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재가 돼 허공에 흩날리자 장진환은 기겁을 하고 펑펑 눈물을 흘렸고, 대소변도 함께 흘렀다.그는 그제야 비로소 시후가 정말 신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그에게 자신은 하나의 벌레 같은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다.시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네가 내 아내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부터 시작하면, 너는 그냥 저승길로 갈 수밖에 없어.”이 말이 나오자 장진환은 순간 혼비백산하며 몸을 떨었다.‘황천길?!’ 그는 이제 멘탈이 무너져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은 선생님, 저는 이미 죽은 목숨입니다!" 장진환은 계속 애원했다. “이제 제 두 다리는 완전 다 타버려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데 제발 이번만은 봐주세요, 제발!!”시후는 "저승길에서 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실 텐데.. 함께 가야 하지 않겠어? 잊지 마, 그는 너를 위해 죽었다고!""싫어요, 싫어요!" 장진환은 소리를 지르며 손사래를 쳤다.‘죽음?’자신은 아직도 나이가 어린데, 어찌 죽음을 직시할 용기가 있겠는가!시후는 구차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장진환을 보며 냉소했다. “호상이 힘들게 살아가는 것 보다 낫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장진환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소리인가? 당연히 죽는 것보다 차라리 살아가는 것이 낫지! 어느 누가 살려고 하지 않겠는가?’시후는 이때 "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쯧쯧..”그리고는 말을 마치자 시후가 손을 흔들며 담담하게 "천.성.뇌.공!"이라고 외쳤다.이번에 천둥은 곧장 장진환의 가랑이를 향해 떨어졌다. “콰고아광!!”장진환은 곧이어 바짓가랑이 전체가 잿더미로 변한 것을 보았다. 그는 검은 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목놓아 울었다.그러나 시후는 그냥 이렇게 지나치기 싫었다. 그래서 그를 보며 "아하.. 장애를 가진 사람인가 봅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게 말하고는 장진환에게 다가가 두 손을 벌리고 "천.성.뇌.공!!!"이라며 다시 한 번 주문을 외웠었다.곧이어 두 줄기 천둥과 번개가 번쩍
‘너? 너는 바로 그 데릴사위로 소문난 은시후지!’시후는 그가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웃으며 말했다.“지금 속으로 내가 데릴 사위라고 병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장진환은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시후은 빙긋 웃으며 "솔직히 말해줄까? 나는 엠그란드 그룹의 회장으로 LCS 그룹 출신이야. 그러니 내가 감히 내 앞에서 무슨..?"장진환은 그의 말에 더없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LCS 그룹?! 그들은 전국에서 최고의 재벌가가 아닌가..? 그런데 왜... 왜 LCS 그룹의 도련님이 이런 작은 집안에 데릴 사위가.. 된 거야?!’그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아니.... 당신이 정말 그 재벌가 도련님이라면, 왜 WS 그룹에서 이렇게 살고 싶어 하는 거예요? 분명히 그 정도면 WS 그룹은 그냥 바로 합병을 할 테고.. 그리고 서울 전체를 호령하며 살 수 있을 텐데..”은시후는 그의 얼굴을 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말이야. 대단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더라도 사람들을 굴복시킬 수 있는 거야.”말을 마치자, 시후는 시계를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장진환, 아버지가 아직 황천길을 다 지나시기 전에 빨리 너도 따라 가! 좀 빨리 가면, 아마 아버지와 네 할아버지를 따라갈 수 있을지도..?"장진환은 싫다며 슬피 울부짖었지만, 시후는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일어서서 장진환을 향해 날카로운 웃음을 지으며 한 손을 들고 한 번 더 외쳤다. "뇌.공.법!!!"‘우지끈’하는 큰 소리와 함께, 겁에 질리게 할 만한 뇌광과 함께 장진환은 끝없는 후회와 두려움을 품고 재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어졌다.시후는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아내와 장모를 바라보며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이화룡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시후는 즉시 "지금 한강 별장에 있는데요.. 휘발유도 좀 가져오실 겸 몇 사람을 불러주시고, 차도 몇 대 갖고 와 주세요."라고 요청했다."예, 은 선생님
그러자 옆에 있던 윤우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쳤다. "정말 다행이다. 하마터면 그 장수원에게 치욕을 당할 뻔했는데.."유나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엄마, 앞으로 무슨 일이든 좀 더 생각하고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이제 다시는 날 다른 사람이랑 엮으려고 하지도 말고요!! 오늘 만약 시후 씨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쯤 둘 다 망했어요!!"하지만 윤우선은 스스로 잘못 했음을 알면서도 입으로는 "왜? 나도 피해자야! 다시 말해서, 이 일은 다 은시후에 의해 일어난 거라고! 시후가 장진환을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이런 위험에 처할 수 있었을까? 그러니 결국 이건 모두 사위 때문이야!!”그러자 유나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엄마!!! 아무리 내 엄마지만.. 진짜 뻔뻔하세요.”말을 마치고 그는 뾰로퉁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내려서 집으로 올라가버렸다...윤우선은 유나가 계단을 오르자 급히 차 문을 열고 내려 딸을 쫓아갔다.시후도 서둘러 집에 도착했을 때, 마침 장인은 집에 없었다. 그러자 윤우선은 유나에게 “유나야 오늘 일, 너.. 절대 네 아버지한테 말하지 마, 알겠어?!!”유나는 "엄마, 오늘 일을 틀림없이 잘못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그건 또 무슨 꿍꿍이예요?"라고 물었다.윤우선은 "아니 내가 뭐 잘못 했어?? 그냥 난 너희 아버지가 우리를 얼마나 걱정할까 고민되어 그런 건데, 우리 둘 다 이제 괜찮지 않냐고? 괜히 아빠를 부추기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유나는 "만약 엄마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빠에게 말씀드릴 거고 제대로 판단해 보시라고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윤우선은 그제서야 황급히 "아이고!! 그래. 내가 제대로 판단을 잘못 했다! 사실 그 빌어먹을 장진환이 어휴!! 나까지 엮어서 일을 치다니. 벤츠 S500 한 대를 줬는데, 내가 운전도 못하게 되었어!!"라고 말했다.유나는 갑자기 윤우선이 벤츠 S500을 말하자 "벤츠 S500이라니? 엄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그리고 유나는 시후에게 "여보, 가서 짐 싸요!"라고 말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그럼 난 이만 들어 갑니다."라고 말했다.유나는 다시 휴대전화를 꺼내 윤우선에게 보여주었다. "난 아빠에게 전화할 거예요. 전화를 하면, 내가 이사를 갔다고 말 할테니, 나중에 두 분이서 잘 지내보세요. 엄마가 뭘 잘못 했든 간에 이제나는 더 이상 지적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윤우선은 잠시 당황했다. 그녀의 일생에서 유일한 소망은 유나였다.그렇기 때문에 윤우선은 김상곤의 그 쓸데없는 재주로 한평생 신분 상승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이번에 유나는 굉장히 강하게 나왔다. 아마 그녀가 정말로 김상곤에게 전화를 한다면, 이제 이 일은 되돌릴 수 있는 여지가 없을 것이다.그러자 우선은 황급히 달려들어 유나의 다리를 끌어안고 울었다."아니.. 유나야, 이 엄마를 떠나려고 하지 마. 그리고 엄마가 잘못 했다고 했는데도 안 돼는 거야? 그럼 이 엄마가 정말 잘못했어! 다 엄마가 쓸데없이 일을 벌린 탓이야! 이제 안심해, 이 엄마가 나중에 꼭 고칠게, 내가 고치면 안 되겠니?”유나는 그녀를 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나에게 사과할 것이 아니라 엄마는 시후씨에게 먼저 사과해야 해요!! 오늘 엄마가 한 걸 사과할 뿐만 아니라, 또 우리를 구해준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요!""아니 저 쓸데없는 놈이 나를 구해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니야? 밥 벌어먹고 살려면? 집에서 하는게 뭐가 있어?"유나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아니 엄마는 지금도 시후 씨를 쓸데없는 놈이라고 불러요?!!”윤우선은 급히 말을 바꾸었다. “아!!! 그래 그래!! 쓸데없는 놈이 아니라, 아휴.. 그래 네 말이 맞아. 내가 당장 가서 사과할게!"말을 마치자, 그녀는 급히 일어나 유나와 시후의 방으로 갔다. 그녀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시후에게 "은 서방, 내가 사과할게. 내 속이 좁아서 그런 거니까 마음에 두지 말고."그러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유나는 엄마가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바람에 마음이약해져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그래서 유나는 시후에게 "시후씨, 우리 엄마가 이 모양이에요.. 그러니 당신도 너무 비난을 하지는 말아 줬으면 좋겠어요.. 잘못을 알고 고치기만 한다면 나무랄 데 없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이렇게 말하는데 시후라고 별 말을 할 수 있을까. 결국 자신의 장모, 유나의 친모였기에 웃으며 말할 수밖에 없었다."뭘요.. 이런 일은 당신이 알아서 잘하면 돼요. 날 생각하지 않아도 돼.. 난 유나씨 남편이에요.. 그리고 내 장모님이잖아요. 그러니 난 그녀를 탓하지 않을 거예요..”유나는 감동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일은 정말 당신 덕분에 살았어요.” 그리고 유나는 시후을 가볍게 안았다. “내가.. 시후 씨.. 당신이 아니었으면 나도 엄마도 살아서 집으로 못 돌아왔을 텐데….”시후는 "그래요, 고맙다는 말은 입에 담지 않아도 돼요"라며 웃었다."네....."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사 나가는 일은 앞으로 두고 보면서 결정해요. 당신은 어때요?"시후는 유나와 함께 이사하고 싶었지만, 이런 일들은 유나를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이사는 상관없으니 옮기든 안 옮기든 괜찮아요."라며 웃었다. "아 참, 얼마 뒤 별장이 곧 완성될 테니 이사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그러자 유나는 "그 별장은 원리 임 대표님의 것이었으니 만일 그가 어느 날 말을 번복한다면.." 이라며 걱정을 했다. “그렇게 되면 다시 이 집으로 돌아오려고 해도 귀찮을 텐데요..?”"안 좋은 건 없어요." 시후는 "임 대표님께서 이미 별장의 명의를 변경해주셨으니까요. 이제 별장의 주인은 나에요. 그리고 그 분은 다시 말을 번복할 리 없어요. 그러니 앞으로 좀 조용히 지낼 생각이 있다면 이사를 하도록 해요. 거기는 집이 크고, 여러 층이 있으니 우리는 3층에 살면서 부모님과 마주칠 일을 최소화하고, 좀 자유로워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한편 시후에게 된통 당한 김익수는 WS 그룹에서 장수원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은 어제 저녁 최제천 선생의 제세당 입구에서 휘발유를 뿌리려는 그들을 보았다. 제세당에서두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자 그는 활용 가능한 바보들이 생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는 먼저 그 두 사람을 잘 꼬신 뒤, 두 사람에게 자기가 준비한 가짜 약을 주고 최제천의 진짜 환약은 자신의 손에 넣을 계획이었다. 일단 최제천의 약을 손에 넣으면, 스스로 예전의 기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었다.그런데 오늘 전화로연락하기로 한 놈들이 계속 전화도 안 되었고, 그를 점점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그는 장수원의 이름을 몰랐기에 자신이 남긴 전화 번호로 전화가 올 것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전화가 오지 않자 김익수는 짜증이 났다.지금은 신 회장, 김창곤 부부, 그의 딸 김혜빈, 아들 김혜준 다섯 식구가 모두 자신의 곁을 지키며 의자에 앉아 있는 그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아이 씨! 이 개 같은 놈, 날 바람 맞혀?! 정말 믿음이라고는 1도 없는 놈들!!"그는 다시 한 번 장수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아직도 전화가 안 되었다, 그의 얼굴은 어두웠다.그는 지금 완전히 멘탈이 붕괴되었다. 이제 그는 남자의 능력이 사라졌다. 그는 그야말로 무생물이 된 것이다!!! 그는 이제 지체없이 최제천의 약을 손에 넣으려 계획했다.그러나 그는 최제천의 정체를 알고는 감히 직접 그를 건드리지는 못했다.김혜빈은 그가 점점 더 초조해지자 급히 앞으로 나아가 "오빠 왜 그래요? 누구한테 전화를 계속하는 거예요? 그리고 왜 이렇게 초조해요..?"라고 물었다.김익수는 어두운 얼굴로 "이름을 모르는 망나니.."라고 말했다.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이때, 김혜준은 갑자기 카톡을 하나 받았다. 장진환과 아버지 장수원이 행방 불명되었대. 그래서 지금 그쪽 집안에서 상금을 걸고 사람을 찾고 있는데, 만약 누가 알고 있다면, 술 값 내게 어서 상금 타러 가라
은시후가 이 부자를 죽인다면 자신은 그를 어떻게 할 수 없을 텐데.. 그러다 보니 최제천의 환약은 생각하지도 못할 것 같았다.결국 지금은 사라진 이 사람들을 대신해 줄 사람도, 심부름 꾼도 쓸 수 없으니 섣불리 최 선생을 건드려서는 안 되었다.이때, 신 회장은 알랑거리는 얼굴로 김익수를 보았는데, 마치 개가 꼬리를 흔들 듯 아첨하였다."아니면 우리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볼까요? 큰 대학 병원에 가봅시다. 고질병이 될 지도 모르는 거 아니에요?"지금 김익수는 구명 보트인데, 신 회장이 사실 더 급했다. 김익수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니, 남은 투자금이 절대 회수될 수 없을 거라고 걱정했기 때문이다."그래요.. 내가 보기에도 그 최제천이라는 양반은 영예를 좇는 놈이야! 분명 뭔가 구린 냄새가 나요!” 김창곤도 옆에서 말을 받았다. 그들의 말이 나오자, 김익수는 더욱 안색이 나빠지며 이를 갈고 소리쳤다. "닥치고, 그냥 내 말 들으세요! 난 그 늙은 영감의 재주를 알고 있으니까."하지만 혜빈도 "오빠 그 최제천이라는 의사 하나로 되겠어요? 다른 사람을 좀 더 찾아볼까요?”라고 말했다.그녀는 김익수에게 정이 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렀는데도 불구하고 별 이익을 얻지 못했기에 어찌 달가워할 수 있겠는가?그 때.. 김창곤은 무슨 생각이 난 듯 급히 물었다. "저 회장님..? 그런데 그날 밤 제약 회사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한번 가서 물어보면 어때요?”김익수는 문득 기쁜 표정으로 갑자기 최 선생의 약을 잊어버렸다.서울에는 유명한 제약회사들이 있는데, 모두 제약계의 대기업으로 그 중 하나인 화신제약의 회장은 마침 김익수와 죽마고우로 사이가 좋아, 두 사람은 늘 함께 했다. 그래서 아마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화신제약의 회장은 자기와 마찬가지로 여자를 밝히는 놈이었기에, 그에게 도움을 청하려면 반드시 이 방면에서 손을 써야만 한다.고개를 들어 혜빈을 바라보는 그의 눈
사실 그녀는 김유나, 송민정과 같은 여자들보다는 한 수 아래지만, 치장한 뒤 노출 패션까지 더해져 대다수의 남자를 흥분시키게 만들만한 외모였다.화신 제약의 회장을 보러 간다는 말에 그녀는 마음속으로 아직도 설레고 있었다.그들은 서울에서 잘나가는 재벌가는 아니지만 자신의 집안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이었다.김혜빈의 가족은 이제 고립되었고, 김혜빈이 조금이라도 돈 많은 사람을 만나 혹시라도 좋은 기회가 온다면 가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두 사람이 사무실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그리고는 아르마니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이 남자는 머리를 시원하게 빗어 넘긴 채 팔목에는 명품 시계를 차고 있었다.그리고 그의 뒤는 가방을 든 남자가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그 보다 한두 살쯤 어린 보좌관처럼 보였다.김익수는 일어서며 "아이고, 오랜 만이지! 어서 앉아!!"라며 미소를 지었다.중년 남자는 웃으며 김익수에게 말했다. "아이고 형님, 정말 바쁘시지요? 하하하!”그는 김익수의 옆에 있는 김혜빈을 보고 눈을 번쩍 떴다.그러자 그는 김익수에게 "아이고 형님, 이 미녀는 누구입니까? 제게 소개도 안 시켜주고."김익수는 김혜빈을 끌어당겨 웃으며 "자, 동생 제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분은 제 조카 김혜빈입니다."라고 말했다.그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이장명은 탐욕스러운 눈빛을 번뜩이며 혜빈에게 손을 내밀었다.김익수는 또 김혜빈에게 "여기는 화신 제약의 사장 이장명이야.”라고 설명했다.김혜빈도 이 회장에게 “안녕하십니까”라며 급히 악수를 청했다.이장명은 탐욕스럽게 김혜빈의 손을 두 번 만진 뒤, 겉옷을 벗어 뒤에 있던 보조 차림의 남자에게 던졌다.그 보조원이 제대로 받지 못해서 외투가 땅에 떨어지자,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아 이 자식아! 이런 작은 일도 제대로 못해!""형님 죄송합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화내지 마십시오
Samson 그룹에서 점심 식사가 진행된 후, 이토 그룹 일가와 하영수가 아직도 태평양 상공을 비행 중일 때,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 그리고 사위는 드디어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다. Samson 그룹의 헬기는 이미 공항에서 오랫동안 대기하고 있었고, 그룹의 조율 덕분에 원래 제트브릿지에 연결되어야 할 항공편은 임시로 외곽 주기장에 세워졌다. 세 사람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그들은 대기하고 있던 Samson 그룹 직원들에 의해 곧장 근처에 있는 헬기로 안내되었다.한편, 제이크 한은 AB 빌딩에서 초조한 듯 계속해서 실내를 서성이며 손을 비비고 있었다. 그는 곧 가족들을 마주할 순간에 말실수를 하기라도 할까 봐 배유현이 자신에게 가르쳐준 설득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반복해서 연습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배유현은 그를 안심시키듯 말했다. “제이크 한 경감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너무 긴장해서 말이 잘 안 나오시면, 제가 대신해서 사모님께 설명드릴 수 있으니까요.”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 쳤다. “그래 맞아, 긴장되면 괜히 어설프게 말을 하려고 하는 것보다 차라리 조용히 있는 게 나아. 배유현 회장님이 준비한 설명은 아주 완벽하니까 말이야. 그러니 실수만 안 하면, 오늘은 무조건 잘 넘어갈 수 있어.”제이크 한은 고개를 연달아 끄덕이며 감격에 찬 눈빛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조금 있다가 가족들이 도착하면... 배유현 회장님, 많이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10분 후, 헬기 한 대가 빌딩 옥상에 착륙했고 안충주는 직접 나가 사람들을 마중하러 나갔다.그 모습을 보자마자 박은미는 초조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와 다급히 물었다. “충주 씨, 도대체 남편이 어디 있다는 거예요? 지금 어디에 있어요? 그에게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죠?”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제수씨, 제이크는 무사해요. 정말 아무 일도 없습니다! 자세한 건 안으로 들어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박은미는 안심하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게다가 딸은 지금 임신 중이었는데도, 자신의 행방을 찾기 위해 함께 다니고 있는 듯했다.안산은 제이크 한이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것을 보자 재빨리 말했다. “제이크 한 이 친구야, 큰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사람에겐 반드시 좋은 일이 따라오는 법이야. 지금은 기뻐해야 할 때지, 울 때가 아니라네!” 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배유현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유현 회장, 조금 전 그 해결책은 정말 완벽 했어요. 수표는 배 회장이 작성했지만, 돈은 어디까지나 우리 Samson 그룹이 낼 겁니다. 이렇게 큰 도움을 주셨는데, 더는 부담을 드릴 순 없지요.”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럼 회장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안산은 다시 제이크 한을 향해 말했다. “제이크, 그럼 충주에게 부탁해서 자네 아내와 딸을 이쪽으로 데려오도록 해. 마침 배유현 회장과 함께 점심 한 끼 하면서 기다리면, 식사 끝날 즈음엔 도착해 있을 거야. 그러면 세 식구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제이크 한은 눈물을 닦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안산은 다시 배유현에게 말했다. “배유현 회장, 식사 후에 조금만 더 시간 괜찮겠어요? 조금 전 말한 계획은 빈틈이 전혀 없어서. 만약 제이크의 아내와 딸에게 직접 설명을 해준다면 설득력도 배가 될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그러자 배유현은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괜찮습니다, 회장님. 저도 오후에 특별한 일정이 없습니다.”“좋습니다!” 안산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군! 제이크 한 이 친구가 죽음을 넘기고 살아난 것도 그렇고, 우리가 직접 그의 가족들이 만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야! 아주 경사가 겹겹이 겹쳤구먼! 충주야, 이건 영상으로 꼭 남겨둬야 한다. 혹시라도 내일 내가 까먹을 수도 있으니까, 다시 보여줘야 하니!”안충주는 고민할 틈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아버지. 저희 다 같이 휴대폰을 켜놓고 동영상 촬영을 해
“그래 알겠어.” 안충주는 흔쾌히 대답하며 제이크 한에게 물었다. “그럼 제수씨가 아직 뉴욕에 계신다고 할 때, 만약 나에게 자네 소식을 아는지 물어보면 어떻게 말해줄까? 있는 그대로 말할까, 아니면 자네가 깜짝 등장할 수 있도록 선의의 거짓말을 해줄까?”제이크 한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혹시 나에 대해 물어보면, 자네가 단서를 찾았다고만 말해줘. 상세한 이야기는 직접 만나서 말하고 싶다고만 전해주고, 그럼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깜짝 선물처럼 나타나는 것이 좋겠어.”“알겠어.” 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휴대폰을 꺼내, 제이크 한의 아내 박은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었고, 스피커 너머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충주 씨, 제 남편 소식을 들은 게 있으세요?!”안충주는 잠시 멈칫했지만, 일부러 차분하게 말했다. “제수씨, 단서를 조금 찾았어요. 혹시 아직 뉴욕에 계신 겁니까? 만나서 직접 말씀드리고 싶어서요.”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박은미는 놀라움에 목소리가 떨려왔다. “정말이에요?! 어떤 단서요? 지금은 워싱턴에 있어요. 제 대학 동창 중 한 명이 여기에 인맥이 좀 있어서 도움을 청하러 왔거든요. 곧 뉴욕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어요. 비행기 출발까지는 30분 남았고, 1시간 40분 후엔 뉴욕에 도착할 거예요!”“그렇다면, 항공편 번호만 보내주세요. 제가 공항에 사람을 보내서 픽업하겠습니다. 만나서 얘기하시죠.”그러자 박은미는 살짝 불안한 듯 물었다. “충주 씨, 솔직히 말해주세요... 우리 남편...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죠?” 안충주는 황급히 답했다. “아닙니다 제수씨! 그건 절대 아니고요, 저를 믿으세요. 제이크 한 그 친구와 관련된 좋은 소식이에요. 항공편 번호만 알려주시면, 나머지는 걱정 말고 오시면 됩니다.”박은미는 감격하여 목이 메인 듯 말했다. “아 정말 다행이네요...” 그리고 그녀는 곁에 있는 듯한 사람에게 말했다. “쥴리, 충주 삼촌이 전화를 주셨네. 네 아빠에 대한 좋은 소식이
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회장님, 저는 단 한 번도, 그때 제가 죽을 뻔했던 일이 Samson 그룹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그는 다시 이어 말했다. “당시 저는 그냥 우연히 회장님과 함께 나들이 삼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했을 뿐이고, 모든 건 제가 선택한 일이었으니까요. 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한 것도 제 불운 탓이지, 어떻게 봐도 Samson 그룹에 제가 뭔가 공헌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날 저는 죽을 뻔하긴 했지만, Samson 그룹을 위해 실질적으로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무장 괴한들 앞에서 저는 아무런 대응도 못 하고 그대로 총알을 맞고 쓰러졌을 뿐이니, 기껏해야 총알받이 정도였을까요...”사실, 제이크 한에게는 아직 말하지 않은 진심이 남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Samson 그룹을 위해 뭔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을 살려준 것은 Samson 그룹의 외손자, 시후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시후 덕분에 자신은 다시 살아날 수 있었고,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시후에게 목숨을 빚지게 된 상황에서 Samson 그룹의 돈을 받는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 때 안산이 얼굴을 단호하게 말했다. “왜? 총알받이가 된 건 도움이 아닌가? 자네가 총알받이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건 우리 Samson 그룹이 맞을 총알들을 대신 맞고 쓰러진 거 아니겠나! 내가 좀 직설적으로 말해볼까? 자네 말대로라면, 예전에 우리 나라를 지키려다 적군들의 총에 맞아 돌아가신 분들은 다 헛되이 죽은 셈인가? 그게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야?!”“저... 그건......” 제이크 한은 할 말을 잃었다. 분명, 안산의 논리는 제이크 한 자신보다 훨씬 논리적이었기 때문이다.그때 안충주가 옆에서 덧붙였다. “이건 자네 혼자만의 일이 아니야. 집안의 혈통이 이어질 수 있는 문제고, 나아가 사회 계층을 바꾸는 문제이기도 해. 그리고 자네도
배유현이 자신에게 1천만 달러짜리 수표를 주겠다는 말에, 제이크 한은 본능적으로 손사래를 치며 당황한 채로 급히 말했다. “배유현 회장님, 저를 이렇게까지 도와주신 것도 모자라 돈까지 주신다니, 그건 절대 안 됩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안산 회장은 무릎을 치며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배유현 회장의 이 방법은 정말 기가 막히는군요! 빈틈이 없어! 완벽해!” 그러고는 제이크 한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말했다. “자네, 돈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배유현 회장이 자네에게 이 돈을 주는 이유는, 자네가 가족들 앞에서 이번 일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겠나. 그 덕분에 자네의 아내와 딸도 자네를 원망하기보다는, 자네가 얼마나 그들을 소중히 여기는지 느낄 수 있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모든 갈등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고!” 그는 말을 이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네. 배유현 회장이 자네 뿐만 아니라 우리 Samson 그룹까지 도와줬으니, 지금 이런 상황에서 배유현 회장에게 돈을 지불하라고 할 수는 없지. 그러니 이 돈은 내가 내도록 하겠네!”제이크 한은 급히 말했다. “회장님... 그건 더더욱 안 됩니다! 저는 회장님의 돈도 받을 수 없어요! 게다가, 제가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가족 생계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제 아내와 딸도 돈을 크게 밝히지 않는 성격이라...”안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누가 자네 아내랑 딸이 돈을 밝힌다고 했나? 이 돈은 그저 자네가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상징일 뿐이야. 그러니 수표를 들고 돌아가서, 아까 배유현 회장이 말한 것처럼 하나하나 다 설명하는 걸로 하게. 그러면 자네가 걱정하던 일은 단번에 해결될 거야. 그리고 이 1천만 달러는 아이의 미래에도 든든한 자산이 될 거다! 자네는 우리를 위해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어. 그러니 고마움을 표현할 기회를 우리한테도 줘야지.”이때 옆에 있던 시후의 외할머니가 얼른 말했다. “여보, 당신이 전에 말했었죠? 제이크 한 저 친구의 사위에
제이크 한은 난처한 듯 말했다. “사모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아이에게 이 사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 중이기는 합니다... 딸아이가 얼마 전에 임신 소식을 전했는데, 그 직후에 제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거든요...” 이 말을 하면서 그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안충주에게 물었다. “충주, 내 아내가 자네한테 연락하지 않았어? 뭐라고 말했나?”안충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뭘 어떻게 말하겠어... 나도 그냥 모르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지... 은인은 자네가 죽었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하셨고, 실종됐거나 다른 여자와 도망쳤다고 하라고 했지만,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제이크 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든 잘 생각해 봐야네. 집에 가서 제대로 설명을 못 한다면, 아내와 딸은 날 계속 의심할 테니까...”안충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니면 그냥 이렇게 말해. 강제 퇴직을 당한 게 마음에 걸려서 기분 전환 겸 여행을 다녀왔다고?”그러자 제이크 한은 민망한 듯 말했다. “그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딸아이가 임신했다고 연락한 시점인데, 그 기쁜 소식을 듣고도 내가 퇴직을 당해 기분이 나쁘다고 여행을 갔다? 그건 너무 머저리 같잖아...”안충주는 혀를 찼다. “하아... 자네가 이런 중요한 시점에 실종된 후에 아무 소식도 없었으니, 게다가 딸이 임신한 중요한 시기에 말이야...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변명할 방법이 거의 없을 거야...”Samson 그룹의 다른 가족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제이크 한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크 한은 아내와 딸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고,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딸이 임신 소식을 알린 그 시기, 제이크 한이 갑자기 사라졌고 제이크 한은 실상을 밝힐 수 없으니 그야말로 처리하기에 매우 곤란한 일이었다. 따라서 제이크 한이 이번에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딸의 원망은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안산 회장 역시도 미스터리한 은인의 정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한 이상, 아무도 감히 그 뜻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이에 안충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 걱정 마십시오. 꼭 명심하겠습니다. 절대 선을 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버지, 저도 형님 말대로 절대 선을 넘지 않겠습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제이크 한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시후와의 약속대로 시후의 정체를 절대 누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Samson 그룹 식구들이 하루라도 빨리 시후의 정체를 알아차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전 그는 안충주 앞에서 의도적으로 회춘단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안충주가 단서를 연결하여 생각하도록 유도하려 했고, 그렇게 하면 언젠가 안충주가 그의 조카 시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정확한 힌트를 줄 수는 없었는데, 그건 시후와의 약속 때문이기도 했고 옆에 배유현이 있어 명확하게 힌트를 준다면 배유현이 그것을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과 오래 인연을 맺고 있었기에, 이들이 지난 20년간 얼마나 간절히 시후를 찾아 헤맸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 일에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었고, 전 세계를 뒤집다시피 하며 시후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결국 인연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운명의 장난 같은 것이었다. Samson 그룹 일가는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들여 전 세계를 뒤졌지만, 정작 시후는 사건이 벌어졌던 한국에 그대로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Samson 그룹은 한때 시후가 그 정체불명의 조직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기적처럼 어딘가에서 그를 찾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후가 이미 오래전부터 곁에 있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기 위해서는 외가 식구들에게 일부 단서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크 한을 구한 건 본인의 선택이었고, 마침 멕시코에서 중소단의 핵심 약재를 얻은 것은 우연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는 방향을 택했던 것이다. 사실 시후는 단서가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그리 크게 개의치 않았다. 결국 외가 식구들은 자신의 적이 아닌 가족이고, 현재까지 드러난 단서는 퍼즐 조각 하나를 더 주는 수준일 뿐, 자신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려면 아직도 외가 식구들은 많은 것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안충주의 추측은 Samson 그룹 전체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그러자 안태풍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형님, 이렇게 보니 그 은인은 우리와 인연이 꽤나 깊은 것 같은데! 그 때 형님이 한국에서 회춘단 경매에 참여했을 때 쫓겨났지만, 그분은 그 일을 알고도 우리를 도와주신 거니까. 뉴욕에서 우리를 구해준 걸 보면 말이야.”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경매장에서 한국의 송민정 회장은 누가 봐도 꼭두각시와 같은 존재였어. 현장의 중요한 결정들은 누군가가 이어폰으로 지시하고 있었고, 그래서 난 은인이 바로 경매장 무대 뒤 어딘가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고 생각 했어. 그리고 내가 회춘단을 낙찰 받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내가 경매장에서 쫓겨났다는 건, 송민정 회장 같은 인물이 절대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 했어. 이룸 그룹의 자산 규모는 내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적을 테니까.”그러자 시후의 외할머니는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정말 운이 좋았어. 그날 그 은인이 옆방에 안 계셨다면, 우리 모두 큰 화를 당했을 거다...”안충주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어머니, 그 은인이... 혜리의 팬인 것 같은데요!”시후의 외할머니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서는 그래도 케이팝 분야의 톱스타잖니. 은인이 동양인이라면 혜리 정도의 톱스타는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