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일이 정말로 은폐되지 않는다면, 자신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과 더러운 거래를 해 온 VIP들이 절대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2억이라는 금액이 매우 큰 돈이기는 하지만, 만약 이 돈으로 마피아 조직원들의 가족들이 전부 입을 다물 수 있다면, 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기꺼이 이 돈을 내놓을 것이었다. 한 시간 반 후, 시체는 시애틀에 도착했다. 제임스는 부모님이 갑작스럽게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시신을 집으로 바로 보내지 않고 먼저 장례식장으로 보냈다. 그 후 그는 직접 장례식장에 가서 동생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로 계획했다. 제임스는 동생 제이콥의 죽음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동생을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였지만, 그를 보호하지 못해 결국 이 세계에서 동생이 목숨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례식장에서 제이콥의 시신을 본 순간, 그는 더 이상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동생의 시신을 껴안고 울부짖었다. 제이콥이 부른 검시관이 다가와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 "제이콥 도련님,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셋째 도련님의 시신은 가급적 손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가능한 모든 유용한 단서를 찾아내야 하니까요." 제임스는 그제서야 동생의 시신을 놓아주며, 눈물을 닦고 흐느끼며 말했다. "꼭 철저하게 조사해 줘. 아무런 단서도 놓치지 말고!" "알겠습니다, 도련님!" 검시관은 즉시 공손하게 대답하고 매우 세심하게 검시 작업을 시작했다. 제이콥의 사망 원인은 심장에 총을 맞아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사였다. 법의학자는 각 상처들과 그 주변에서 발생한 신체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제이콥이 총을 맞은 순서를 추정했다. 그는 제임스에게 말했다. "도련님, 제 분석으로는 셋째 도련님은 오른쪽 다리부터 먼저 총을 맞은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왼쪽 다리와 민감한 부위, 그리고 마지막에 심장에 총을 맞아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임스, 내가 주문한 물건, 배송은 시작됐나?"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에서 가장 사랑받는 도련님, 배호영이었다. 배호영은 배유현의 큰아버지, 배해산의 장손으로, 올해 27세로 제임스와 동갑이었다. 배호영은 배유현보다 나이가 몇 살 많았지만, 그는 배유현의 사촌 조카나 다름없었다. 배호영의 아버지, 배한빈은 배유현의 가장 나이 많은 사촌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어린 배호영은 매우 불량한 성격으로, 아주 잔인하고 반항적인 바람둥이였다. 그는 명목상 페이셔스 그룹의 투자 펀드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저 이름만 걸어놓은 임시직에 불과했다. 사실 그는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자극을 찾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 배호영은 10대 때부터 가족들에 의해 최고급 사립학교에 보내졌고, 그곳에서 집안 배경이 매우 뛰어난 부유한 자식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일부 부유한 자녀들은 모여서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자신을 성공적으로 만들지 연구했지만, 또 다른 일부는 단순히 쾌락과 자극을 찾는 데만 몰두했다. 배호영은 후자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10대 시절부터 거의 모든 악행을 저질렀고, 점점 마음이 뒤틀리며 살인, 특히 잔인한 살인을 즐기는 무시무시한 취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배호영 개인적으로 특별한 경로나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가끔 사람을 죽이게 되면 가족들이 뒷수습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꾸중을 듣는 경우가 많아 어느 정도 자제를 해야 했다. 다행히 그의 친구 중에는 영리하고 대담한 제임스가 있었다. 제임스는 배호영과의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들기 위해, 배호영의 특별한 취향을 알아차리자마자 그를 위해 완벽한 채널을 마련해주었다. 과거에는 배호영이 스스로 먹이감을 찾아내고, 스스로 속여 먹이감을 잡은 다음 고문 후에 직접 시체를 처리해야 했다. 그러나 제임스와 친해진 뒤에는 제임스가 자청해서 그 모든 번거로움을 해결해주었다. 제임스는 배호영이
제임스는 배호영이 ‘물건’에 대해 묻자마자, 그가 말하는 물건이 어젯밤에 셋째 동생 제이콥이 바다에서 데려온 그 여자들 중 하나인, 이소분이라는 젊은 여자를 가리킨다는 걸 즉시 깨달았다. 배호영은 며칠 전 제출한 자료 중에서 한눈에 이소분을 보고 마음에 들어했으며, 그리하여 큰돈을 들여 제임스에게서 그녀를 사기로 했다. 보통 때 같으면 제임스는 이런 기회를 이용해 한몫 챙겼을 것이다. 그는 서비스를 제공했기에, 고객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배호영은 대단해졌다. 배호영의 할아버지 배해산이 마침내 그의 할아버지를 제거하고 권력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배호영의 아버지가 페이셔스 그룹의 새로운 권력을 차지하게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사실은 배호영이 곧 페이셔스 그룹의 대표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며, 이제 황태자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제임스는 이를 잘 알고 있었고, 배호영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이소분을 고른 뒤 바로 그녀를 배호영에게 바치기로 했다. 제임스는 배호영이 뉴욕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자신이 여자를 데려와 곧바로 배달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배호영은 제임스의 이 선물을 기분 좋게 받아들였으며, 그는 밤새도록 기다렸고, 이제는 좀 조급해져 전화로 언제 뉴욕에 여자를 보낼 수 있는지 물어본 것이었다. 제임스는 이 때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 배호영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고 페이셔스 그룹의 도움을 요청할지, 아니면 이 사건을 비밀로 하고 배호영을 포함한 VIP 고객들에게 알리지 말지 고민했다. 제임스는 물론 도움을 청하고 싶기는 했지만, 그는 동생을 죽인 범인을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들추면 VIP 고객들은 분명 한 번은 자신을 도와주겠지만, 그 이후로는 자신과 선을 긋고 거리를 둘 것이 분명했다. 심지어 사건이 지나간 뒤 그들은 자신을 죽여 입을 막을 가능성도 있었다.
제임스는 이 말을 듣자마자 호기심이 생겨 물었다. "도련님, 누구를 보고 마음에 드신 겁니까? 신상 정보를 주시면 제가 먼저 행적을 조사해 보겠습니다! 기회만 있으면, 어느 나라의 공주일지라도 꼭 데려오겠습니다!" 배호영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역시 제임스, 너 밖에 없어!" 그는 웃으며 다시 물었다. "제임스, 혹시 최근에 엄청 핫한 한국 유명 케이팝 스타 '혜리'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어?" "혜리?!" 제임스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도련님, 농담하시는 거 아니죠? 마음에 드는 사람이 혜리.. 입니까?!" 제임스도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혜리를 모를 리가 없었다. 혜리는 연예계에서 한국인들의 자랑이자, 현재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가장 큰 케이팝 스타였다. 게다가 그녀는 국민 아이돌로서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 몸매와 분위기 역시도 단연 다른 아이돌 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자신을 부잣집 자제인 것처럼 포장하는 일부 연예인들과는 다른 실제 상류층 출신이었다. Koreana 그룹은 한국에서 손에 꼽는 부호 집안이었고, 혜리는 그 집안의 외동딸이었다. 이처럼 그녀의 배경은 보통 부유한 가정과는 차원이 달랐다. 더욱이 그녀는 연예계에서 스캔들이나 복잡한 연애사를 갖고 있는 다른 스타들과는 다르게, 데뷔 이후 어떠한 스캔들이 없었기에 오점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팬들에게는 완벽한 여신이자, 완벽한 아이돌이었다. 제임스 역시도 사실 혜리의 팬이기도 했다. 그래서 배호영이 혜리를 노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깜짝 놀라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배호영은 무척 태연하게 말했다. "요즘에 전세계 남성들 중에서 혜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겠지? 그녀는 아마도 많은 사내들의 마음속에 있는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나 다름없을 거라고. 그러니 나도 당연히 그녀에게 한 번 접근해 보고 싶은 거지." 제임스는 갑자기 배호영에게 혐오감과 반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여신이 배호영의 손에 떨어지는 것을
그런 사람들이 실종된다고 해봤자, 문제가 커도 작은 지역 사회에서나 조금 주목받을 뿐이고, 지방 단위 뉴스에도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이렇게 되면 제임스는 안전했다. 하지만, 만약 혜리가 실종된다면, 이 뉴스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 것이다. 그때 만약 자신을 의심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는 자신에게 재앙이 될 것이 분명했다.이 생각에 제임스는 급히 말했다. "도련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올해 27살이니 결혼할 나이가 가까워지지 않으십니까. 만약 혜리를 정말 좋아하신다면, 그녀를 정식으로 아내로 삼으시는 건 어떨까요..." 배호영은 제임스를 비웃으며 말했다. "혜리를 아내로 삼는 게 네 생각처럼 쉬운 일이겠어? 그녀는 오랫동안 자신의 이상형을 찾고 있으며, 그 이상형 외에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그녀를 따라다녀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걸. 그럴 바엔 차라리 납치하는 게 낫지." 그는 이어 말했다. "게다가 난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어. 결혼은 재미가 없잖아~ 결혼하면 지금처럼 자유롭게 살 수 없고.. 난 나무 한 그루 때문에 숲 전체를 포기할 생각이 없거든." 제임스는 당황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결혼을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배호영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지. 나중에 일어날 일은 나중에 생각하면 돼. 아 참, 네가 개발 중인 그 섬 있잖아? 그녀를 그 섬으로 데려가서, 충분히 즐긴 후에 죽이고 시체는 화장해서 뼛가루를 바다에 뿌리면 돼. 그럼 아무도 우리가 한 짓이라는 걸 모를 거야." 제임스는 식은땀에 뒤덮여 신경이 마비되는 느낌이었다. 그는 순간 어떻게 배호영의 말에 답해야 할지 몰랐다.배호영은 제임스가 주저하며 밀당을 하고 있음을 눈치채고는, 목소리를 차갑게 낮추며 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말하는데, 왜 이렇게 답을 질질 끄는 거야? 나를 돕고 싶지 않다는 거야? 만약 네가 못하겠다면, 나는 다른 사람을 찾아서 시키면
제임스는 계속해서 방법을 생각하며 배호영을 설득하려 했지만, 배호영은 이미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젠장... 내가 지금까지 손댄 여자들을 다 합쳐도 혜리 하나보다 안 돼... 만약 혜리도 내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내 인생은 진정으로 완벽해질 거야! 그리고, 지금까지 손댄 여자들은 다 별 배경 없는 평범한 애들이라, 사건 후에 큰 문제가 없었지.. 솔직히 말해서 이제 그런 건 질렸어. 더 짜릿한 게 필요해!”제임스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 도련님, 혜리는 확실히 최고의 여성이기는 하지만, 이번 일은 정말 위험이 너무 큽니다.. 만약 들통이라도 나면, 도련님도 빠져나가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배호영은 더욱 흥분하며 말했다. "위험이 있으니까 더 짜릿한 거야!" 그는 진지하게 덧붙였다. "각 분야에는 최고 목표가 있잖아. 축구 선순들은 월드컵에 진출하기를 원하고, 달리기 선순들은 올림픽 금메달을 원하지. 누구라도 세계 챔피언이 되고 싶지 않겠어? 내게 혜리는 세계 챔피언 트로피나 다름없어. 그녀는 내 인생의 세계 기록이라는 거지!" 잠시 말을 멈춘 후, 배호영은 다시 말했다. "게다가, 혜리는 곧 연예계를 은퇴할 예정이야. 이번이 그녀의 마지막 은퇴 투어라고 했지.. 이게 그녀가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 서는 기회라고! 그리고 운 좋게도 첫 공연을 뉴욕에서 시작한다고 하지 뭐야?! 이건 운명이야! 하늘이 내게 기회를 주시는데, 내가 이걸 놓치면 안 되지!" 제임스가 무언가 더 말하려 하자, 배호영은 이미 점점 더 흥분하여 웃으면서 말했다. "이번에 혜리를 손에 넣으면, 나는 모든 순간을 녹음하고 녹화할 거야. 모든 상황을 다 찍어서 내가 죽은 후에 세상에 공개할 거야! 사람들이 나의 또 다른 면을 알게 되는 거지. 하하하! 그때 나는 몇 달 동안 전 세계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될 걸?" 제임스는 이런 악마들을 섬기기 위해 머리를 굴려 수많은 계획을 세워왔고, 그들이 더 악하게 행동하도록 부추기는 데
하지만 제임스는 이런 요청을 직접적으로 할 수 없었다. 배호영에게 제임스는 단순히 더럽고 힘든 일을 대신해서 처리해주는 사람에 불과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배호영은 평소 그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행히도 배호영은 현재 혜리를 손에 넣는 일에만 온 정신이 팔려 있었고, 제임스가 뉴욕에 온다는 말을 듣자마자 자연스럽게 그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려고 했다. 두 사람이 함께 이 일을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었다.이에 제임스는 별다른 생각 없이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준비해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배호영도 친절하게 말했다. "출발하기 전에 알려줘. 내가 비서에게 공항으로 데리러 가라고 할게." "알겠습니다, 도련님.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임스는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즉시 자신의 비서를 불러 말했다. "비행 준비를 하라고 알려. 뉴욕에 가야 해." 그러자 비서는 조심스럽게 제임스의 동생 제이콥의 시체를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큰 도련님, 지금 뉴욕에 가시면.. 셋째 도련님의 장례는 어떻게 할까요?" 제임스는 단호히 말했다. "제이콥의 시신은 우선 장례식장에 안치해 두고, 사건은 철저히 비밀에 부치도록 해. 아무도 이 사실을 몰라야 해. 내가 뉴욕으로 떠나면, 네가 선원들의 가족들을 찾아가서 위로를 해주고. 요트가 사고를 당해서 제이콥이 실종됐다고 말해. 그들에게 보상금을 주고 입을 다물게 하도록." 비서는 다시 물었다. "큰 도련님, 아버님과 어머님께는 어떻게 말씀드릴까요? 보고를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당분간은 알리지 마." 제임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부모님은 잘 모르셔. 이번 일에 부모님을 끌어들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제이콥의 일도 잠시 비밀로 하고.. 만약 부모님께서 물어보시면 제이콥이 나에게 돈을 받아서 여자들 몇 명을 데리고 파리로 휴가 갔으니, 심하게 걱정하거나 방해하시지
이때 제임스는 자신이 이미 발각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그는 여전히 자신의 비서에게 이탈리아 조직의 가족들과 시애틀에 남아 있는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뒤처리 작업을 확실히 마무리하라고 계속해서 지시했다.비서는 모든 것을 메모하며 물었다. "도련님, 밴쿠버로 사람을 보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사해 볼까요? 혹시 배후의 인물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안 돼, 절대 안 돼!" 제임스는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상대는 밴쿠버에서 한 번에 800명이 넘는 조직원을 납치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어. 우리가 밴쿠버에 가서 조사를 한다면, 그건 확실히 자살 행위라고. 그들이 이미 우리를 잡으려고 덫을 쳐 놓았을 가능성이 커. 지금은 그들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당분간 몸을 피해야 해." 비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임스는 다시 당부했다. "오늘부터 이 분야의 모든 업무를 중단하도록 해. 너무 눈에 띄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저자세로 행동하고." "알겠습니다, 도련님!" 비서는 어쩔 수 없이 이 생각을 접었다.30분 후, 제임스는 개인 전용기를 타고 서둘러 시애틀을 떠나 뉴욕으로 향했다. 블랙 드래곤의 정보팀은 그의 이름으로 등록된 여러 대의 전용기 번호를 쉽게 파악했고, 이 전용기들의 실시간 상태를 조회했다. 곧, 그들은 제임스의 전용기 중 하나가 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항공기는 2674번 보잉 BBJ 비즈니스 제트기로, 막 시애틀에서 출발한 상태였다. 시애틀 공항의 공개된 레이더 지도에서도 이 비행기의 실시간 위치, 고도 및 속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후, 그들은 이 비행기가 뉴욕을 목적지로 지정하여 비행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냈다.이 소식이 시후에게 전해지자,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제임스가 도망가서 어디로 갈지 궁금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뉴욕으로 가네..? 뉴욕은 아내가 있는 프로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말을 마친 뒤, 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이크 한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억울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 나는 그 때 내 딸이 임신했다는 걸 막 알게 되었다고! 이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족들을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네가 나라면, 억울하지 않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당신의 몸이 벌집처럼 총알에 뚫렸지만, 다행히도 머리는 맞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그때 당신의 정수리에 총알이 한 발이라도 박혀서 뇌가 터졌다면, 당신은 진짜 완전히 사망했을 테니까.”제이크 한은 의아한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시후는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냉동 캡슐들을 가리키며 평온하게 말했다. “당신 옆에 있는 이 스테인리스 캡슐들 잘 봐. 이건 전부 인체 냉동 보관을 위한 특수 장비들이야. 특히 저기 있는 ‘7번 캡슐’을 잘 보도록 해.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당신은 계속 저 탱크의 안에 냉동되어 있었던 거든.”제이크 한은 눈앞에 늘어선 스테인리스 캡슐들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냉동?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우선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어. 습격을 당할 때, 그렇게 많은 무장 대원들 중 아무도 당신의 머리를 총으로 겨누지 않았거든. 그래서 당신의 뇌는 살아남았지.” 그는 자기 뒤에 있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배유현 회장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그녀가 당신을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로 옮겨 냉동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의 시체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거거든.”제이크 한은 그제서야 시후의 뒤에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중의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회장이었다!“허억......” 제이크 한은 갑자기 숨을 들이켰고, 입을 떡 벌린 채 시
“뭐라고?! 네가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그게...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시후의 자기소개를 들은 제이크 한은 즉시 극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마 전 나누었던 안충주와의 대화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Samson 그룹의 회장 안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안충주는 자신의 누이인 안예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생사불명 상태인 그의 외조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Samson 그룹 전체가 그 외조카를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뒤졌다고 했으며 어떤 방법을 써도 그의 행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그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단지 시신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Samson 그룹 사람들은 여전히 외조카가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었고, 단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이크 한은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인물이,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자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경찰 출신인 제이크 한은 첫 번째로 이 사실에 대해 의심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는 차분히 진정한 후에 이 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분명히 이미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당시 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렸고,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고 무장한 조직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에게 총을 쐈어... 그 놈들의 화력은 엄청났고, 거의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총을 쏴댔지.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최소 20~30발 이상은 맞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난 이미 완전히 죽은 거야...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고 해도 날 살릴 순 없을 거야...!” 그래서 제이크 한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런 젠장, 이거 혹시 사후 세계인 건가?!” 그는 생각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원래 사람이 죽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거야... 계속 꿈을 꾸고, 온갖 이상한 곳을 떠도는 거지... 그 다음
바로 이렇게 무한히 늘어난 타임라인 때문에, 제이크 한 경감은 지금 이 순간 눈은 떠 있지만, 여전히 끝없는 꿈속에 있는 듯한 혼미한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던 중, 제이크 한에게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 한 경감, 지금 나를 볼 수 있겠습니까?”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이크 한의 마음속은 요동쳤다. 참으로 이상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꿈속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와 딸을 보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기도 했지만, 그 장면들은 마치 초창기 무성 영화와 같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영상 같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처음으로, 실제처럼 생생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제이크 한에게 매우 낯설었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낯섦 속에 묘한 익숙함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바로 그때, 그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이크 한은 눈앞이 새하얗게 밝지만은 않았다. 이제 그의 시야로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스테인리스 강철 탱크들이 들어왔다. 이 풍경은 음산하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치 김이 서린 욕실 유리창에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욕조보다 약간 큰 물탱크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기억은 마치 빛의 속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바로 경기장을 나와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