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의 명령을 듣고, 성도민은 주저 없이 말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즉시 블랙 드래곤에서 정예 병력을 멕시코로 파견하겠습니다. 그때 은 선생님의 명령이 떨어지면, 어떤 장애물이나 방해꾼이 있어도 가차 없이 제거하겠습니다!""좋아요!" 시후는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급 대원들에게 전하세요. 이 일을 잘 처리하면, 내가 그들에게 공을 인정해준다고 하시고요! 그때 멕시코에서 승리 기념 파티를 열고, 내가 그들의 힘이 더욱 향상되도록 도와주겠습니다!"시후는 이미 블랙 드래곤의 전반적인 힘을 한층 더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는 이미 블랙 드래곤을 위해 많은 자금을 마련했기에, 이제 해야 할 일은 블랙 드래곤 대원들의 전투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현재 가장 좋은 해결책은 대원들의 수련을 돕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대원들에게는 한 알의 거풍환 전체를 쓰지 않아도, 삼분의 일이거나 사분의 일을 사용해도 실력이 더욱 향상될 것이다. 만약 회춘단이나 배원단을 추가하면, 강력한 영기가 그들의 경맥을 더 많이 뚫어줄 것이다.따라서 시후는 이번 임무가 끝난 후, 대원들의 수련을 돕기 위해 수련을 증진할 수 있는 술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승리 기념 파티를 열고, 그들의 실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성도민은 시후의 의도를 파악하고 매우 흥분하며 말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시후는 짧게 답하고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아 참, 장모님은 감옥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죠?"성도민은 즉시 말했다. "장모님 문제는 은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처리되었습니다. 저희 여대원들이 있기 때문에, 베드포드 힐 교도소에서는 아무도 장모님을 건드릴 수 없습니다."시후는 한숨을 쉬며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은 장모님이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건 걱정이 아닙니다. 지금 걱정되는 건, 장모님이 과연 힘이 생겼다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만약 과거에 장모님과 악
베드포드 힐 교도소.윤우선은 7~8 명 정도 되는 수감자들에게 전신 마사지를 받은 후, 온몸이 나른해져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다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만하게 굴던 클로이는 처참한 신세가 되었다. 윤우선의 지시에 따라, 클로이는 감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발을 돌아가며 주무르기 시작했다. 감옥의 소등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도 그녀는 4~5 명 밖에 마사지하지 못했을 뿐이었다.잠잘 시간이 되자, 윤우선은 차가운 목소리로 클로이에게 말했다. “내일까지 계속 주물러. 만약 게으름이라도 피우면,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클로이는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절대 게으름 피우지 않을게요...”윤우선은 코웃음을 치며 자신의 젖어 있는 침대를 가리키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전부 네가 한 짓이지. 앞으로 네 침대에서는 내가 잘 테니까, 넌 이 침대에서 자.”클로이는 감히 반발하지도 못하고, 서둘러 말했다. “네, 여사님. 그렇게 할게요...”윤우선은 침대가 젖은 걸 떠올리니 다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클로이의 졸개들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너희들! 오늘 밤 침대를 몽땅 물에 적셔 놓고 자. 그리고 앞으로 매일 밤 자기 전에 두 바가지씩 물을 뿌리고, 그렇게 사흘 동안 자는 거야!” 그리고는 다시 클로이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넌 내일부터 열흘 동안 젖은 침대에서 자! 저것들은 사흘이지만, 넌 열흘이야!”그 말을 듣고 감방 사람들은 겁에 질려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미 날씨가 더워졌다고는 하지만, 젖은 침대에서 자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흘 내내 그렇게 자야 한다니, 온몸에 류머티즘이라도 생길 판이었다.클로이는 더욱 절망했다. 다른 사람들은 사흘이지만, 자신은 열흘이라니. 열흘 동안 그렇게 잔다면 몸이 완전히 망가질 게 뻔했다. 그래서 그녀는 콧물과 눈물을 범벅으로 만들며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여사님, 저 정말 이렇게까지 당해야 하나요...
그날 밤, 클로이는 화장실과 감방 안의 침대 사이를 계속 오갔다. 그녀는 윤우선의 명령에 따라, 감방 내 모든 사람들에게 최소한 30분씩 발 마사지를 해줘야 했다. 잠을 못 자는 것은 둘째치고, 내일 낮에도 클로이는 단 한순간도 쉴 틈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한편, 그녀의 졸개들은 모두 젖어버린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이며 밤을 보내야 했다. 그들은 한 자세로 오래 누워 있을 수도 없었다. 몸이 축축한 침대에 닿아 있으면, 금세 얼음장처럼 차가워졌고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계속해서 이리저리 몸을 뒤집는 것뿐이었다. 마치 바비큐 그릴 위에서 천천히 돌아가며 구워지는 소시지처럼 말이다.그런데 놀랍게도, 마침내 감방의 주도권을 잡은 윤우선조차도 그날 밤을 편히 잠들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밤을 새운 윤우선이었지만, 그녀는 감방 안의 그 누구보다도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클로이는 여전히 필사적으로 동료 수감자들의 발을 주무르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두 팔이 빠질 것 같은 극심한 피로를 체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클로이는 처음으로 괴롭힘과 학대를 당하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밤새 여러 번 너무나도 피곤함을 느끼는 바람에 손을 멈추고 싶었지만, 윤우선은 보복에 보복을 가하는 성격이라는 걸 알기에 감히 게으름을 피울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때, 윤우선은 기지개를 켜며 클로이에게 다가가더니, 한동안 아무 말없이 그녀를 잠시 노려보았다.클로이는 윤우선이 가까이 오는 걸 보고 공포에 질렸고, 슬쩍 곁눈질을 한 뒤 급히 고개를 숙이고는 불안한 마음으로 발 마사지를 계속했다. 하지만 그녀의 두 팔은 이미 부어 올랐고 극심한 통증까지 동반하고 있었다. 힘을 줄 때마다 두 팔이 뼛속까지 아팠기 때문에, 클로이가 하는 마사지의 속도와 강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졌다.그러자 윤우선은 갑자기 발을 들어 클로이를 걷어차 버렸고, 클로이는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이내 차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지기에, 혼자 행동하는 것보다 훨씬 불편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번 멕시코행은 호랑이 굴로 직접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순진한 양인 척하면서 호랑이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시후가 배유현을 데려가면 그녀는 오히려 자신에게 걸림돌이 될 게 분명했다. 처음에 배유현은 시후가 멕시코에서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 정확히 몰랐다. 하지만 시후가 잠재적인 피해자로 위장하여 치명적인 함정에 직접 뛰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듣고는, 자신이 따라가봤자 그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짐만 될 거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 그녀는 씁쓸하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공항 입구에서 차가 멈추자, 시후가 그녀에게 말했다. "유현 씨는 신분이 노출되면 안 되니까, 차에서 내리지 마십시오."배유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은 선생님, 꼭 몸 조심하세요!"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작별한 뒤,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트렁크에서 크지 않은 여행용 가방을 꺼내 들고는,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공항 안으로 걸어갔다.시후의 가방에는 어제 새로 산 옷 몇 벌이 들어 있었다. 멕시코에서 어떤 상황이 일어나게 될 지는 몰랐지만, 이번에는 위험에 대해 아무런 대비가 없는 일반인처럼 행동해야 했기에, 여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을 챙기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시후는 체크인 카운터에서 탑승권을 받은 뒤, 보안 검색을 통과하고 지정된 게이트로 향했다. 이번에 시후는 이코노미석을 예약했기 때문에, 조용히 한쪽 자리를 찾아 앉아 목표 인물이 나타나길 기다렸다.약 10여 분이 지나자,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동양인 중년 남성이 급하게 게이트로 들어왔다.시후는 그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는 바로 주원희의 아들, 나훈구였다.나훈구 역시 시후와 같이 20인치 크기의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있었다. 다만, 그는 시후와 달리 어깨에 꽤 묵직해 보이는 가방을 하나 더 들고 있었다. 40대 초반이었지만,
일에 대해 언급하자, 나훈구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색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국가 장학생이라는 신분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던 그가, 멕시코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하자 갑자기 자존감이 낮아진 듯했던 것이다.시후는 그의 변화를 예리하게 감지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직장을 전전하며 수입이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1년 넘게 실직 상태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멕시코행도 생활고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보아하니 당신도 어쩔 수 없이 멕시코로 가시는 것 같은데, 사실 저도 당신과 같은 처지입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저도 멕시코에 가고 싶지 않아요.”나훈구는 호기심을 갖고 물었다. “멕시코에 가서 뭘 하려고요?”시후는 태연하게 말했다. “저도 아직 뭘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미국에서의 비자가 곧 만료될 예정인데, 원래는 그냥 불법 체류자로 남을까 고민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요즘 이민국에서 불법 체류자를 엄격히 단속하는 바람에, 얼마 전 제가 아는 삼촌도 강제 추방을 당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미국을 떠나기로 했어요.”나훈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미국에서 살기 힘들면 그냥 고향으로 돌아가면 되잖아요? 한국이 미국보다는 못할지 몰라도, 적어도 멕시코보다는 훨씬 낫지 않나?”시후는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한국에서도 살기 힘들어서 해외로 나온 겁니다. 예전에 국내에서 많은 돈을 빌렸는데, 지금은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수준이라서요. 만약 돌아가면, 아마 체포되어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나훈구는 이 말을 듣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자네는 돈 빌리고 도망친 건가?”“하하...” 시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조금 많이 빌렸습니다. 게다가 사업을 잘못 운영하는 바람에 적자가 너무 커졌어요.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
이것은 인연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그렇게 나훈구는 드물게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말했다. "아이구, 이거 정말 인연이네! 자, 자, 얼른 앉아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짐가방을 잘 정리한 후에야 나훈구 옆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이번 여행은 이야기 나눌 사람이 생긴 것 같습니다."나훈구도 시후에 대한 경계를 풀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는 멕시코에는 아는 사람이 있어요?"시후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아는 사람은요, 그냥 한 번 둘러보려 가는 겁니다. 거기서 적당한 일거리가 있으면 해보고, 없으면 돌아오면 그만이니까요."나훈구가 호기심에 다시 물었다. "돌아가면 채권자들이 쫓아다니는 건 안 두려워요?"시후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한국 땅이 얼마나 숨을 데가 많은데요. 그래도 일단 어디서든지 적당히 자리 잡고 정착하면, 어쩌면 다시 일어설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죠. 그럼 빚도 갚고, 잘되면 고향에도 번듯하게 돌아갈 수 있을 거고요." 그러면서 시후는 나훈구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그럼 멕시코에 무슨 일 하러 가시는 겁니까? 뭐 좋은 자리 있으면 저에게도 좀 소개해 주실 수 있습니까?""나요?" 나훈구는 한숨을 쉬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 나는 딱히 좋은 인맥이 없어서. 조금이라도 괜찮은 길이 있었으면, 내가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멕시코 같은 엉망인 곳으로 가겠어?" 그렇게 말하며 나훈구는 목소리를 낮추고 시후에게 속삭였다. "내가 솔직히 말하면... 멕시코라는 곳은 법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고. 예전에 미국 대통령이 왜 국경에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벽을 세우려 했겠어요? 그게 다 불법 이민자랑 마약 밀매를 통제하려고 그런 거지. 제대로 성공한 미국인이 누가 거기로 가겠냐고?"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한참 얘기했는데, 정작 무슨 일을 하러 가는지는 말씀을 안 해주셨습니다."나훈구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할게,
나훈구가 얼굴 가득 수치심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며, 시후는 그에 대한 인상을 조금 바꿨다. 처음에는 그저 부귀영화를 탐하는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래도 양심이 남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한편, 나훈구 자신도 이렇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건 오랜만이었다. 사실 그는 시후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런 심경을 밝힌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 말들을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두었고, 더 이상 참기 어려워 속 시원히 털어놓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늘 이런 이야기를 나눌 적절한 상대를 찾지 못하다가, 우연히 시후 앞에서 마음을 열게 된 것이었다.이에 시후는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 "정부는 언제나 시민들을 포용하는 법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해외로 나간 사람들이 많았지만, 정부는 늘 따뜻하게 받아줬어요. 그리고 정부에서도 자금 지원을 하여 인재를 해외로 내보내는 이유가 모든 사람이 반드시 돌아와서 정부를 위해 봉사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중 일부라도 돌아와서 정부를 위해 힘이 되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중간에 잃어버린 인재들은 그냥 자연스러운 손실일 뿐입니다." 잠시 말을 멈춘 후, 시후는 다시 말했다. "이건 마치 스티로폼 박스로 얼음을 운반하는 것과 같아요. 아무리 단단히 포장하든, 운반 중에 일부는 녹아 없어지겠죠. 하지만 상관없어요. 운반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남아 있는 얼음이 있다면, 그 노력은 가치가 있는 거니까요."나훈구는 순간 놀랐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사실 나는 처음에는 미국의 화려한 모습에 현혹된 거였어. 여기가 더 큰 무대이고, 여기서라면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렇다고 정부를 잊은 건 아니거든... 오히려 속으로는 ‘성공하면 몇 배, 몇 천 배로 한국에 보답해야지’라는 마음이 있었어. 그런데 나 같은 사람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평범한 사람이 되어 버렸네..."그렇게 말하며, 나훈구
그 후, 나훈구는 또 다른 많은 선배들이 미국의 벤처캐피털에서 모은 자금을 활용하여 자금을 받아 한국으로 돌아간 뒤, 한국에서 유명한 스타 기업들에 대거 투자하는 모습들도 보았다. 그들은 단순히 기업들을 세계적으로 정상급의 회사로 성장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몸담고 있던 투자은행에도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었으며, 스스로도 명성과 부를 얻었다. 그들중 일부는 최고의 투자자로 추앙 받으며, 책을 출판하고 전설적인 인물이 되어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이 모든 것을 지켜본 나훈구는 큰 자극을 받았다. 그는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후, 단순히 한국으로 돌아가 공기관의 직원이나 공무원이 되는 삶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앞서 성공한 사람들처럼 정상에 올라, 우수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성공한 후, 당당하게 귀국하여 위대한 회사를 창립하거나, 위대한 기업들에 투자하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떠한 산업이든 최고의 인재들이 설 자리는 극히 협소한 법이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유학파 엘리트들 중, 실제로 정상에 오른 사람은 고작 몇 백 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운칠기삼’이라는 말도 있듯이 최고가 되려면 적절한 때, 적절한 장소, 적절한 사람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 이것은 결국 한 사람의 단순한 노력만으로는 절대 정상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뜻했다.나훈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야심 찬 꿈을 품고 미국에 남았지만, 현실은 그에게 냉혹한 시련만을 안겨주었다. 유학 초기 몇 년간은 이상을 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계를 위해 분투해야 하는 날들이 늘어났고, 결국 점점 평범한 사람이 되어갔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며, 나훈구는 시후와 점점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속마음을 털어놓을수록,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비행기는 점점 착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후는 그에게 휴지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 "형님, 멕시코는 형님한테 맞는 곳이 아닙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표를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