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김상곤과 윤우선 같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사는 일은, 시후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익숙해졌다고 해도, 막상 한복판에 들어가면 정신적으로 꽤 피곤했고, 심지어 몸까지 지칠 정도였다.그래서 시후에게는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집을 나왔지만, 막상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샹젤리 온천으로 가기엔 거리가 꽤 멀어, 왕복 시간을 생각하면 애매했다.잠시 고민하던 중, 문득 릴리가 떠올랐다. 시후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은 릴리가 웃으며 말했다.“선비님, 점심시간에 웬일이십니까? 혹시 저 불러내서 밥 사주시려는 건 아니죠?”시후도 웃으며 답했다.“나도 지금 밥 먹을 데가 없어. 이렇게 된 김에 같이 점심이나 할까?”릴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럴 바엔 차라리 이쪽으로 오시죠. 날씨도 쌀쌀해져서, 마당에서 전골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선비님 오시면 식기 하나 더 놓고 재료 조금 더 준비하면 되니까요.”“좋아.” 시후가 바로 답했다.“마침 지난번에 빌린 차도 돌려줄 겸 가야겠어. 곧 도착해.”전화를 끊은 시후는, 별장에서 가져온 롤스로이스를 몰고 집을 나섰다.릴리의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재료를 내려놓고 나가려던 한숙현이 시후를 보고 인사를 건넸다.“은 선생님, 오셨습니까.”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차 키를 건넸다.“집사님, 차는 입구 주차장에 세워뒀습니다. 키 받아주십시오.”한숙현이 말했다.“필요하시면 계속 사용하셔도 됩니다. 굳이 돌려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시후는 웃으며 답했다.“이렇게 비싼 차는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너무 눈에 띄어서요.”한숙현은 더 말하지 않고 키를 받아들였다.“식사 준비는 다 마쳤습니다. 방해되지 않도록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감사합니다.”한숙현이 자리를 떠난 뒤, 시후는 마당을 둘러봤다. 작은 원목 식탁과 황화리 의자 두 개, 그리고 정갈하게 준비된 고
시후가 말했다.“장인어른, 급한 일 있으시면 먼저 다녀오십시오. 유나 씨는 제가 혼자 나가서 데려와도 괜찮습니다.”윤우선이 곧바로 말을 끊었다.“안 돼! 유나가 이렇게 오래 집을 비웠다가 돌아오는데, 당연히 다 같이 공항 나가야지!”김상곤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아까 말한 대로 하자. 내가 협회 잠깐 다녀왔다가, 오후 세네 시쯤 와서 같이 나가면 되잖아.”윤우선이 발끈했다.“김상곤, 말이 안 통하는 거야 지금? 그 협회 오늘 꼭 가야 돼? 그렇게 가고 싶으면 나도 같이 가. 당신 부회장이지? 곧 회장이 될 사람이라면서? 그럼 나는 부회장 부인이고, 곧 회장 사모님인데 같이 가서 구경 좀 하는 게 뭐가 문제야?”김상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속이 철렁 내려앉았다. 윤우선 같은 사람이 협회까지 따라가서 소란이라도 피우면 체면이 완전히 무너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럼 분명히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대며 ‘어떻게 저렇게 점잖은 사람이 저런 여자랑 결혼했냐’라고 할 것이다.이런 생각을 한 그는 결국 급히 말을 바꿨다.“됐다, 됐어! 안 가면 되잖아! 안 가면 되지! 우리 셋이 그냥 집에 있다가, 오후 4시쯤 공항 가면 되겠지?”윤우선이 팔짱을 끼고 되물었다.“왜? 나 데리고 가는 게 그렇게 싫어? 내가 그렇게 창피한 사람이야?”김상곤은 결국 폭발했다.“아니, 왜 아침부터 자꾸 시비를 걸어! 집에 있자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으면 된 거 아니야?”윤우선이 싸늘하게 말했다.“지금 나한테 짜증 내는 거야? 이제 회장 자리 눈앞에 보이니까 내가 눈에 안 들어오는 거지? 옛날처럼 시어머니랑 형네 식구들한테 눌려 살던 때랑 다르다 이거야? 이제는 나 같은 아내가 발목 잡는다고 생각하는 거고?”김상곤은 당황해서 말했다.“아니야, 그런 뜻이 아니라니까. 다 당신이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윤우선이 몰아붙였다.“그럼 당신 뜻은 뭔데?”김상곤은 머리가 핑 도는 듯 비틀거리며 말했다.“협회 안 간다고
김상곤은 기지개를 켜며 양손으로 얼굴을 몇 번 두드린 뒤, 비웃듯 말했다.“윤우선, 입으로만 떠드는 건 진짜 잘하지. 왜, 깎아내리니까 그렇게 좋냐?”윤우선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언제 깎아내렸다고 그래? 다 사실을 말한 거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김상곤을 모르겠냐? 스스로 생각해봐, 무슨 실력이 있다고? 그림 좀 안다고 설치는데, 그 정도면 골동품 시장에서 가짜나 파는 사람보다도 못해. 그런 주제에 협회 부회장이라니, 회장이 눈이 어떻게 됐길래 당신 같은 반푼이를 앉혀놨는지 모르겠어. 정신 차리는 날 오면 바로 짐 싸서 나가라고 할 걸?”김상곤은 오히려 더 으스대며 말했다.“윤우선, 당신 생각이 틀릴 것 같은데? 우리 배 회장님 입에서 요즘 승진 얘기가 나오고 있거든. 회장님이 승진하시면 협회 회장은 내가 하는 거야. 그때가 되면 내가 더 이상 2인자가 아니라 1인자가 되는 거라고!”“웃기고 있네!” 윤우선이 바로 받아쳤다.“김상곤, 당신이 회장? 거울이나 보고 그런 소리를 해!”김상곤은 물컵에 물을 따라 마시며 고개를 까딱였다.“내가 회장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야. 협회에서 누가 감히 나한테 반대하겠냐? 배 회장님도 못 해. 아니면 왜 전에 해외 교류 갈 때 나를 보냈겠어? 왜 너는 안 보냈을까?”윤우선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그 판에 안 끼는 거지. 내가 거기 끼면 해외 교류 명단에 나도 들어갔을 거다!”김상곤은 눈을 뒤집으며 말했다.“너를? 해외 교류 보내면 가서 뭐 할 건데? 외국 사람들이랑 싸움이나 걸 거냐? 말도 안 통하는데 뭘로 싸우려고? ‘아이 씨!’ 한마디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 있냐?”윤우선이 버럭 소리쳤다.“나는 ‘바카야로’도 할 줄 알아!”김상곤은 헛웃음을 쳤다.“그건 일본어야, 바보야!”윤우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시후 손에 들려 있던 빗자루를 낚아채 김상곤에게 휘둘렀다.김상곤은 간신히 피하며 문 쪽으로 물러나면서 말했다.“미친
다음 날, 김상곤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윤우선도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요즘 휴대폰으로 라이브 방송과 숏츠들을 보느라 밤을 늦게까지 보내는 바람에, 결국 오전 열 시가 넘어서야 겨우 침대에서 일어났다.원래 시후는 이날 샹젤리 온천으로 가서 나나코의 수련을 도와줄 계획이었지만, 유나가 오후에 돌아오는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외출을 미루고 집에서 기다렸다가 공항에 마중 나갈 생각이었다.윤우선은 졸린 눈으로 휴대폰을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다가, 거실을 청소하고 있는 시후를 보고 물었다.“은 서방, 오늘은 안 나가나? 평소 같으면 이 시간에 이미 나가서 일 보지 않아?”그러다 문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혹시 요즘 일거리가 줄어든 건 아니지? 괜히 집안 살림에 영향 있는 건 아니고?”시후는 웃으며 답했다.“장모님, 그런 거 아닙니다. 오늘은 일부러 일정을 다 비워둔 겁니다.”“아이고…” 윤우선은 아까운 듯 혀를 찼다.“은 서방, 계산이 안 되나? 한 번 나갔다 오면 몇 천, 몇 억씩 벌 텐데 그걸 놔두고 집에서 청소를 하고 있으면 너무 손해잖아. 차라리 나가서 돈을 벌어. 나에게 1%만 줘도 몇 백은 되는데, 대신 내가 집 청소 깔끔하게 다 해줄게!”시후는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유나 씨가 돌아오는 날이라 그렇습니다. 집 정리해두고, 시간 맞춰 공항 나가려고요. 오랜만에 돌아오는데 집이 어지러우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윤우선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유나가 온다고? 진짜로? 아유, 보고 싶어 죽겠어!!”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몇 시간 전에 이미 비행기를 탔습니다. 여섯 시간 정도면 도착할 겁니다. 오후 4시에서 5시쯤 될 거고요. 저녁은 같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윤우선은 괜히 서운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애가, 남편밖에 모른다니까. 이런 중요한 걸 엄마한테는 말도 안 하고…”그러면서 시후가 바닥을 닦고 있는 걸 보더니 얼른 다가왔다
헬레나는 말을 이어갔다.“다만, 이번 일에 작은 변수가 하나 생겼습니다. 엔비디아가 며칠 전에 최신 연산 칩 B100을 발표했는데, 성능이 기존에 저희가 확보한 H100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사실상 차세대 제품이라고 보셔도 되죠. 그래서 하워드 회장과 상의해서, 아직 B100이 정식 출시되기 전에 인맥을 활용해 일부 물량을 선점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최소한 출시 첫 분기 안에는 2만 장 정도는 확보할 수 있도록요.”시후가 물었다.“반응은 어땠습니까?”헬레나는 약간 웃으며 답했다.“역시나 쉽게 응하지는 않았습니다. B100은 성능이 워낙 뛰어나서, 이미 글로벌 AI 기업들이 전부 물량 확보에 나선 상황이거든요. 하워드 회장은 ‘이미 H100을 그렇게 많이 확보해준 것만으로도 큰일을 한 셈인데, B100까지 요구하는 건 무리’라는 식으로 말을 돌리더군요.”시후는 담담하게 웃었다.“결국 조건 문제입니다. 이미 정해진 조건 이상으로 더 주고 싶지 않은 거죠.”“맞아요.” 헬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하워드는 정말 철저한 사업가예요. 최근 엔비디아 주식으로도 큰 수익을 냈고, B100 출시 이후에는 더 크게 상승할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량을 더 확보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굳이 추가 조건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거죠.”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방법은 간단합니다. 단순히 돈을 더 주는 게 아니라, 거래 가치 자체를 올려야 합니다. 그럼 이렇게 전하세요. B200 칩 4만 장을 노르웨이까지 확보해주면, 추가로 거풍환 4분의 1을 주겠다고요. 계산하면 총 4분의 3을 확보하게 되는 셈입니다.”헬레나는 미소 지었다.“그 정도면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움직일 거예요.”시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대신 아들인 스티브는 속이 뒤집히겠군요. 한국에 다녀왔는데, 돌아가보니 아버지가 더 젊어져 있으면… 저를 원망할 겁니다.”헬레나는 조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스티브가 극
김상곤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거의 인사불성이었다.오 선생이 그를 데려다주자, 시후가 밖으로 나와 김상곤을 받아들었다. 평소 멀쩡하던 얼굴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은 아무리 힘을 줘도 실눈으로 겨우 떠지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묘하게 웃는 듯한 표정까지 더해져, 완전히 체면이고 뭐고 다 내려놓은 상태였다.흐릿한 시야 속에서 시후를 알아본 김상곤이 흐느적거리며 말했다.“은… 은 서방… 오늘… 오늘 내가… 진짜… 체면 제대로 차렸어…!”시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장인어른, 술을 많이 드셨으면 조용히 들어가셔서 쉬셔야 합니다. 장모님께서 깨시면 큰일 난다고요. 지금 모습 보시면 바로 내려오셔서 한 소리 하실 겁니다.”“나한테 뭐라고 해?” 김상곤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내가… 내가 무서워할 줄 아냐…”시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목소리 낮추십시오. 장모님은 원래부터 무서운 분입니다. 지금 상태로 싸우시면 절대 못 이기십니다.”그 말에 김상곤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듯 몸을 움찔했다.“그래… 그래… 남자가… 여자랑 싸우는 거 아니다… 은 서방… 방으로 좀 데려다줘… 조용히…”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부축해 집 안으로 데려갔고, 방에 눕혀 겨우 정리해주었다.모든 걸 마친 뒤 방에서 나오자마자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노르웨이 여왕 헬레나였다. 아마도 주진운의 귀국과 관련된 일일 거라고 짐작한 시후는 다시 방으로 돌아가 전화를 받았다.“은시후 씨, 늦은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혹시 쉬고 계셨나요?”“아닙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상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헬레나가 차분하게 말했다.“최근 진행 상황을 보고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내용이 조금 많아서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는데, 괜찮으실까요?”“괜찮습니다. 말씀해 보시죠.”헬레나가 말을 이어갔다.“우선 확정된 내용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진운 삼촌의 신분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습니다. 본인 요청에
노르웨이 왕실의 호송대가 늦은 밤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콩코드는 이륙 준비가 되어 있었고 시후가 공항에 도착하면 곧바로 이륙할 수 있었다. 지금 시각은 노르웨이 시간으로는 오전 1시,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8시였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시후는 한국 시간으로 정오쯤 인천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착륙 후 시후는 가능한 한 빨리 구름산으로 가서 위험한 일이 있을 때 몰래 도망친 LCS 그룹의 구성원들을 처리할 예정이었다.차에서 헬레나는 시후 옆에 앉아 있었다. 이때 헬레나는 시후를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차창 밖으로
소수도는 절대 시리아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아무리 시후에게 애원해도 시후가 결코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시리아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그의 딸 소민지를 빨리 엘에이치 그룹의 회장으로 만드는 것이다.시후가 소민지가 가장이 되면 소수도가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방금 그는 시후가 아버지가 회장직을 포기하기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마음에 떠오른 첫 번째 가능성이자 유일한 가능성은 시후가 그의 딸 소민지가 엘에이치 그룹의 회장직을 차지하기
비록 블랙 드래곤의 병사들은 모두 시후의 힘을 매우 경계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성도민이 이렇게 비참하고 절망적인 상태에 있는 것을 보고 가만히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그들 대부분은 성도민의 호의를 받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시후가 놓아주지 않으면 성도민은 죽음을 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과 같은 그의 부하들도 이곳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성도민을 위해 무릎을 꿇고 차례대로 시후에게 함께 용서를 구했다.블랙 드래곤의 수많은 병사들이 시후 앞에서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하고 애
셰이크가 블랙 드래곤과 협의에 이른 뒤 이 소식을 아덴만으로 가져오자, 아덴만의 해적 조직 전체는 완전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심지어 그들은 죽을 고비를 넘긴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지금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블랙 드래곤이 그들을 완전히 몰살시켜, 생계 수단을 완전히 없애 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블랙 드래곤은 아덴만의 호위 사업을 완전히 독점할 생각이 없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자, 해적들은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해적들은 모두 기뻐하며 두 가지 합의점에 도달했다. 첫째, 블랙 드래곤의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