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인해 안충주는 한층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전화를 통해 말했다. “어르신, 말씀하신 대로 우리 두 집안은 사실 사돈이기도 한데, 그동안 별로 왕래가 없었네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저도 더 자주 연락 드리겠습니다.”“그래 그래..” 은충환은 나름의 노련한 사람이었기에 상황에 맞는 말은 잘 할 줄 알았기에 매우 정중하게 말했다. “충주, 자네가 갑자기 연락을 한 건 분명히 무슨 일이 있어서겠지? 너무 격식을 차리지 말고, 무슨 일이든 편하게 이야기해 보게.”안충주는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역시 쿨하시군요. 그럼 더 이상 격식 차리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어르신, 이번에 열린 회춘단 경매에 LCS 그룹이 참가했더군요.. 그리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어르신께서 그 경매에서 귀빈으로 초대받으셨다고 하던데, 맞습니까?”은충환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일 있었지, 무슨 일인가..? 그 경매에 관심이 있는 건가?”안충주는 재빨리 말했다. “어르신, 말씀 드리자면 회춘단의 소유자를 소개받고 싶습니다.. 회춘단을 구매하고 싶은데, 가격은 상관없고요.. 혹시 가능하십니까..?”은충환은 이 말을 듣고 일부러 난처한 척하며 말했다. “아, 충주, 회춘단이 지금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자네는 모를 거야! 오늘 경매에서 어떤 사람은 무려 16억 달러의 가격을 제시했다네. 단 한 알의 회춘단을 사기 위해서 말이지.”안충주는 속으로 난처해하며, 서둘러 말했다. “어르신, 상대방이 판매 의사가 있다면 돈은 문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회춘단의 소유자와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도움을 청하는 겁니다...”은충환은 이전에 시후가 부탁한 내용을 떠올리며 호기심이 생겨 물었다. “충주, 그런데 회춘단을 사려는 사람들은 보통 나이가 많은 노인들인데, 자네는 예선이 보다도 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왜 회춘단을 낙찰 받으려 하는 건가..?”안충주는 재빨리 대답했다. “어르신, 제가 회춘단을 사려는 것은 제가 복용하려고 하는 것이 아
안충주가 회춘단을 왜 구매하려고 하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자, 은충환은 이전에 시후가 지시한 대로 우선 안충주에게 약속을 한 뒤에 시간을 끌기로 했다.안충주는 은충환이 자신에게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말했다. “예 어르신, 만약 이 일을 도와주신다면, Samson 그룹에서는 반드시 어르신께 보답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안충주는 덧붙였다. “저는 LCS 그룹이 최근 블랙 드래곤에 의해서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Samson 그룹에서 도와준다면,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손실을 복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안충주는 갑작스럽게 재산이 하락한 부자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많은 부자들은 사실 도박꾼과 다르지 않았다. 일단 자산에 큰 변동이 생기면 사고 방식도 크게 변하게 된다. 현재 LCS 그룹이 갑자기 순자산의 절반을 잃었으니, 은충환은 분명히 마음이 불편하고, 잃어버린 것을 메꾸고 싶어 안달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하루 만에 절반의 재산을 잃는 것은 쉽지만, 재산을 회복하는 것은 십 년, 이십 년, 혹은 그 이상 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만약 Samson 그룹에서 은충환을 조금만 도와준다면, 그는 분명 감격할 것이다.안충주의 이 추측은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LCS 그룹의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 만약 LCS 그룹이 정말 절반의 재산을 잃었다면, 은충환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그 손실을 메우려 할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LCS 그룹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시후의 능력, 자산, 그리고 인맥을 고려하면 LCS 그룹의 힘은 두 배로 증가한 셈이었다. 그래서 은충환은 안충주의 제안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고 의연하게 안충주에게 말했다. “충주, 우리 집안들은 서로 사돈 사이인데.. 자네가 이렇게 말하면 오히려 거리감을 느낀다네.. 내가 자네를 돕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고, 이걸로 조건을 따지려는 게 아니라, 자네가 요청한 일은 정말 내 능력 밖이라네.. 그러니 내가 할
이렇게 말한 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들이 잘난 척하는 걸 좋아한다면, 그냥 내버려 두시죠.” 그리고 나서 시후는 말했다. “아, 할아버지, 저는 며칠 뒤에 미국에 갈 예정이에요. 아마 한 달 정도 있을 것 같은데, 그동안 그룹의 일은 할아버지께서 신경 써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은충환은 호기심에 물었다. “시후야, 갑자기 미국에는 왜 가려는 거냐? 설마 Samson 그룹에 가보려는 건 아니겠지?”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아니요, 저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아내를 따라 미국에 갈 계획입니다.”은충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다. LCS 그룹 일은 걱정하지 마라. 네 외삼촌 쪽은 내가 먼저 나서서 연락할 일은 없을 거야. 그가 날 찾더라도 만나지 않을 생각이니 그건 걱정 않아도 된다.”“네 알겠습니다.” 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럼 시간이 늦었으니 어서 쉬세요. 저도 이제 집으로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댁으로 돌아가실 계획이 생기시면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은충환은 말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나처럼 나이 든 사람은 이제 잠이 별로 없어서 새벽 5시 정도면 그냥 깨.. 그러니 대충 아침 먹고 나서 출발하면 될 거다. 그러니 너는 일부러 올 필요없다.”시후는 새벽 5~6시쯤 출발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조금 이른 감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럼 그렇게 하시죠. 제가 모셔다 드리지 않고, 나중에 미국에서 돌아오면 댁으로 가서 할아버지를 다시 한 번 찾아 뵙겠습니다.”......다음 날, 경매에 참석했던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회춘단의 이야기를 안고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갔다.안충주는 버킹엄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긴 했지만, 서울을 즉시 떠나지는 않았다. 그는 다시 송민정을 찾아가 자신의 운을 시험해보려 했다.마침, 시후도 아침 일찍 이룸 그룹을 방문했다. 그는 송민정과 경매 후속 절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송 회장님, 우리는 협력 관계입니다. 서로 협력해서 필요한 걸 얻고, 상호 이익을 추구하며 함께 성장하는 거죠. 그러니 계속해서 고맙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송민정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약간 숙이며, 서둘러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이번 경매에서 회춘단과 부적의 수익을 합치면 대략 23억 달러입니다. 하지만 현재 재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수익에는 아무런 지출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우리가 지출을 반영하지 않으면, 이 23억 달러는 거의 순수익으로 간주되어 24%의 법인세를 내야 할 텐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합법적으로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은 선생님께서 회춘단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원재료나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지출을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원재료가 얼마나 지출이 들겠어요? 23억 달러의 수익에서 3억 달러만을 지출로 넣어도 많을 텐데.. 게다가 제작도 내가 직접 했으니 그 지출을 산정하기도 애매하죠. 그냥 모두 순수익으로 처리하고 세금을 내도록 하죠."송민정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고, "은 선생님, 정말로 세금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실 건가요? 이건 정말 큰 금액인데요..."라고 말했다.시후는 손을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필요 없어요. 내가 말한 대로 다 순수익으로 세금을 내도록 하세요."송민정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조금 있다가 재무팀에게 정확히 전달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말했다. "송 회장님, 이전에 버나드 아르노가 낸 돈 전부를 기부한다고 했던 것 외에도 경매 명의로 금액을 보태서 한국 자선 단체에 기부해 주세요. 하지만 이 기부금의 절반은 18세 이하의 빈곤층 청소년, 영유아 및 고아들의 생활, 교육, 의료에 사용되어야 하고, 나머지 절반은 70세 이상 빈곤층, 고독사 위험에 처한 노인 및 장애를 가지고 있는 노인들의 생활과 의료 및 노후 대비에 사용되어야
시후는 진화 보육원을 자신의 제2의 고향처럼 여겨왔다. 그는 진화 보육원에서 10년 넘게 살아왔고, 이제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진화 보육원과 같이 어린 시절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특히 진화 보육원과 그 주변 도시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고아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다. 조금 전 시후가 말한 복지 시설과 학교를 포함한 종합 기관은 시후가 꼭 이루고 싶은 꿈이었다. 사실 시후는 복지 시설에서 살던 시절을 자주 떠올리곤 했다. 그리고 복지 시설에서 함께 지냈던 친구들도 자주 떠올렸다... 예전의 자신, 복지 시설에서 친하게 지냈던 여동생 이소분, 절친 조강호, 그리고 얄미운 조한얼, 그리고 잘못된 길을 선택했던 권민준까지...박상철이 자신을 찾기 전까지는, 사실 다들 큰 잠재력이 없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모두가 고등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었다... 물론, 이는 복지 시설이나 박상철의 잘못은 아니었다. 복지 시설 자체가 아이들에게 비바람을 막아주고, 따뜻한 음식과 옷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기에,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박상철은 능력이 있었지만, 복지 시설이 조용하고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 지원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었다. 게다가 그 시절 대부분의 복지 시설은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었다.그래서 시후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매우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복지 시설의 다른 동생들이 더 잘 지내게 하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알바를 하기도 했다. 당시 박상철은 이를 안타깝게 여겼지만, 결국 시후에게는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렇게 알바를 하지 않으면 시후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더 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박상철은 시후의 결정을 간섭하지 않았다.이제 시후는 박상철이 걱정했던 문제 상황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이야기를 이어가며 시후는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아.. 그런데 그 분이 지금 캐나다에서 편히 지내고 계셔서요, 다시 힘들게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네요..”송민정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은 선생님, 이 프로젝트의 규모는 정말 크잖아요. 자금은 문제가 없다고 해도, 하드웨어적인 부분, 즉 부지 선정부터 착공, 완공, 그리고 검수까지는 최소 2~3년이 걸릴 겁니다. 은 선생님께서 직접 운영 팀을 꾸릴 생각이시니, 책임자를 바로 정할 필는 없을 것 같아요. 천천히 찾아도 충분할 겁니다.”“그렇긴 하죠.”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선 협의를 해줘요. 부지 선정부터 먼저 끝내고 프로젝트 디자인을 빨리 진행하도록 하죠!”“알겠습니다.” 송민정은 말했다. “곧 공공기관에 가서 논의해보겠습니다.”시후는 문득 이모님과 이소분을 떠올리며, 그녀들에게 전화를 걸어 근황을 물어보고 싶었다. 그들이 정착한 밴쿠버는 대략 15시간 정도 늦을 테니, 지금은 아마 오후 6시쯤일 것이었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휴식을 방해할 시간은 아니었기에 시후는 송민정에게 말했다. “송 회장님, 잠시 전화를 하고 오겠습니다.”“네, 은 선생님.”시후는 휴대폰을 들어 이소분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찾은 뒤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가 연결되었고, 이소분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시후 오빠! 어떻게 갑자기 전화를 다 했어?”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너랑 아주머니가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캐나다에서는 잘 지내고 있어? 적응은 했고?”이소분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여기서 잘 지내. 전에 나는 세탁소에서 일했었고, 아주머니는 매일 집 마당에서 꽃도 기르고 채소도 키우셔. 아주머니의 전 고용주가 매달 돈도 꽤 주시지만, 아주머니는 매일 이렇게 빈둥대는 게 싫다고 하시더라. 계좌에 돈이 쌓이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편의점을 하나 차리셨어. 나는 지금 그 편의점의 점장이자 캐셔야!”시후는 놀라서 물었다. “편의점을 차렸다고? 너랑 아주머니 둘이서만?”이소분은 말
이소분의 말을 들은 시후는 갑자기 죄책감을 느꼈다. 이씨 아주머니와 이소분이 캐나다로 간 지도 꽤 되었는데, 그는 한 번도 그들을 찾아가지 않았고, 심지어 그들의 생활이 어떤 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시후는 서둘러 말했다. "소분아, 며칠 후에 내 아내와 미국에 공부하러 가게 되었어. 그때는 너와 아주머니가 있는 곳과도 조금 가까워질 거니까, 아내의 교육이 끝나면 너와 이씨 아주머니를 보러 함께 갈게!""정말이야?!" 이소분은 기쁨에 차서 말했다. "시후 오빠, 오빠와 유나 언니가 미국에 같이 온다고? 어느 지역으로 가는데? 시간이 맞으면 내가 두 사람을 보러 갈 수도 있잖아!”시후가 말했다. "나는 프로비던스로 가. 동쪽이라 밴쿠버와는 꽤 멀어."이소분은 조금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정말 멀겠다... 여기서 최소 3,000km에서 4,000km는 될 거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3,000km 넘는 거리라 해도 비행기로는 4~5시간이면 가. 하지만 너는 굳이 그렇게 고생하지 말고.. 가게도 봐야 하니까 바쁘잖아. 내가 두 사람을 보러 갈게."이소분이 급히 말했다. "알겠어, 시후 오빠! 그럼 약속한 거다? 아주머니께서 돌아오면 이 좋은 소식을 바로 전할 게. 아주머니도 분명 너무 기뻐하실 거야. 우리를 꼭 잊지 말고 와야 해!"시후는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때 꼭 갈 테니까 출발 전에 연락할게.""정말 기대된다! 그럼 연락 기다릴게!" 이소분과 약속을 한 후 시후는 전화를 끊고 돌아왔다.그때 송민정의 비서가 그녀의 사무실 전화로 전화를 걸어와 말했다. "회장님, '최원정'이라는 분이 뵙고 싶다고 하시네요. 사업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십니다.""최원정?" 송민정은 잠시 의아해하다가 시후를 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최원정 씨는 099번 경매 참가자잖아요. 설마 여기까지 찾아온 걸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분명 회춘단 때문이겠죠.”송민정은 급히 말했
송민정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그럼... 그럼 어제 제가 그를 쫓아내게 한 것이 선생님의 외삼촌이었던 거네요...?"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당시에는 그의 진짜 신분을 몰랐어요. 그리고, 알았다고 해도 그런 상황에서는 그를 쫓아내야만 했겠죠." 잠시 이야기를 멈춘 뒤, 시후는 다시 말했다. "내가 이 경매를 여는 이유는 우리 집안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 경매는 최고 부자들이 그들의 신분이나 배경과 상관없이 내 규칙에 따라 회춘단을 낙찰 받는 자리죠. 그들이 돈으로 내 규칙을 무시할 수 있도록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만약 내가 특혜를 주기 시작한다면, 이 일의 본질이 완전히 변해버릴 겁니다.”송민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그럼 제가 비서에게 그를 접견실로 안내하라고 하고, 제가 접견실로 가서 그를 만나도록 할 게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차라리 내가 미팅룸으로 가서 기다리는 게 좋겠어요. 회장님은 이룸 그룹의 회장이고, 그가 회장님을 만나러 왔는데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지 않으면, 제 외삼촌은 회장님의 사무실에 더 중요한 손님이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특히 어제 경매가 막 끝난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하겠죠."송민정은 급히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뒤쪽에 있는 장소에서 잠시 쉬고 계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배경 벽의 왼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배경 벽에 있던 기하학적인 장식을 밀어 올렸다. 그곳에는 배경 벽의 장식과 선을 완벽하게 이용해 숨겨진 문이 있었다. 문의 반대편에는 약 30제곱미터 정도 되는 휴식 공간이 있었고, 그 안에는 침대, 화장실, 샤워실, 옷장, 안마 의자 등이 갖추어져 있었다. 이곳은 마치 작은 평수의 아파트처럼 꾸며져 있었다.시후는 그 세련된 디자인에 눈이 번쩍였다. 송민정은 옆에서 말했다. "이 공간은 원래 할아버지가 남겨둔 곳이에요. 할아버지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