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의를 실현하냐고요?" 유미경의 질문에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지금 당장은 말해줄 수 없어요. 약간의 신비감은 남겨두도록 하죠."유미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혹시 장소운이 당신을 겨냥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예요? 홍콩에서 주먹 두 개로 두 명이나 당해낼 수 있겠어요? 그런 사람이 홍문과 싸우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무 날 과소평가하는 거 아닌가요? 두 주먹으로 두 명도 못 이긴다고요? 거기다 숫자 하나 더 붙여서 40명이라 해도 별로 대수롭지 않아요."유미경은 시후가 또 헛소리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말에 정신이 혼란스러워졌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정말이지, 당신에게 졌어요." 그녀는 시후와 함께 주차장을 나섰다. 주차장을 지나, 두 사람은 침사추이의 가장 붐비는 쇼핑몰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에는 많은 인파들 뿐만 아니라 판촉 활동을 하는 판매원들과 홍보와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세일즈맨들도 많았으며 제품을 전시하는 공간도 많이 있었다. 광장의 중심부에는 여러 개의 깔끔하게 정렬된 부스가 있었고, 이 부스에는 홍콩대학교의 마크가 걸려 있었다. 그곳에는 과잠을 입은 학생들이 부스 앞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마음이 복잡한 유미경은 시후와 함께 부스로 향했다. 이곳이 바로 그녀와 동기들이 자선 바자회를 열고 있는 장소였다.유미경이 다가오자, 학생들은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안경을 쓴 한 남학생이 급히 다가와 물었다. "미경 누나, 오늘 오셨네요?"유미경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침 오후에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잠깐 들렀어." 그러고는 물었다. "오늘 매출은 어때?"남학생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다지 좋지 않아요.. 아침 8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겨우 3만 홍콩달러 정도 팔았어요.. 원래는 5만 달러를 목표로 했었는데요."유미경은 그를 격려하며 말했다. "괜찮아, 3만 달러
유미경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제발 너나 잘 해. 내가 들었는데, 너 새 남자친구랑 또 헤어졌다며? 이번엔 사귀고는 몇 일 만에 또 헤어진 거야?"여학생은 입술을 삐죽대며 말했다. "그 인간, 정말 말하기도 싫어! 나랑 사귄 이유가 그냥 졸업 디자인에 도움 받으려고 한 거였다는 거야! 내가 그 자식의 졸업 작품을 끝내줬더니, 그 뒤로 바로 나랑 헤어졌다고..."유미경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제발, 남자 보는 눈 좀 키워."여학생은 잠시 시후를 바라보다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데 미경 언니, 사실 이 분이랑 언니랑 정말 잘 어울려!"유미경은 급히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 "그만해! 이미 여러 번 남자 보는 안목이 거의 없다는 걸 증명했잖아. 그래서 네가 이 분과 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아마 나에게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일 거야." 그리고 나서 유미경은 시후를 향해 눈을 흘기며 말했다.시후는 잠시 미소를 지으며 그 여학생에게 말했다. "저는 이 분의 약혼자입니다. 미경 씨가 직접 말한 거예요."그러자 주변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놀라며 일제히 감탄했다.여학생은 유미경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미경 언니... 몰랐는데 언니도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네!?"유미경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 말 듣지 마, 이 사람은 전혀 내 스타일 아니야." 그리고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다들 일이나 하라고, 이런 헛소리 좀 그만 듣고!" 그 후, 그녀는 자신이 가져온 상자를 열고 개인 물품 몇 개를 꺼내어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이 노트북은 내가 올해 초에 교체한 거야. 중고 사이트에서 보니까 거의 4천 홍콩달러 정도 하던데, 나는 3천으로 가격을 매겼어. 그러니 아마 쉽게 팔릴 거야. 그리고 이 게임기도 2천 몇 백 홍콩달러에 샀는데, 1천2백 홍콩달러로 가격을 매겼어..." 개인 물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후, 유미경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수고 많아, 끝까지 힘내자. 나는 일이 있어서 더 이상 여기 있지 못해."
시후는 가볍게 한마디를 던졌지만, 유미경은 괜히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시후에게 물었다. "도대체 뭐 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왜 인적이 드문 곳에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거죠?!"시후는 그녀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요. 내가 하려는 일은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니까요. 그냥 보고 있으면 됩니다." 이 말을 마친 후, 시후는 가속 페달을 밟아 유미경의 테슬라를 주차장에서 몰고 나갔다. 차가 주차장에서 나가자마자, 뒤에서 다른 세 대의 차량이 빠른 속도로 따라왔다. 그 중 한 대에 탄 장소운은 이를 악물고 시후가 운전하는 테슬라를 노려보았다. "저 자식을 따라가! 오늘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차를 운전하던 청년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도련님 걱정 마십시오. 오늘 죽여버릴 겁니다!"그는 팔에 문신이 가득하고, 근육질 몸매와 험상궂은 얼굴을 가진, 보기만 해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러자 장소운은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유미경, 계속 이렇게 눈치 없이 굴면, 기회를 봐서 그냥 제압해 버릴 거야!"운전하는 청년이 웃으면서 말했다. "도련님, 만약 그 여자를 제압하시려면, 곧바로 아버님과 대부께 그 집안에 가서 결혼을 제안하라고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집안은 절대 결혼을 거절하지 못할 것 아닙니까?!""그래 맞아!" 장소운은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미경이 계속해서 눈치 없이 굴면 이제는 나도 가만 있지 않겠어!”시후는 내비게이션을 따라 차를 몰고 갔다. 운전하는 동안 그는 계속해서 백미러로 뒤따라오는 차들을 살폈다. 차들이 간헐적으로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 그는 안심했다. 한 시간쯤 지난 후, 시후는 차를 홍콩 북부의 홍화령 인근 산지로 향했다. 그 후, 시후는 잠시 속도를 늦추고, 뒤따르는 친구들을 맞이할 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그때, 장소운은 뒤쪽 차에서 점점 더 얼굴이 어두워졌다. 운전자는 참
유미경은 곧바로 차에서 내려 시후를 따라 나섰다. 그리고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거죠?"시후는 산길로 이어지는 작은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로 가보죠. 아래로 좀 내려가 보는 거예요."유미경은 속으로 의문을 품었다. 평소라면 어떤 남자가 자신을 이런 외진 산속으로 데려오겠다고 하면 절대 따라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생각 끝에, 그녀는 결국 시후를 믿기로 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시후를 따라 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시후와 유미경이 산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장소운은 분노를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 "전부 차에서 내려! 오늘 반드시 저 자식을 끝장내고야 말겠어!"세 대의 차량에서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빠르게 내려와 시후와 유미경을 따라 산길로 들어갔다. 홍콩은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지금은 여름철이라 산속은 울창한 나무들로 가득했고, 햇빛은 짙은 나뭇잎 사이로 겨우 몇 줄기씩 내려와 희미한 반짝임만 있었다.유미경은 시후를 따라 산속 깊은 곳으로 걸어가며 처음에는 비교적 담담했지만,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지형이 조금 평탄한 곳에 다다르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시후에게 물었다. "대체 어디로 가려는 거죠?"시후는 그녀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이리 와요, 내 뒤로요."유미경은 놀랐지만, 시후에게로 걸어가려는 찰나 뒤쪽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산속에 무슨 야생동물이 있는 줄 알고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조금 뒤, 나무들 사이에서 열 명이 넘는 건장한 남자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근육질에 문신을 새긴,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깡패 같았다. 유미경은 그들을 보자마자 긴장하기 시작했고, 시후를 잡아 끌며 빨리 도망가자고 하려던 순간, 장소운이 무리들 사이로 어두운 얼굴로 뒤따라오는 것을 보았다.장소운은 시후와 유미경을 보자마자 이를 갈며 소리쳤다. "진짜 개 같은 커플이군! 홍콩에 호
시후의 한마디에 유미경은 극도로 긴장했다. 그녀는 시후가 어떻게 열 명이 넘는 사람들과 싸울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홍문의 조직원임이 분명했고, 모두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진짜 싸움이 벌어진다면, 시후는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이 건장한 깡패들은 시후가 이 순간에도 여전히 허세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 하나같이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장소운은 시후를 비웃으며 말했다. "좋아, 참 배짱 있는 놈이네! 죽을 때가 됐는데도 여자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어!"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누가 죽을 때가 됐는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 않나? 네가 부른 이 잡것들은, 내 눈엔 개 만도 못하거든."그 말을 들은 건장한 조직원들 중 우두머리 격인 리더가 즉시 소리를 쳤다. "뭐야, 우리는 홍문의 조직원인데 감히 무시하는 거냐?!"시후는 태연히 말했다. "그래, 내가 개 만도 못하다고 했는데 마음에 안 드냐?"리더 옆에 있던 부하가 욕설을 퍼부으며 말했다. "이 자식! 우리 오골계 형님은 홍문의 간부시라고!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시후는 비웃으며 말했다. "오골계? 이름처럼 닭 같은 놈이네. 진짜 개 만도 못하군."우계는 이 말을 듣고 치욕감을 느끼며 극도로 분노했다. 그는 시후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내가 너를 죽여버리겠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시후를 향해 돌진하며 강한 주먹을 시후의 코를 향해 내밀었다. 오골계는 홍문의 간부 중 한 명으로 전투력이 상당히 강했다. 그는 홍콩의 지하 격투 경기에서 다수의 경기를 치렀으며 승률도 절반을 넘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주먹 한 방이면 시후를 쓰러뜨리고 피투성이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 시후의 조롱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먼저 달려들었기에 이후에 장소운 앞에서 공을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순간, 상
그렇기에 모두가 힘을 합쳐 한마음으로 덤비면 단숨에 시후를 쓰러뜨리고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이들은 더욱더 격앙되었다!그 순간, 맨 앞에서 뛰어든 한 사내가 높이 뛰어올라 발차기를 하며 시후의 얼굴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계산으로는 이 발차기로 시후를 단숨에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고, 나머지 동료들이 몰려가 시후를 밟아 시후가 공격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시후를 반쯤 죽게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그러나 시후는 그의 발차기를 피하지도 않고 뒷걸음치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갑자기 두 손을 뻗어 날아오는 사내의 다리를 단단히 붙잡았다.그 순간, 공격한 사내는 온몸이 공중에 멈춰 있는 듯한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달려가 뛰어오른 관성은 마치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았는데, 그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멈춰섰다!시후는 그를 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어디서 굴러온 개 같은 놈이지? 엄마에게나 돌아가!" 그리고는 힘을 주어 그의 몸을 반달 모양으로 휘두르더니, 그를 무기로 삼아 다른 사람들을 향해 내던졌다.그러자 시후에게 달려들던 이들은 시후가 쓰러질 것을 기대하며 한꺼번에 몰려왔었지만, 예상과 달리 그들의 동료가 무기로 변해 자신들을 덮치고 말았다. 시후가 휘두른 사내는 한바퀴 반을 그리며 돌았고, 그 궤적 안에 있던 이들은 마치 볼링 핀처럼 엉켜 날아가고 말았다. 땅에 나뒹굴게 된 그들은 충격이 너무 심해서 큰 골절상을 입고 아예 움직이지도 못했다. 시후가 휘두른 사내는 더욱 처참했다. 자신이 부딪힌 모든 동료들을 쓰러뜨리는 대가로, 그는 몸의 여러 군데가 부러졌다. 특히 휘둘린 쪽의 갈비뼈는 전부 산산조각이 났다.시후의 뒤에서 이 모습을 본 유미경은 말문이 막혔고, 시후의 맞은 편에 있던 장소운 또한 당황하며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꿈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열 명이 넘는 사람이 단 두 번의 움직임에 모두 쓰러진 것이다. 장소운은 너무나도 두려웠다. 시후는
장소운은 시후의 기세에 완전히 눌려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만약 자신의 집안과 홍문이 시후를 제압하지 못한다면 자신은 더 이상 어떤 카드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절대로 시후의 화를 더 돋우지 않으려 애썼다.그러나 시후는 그를 그렇게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손을 들어 다시 한 번 장소운의 뺨을 세게 후려치며 질책했다. "말해봐. 갑자기 벙어리가 된 건가?"장소운의 입은 이미 심하게 부어올라 마치 입 안에 메추리알 스무 개를 넣은 것 같았고, 그는 간신히 고통을 참으며 흐느꼈다. "저.... 제가 잘못했습니다.... 형님, 제발.... 한번만 살려주세요...."시후는 다시 한 번 뺨을 후려치며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묻는 건, 아까 그 ‘즐긴다’고 떠들던 놈이 네가 맞냐는 거야! 헛소리를 한 마디만 더 하면 네 입을 찢어주지!"장소운은 울먹이며 말했다. "저.... 제가 맞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그의 뺨을 쳤다. "먼저 즐기고 다 함께 즐긴다고 하더니, 참 기세등등하더군!"장소운의 입 가장자리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울면서 말했다. "전부.... 전부 제 입이 방정이었습니다! 형님, 제발 저를 용서해주십시오...."시후는 냉소하며 또 한 번 그의 뺨을 때렸다. "아까는 나보고 무릎 꿇고 뺨을 백 대 맞으라고 하지 않았나? 조금 전 네 놈이 했던 그 말 기억하지?"장소운은 머리가 핑 돌며 시후에게 울부짖었다. "그건.... 그건 다 헛소리였습니다! 형님, 제발.... 제발 저를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이런 일 안 하겠습니다...."시후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와서 살려달라고? 이미 늦었어!" 그는 또 한 번 더 장소운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장소운은 눈앞이 빙글빙글 돌며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이 모습을 본 유미경은 차마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시후에게 다가가 말했다. "은시후 씨, 이제 그만 때리세요
유미경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 "은시후 씨... 제발 내 말 좀 들어봐요. 당신이 장소운을 이렇게 심하게 때렸으니, 그의 가족들이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요. 그때 가면 어떻게 이 일을 수습하려고요?! 우리 아버지도 당신을 보호해줄 수 없을 거예요...""당신 아버지요?" 시후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잘 보호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할 걸요." 그러고는 시후는 화제를 다시 유가휘 쪽으로 돌리지 않고, 유미경에게 말했다. "더구나, 지금은 이 녀석의 가족들이 가만히 있을 것이냐 아니냐는 문제가 아니고, 내가 이 상황을 보고 가만히 있느냐 아니냐가 문제가 될 겁니다. 그가 지금 백 대를 다 맞을 수 없다면, 그의 아버지나 의부가 대신 맞아야 할 테니까요. 왜냐하면, 그들은 한 명은 자식을 잘못 키웠고, 다른 한 명은 악한 일을 하는 것을 방관했기 때문이죠.”유미경은 시후의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아 말을 잇지 못했고 한참 뒤에야 간신히 물었다. "은시후 씨... 평소에도 이렇게 거만해요?"시후는 유미경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말했다. "난 평소에는 거만하지 않아요. 게다가 내가 항상 지키는 원칙은, 남이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남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난 결코 내가 힘이 있다고 해서, 혹은 배경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약자를 괴롭히거나 힘으로 남을 억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시후는 장소운을 가리키며 냉랭하게 말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나를 건드리면, 난 반드시 되갚아주죠. 열 배, 백 배, 천 배로 말입니다. 절대 봐주지 않습니다!"유미경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여기는 홍콩이에요, 당신의 나라가 아니라고요! 홍콩에서는 '강한 용이라도 그 동네의 뱀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고요?!"시후는 비웃듯이 웃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유미경 씨,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곳에 아무런 금기 사항이 없습니다!" 시후는 이번에 홍콩에 왔을 때 정말 그를 막아서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