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건우는 자신의 장인 반원명이 한미정이라는 여자로 김상곤을 조롱하려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괜히 장인 어른에게 물었다. "음.. 아버님.. 그런데, 그 한미정이라는 분은 어떻게 지내세요? 계속 이야기가 나와서 궁금하기도 하고요."그러자 반원명은 김상곤을 힐끗 쳐다보며 허허 웃더니 곧장 답해주었다."음.. 그래? 그 땐 말이야, 우리 애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미정이가 우리 학교의 스타였자.. 우리 대학의 많은 남학생들이 그녀를 좋아했고, 얼마나 쫓아다녔는지 모른다. 그런데 미정이가 갑자기 눈이 멀었는지 저기 김상곤과 사귄다는 것이 아니겠냐? 당시 김상곤은 그런 얼짱과 연애를 했기 때문에, 밖에서 함부로 연애를 하지 못했지. 왜냐하면 들키기라도 하면 그 때 맞아 죽을 테니까?”"그럼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된 겁니까?"반원명은 김상곤을 힐끗 쳐다보며 "나중에? 당연히 미정이랑 김상곤이 당연히 헤어졌지, 그리고는 그냥 미국으로 갔어..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지 뭐..”라고 씨익 웃었다.그러자 반원명은 김상곤에게 "아이고 상곤아, 네가 왜 한미정에게 차였는지 알아?"라고 물었다.김상곤은 콧방귀를 뀌었다. "뭐라는 거야? 내가 그런 거 궁금해할 거라고 생각하냐? 나는 이제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야. 그리고 그런 건 네가 상관할 필요 없는 거 아니냐?"반원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말만 계속 해댔다. "하하하!! 괜히 창피하니까 그렇지? 내가 말해줄게. 사실 그때 미정이는 남학생들이 너무 많이 쫓아다녀서 이미 짜증이 날 대로 난 거야. 그래서 그냥 가짜 남친을 구해서 자신을 괴롭히는 파리 같은 것들을 쫓아내려고 널 고른 거라고. 그래서 널 다 쓰고 나서 그냥 바로 미국으로 출국하려고 한 것이고 그 때문에 자연히 너를 차버린 거야, 하하하하!"김상곤은 "허이고?! 여기서 허튼소리 좀 작작 해. 내가 미정이랑 헤어진 건 그런 이유가 아니고.."라고 말하며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상곤의 표정에서는 분노, 유감, 초라함, 슬픔
제일 늦게 모인 친구들 중 누군가가 한주경에게 "야, 너희들 무슨 얘기를 했길래 그렇게 분위기가 핫했냐??”라고 물었다.그러자 한주경은 활짝 웃음 지으며 답해주었다. "우리? 하하하하!! 무슨 이야기겠냐? 한미정이 관련해서 얘기 중이었지. 그런데 오늘 미정이가 안 오려나..?""상곤이도 안 묻는데 네가 왜 그렇게 나서냐? 하하하!”한주경은 "아이~ 내가 지금 상곤이 대신 물어보는 거 아니냐..? 미정이가 상곤이의 첫사랑이기도 하고..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상곤이가 보고싶어 할 수도 있지 않냐? 하하하.”라며 웃었다.반원명은 "상곤이 표정 좀 봐. 지금 우울해하는 걸 보면 미정이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데?"라며 냉소를 지었다."어? 왜???" 그러자 누군가가 호기심에 물었다."내가 강의실에 들어가면 더 자세히 얘기해주지."라고 입을 열었다.그러자 김상곤은 관심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야, 반원명이. 너는 만사에 왜 그렇게 입이 근질근질해하냐? 너는 뭐 말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나 보지?”반원명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난 그냥 말하고 싶으면 말하는 건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강의실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은 오랫동안 와보지 못한 곳을 바라보며, 또 아름다웠던 대학생 시절을 회상했다.반원명은 강의실 자리에 앉아 감개무량한듯 한숨을 내쉬었고, 곧 바로 친구들에게 말했다."자자, 내가 못 들은 친구들을 위해서 조금 전까지 하고 있던 이야기를 한 번 해주지. 미정이 말이야. 다 알지? 기억 못하는 놈들 없지? 걔가 말이야. 그 때 좋다고 따라다니던 남자 놈들이 얼마나 많았냐? 그래서 방패막이를 찾아 나섰는데, 마침 김상곤이 딱 맞았던 거야. 그래서 연애를 하던 것 같았지만 미정이가 이제 졸업하고 상곤이가 필요 없어지니까 바로 미국으로 건너 간 거라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그리고 반원명은 이렇게 말하고도 부족한지 또 한 번 상곤을 깎아 내렸다. "내가 듣자 하니.. 상곤이의 어머니도 요즘
시후는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뜻밖이었다. 자신의 장모 윤우선이 그 당시 장인의 학교에 이렇게 이름 난 클럽 죽순이었다니! 솔직히 말해서, 윤우선은 정말 대학을 다닌 것 같지 않은 사람이었다.이때 놀란 것은 시후뿐만이 아니었다. 김상곤의 옛 동창들도 모두 깜짝 놀란 것이었다. 아무도 김상곤이 윤우선과 결혼을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윤우선은 그들과 같은 대학교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 당시 학교 주변에서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그녀는 다른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무지막지하고 억지를 부리는 데 뛰어났으며, 매우 몰인정했다. 저녁에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남의 물건을 훔치다가 현행범으로 잡히면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싸움을 걸어댔다. 한 번은, 윤우선이 들고 다니던 텀블러가 깨졌는데, 자기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이 아까웠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았다. 그녀는 교내 카페에 가서 누군가 들고 다니던 텀블러를 몰래 훔쳤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 텀블러의 주인이 덩치가 큰 남학생이었다.윤우선이 자신의 텀블러를 훔친 것을 알게 된 그 남학생은 자신의 물건을 달라고 윤우선을 찾아갔는데, 윤우선은 30분 동안 그 남학생을 앞에 두고 욕을 해댔다. 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윤우선의 뺨을 때렸고, 윤우선은 병을 들고 뜨거운 물로 그를 데어 죽이려고 쫓아다녔다. 그 남학생은 10여 분 동안 쫓겼으나 결국 자신의 팔을 데었다.윤우선은 상대방이 다음에도 자신을 따라다니면서 헛소리를 해대면 다음에는 물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황산을 뿌릴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 남학생은 윤우선이 미쳤다고 생각해 감히 그녀에게 다시 이야기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화상을 입고 심지어 자신이 미안하다며 용서해 달라고 애원까지 했다.이 일이 있고 난 후, 윤우선은 학교에서 매우 유명해졌다.그때부터, 자신의 학교에서 윤우선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자라도, 그녀는 불만이 있으면 툭하면 욕을 해댔기 때문에 학교의 많은 남학생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
모두가 허허 웃음을 지었고, 누구도 그 당시에 이렇게 놀라운 내막이 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놀란 표정들이었다.반원명의 사위 장건우는 "아이고 김 선생님께서 대단하시네요. 그렇게 예쁜 여자 친구를 두고 그런 양아치와.. 결혼을 하다니..”라며 그를 깎아 내렸다.시후는 이 일을 평가하긴 어렵지만 실소를 금치 못했다. 윤우선은 늘 억지를 부리던데.. 장인 어른까지 취하게 만들어 이렇게 일을 치다니.. 정말 이런 짓 거리는 악마와 같은 것이었다!다른 학우들은 김상곤에게 동정 어린 표정을 금치 못하며, 그를 격려하고 위로하였다.반원명은 이때 김상곤을 바라보며 웃었다. "너희들은 섣불리 그렇게 상곤이를 동정하지 마라. 사실 그 윤우선이라는 여자가 상곤이와 결혼한 게 더 비참할 수 있어! 허허허허허.""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 상곤이가 그녀에게 사과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반원명은 한숨을 쉬며 "아이고, 너희들은 모르는 것이 있지.. 금수저를 찾고 싶었는데 마침 김상곤이 눈에 띄었던 거지.. WS 그룹은 당시 부자였으니까. 상곤이에게 다가 갔으니 나중에 분명 부자인 부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지…."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기까지 말하고는, 반원명은 말머리를 돌려, "그런데.. 누가 알았겠어 상곤이 졸업 후에 이렇게 쓸데없이 집에만 있고 자기 그룹 내에서 자원도, 관심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최근 듣자 하니 WS 그룹이 거의 파산 직전이라고 하는데.. 윤우선은 자기 남편이 재벌 2세인 줄 알고 고른 건데 결과는 아무 것도 못하는 멍청이였던 거지!”김상곤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고 한참을 참은 후에야 입을 열었다. “어이, 원명이.. 내 일에 참견할 필요 없어!""상곤아.. 너희 집의 일은 모두가 관심이 이렇게 많은데 아무도 모르게 하면 그게 말이 되냐? 네가 말을 안 하니까 내가 대신해서 말이라도 해줘야지. 안 그럼 다른 친구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있겠냐..?" 그러자 반원명은 큰
반원명이 사위의 회사 정보를 알려주자, 시후는 안세진에게 카톡을 보냈다.카톡에서, 그는 안세진에게 반원명 및 그의 아내를 조사하도록 했다. 더불어 인적사항과 함께 대주테크놀로지 관련 실태도 알아보라고 했다. 안세진이 정보 조회를 도와주었을 때, 반원명은 친구들의 인사를 받으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오늘 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현재 공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었기에 평생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왔다. 하지만 반원명은 이미 회사 과장급 간부였기에 돈도 꽤 있었고, 이 때문에 동창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대기업과 같은 곳은 본래 복지 등이 매우 좋아서, 과장급 간부는 보기에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복지와 월급도 꽤 좋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사위가 상장을 앞둔 회사의 CEO라니.. 이것은 정말 대단했다. 상장회사는 꽤 대단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시가총액은 걸핏하면 수십억에서 심지어는 수백, 수천억까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건우는 이렇게 젊으니, 그에게 몇 년만 더 시간을 주면 아마 회사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슈퍼 리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김상곤도 충격을 받았다.그 때 반원명이라는 놈은 그저 자신의 똘마니 같은 놈이었고 그저 미정이만 좋다고 따라다녔지만, 자신의 여자친구였던 미정이는 쳐다보지도 않았다.하지만 반원명은 지금 곳곳에 미정이가 그저 자신을 귀찮은 남자들을 쫓아 내기 위해 삼은 방패막이에 불과했다는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인가..?당시 자신과 미정은 서로를 사랑했고, 그저 비밀 연애를 했을 뿐이다. 다만 애석하게도, 그 당시 윤우선의 그 추악한 함정에 빠졌던 것이다. 윤우선은 술에 취해 한미정을 찾아가 자랑을 했고 미정은 충격을 받고서 출국을 결심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말하자면, 자신이 오늘 이렇게 된 것은 완전히 윤우선에게 피해를 입게 된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이미 한미정과 결혼했을
그 때, 마침 밖에서 "선생님 오셨다!!”라는 소리가 들렸다.김상곤은 겨우 한숨을 돌린 뒤 시후에게 "빨리 가서 도와드리자.”라고 말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반원명도 장건우에게 "너도 같이 가자. 젊은이가 도와줘야지, 우리는 더 이상 힘들게 들 수 없지."라고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장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후와 함께 문을 나섰다.계단을 내려갈 때 장건우는 시건방진 태도로 시후를 쳐다보기조차 싫어했다.시후도 그를 상대하기 귀찮았다. 어차피 이 자식과 그의 대주테크놀로지는 오늘 망하게 될 운명이었으니까.. 다만 시후는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 치명타를 입히고 싶었다. 지금의 장건우는 자신이 앞으로 어떤 일을 당할지 알지도 못하고 거만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80대 노교수가 휠체어에 앉아 고개를 들어 낡은 강의동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옆에는 중년 남성이 서 있었는데 시후와 장건우를 포함하여 여러 사람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말했다."수고하셨습니다. 아휴~ 정말 다행이네요. 저는 지금 나이도 많이 먹고해서 그런지 정말 혼자서 교수님을 들 수가 없군요.. 성균관 대학교 중에서도 이 강의동은 지금 보수 공사 중이라서 전기가 안 들어와 엘리베이터도 탈 수 없죠.. 아버지께서는 은퇴하시고 계속 학교에서 일하고 싶어하셨는데.. 이렇게 다리가 불편하셔서 아무 데도 못 가겠더라고요."노교수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네가 나더러 움직이지 못하게 해서 그렇지! 안 그랬으면 내가 기어서라도 갔을 게다! 하하..”중년들은 하하 웃으며 "하하하하! 선생님 저희도 그렇고 그렇게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셨는데 학교에서는 충분히 계시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했다.노교수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선생이라는 것은 말이야. 사람을 가르쳐 키우는 것이 바로 평생의 일인 것이야."중년들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선생님의 소원을 들어주고, 이 다 늙은
그러자 장건우는 "미친 척하면 재미 있어요..? 시멘트를 멜 사람은 너를 말한 거라니까..?"라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알았어요.. 내가 잘 준비해보죠.. 하핫.."이라며 웃었다.장건우는 그가 시종 말이 안 통하는 것을 보고 "사이코 아니야?! 왜 말이 안 통해?!"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조금 지나지 않아 그는 또 입을 열었다. "내가 말이죠. 미리 사회 생활을 해온 사람으로서, 몇 마디 충고해 주자면.. 당신은 아직 어리잖아요?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나가서 일을 좀 찾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마 조금씩이라도 귀한 일 천한 일 따지지 말고 일을 하다 보면 성공할 수도 있다니까? 그리고.. 시멘트를 메고 다니는 일이 비천하다고 생각해요? 전혀요.. 요즘에 돈 잘 벌어서 유튜브에 영상 올리는 개그맨들 중에서 건축 현장에서 시멘트를 메고 막노동했던 친구들이 몇몇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 그런 거 가지고 오히려 경험 삼아서 지금 얼마나 돈 잘 벌어요? 아 요즘에는 틱톡이나 SNS 얼마나 많아? 그러니까 계정을 여러 가지 만들어놓고 시멘트 메는 영상을 올려도 되고.. 얼마나 인기가 많겠어?" 시후는 "음.. 그래요? 저도 틱톡 계정이 있는데 팔로우 해주시겠어요?"라며 웃었다.장건우는 "야, 틱톡을 한다고? 혹시 제일 잘나가는 계정 아니에요? 아이템은 뭐 데릴사위 이런 걸로 하는 건가?"라고 물었다."가정주부? 데릴사위? 아마 저처럼 대단한 사위는 찾기 어려울 걸요?! 하하.."장건우는 시후를 경멸하듯 노려보며 “당신이 대단한 사위라고요? 그럼 나는 뭔가..?”라고 물었다.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당신? 당신은 뭐.. 흙수저 사위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흙수저? 그게 무슨 말이지?" 장건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시후는 "당신은 이제 곧 시멘트를 짊어지게 될 사위죠. 아직도 모르겠어요?"라며 깔깔 댔다.장건우는 "하이고! 지랄하네? 너 이 자식, 참..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아직도 철이 안 들었나
"교수님, 그런 말은 하지 마십시오.." 학생들은 다들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였다.하지만 노교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자, 너희들은 국가의 성장과 발전을 두 눈으로 목격한 세대이다. 나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모두에게 ‘안빈낙도’라는 네 글자를 알려줄 생각이야.. 나는 평생 철학을 가르쳤다. 그렇기에 나는 여전히 청빈하고, 그렇게 많은 재산도 없지만, 내 마음속에는 이상과 꿈은 있다. 그렇기에 한평생 즐겁게 살았고, 만족스럽게 살았기에 한은 없어."글자 많은 학생들이 잇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김상곤은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역시 그야말로 자신에게 길을 알려주는 등불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돈은 별로 없지만, 매일 골동품 시장을 들락날락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그는 돈은 없지만 자신의 취미 덕분에 즐겁게 살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생활에는 여전히 고통의 근원이 하나 있었다. 고통의 근원은 바로 자신의 아내 윤우선이었다.노교수는 연세가 많으셨기에 기력이 부족하여, 강단에서 옛날 이야기를 풀어 놓은 뒤 수업을 짧게 끝냈고, 숨이 가빠오는 바람에 사람들이 급히 그를 부축해 내려오게 했다. 노교수의 강의를 조금이나마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자, 모두들 이미 속으로 만족했으므로, 다들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했다.그러자 반원명은 "선생님께 한 번 수강하고 싶었던 마음이 이렇게 다 해결되었군.. 모처럼 다들 이렇게 모였는데 우리 사위가 좋은 자리를 마련해준다고 하니, 편하게 지내다가 가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장건우를 향해 고개를 돌려 "사위, 정당한 곳을 추천해줄텐가? 서울에서 제일 좋은 곳으로!"라며 눈을 찡긋했다.장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최근 우리 서울 주변에 빈까사노 클럽이라고 좋은 호텔이 오픈했죠. 서울 제일의 대기업 이룸 그룹의 사업으로.. 수도권에서 현재 가장 호화로운 레저 오락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침 제가 그곳의 회원입니다. 그래서 조금 뒤에 같이 가보시죠. 그리고 어르신들께서 쓰시는 돈은 모두 제가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말을 마친 뒤, 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이크 한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억울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 나는 그 때 내 딸이 임신했다는 걸 막 알게 되었다고! 이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족들을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네가 나라면, 억울하지 않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당신의 몸이 벌집처럼 총알에 뚫렸지만, 다행히도 머리는 맞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그때 당신의 정수리에 총알이 한 발이라도 박혀서 뇌가 터졌다면, 당신은 진짜 완전히 사망했을 테니까.”제이크 한은 의아한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시후는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냉동 캡슐들을 가리키며 평온하게 말했다. “당신 옆에 있는 이 스테인리스 캡슐들 잘 봐. 이건 전부 인체 냉동 보관을 위한 특수 장비들이야. 특히 저기 있는 ‘7번 캡슐’을 잘 보도록 해.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당신은 계속 저 탱크의 안에 냉동되어 있었던 거든.”제이크 한은 눈앞에 늘어선 스테인리스 캡슐들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냉동?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우선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어. 습격을 당할 때, 그렇게 많은 무장 대원들 중 아무도 당신의 머리를 총으로 겨누지 않았거든. 그래서 당신의 뇌는 살아남았지.” 그는 자기 뒤에 있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배유현 회장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그녀가 당신을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로 옮겨 냉동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의 시체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거거든.”제이크 한은 그제서야 시후의 뒤에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중의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회장이었다!“허억......” 제이크 한은 갑자기 숨을 들이켰고, 입을 떡 벌린 채 시
“뭐라고?! 네가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그게...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시후의 자기소개를 들은 제이크 한은 즉시 극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마 전 나누었던 안충주와의 대화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Samson 그룹의 회장 안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안충주는 자신의 누이인 안예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생사불명 상태인 그의 외조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Samson 그룹 전체가 그 외조카를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뒤졌다고 했으며 어떤 방법을 써도 그의 행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그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단지 시신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Samson 그룹 사람들은 여전히 외조카가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었고, 단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이크 한은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인물이,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자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경찰 출신인 제이크 한은 첫 번째로 이 사실에 대해 의심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는 차분히 진정한 후에 이 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분명히 이미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당시 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렸고,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고 무장한 조직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에게 총을 쐈어... 그 놈들의 화력은 엄청났고, 거의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총을 쏴댔지.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최소 20~30발 이상은 맞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난 이미 완전히 죽은 거야...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고 해도 날 살릴 순 없을 거야...!” 그래서 제이크 한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런 젠장, 이거 혹시 사후 세계인 건가?!” 그는 생각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원래 사람이 죽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거야... 계속 꿈을 꾸고, 온갖 이상한 곳을 떠도는 거지... 그 다음
바로 이렇게 무한히 늘어난 타임라인 때문에, 제이크 한 경감은 지금 이 순간 눈은 떠 있지만, 여전히 끝없는 꿈속에 있는 듯한 혼미한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던 중, 제이크 한에게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 한 경감, 지금 나를 볼 수 있겠습니까?”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이크 한의 마음속은 요동쳤다. 참으로 이상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꿈속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와 딸을 보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기도 했지만, 그 장면들은 마치 초창기 무성 영화와 같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영상 같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처음으로, 실제처럼 생생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제이크 한에게 매우 낯설었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낯섦 속에 묘한 익숙함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바로 그때, 그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이크 한은 눈앞이 새하얗게 밝지만은 않았다. 이제 그의 시야로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스테인리스 강철 탱크들이 들어왔다. 이 풍경은 음산하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치 김이 서린 욕실 유리창에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욕조보다 약간 큰 물탱크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기억은 마치 빛의 속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바로 경기장을 나와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