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송 그룹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휴대폰에 SNS어플이 있어서는 안 되며, 발견되면 엄벌에 처한다! 하지만 그룹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하나같이 원성이 자자했다. 자신들은 오송 그룹에서 아르바이트만 했을 뿐, 최씨 집안 사람들도 아니고, 그 동영상을 보아도 별로 불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 영상을 보니 오히려 통쾌한 느낌이 들었달까..? 오송 그룹에서 일하면 받는 각종 구속과 통제는 굉장히 엄격하여, 모두들 매일 스트레스가 가득한 상태에서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송 그룹은 아랫사람에게 늘 가혹했고, 걸핏하면 얻어맞고, 욕먹고, 심지어 꾸중을 듣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사실 누군가가 이렇게 오송 그룹을 욕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사실 꽤 통쾌했다!최우식 대표와 최우신이 무릎 치료를 받고 있을 때, 우진은 진료실에서 나왔다. 이때 우진은 뭔가 모순을 느꼈다. 오늘까지 그는 엄청나게 고통스럽게 지내고 있었다. 오송 그룹 둘째인 자신은 한 시간마다 똥을 퍼먹어야 하는데, 이는 온 국민을 웃게 했지만, 그를 몹시 괴롭게 했다. 특히 그 더러운 것을 먹고 의식을 되찾는 순간마다 그는 더욱 죽을 맛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 아버지와, 형의 다리가 부러지는 모습을 본 그는 뭔가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느낌은 평생 처음 느끼는 것이었지만 뭔가 자신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치, 큰길에서 자신만 옷을 입지 않아서 매우 당황했지만, 갑자기 옷을 입지 않는 사람이 두 명 더 생기자 당황스럽지 않은 기분? 홀가분해진 우진은 모처럼 술을 마시고 싶었다.오송 그룹 별장은 부지가 매우 커서 마치 궁궐과 같았다. 안에는 의료, 헬스, 레저 및 유흥 장소도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진은 곧바로 진료실을 나와 술을 마시러 갔다. 직원 전용 화장실 문 앞을 지날 때, 그는 문득 안에서 낯익은 소리를 들었다. 자세히 듣자,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화장실에서 누군가 류광호 부자의 영상을 보고 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운전기사는 맞아서 소리를 질렀지만 감히 대꾸할 엄두도 못 내고 양팔을 내밀고 막을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그는 엉덩이를 닦을 겨를도 없이 바지를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그러자 최우진은 욕을 하며 뒤쫓았다. "개새끼야, 너 어디 가! 오늘 죽여버려!!" 그런데 갑자기.. 우진의 머리속이 아찔해졌다. 이 순간, 우진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는 자신이 또 발작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곧이어, 최우진은 순간 의식을 잃고, 단번에 변기 속에 남겨둔 똥을 노려보았다. 그는 눈이 반짝였고 두말없이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는 손을 뻗어 대변을 입에 쑤셔 넣었다.직원들은 기사가 바지를 들고 화장실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안에서는 최우진이 변기 앞에 쪼그리고 앉아 똥을 퍼먹고 있었고, 직원들은 토하기 시작했다.그러자 한 명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빨리 빨리!! 둘째 도련님을 제압해!! 이런 걸 바로 직접 먹으면 분명 병이 날 거야!" 그러자 사람들이 더러움에 구토를 하면서도 최우진을 화장실에서 잡아당겼다.최우진은 발작하여 사람들이 자신이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을 막자, 일시에 분노하여 욕을 퍼부었다. "이 새끼들아, 빨리 날 놓아줘!! 너희들을 죽일 거야!" 그의 입에서는 악취가 풍겼다. 다른 사람들도 이곳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을 보고 급히 뛰어왔다. 최우진을 껴안고 있던 직원이 큰소리로 외쳤다. "어서 가서 도련님 식사를 가져와!!” 직원들은 누구나 최우진이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하면 배불리 먹지 않으면 멈추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들은 서둘러 소독한 무균의 '추가 식사'를 가져다줄 수밖에 없었다. 최우진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화장실에서 운전기사가 남긴 대변을 먹은 것을 알게 되자, 오송 그룹은 이내 다시 아수라장이 되었다.……서울의 밤.. 옅은 안개가 하늘을 서서히 뒤덮고 있었다. 7인승 승합차 열 대가 류광호의 집 앞에 정차했다. 이 열 대의 차는 모
오송 그룹에서 파견 된 수십 명의 사내들은 다시 차를 타고 서울 곳곳을 누비며 류광호와 류진을 찾아 나섰으나, 두 사람과 관련된 어떤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사실 지금 류광호는 이미 몇 시간 전, 가족들과 함께 서울에서 벗어나 공항으로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다. 어항에서 물고기 한 마리를 잡는 건 쉽지만, 넓다 넓은 호수에서 물고기 한 마리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건 하늘에 별 따기 아니겠는가..?! 류진이 몰고 있는 벤츠가 끊임없이 폭주하는 와중에, 류광호의 휴대폰이 울려 댔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류광호의 이웃으로, 두 사람은 사이가 꽤 좋았기에 교류가 잦았다. 류광호는 가족들과 함께 떠나기 전 그에게 자신의 집에 누군가 찾아오는지 여부를 알려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오자, 류광호는 집에 누군가 들이닥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전화를 받자마자 상대방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광호 형님, 방금 한 70명 정도 되는 남자들이 집을 에워싸고 있는데요?”"70명?!" 류광호는 깜짝 놀라며 "지금도?"라고 물었다."조금 전에 집에서 나왔습니다. 형님 찾으러 가는 거 아니에요?”"그래? 알려줘서 고맙다 정말!”"에이, 뭘요~ 들어가세요~!”전화를 끊자 류광호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역시.. 오송 그룹에서 우리를 죽이려 드는구나.. 70명? 너무 한 거 아니야?”"아버지, 설마 우릴 찾진 않겠죠?"류광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설마~ 그럴 리가 없어. 이렇게 넓은데 바로 우리를 찾겠어? 우리가 내일 가장 빠른 비행기로 말레이시아로 넘어가면, 분명 못 찾아. 도착해서 일단 개명부터 하고, 저택생활 하면서 지내면 오송 그룹은 포기할 거다.”"아버지, 우리가 말레이시아에 도착하면 매번 이화룡에게 확인 안 받아도 되니까, 이마에 새긴 글씨도 없앨 수 있겠죠?”"그럼!" 류광호는 이마가 말라 굳은 흉터를 손가락으로 만지작대며 말했다. "그 놈에게 복수할 기회가 없음이 안타깝지..”.....
송영예의 아버지 송천명은 아들의 옆에서 조용히 송 회장을 지켜보다가 아연실색했고, 송영예보다 지금 상황이 더 답답했다. 원래 세자들이 가장 두려운 것은 바로 자신의 아버지인 임금이 오래 사는 것이지 않겠는가? 조선의 왕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통치한 것으로 유명한 영조는 약 50여년을 통치했다. 영조는 오랫동안 정치를 한 데다가 엄격한 아버지였기에 그의 아들 사도세자는 울화증에 걸리기도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송 회장은 마치 영조처럼 현재 이룸 그룹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으니 송 회장이 오래 살면 살수록 송천명은 기쁘기는커녕 괴로움이 커져 갔다. 만약이라도 그가 십여 년을 더, 아니 이 십여 년을 더 살게 된다면, 자신은 이미 7,80대가 될 텐데 그룹의 회장이 될 기회가 있겠는가? 까딱 잘못했다가는 자신이 아버지보다 더 빨리 세상을 떠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송천명은 이런 미래를 생각하자 가슴이 갑갑해왔다.한편, 할아버지의 건강과 정신력이 좋아진 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민정은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송 회장이 이렇게 오랫동안 운동을 하고 나서야 조금 피곤한 기색을 보이자, 민정은 급히 준비한 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할아버지, 아무리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무리하시면 안 되어요. 그러니 오늘 밤은 여기까지 하시고 내일 또 운동하셔요!”"그래! 그러마!" 송 회장은 흥분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수건을 받아 땀을 닦으며 말했다. "하아.. 내가 어찌 이렇게 몸이 좋아질 수 있으리라 생각을 했겠어.. 이런 기회를 얻게 되어, 정말 은 선생님께 감사할 뿐이다..” 그러자 송 회장은 다시 민정에게 말했다. "민정아, 은 선생님과의 일은 잘 되어가느냐? 좀 서둘렀으면 하는데..?! 그게 지금 나의 가장 큰 소원이다.. 내가 죽기 전에 꼭 네 손을 잡고 결혼식장을 행진하는 은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싶구나..”민정은 이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빨개졌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그 일은 심사숙고하셔야 할 것 같아요~!”"뭘 심사숙고해?
다음 날 아침, 유나는 일찌감치 밥을 먹고 회사로 출근했다. 장인 김상곤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윤우선을 보는 그의 두 눈은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상곤은 더 이상 집사람을 꼴도 보기 싫었다. 가족들이 뼈 빠지게 모아 둔 2억 정도의 돈을 윤우선이 싹 날려버리자 그는 속이 타 들어가 죽을 지경이었다. 원래 가진 돈도 별로 없었는데.. 도박으로 다 날린 그 돈들은 수 년간 모은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골동품을 팔아 번 돈도 있었는데.. 이제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김상곤은 다시 골동품 거리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물건들을 찾아 나서야 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다.윤우선은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 약간 마음이 켕기는 듯 줄곧 김상곤에게 웃어 댔지만, 김상곤은 계속 그녀를 무시했다. 윤우선은 가시 방석에 앉아 있는 듯했지만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생각에 화도 났다. 하지만 감히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하고 그 화살을 시후에게로 돌렸다. "야, 은서방! 지금 집에서 이렇게 빈둥거려도 되는 거야? 빨리 나가서 풍수인가 풍시인가 뭐 좀 보여주고 돈 좀 벌어 와!! 돈도 없는데 별장으로 가면 가구는 들여야 할 거 아니야?!”“저도 노력 중이에요 어머님.”그러자 윤우선은 시후의 허리를 쿡 찌르며 소리쳤다. “아니 엉덩이는 가만히 있는데 뭘 노력 중이라는 거야?!”김상곤이 나섰다. "뭐야? 뭘 이렇게 호들갑을 떨어 대? 시후가 우리 집안에 기여한 바가 얼마나 큰 줄 알아? 너는 돈 한 푼 안 벌어 온 주제에 고스톱 치다가 돈이나 날려 먹을 줄 알지! 이 집에서 우리 셋이서 말이야 겨우 플러스를 만들어 놓았더니, 너 혼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만들어 놨어! 게다가 그 금액이 얼마나 큰지 참! 할 말이 없다 할 말이!!”"당신..?!" 윤우선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원래 김상곤에게 이렇게 묻고 싶었다. ‘내가 은 서방 보고 소리를 지르던 호들갑을 떨던 무슨 상관이야? 김상곤 좀 많이 컸다? 감히
"뭐?!" 윤우선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런 사장님이 풍수를 봐 달라고 했다고?”"네. 점심 때 보러 오라고 하시네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잘됐네!” 그러자 윤우선은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 "뭐해? 어서 나가지 않고?! 돈을 벌어서 우리 가구를 살 돈을 마련해야지!”시후는 “최선을 다 해볼게요~”라고 윤우선에게 답했다. 사실, 시후는 이미 자신의 카드에서 돈을 좀 인출하기로 마음먹었었는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의 풍수지리를 봐준 대가로 돈을 벌었다고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시후는 이 돈으로 가구를 사는 것이 좋겠다고 말할 계획이었다.그는 늘 유나가 줄곧 이 허름한 집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윤우선과는 제발 떨어져 살면서 화장실도 따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장모 윤우선이 얼마나 성가시게 구는지, 이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청년재 별장으로 이사를 가면 자신은 유나와 한 층에 살고, 윤우선과 김상곤을 다른 층에서 살게 할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서로 마주칠 일도 없고 귀찮은 일들이 많이 줄어 들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지금 풍수를 봐 주러 간다고 말하고 있지만, 밥을 먹고 바로 은행에 가서 돈을 인출할 생각이었다. 그리고는 이 돈을 유나나 김상곤에게 주어 가구를 사라고 할 계획이었다. 윤우선이 그 돈을 받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윤우선은 돈을 받는 즉시 미용실에 가서 머리나 하고, 마사지나 받으러 다니며 돈을 펑펑 써 댈 것이다!11시가 되자, 민정은 차를 몰아 시후의 집 앞으로 갔다. 민정은 시후에게 전화를 걸어 집 앞에 도착했음을 알렸고, 그제서야 시후는 계단을 내려갔다. 1층에서는 민정이 차에서 내려 그를 대신해 문을 열어주었고, 그가 차에 오른 뒤에 그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할아버지께서는 헤븐 스프링스에 가서 기다리고 계셔요. 그럼 가 보실까요?”"네 알겠습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민정은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
시후가 헤븐 스프링스에 도착하기도 전에 송 회장의 발언은 서울 전역에 퍼졌고, 이어서 강남의 상류층 사이에도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룸 그룹이 오송 그룹에게 도전장을 내밀다니? 정말 재미있는 싸움 구경이 될 것만 같다.송천명과 송영예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분노했다. 송 회장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생신 잔치에서 송 회장께서는 최우식 대표와 살짝 갈등이 있었을 뿐.. 서로가 조금 불쾌한 상황이었지만, 기회가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송 회장은 공개적으로 오송 그룹과 교류를 중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며, 심지어는 오송 그룹과 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송천명과 송영예 두 사람은 송 회장이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구는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은시후에게 아부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오송 그룹에게 공개적으로 등을 돌릴 필요는 없지 않는가? 이렇게 되면 장차 오송 그룹이 사사건건 이룸 그룹과 맞설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렇게 되면, 민정과 최우신이 결혼하게 될 가능성은 0이 될 것이다!오송 그룹도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분통을 터뜨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오송 그룹은 온갖 문제가 여기 저기서 터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룸 그룹이 자신들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하다니.. 이 일은 오송 그룹의 현재 상황을 더욱 머리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 오송 그룹은 지금 집안 일만 처리하기에도 충분히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룸 그룹까지 나서서 오송 그룹을 더욱 짜증나게 하고 있으니.. 최 회장이 아직 병상에 있기에 최우식 대표는 온 가족에게 분부하여, 이룸 그룹의 상황을 절대 알리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당분간은 이룸 그룹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바로 지금, 오송 그룹의 명성이 타격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잘 나가는 재벌가이기는 했지만, LCS 그룹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동안 오송 그룹은 자신들의 그룹을 망신시킬 만한 영상이 떠돌아다녔을 뿐, 이것이
그러자 민정 역시 송 회장의 옆에서 시후를 설득했다. "은 선생님, 할아버지께서 선생님을 늘 존경하고 계시니 상석에는 선생님께서 앉으시는 것이 어떨까요?"시후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상석에 앉았다. "그렇다면 저를 존경하는 마음을 받아들여 앉겠습니다.”"그럼, 세 분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이화룡은 인사를 한 후 조심스럽게 자리를 떴다.이화룡이 밖으로 나가자, 송 회장은 자신의 안 주머니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내며 공손히 두 손으로 시후에게 전했다."은 선생님.. 이 늙은이의 생일에 정말 뜻밖의 선물을 주셨습니다. 제가 말로는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성심 성의껏 카드 한 장을 준비했는데, 현금 50억이 들어있습니다.. 제 작은 성의이니 제발 거절하지 마시고, 꼭 받아 주십시오!”시후는 카드를 보고 말했다. "송 회장님, 저는 돈이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이 카드는 돌려드릴게요." 시후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수 백억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지만, 딱히 쓸 기회가 많지 않아 그 돈을 그냥 두고 있었다.하지만 송 회장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았다. "은 선생님, 저는 선생님께서 돈이 부족한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지난 번 한의학 박람회에서 천종산삼을 낙찰 받지 않으셨습니까? 그 때 꽤 높은 금액으로 낙찰 받으셨고요.. 그러니 앞으로 만일 좋은 약재를 꼭 손에 넣으셔야 한다면 사적으로 금액을 지불하지 마시고, 제가 드린 카드로 지불을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비상용으로요~ 정말 좋은 약재를 손에서 놓치게 되면 후회하기 마련이지요. 그러니 이 카드를 꼭 받아 주십시오! 만일의 일에 대비할 수도 있고요~!" 사실 송 회장이 시후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주는 이유는 사심이 조금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시후가 천종산삼을 낙찰 받아 회춘단을 만들었기에 자신도 회춘단을 복용할 수 있었다. 그러니 더 좋은 약재를 얻게 된다면 효과가 지금 회춘단 보다 훨씬 더 좋을 것이고, 송 회장은 또 이 약을 받을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