회장은 집에서 아내에게 또다시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다.김상곤 문제를 잘못 처리한 이후 그의 승진길은 완전히 막혀 버렸고, 그 일에 대해 잘못된 조언을 했던 아내를 지금까지도 원망하고
유나는 시후가 일을 하러 장기간 집을 비운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늘 마음이 쓰였다. 특히 이번에는 강원도 깊은 산골까지 간다는 이야기를 듣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이번에는 그냥 안 가면 안 될까요? 우리 지금 돈도 부족하지 않은데 그렇게까지 힘들게 일할 필요는 없잖아요.”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화룡이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은 선생님, 이번만큼은 꼭 좀 도와주셔야 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형님은 예전에 제 목숨을 구해 주신 은인이십니다. 이제야 겨우 보답할 기회가 생겼는데, 저와의 오랜 인연을 생각해서라도 절대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번 일만 해결해 주시면 앞으로 저를 필요로 할 때 무슨 일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천벌을 받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일 겁니다!”그러자 김상곤의 눈이 번쩍 빛났다.그는 예전부터 배 회장이 자신을 서화협회에서 내쫓은 이유가, 이화룡과 자신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의 이화룡은 자신에게 얼마나 극진했는가? 배 회장은 어떻게든 들어가 보려고 애를 써도 들어가지 못했던 최고급 룸을 이화룡이 직접 자신에게 내주었고, 식사값까지 전부 계산해 줬다. 그 일 한 번으로 배 회장은 완전히 마음을 굳혔다.그런데 왜 다시 태도가 달라졌을까? 자신이 이화룡에게 더 이상 영향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이번에 자신이 다시 서화협회에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시후 덕분이었다. 시후가 부탁했고, 이화룡이 직접 나서 준 덕분에 배 회장이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을 다시 받아들인 것이다.그래서 김상곤은 시후가 계속해서 이화룡에게 큰 은혜를 베풀수록, 자신 역시 서화협회에서 계속 자리를 지키고 더 잘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김상곤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유나야, 남자들 일은 너무 나서지 않는 게 좋다. 이화룡 씨가 우리 집을 얼마나 많이 도와주셨니. 우리가 어려울 때마다 한 번도 마다한 적이 없잖아. 이제 이화룡 씨가 도움을 청하는데 우리
이화룡이 집 안으로 들어오자 김상곤은 앞장서서 걸어가며 들뜬 목소리로 가족들에게 말했다.“이화룡 씨 오셨어! 얼른 인사드려!”시후는 이화룡이 찾아온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 애초에 자신이 그렇게 하라고 시킨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나와 윤우선은 이화룡이 갑자기 집까지 찾아온 이유를 몰라 적잖이 놀랐다.윤우선은 요즘 이화룡의 위상을 잘 알고 있었기에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부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이고, 대표님 오셨네요. 어서 앉으세요.”이화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사모님, 안녕하십니까.”그러고는 시후와 유나를 향해 예를 갖춰 말했다.“은 선생님, 안녕하세요. 사모님도 안녕하십니까.”유나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시후는 모르는 척 물었다.“대표님께서 직접 찾아오셨는데 무슨 일이십니까?”이화룡은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은 선생님,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큰 도움을 부탁드리려고 왔습니다. 꼭 좀 도와주셔야 합니다.”김상곤은 그 말을 듣고 이화룡이 시후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신이 다시 서화협회에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시후가 이화룡에게 부탁한 덕분이었고, 앞으로도 이화룡의 도움을 받을 일이 많을 터였다. 그래서 서둘러 시후에게 말했다.“은 서방, 이화룡 씨가 평소 우리 집 많이 도와주셨잖아. 이번에는 절대 거절하면 안 돼.”시후가 말했다.“그래도 어떤 일인지는 먼저 들어봐야죠. 제 능력으로 가능한 일인지도 알아야 하고요.”이화룡이 곧바로 설명했다.“사실 친한 형님 한 분이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 탄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투자금만 수천억 원이 들어간 큰 사업인데, 막 생산을 시작하자마자 계속 사고가 터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갱도에 물이 차고, 내일은 갱도가 무너지고, 가스 누출 사고까지 여러 번 있었는데 다행히 큰 사고로 번지기 전에 발견해서 막았습니다.”그러고는 시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형님 말씀으로는 광산 풍수에 문제
김상곤은 차를 우려 마시고 있었다. TV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남성 앵커가 한 꼭지를 마치자 여성 앵커가 이어 말했다. “오늘 오전 관계 부처 합동 회의에서 서준자동차 슈퍼팩토리의 착공과 조기 가동을 위한 지원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전력·상수도·도시가스·교통 등 관계 기관 책임자들은 서준자동차 슈퍼팩토리를 1년 안에 완공하고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김상곤은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하다는 듯 중얼거렸다.“또 서준자동차야? 맨날 이것만 나오네.”옆에 있던 윤우선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뉴스에서 그러잖아.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라면서. 그 정도면 당분간 계속 뉴스에 나오는 게 당연하지.”윤우선의 말을 들은 김상곤은 더욱 심기가 불편해졌다.“난 정말 이해가 안 돼. 서준자동차 뒤에 있는 Samson 그룹이랑 LCS 그룹은 사람 보는 눈이 없나? CEO를 누구로 세워도 하필 변태섭이라니. 평생 교수만 하던 사람이 그런 큰 회사를 제대로 운영이나 하겠어?”윤우선이 문득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변태섭이 한미정 남편 맞지?”“맞아.”김상곤은 더욱 울적한 표정으로 말했다.“돈 많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부부를 둘 다 같은 회사에 데려갔잖아. 보통 대기업은 이해관계 때문에 사내 연애도 제한하는데 부부를 한 회사에서 일하게 한다고? 그것만 봐도 전문성이 없어. 난 저 회사 오래 못 갈 것 같아.”바로 그때 TV에서는 다음 뉴스가 이어졌다. 남성 앵커가 차분하게 말했다.“서준자동차와 지역 주요 대학 간의 산학 협력도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오늘 서준자동차 CEO는 먼저 인재 양성 및 첨단 기술 공동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1단계 사업으로 서준자동차는 3천만 달러를 투자해 지역 대학과 함께 탄화규소 전동기 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합니다.”앵커의 말이 끝나자 화면은 곧바로 한 대학교의 회의실로 전환됐다.회의실 단상 중앙에는 변태섭
시후는 한때 암살자 547가 머물던 거처를 찾아내는 것은 아마도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바로 그 미스터리의 조직이 죽음의 전사들을 극도로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병사들에게 정확한 시간을 감지하지 못하게 하고, 외부의 빛이나 온도, 소리, 사계절의 변화조차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죽음의 전사 소속 암살자 547은 자신이 생활하는 장소가 지구의 7대륙 중 어디에 속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열대기후인지 한대기후인지조차 전혀 알지 못했다. 이렇게 유일한 생존자조차 실질적
무대 아래 두 무리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속내를 품고 있었지만, 모두가 조금 전 시후가 한 말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수건을 들고 있는 중앙대장의 이름은 메이슨으로, 그와 뜻을 함께 하기로 한 동료들은, 손에 쥐고 있는 수건을 마치 부귀영화로 가는 열차의 티켓이라도 되는 양 무의식적으로 꽉 쥐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곁에 있는, 수건을 들지 않은 특수부대 대원들이 이미 곁눈질로 그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고, 언제든지 공격을 개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단상 위의 시후는 미소를
시후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소이연은 가장 먼저 자신의 부모님과 외조부 하성호에게 알렸다.진주 하 씨 사람들은 몹시 흥분하여, 온 가족들을 정원에 불러내 시후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시후가 진주 하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진주 하씨 집안 사람들은 이미 양옆에 줄을 맞추어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한층 더 생기 있는 모습의 소수도 역시 환영 대열에 있었다.시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하성호의 지휘 아래 진주 하 씨 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외쳤다. “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소수도 역시 진주 하씨 사람들이 모
“좋습니다.” 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물었다. “타고 갈 쾌속정은 준비됐습니까?”“준비됐습니다.” 성도민이 대답했다. “선생님의 요청대로, 머큐리 선외기 여섯 대가 장착된 쾌속정을 준비했습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20킬로미터까지 낼 수 있습니다.”“좋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데려다 주시죠!”성도민은 시후를 데리고 무인 해안으로 향했다. 그곳의 모래사장에는 개조된 대형 픽업트럭이 세워져 있었고, 트럭의 뒤에는 바다 방향으로 후진 주차된 채, 검은색 방수천으로 감싼 6~7미터 길이의 무언가가 트레일러에 실려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