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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1장

Author: 로드 리프
“시험...?” 소지빈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어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 무슨 말씀이세요? 어떤 시험이요?”

박혜정은 진지하게 말했다. “시후가 오늘 이곳에 온 건, 아무래도 네게 저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였을 거야. 네가 그 기회를 빌미로 순례를 중단하려는 마음이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

소지빈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럼 은 선생님은 제 진심을 확인하려는 거였다는 말씀이신가요? 제가 진짜 각오가 되어 있는지를?”

“비슷한 거지.” 박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시후가 행동하는 방식은 그 아버지와 참 많이 닮았어. 나는 시후를 깊이 알진 못하지만, 은서준의 성격은 잘 알아. 그 사람은 사람을 쓸 때 제일 먼저 보는 게 능력도 아니고, 출신도 아니었어. 무조건 ‘인성’부터 따졌지.”

박혜정은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갔다. “그 사람의 기준에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인성이 올바르지 않다면 절대 가까이 두지 않았고, 자신의 사업 안에 포함시키는 일도 없었어. 그런데 요즘 세상은 그렇지가 않잖니. 대부분의 대표들은 애초부터 나쁜 마음을 품고 있고, 상대의 인성과 상관없이 능력만 있으면 뽑아 쓰고는 가치가 떨어지면 아무렇지도 않게 내다버리거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결국 양날의 검이야. 잠깐은 효율이 나올 수 있어도, 이기적인 두 사람이 ‘전부 가져가겠다’는 태도로 협업하면 서로 윈윈하는 구조가 결코 만들어질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손해가 더 크단다. 그걸 잘 아는 은서준은 사람을 쓸 때, 무조건 인품부터 봤어.”

잠시 말을 멈췄던 그녀는 다시 말했다. “시후가 네 아버지를 진주 하씨가 감금하고 감시하도록 허락한 것도, 어쩌면 똑같은 이유 때문일지 몰라. 네 아버지가 시험 기준을 통과하기만 한다면, 역시 자유를 얻게 될 거야. 내 말을 한 번 믿어 보렴. 이번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너희 아버지도 아마 자유의 몸이 될 거다.”

소지빈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엄마 말씀은... 은 선생님께서 절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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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301장

    “시험...?” 소지빈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어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 무슨 말씀이세요? 어떤 시험이요?”박혜정은 진지하게 말했다. “시후가 오늘 이곳에 온 건, 아무래도 네게 저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였을 거야. 네가 그 기회를 빌미로 순례를 중단하려는 마음이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소지빈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럼 은 선생님은 제 진심을 확인하려는 거였다는 말씀이신가요? 제가 진짜 각오가 되어 있는지를?”“비슷한 거지.” 박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시후가 행동하는 방식은 그 아버지와 참 많이 닮았어. 나는 시후를 깊이 알진 못하지만, 은서준의 성격은 잘 알아. 그 사람은 사람을 쓸 때 제일 먼저 보는 게 능력도 아니고, 출신도 아니었어. 무조건 ‘인성’부터 따졌지.”박혜정은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갔다. “그 사람의 기준에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인성이 올바르지 않다면 절대 가까이 두지 않았고, 자신의 사업 안에 포함시키는 일도 없었어. 그런데 요즘 세상은 그렇지가 않잖니. 대부분의 대표들은 애초부터 나쁜 마음을 품고 있고, 상대의 인성과 상관없이 능력만 있으면 뽑아 쓰고는 가치가 떨어지면 아무렇지도 않게 내다버리거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결국 양날의 검이야. 잠깐은 효율이 나올 수 있어도, 이기적인 두 사람이 ‘전부 가져가겠다’는 태도로 협업하면 서로 윈윈하는 구조가 결코 만들어질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손해가 더 크단다. 그걸 잘 아는 은서준은 사람을 쓸 때, 무조건 인품부터 봤어.”잠시 말을 멈췄던 그녀는 다시 말했다. “시후가 네 아버지를 진주 하씨가 감금하고 감시하도록 허락한 것도, 어쩌면 똑같은 이유 때문일지 몰라. 네 아버지가 시험 기준을 통과하기만 한다면, 역시 자유를 얻게 될 거야. 내 말을 한 번 믿어 보렴. 이번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너희 아버지도 아마 자유의 몸이 될 거다.”소지빈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엄마 말씀은... 은 선생님께서 절 다시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300장

    하지만 만약 소지빈이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오늘부로 자유로운 몸이 될 수는 있겠지만, 엘에이치 그룹의 어떠한 사업에도 다시는 손을 댈 수 없게 될 것이다.시후는 소민지를 위해,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고,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찾고 있었기에, 이 자리에 조금이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는 인물을 둘 수는 없었다. 소지빈이 이 순례에서 단 1%라도 포기하려는 기색을 보인다면, 그는 바로 후보에서 제외될 것이었다.박혜정과 소민지는 시후의 속뜻을 알지 못한 채, 그가 소지빈에게 이렇게 큰 너그러움을 베푸는 모습을 보고 감격했고, 내심 소지빈이 이 기회를 받아들이길 바라고 있었다.하지만 소지빈은 잠시 고민하더니, 곧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 선생님, 뜻은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도 이번 순례를 끝까지 마치고 싶습니다.”시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정말 그렇게 하겠다는 겁니까? 이제부터는 훨씬 더 험난할 텐데요. 만약에 산길을 걸어야 하고, 바다를 끼고 걸어야 하고, 인적 없는 지역을 지나야 할지도 모르는데... 당신 곁엔 더 이상 도시에서 받던 보호가 없어질 지도 모르고, 대신 눈앞에 펼쳐지는 건, 날것 그대로의 시골길이 될 겁니다. 환경은 가혹하고, 가끔 저녁에는 야생 동물도 출몰하며, 운이 나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소지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든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여정을 완주하고 싶습니다. 중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사실 예전의 저는 믿음도, 경외심도 없이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몇 달 동안, 저는 제 안에 하나의 ‘신념’이 생겼습니다. 그건 종교가 아니라, 어떤 목표를 향한 끈질긴 의지입니다. 저는 제 스스로에게,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이 순례길을 끝까지 가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포기하면... 아마 다시는 도전할 용기를 못 낼지도 모르니까요.”시후는 그 말을 듣고, 소지빈을 다시 보게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299장

    시후는 엘에이치 그룹과 부모님의 죽음이 무관하다는 사실을 확신한 이후, 더 이상 그 가문의 어떤 사람에게도 목숨을 거두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소수도조차도 놓아줄 수 있었던 시후에게, 소지빈 정도야 말할 것도 없었다.게다가 소지빈을 몰래 지켜주도록 사람을 붙여둔 것도, 그에게 연민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박혜정과 소민지를 생각한 결정이었다.해남까지의 삼보일배 순례길은 자전거로 서울까지 온 공은찬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공은찬은 자전거도 있었고, 지나는 길도 대부분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만 피한다면 목숨이 위태로울 일은 거의 없었다.하지만 소지빈의 경우는 달랐다. 그는 남쪽으로 가면 갈수록 점점 더 험하고 힘들어 질 것이었고, 실제로 조금만 방심해도 언제든지 생명의 위협에 직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후는 반드시 그를 보호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도중에 사고라도 나서 그가 목숨을 잃게 되면, 박혜정이나 소민지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는가...?소지빈 역시 알고 있었다. 시후가 사람을 붙여 자기를 지켜준 것은, 자신에 대한 연민 때문이 아니라, 엄마와 여동생 때문이라는 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진심으로 시후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그는 시후 덕분에 철없는 삶을 청산하고 진심으로 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고개 숙여 정중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그 이유가 무엇이든... 전 선생님께 다시 태어난 것과 같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보아하니, 당신이 이제는 진심으로 달라지려는 것 같군요. 이번에 돌아왔으니, 원하지 않는다면 순례는 여기서 끝내도 될 것 같습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소지빈은 물론, 박혜정과 소민지 모녀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소지빈은 자신이 뭔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왜냐하면 시후가 순례를 그만두라고 허락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건 순례의 고작 3분의 1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가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298장

    소지빈은 담담히 말했다. “출발 두 번째 달부터, 난 진심으로 이 수행을 대하기 시작했어. 그래서 은 선생님께서 특별히 허락하셨던 동행 인원도 모두 해산시키고, 정말 내 두 발로 끝까지 가보자고 결심했지. 그런데 어느 날 비를 맞고 심하게 앓게 되었고, 그래서 한 농가에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됐어. 사실 사람들이 길가에 있는 민박집에서 하룻밤 묵는 건 흔한 일이니 별다른 의심은 없었고... 그런데, 그 부부는 내가 고열로 거의 의식을 잃은 틈을 타서, 날 인근 지역의 불법 염전 주인에게 팔아 넘기려 했어. 그 두 사람 말로는, 사지가 멀쩡한 성인은 한 사람당 2천만 원에 팔 수 있고, 보통 인건비가 월 200정도 되니까,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동안 부려먹으면 본전을 뽑고 나머지는 다 이익이라고 하던데... 그때 그 염전 주인은 이미 차를 몰고 왔고, 내가 의식을 잃은 것처럼 보이니까 가격을 깎겠다고 흥정을 하고 있었어...”소민지는 눈을 크게 뜨고 재빨리 물었다. “그 다음은?!”소지빈은 이어서 말했다. “결국 나는 그 염전 주인과 그가 데려온 건장한 남자 셋에게 들려서 SUV에 실렸어... 그때 구조를 외치고 싶었지만, 열 때문에 눈조차 제대로 못 뜰 지경이었어... 그러니 반항은커녕 숨 쉬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지... 차에 실린 순간, 나는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나는 줄 알았어. 그런데 차가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뒤에 있던 차량이 들이받더라고. 염전 주인이 차에서 내려 상대와 실랑이를 벌였고, 그 자리에서 네 명 모두 총에 맞아 쓰러졌어...”소민지는 숨을 멈추고 묻는다. “그 다음엔? 누가 구해준 건데?”소지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총을 쏜 두 사람이, 그 넷의 시신을 도로 옆 수풀에 버린 뒤, 나를 SUV에서 꺼내 다시 그 농가에 데려다 놓았어.”“응?! 왜 다시 거기로?” 소민지는 이해를 하지 못 하겠다는 듯 물었다.소지빈은 말했다. “그들은 내가 여전히 혼수상태라고 생각했는지, 차 안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어. ‘그대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297장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동안 제가 서울에 없어서 찾아 뵙지 못했지만, 당분간은 여기 머무를 예정이에요. 이모님께서 도움이 필요하신 일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그래, 고마워.” 박혜정은 더 이상 형식적인 말은 하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시후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오랜만에 이 저택 안으로 들어선 시후는 마치 세상이 바뀐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부모님이 이 집을 세 들어 살 때도, 두 분은 이곳을 손수 정성 들여 리모델링했었다. 지금처럼 외관은 소박했지만, 안에는 깔끔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있었다. 20년 넘게 방치되며 낡고 허물어졌던 이 저택은, 박혜정의 손길을 거쳐 완전히 새롭게 단장되었고, 마치 20년 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되살아난 듯했다.어느 순간, 시후는 자신이 7살, 8살이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의 눈 앞에 부모님이 처음 이곳에 정착했고, 이 작은 집에서 세 식구가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살던 시절이 떠올랐다.박혜정은 시후가 집안을 둘러보며 말없이 회상에 잠긴 것을 눈치채고, 괜히 그 흐름을 깨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그저 조용히 그가 이 공간을 천천히 느낄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한참이 지난 후, 시후는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흘리기 직전에야 생각을 거두고는 억지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모님, 이 집 다시 정리하시느라 정말 애 많이 쓰셨겠습니다...”박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정말 손이 많이 가긴 했지만, 나름 즐거웠단다.” 그러면서 그녀는 소박한 가죽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아서 좀 쉬렴.”“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 앉았다. 그러자 소파에 앉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모님, 이 소파... 제가 어릴 때 쓰던 거랑 거의 똑같아요. 요즘도 이런 스타일 소파를 파는 겁니까??”박혜정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젊을 땐 다 이런 스타일을 구매했었지. 외국에서 수입한 것들만 좀 과하게 꾸며졌고, 나머지는 다 이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296장

    시후는 이토 유키히코, 다나카 코이치와 잔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었고, 나나코는 그의 곁을 지키며 계속해서 술을 따라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나나코는 오직 시후에게만 술을 따랐고, 이토 에미는 이토 유키히코에게만 술을 따랐으며, 다나카 코이치는 어쩔 수 없이 자기 잔은 스스로 채워야만 했다는 것이었다.그들이 마시던 ‘용소구천’이라는 사케는 시후의 입맛엔 썩 맞지 않았다. 쌀 향이 꽤 진한 것 외엔 특별할 것이 없었고, 은은한 취기를 느끼려면 최소한 알코올 도수가 40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후에게 이 사케는 거의 수돗물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토 유키히코가 멀리서 공수해 온 일본의 ‘국보급’ 술이니만큼, 시후는 그의 체면을 최대한 세워주려 했다.이토 에미가 정성껏 준비한 최고급 해산물 사시미에 대해서도 시후는 끊임없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시후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생선회란 게 본래 맛이 강하지 않지.. 결국 중요한 건 생선살의 질감이고, 간장이나 와사비에 찍어 먹으면 맛 차이는 별로 없어. 결국 먹는 건 소스 맛이라고 할까...’이토 그룹의 새로운 집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시후는 이토 유키히코와 잠시 담소를 나눈 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그는 이전에 소민지에게 오늘 그녀의 어머니 박혜정의 집에 들르겠다고 약속했기에, 이 약속을 절대 어기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비록 오늘 이토 유키히코와 사케를 꽤 많이 마셨지만, 시후는 몸속의 영기를 활용해 출발 전에 알코올을 완전히 제거하고는, 직접 차를 몰아 옛날 자기가 살던 고택으로 향했다.그 시각, 박혜정과 소지빈, 소민지 남매는 이미 점심 식사를 마친 상태였다.소지빈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수염도 깎았으며, 어깨까지 내려오던 머리도 단정히 묶어 전체적으로 훨씬 말끔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소민지는 거실 소파에 앉아 계속 바깥의 소리를 신경 쓰며, 시후가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그를 발견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마침내 시후가 운전하던 BMW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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